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먹는 효자동 초밥(경복궁 초밥집)


일요일이면 항상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경복궁 어느 초밥집. 
지나갈 때마다 대여섯 팀이 줄 서 있는 풍경을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초밥 전문점이란 간판을 세우고 했을 때 조금만 서툴러도 외면받기 십상인데
서울 중심에서 초밥으로 입맛 까다로운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은 이유가 궁금하였습니다. 이번주 식당 만평은 줄 서서 먹는 효자동 초밥으로 안내합니다.  



효자동 초밥, 서울 경복궁

PM 1:35분.
이날은 기다란 줄이 늘어선 거리 풍경을 찍으려고 일부러 혼잡한 시간을 택했지만, 뜻밖에 한산(?)하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집은 한창때보다 2~3시쯤에 더 많이 몰렸던 것 같습니다. 
'서촌 제일의 초밥집을 꿈꾸는'이란 문구가 적힌 간판이 눈에 띄는데요. 근방에 초밥이나 횟집이 은근 많습니다.
일전에 포스팅했던 '박광일 스시카페'를 비롯해 '100% 자연산 전문 횟집'까지 몇 군데 있습니다. 
늘 지나가다 궁금한 가게가 보이면 기어이 가서 맛을 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날은 일단 효자동 초밥부터 둘러보았습니다.




광어와 농어가 든 수조

대게 초밥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수조를 주방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집은 사람들 보라고 일부러 밖에다 둔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생선이 보이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는 불신으로 인해 숙성회를 사용하는 초밥집에도 이렇게 수조가 놓여 있네요.
그렇다고 해서 살아있는 생선을 즉석에서 잡아다 초밥을 쥐지는 않죠. 그냥 전시효과입니다.
초밥집마다 숙성 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초밥에 올려지는 생선은 한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혹은 하루 이상 숙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초밥은 언제나 숙성으로 끌어올린 감칠맛이 있습니다.

지금도 볼 수 있는지 모르지만, 한때 초밥집 메뉴판에 '활어 초밥'이라고 있었습니다. 가격은 일반 초밥의 1.5~2배가량 비쌌죠. 
이를 주문하면 수조에서 살아있는 광어 한 마리를 꺼내다가 즉석에서 초밥을 쥡니다. 
1~2인분 주문에도 대응해야 하니 1kg도 안 나가는 小광어를 잡아다 초밥을 쥐는데 그걸 18,000원씩 주고 먹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돈은 비싸게 주면서 맛은 떨어지는 활광어 초밥. 그것을 파는 가게나 또 그것을 주문해서 먹는 손님이나 넌센스였죠.
하지만 최근에는 활어 초밥이란 메뉴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터넷 발달과 SNS의 확산력이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초밥의 이해와 생선회 상식이 이제는 제법 전파되었는지 '산 생선을 즉석에서 떠야만 싱싱하다'는 무지가 조금씩 걷히고 있는 것입니다. 

수조에는 원산지 표기가 잘 정리되어 있네요. 광어야 전량 국산이니 볼 것도 없고요. 농어는 수도권에서 90%가량 중국산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효자동 초밥에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저렴한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횟감이 큼지막합니다.
횟감이야 크면 클수록 맛있다는 걸 다들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문제는 킬로 당 단가가 높아진다는 데 있습니다.
업소로서는 큰 고기 들여 놓기가 망설여 질 수밖에 없는데요. 고급 일식집에 준하는 수준의 횟감을 사용한다는 것에 수조 인상이 괜찮습니다.
사진상으로는 크기가 작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상당한 크기입니다. 눈짐작으로는 광어는 2kg, 농어는 3kg 가까이 나갈 것으로 보이고요.


효자동 초밥 내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는 단연 '효자동세트'.
구성은 초밥 22pcs + 새우튀김 2개 + 미니우동 2개로 가격대비 구성이 좋아 보입니다.
둘이서 먹기 좋게끔 대중이 원하는 요소를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 메뉴들도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롤 종류는 직접 주문하지 않았지만, 옆 테이블에 나온 모습을 보니 시내 중심에서 10,000~11,000원에 파는 롤과 견주어도 그리 뒤떨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눈짐작은 어디까지나 눈짐작. 다음에는 직접 먹어보고 자세한 평 남겨드리기로 하고요.


테이블 세팅

생강초절임과 락교

초생강과 락교는 셀프로 담으면 됩니다. 락교를 두고 '마늘'이네 '파뿌리'네 말들을 하지만, 실을 둘 다 정답이 아니에요. ^^
락교는 일본식 발음으로 우리식 명칭은 '염교'라 합니다. 염교라는 채소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쪽파 머리로 락교를 담가도 상관은 없어요.
생강초절임은 이집저집에서 맛 본 익숙함이 있습니다. 사제품으로 추정하고요. 그리고 용기를 잘 봐두시기 바랍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샐러드

역시 용기를 살펴보면, 가벼운 재질이 아닌 묵직한 자기 그릇을 사용합니다. 초밥집 외관은 캐주얼한데 그릇은 결코 가볍지 않네요.
그릇에 신경 쓰는 집. 또는 나갈 때 '맛이 어땠어요?'라고 묻는 집치고 허투른 걸 못 봤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수조 속 횟감의 크기, 그릇의 선택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주문한