대마도 낚시(5), 냉정한 승부 세계, 민박집 바비큐 식사


어제 조행기가 발행되자 아내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수제자'라는 표현 때문.
"어째서 내가 수제자냐" 라면서 앞으로는 동등한 처지로 봐 달라는데요. 그만큼 아내의 기세는 바짝 올라 있습니다.
3박 4일 대마도 일정 중 이튿 날 오전은 우지시마에서 벵에돔 낚시를 이어갔고요. 비록 마릿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씨알급 벵에돔을 각각 한 마리씩
낚았고 아내는 이틀 연속 4짜 벵에돔을 낚으며 개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후 여건이 험악해지면서 낚시를 잠시 중단했다가 오후 1시, 대마도 서쪽
해안으로 포인트를 이동하기로 합니다. 그곳에서 모처럼 아내와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되는데. 




너울이 심해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포인트를 이동하는 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마도 서쪽 일대에는 좋은 포인트가 널렸지만, 날씨가 험악해 당장 내릴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어요.
그마저도 다른 민박집 손님들이 이미 차지한 상황. 일대를 쭉 둘러보았지만, 너울 때문에 내릴만한 곳이 마땅치 않자 기수를 돌리고.




이때부터 기상이 조금씩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릴 자리가 없자 기수를 아소만 방향으로 틀었다.

포인트에 내려 식사부터 청하고

옮긴 포인트는 아소만 외곽으로 외해와 가까운 곳에 있는 '미즈사키 여'.
아내와 대결을 시작하기에 앞서 짐 정리후 식사부터 합니다.


민박집에서 준 도시락

고단백, 고열량 도시락이네요. ^^
먹다 보니 김치가 조금 모자라 아쉬웠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 도시락이라도 먹어봤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식사 중 물속을 살피는데 밑밥도 치지 않은 바다에 잡어들이 벌써 대기 중입니다. 
녀석들이 학습으로  엔진 소리에 몰린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후도 잡어와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아요.


대결을 준비하는 아내, 대마도 아소만 미즈사키 여에서

먼 곳의 심층 공략과 조류를 받기 위해 자중이 큰 00(투제로)호와 잠공스토퍼 M사이즈를 달았다.

<<입질의 추억 채비>>
낚싯대 : N.S 클로저기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서스펜스 타입
어신찌와 수중쿠션 : 쯔리겐 N원투 00호, 잠공스토퍼 M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5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5~6호
봉돌 : 5번 하나에서 두 개

<<아내의 채비>>
1.75호대 - 1.8호 원줄 - G2 찌 - 조수우끼고무 L - 1.5호 목줄 직결 - 벵에돔 바늘 7호 - 무봉돌로 시작해 5번 봉돌 한 개.


수심은 포인트 좌우측이 많이 차이가 나는 지형인데요.
성실장님의 조언에 따라 깊은 곳보다는 얕은 곳을 위주로 하층을 훑기 위해 00호를 세팅해 봅니다.
환경은 호수처럼 잔잔해 조류가 미약합니다. 이럴 때 수중의 조류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부피가 있는 수중쿠션을 채웠습니다. 
아내는 이번 대마도 낚시에서 불변의 채비를 또 들고 나왔고요. 그것은 G2 조법. ^^

낚시 대결은 이때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4시 30분부터 철수하기까지는 소위 '해창'이라 낚시와 촬영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룰은 씨알 관계없이 무조건 25cm 이상 마릿수고요. 지는 사람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밥 차리고 설거지에 후식까지 챙기는 풀서비스를 하게 됩니다.


잡어를 묶어두려고 밑밥을 치는데 물속에 잡어란 잡어는 전부 이곳에 모여들고 있네요. 밟고 건너가도 될 정도로 시커멓습니다.
게 중에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쥐치가 표층까지 올라와 크릴을 주워 먹고 있습니다. 골치아프네요.
발 앞에도 잡어. 20~30m 뒤에도 위 장면과 같이 시커멓게 몰리는 상황. 대마도 어민들은 뭐하나요. 자리돔 안 잡고. ^^;


여기에 멸치 떼까지 입성해 갈매기가 꼬이고.

전방 20m 지점에 밑밥을 넣고 캐스팅하는데 갈매기가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니 이거 잘못했다간 갈매기를 걸 기세.
아내와 대결 중이라 누구든 갈매기를 걸면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므로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렇게 잡어를 양식한 지 한 시간. 채비를 넣었다 하면 목줄 정렬 시간인 30초를 못 버티고 미끼가 털리니 낚시가 까다롭습니다.
조류 흐름도 거의 없는 잔잔한 수면이 이따금 끓어 오를 때가 있는데 멸치인지 숭어새끼인지 수면에서 라이징을 하네요.
거기에 신이 난 건 갈매기. 지속해서 들어가는 밑밥에 갈매기들이 떠날 생각을 않습니다. 아 20m 공략은 어림도 없네요. 
공략 지점을 좀 더 늘리기로 하고 30m 부근을 훑고 있는데 갑자기 원줄이 펴집니다.

"챔질"


30cm급 벵에돔

낚시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겨우 한 마리 했습니다. 스코어는 1:0으로 제가 리드하고.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잡어를 피해 먼 곳에서 벵에돔만 뽑아 올리는 것은 제아무리 기세등등한 아내라도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이 대결은 이대로 끝나버릴 지도.


아내는 있는 힘을 다해 회심의 밑밥을 날려보지만.

시간은 벌써 4시 10분. 경기 종료 20분 전입니다. 여전히 스코어는 1:0으로 제가 앞선 상황.
잡어의 엄청난 물량 공세에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아내. 최선을 다해 원거리를 노려보았지만, 30~40m 반경 안에서는 소용없습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크릴이 살아 들어가면 벵에돔이 물 것도 같은데 시커멓게 몰리는 잡어떼에 그러한 확률의 여지마저도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것 같은데요. 이대로 이긴다 한들 제 기분이 가뿐할 리 없습니다.
한 마리로 이겨서 일주일간 풀서비스를 받게 될 생각에 좀 머쓱하네요.


아내는 패를 면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내의 비거리는 30m가 아니라 40m 이상도 나오지만, 문제는 밑밥이 그만큼 안 날아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감을 깨우쳤는지 밑밥을 제법 멀리 날리네요.
그간 정확도가 떨어졌는데 이번 것은 주변으로 떨어지면서 사람 긴장하게 합니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극적인 입질을 받은 아내, 대마도 미즈사키 여에서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 입질을 받더니 천천히 끌고 옵니다.
질질 끌려온 벵에돔은 발 앞에서 한 차례 더 처박다가 힘이 약해 들어뽕을 당하고.


벵에돔을 낚은 아내, 나를 약 올리고 있다.

막판에 올라온 벵에돔. 하지만 씨알이 계측 사이즈인지는 재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아내는 25cm 된다, 저는 안 된다. 각축을 벌이며 계측에 들어가는데.


26cm 벵에돔

25cm를 간신히 넘기며 스코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맙니다.  


시계를 보니 딱 6분이 남아 있고.


남은 6분 동안 역전을 위해 아내는 쉴 새 없이 밑밥을 투척합니다. 거의 이판사판식으로 폭탄 투하를 하네요. 헐.
사실 다른 대회에서는 별로 긴장하지 않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

"날 그렇게 이기고 싶으냐?"

시계를 보니 초침은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밑밥 투척을 멈추지 않은 아내.

"이제 그만, 경기 끝"

아쉽지만, 스코어는 1:1로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들어간 밑밥도 많은데 이대로 승부를 짓자니 조금 아쉬워 아내에게 연장전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거절하네요. 대결은 그만하고 남은 시간 여유 있게 하잡니다.


오후 5:30, 한창 벵에돔 입질이 이어져야 할 시각이지만, 바다는 여전히 조용하기만 합니다.
수면에 라이징하던 멸치 떼는 사라졌는데 자리돔은 여전히 물러갈 기미가 안 보이고. 


대마도의 일몰

철수 직전에 한 마리가 올라왔으나 기대한 씨알은 아닙니다. 저 장면을 본 아내는 '연장전 안 하기를 다행'이라며 으슥해 했고. 
이쯤에서 저는 낚싯대를 접고 짐 정리에 들어갑니다. 철수배가 오기까지는 10분가량 남았으니 그 사이 아내가 몇 번이라도 더 던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혹시 들어올지도 모를 대물 벵에돔을 위하여.


이후 아내는 복어 한 마리를 낚고


멸치 한 마리를 낚더니


생뚱맞게도 전갱이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대마도 낚시 2일 차는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나마 아침에 낚은 4짜 벵에돔이 위안거리가 되고.


아내는 해가 진 이후에도 열심히 했지만, 바다는 끝내 침묵하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바비큐 식사를 한다.

제가 묶은 민숙집(오아시스)은 일정 중에 한 번은 바비큐 식사를 제공합니다.
겨울이라 밖에서 구워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대마도는 대마도네요.
아소만 깊숙이 있어 바람 한점 안 불고 날은 야외에서 텐트치고 놀아도 될 만큼 춥지 않았습니다.



일행들이 모여 앉고 불판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구워 먹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대마도가 자랑하는 양식 가리비를 시작으로 다양한 꼬치를 구워먹고요.


속살이 탱글탱글 살아 있는 대마도산 가리비.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방사능 걱정 없습니다.
왜 없는지는 그간의 제 글을 읽으셨다면, 잘 알고 계실 듯.


대마도에서는 주먹밥도 구워먹습니다. 소스를 묻혀 구웠더니 더 맛있었던 주먹밥.
그래서 저 모습이 일본 만화나 게임에 자주 등장했나봅니다.



벵에돔 회

저 근육의 탁도하며 섬세한 힘줄에서 오는 쫄깃한 씹힘이 느껴지십니까? ^^
벵에돔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만, 이날은 전날 여파 때문인지 겨우 몇 점밖에 안 먹었는데도 좀 물리네요. (이건 망언 수준인데 ^^;)



닭 날개로 바비큐 식사를 마무리한다.

쯔리겐 FG 회원과 함께 다음 날에 있을 대물왕전 조추첨이 시작되었다.

대마도 낚시 3일 차는 쯔리겐 FG에서 주최하는 대물왕전에 참가합니다. 대물왕전은 무조건 씨알이 큰 한 마리로 순위를 매기는 친선 대회. 
1등과 2등은 무려 2박 3일 대마도 낚시 패키지를 받고, 3등은 이만 원씩 각출해 몰아주기를 하게 됩니다. 그 액수면 밑밥, 미끼 값은 털 수 있을 듯.
저는 아내와 함께 낚시해야 하니 특별 케이스로 조추첨에서 제외되고 아내는 특별히 할인해서 왔으므로 여기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마릿수 룰이 아니라 좋고, 순위권 안에 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저의 관심사는 '좋은 그림을 많이 만들어 오는데'있어 그냥 마음을
비우고 평소 때처럼 낚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열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벵에돔 대물왕전"

대마도 낚시 6부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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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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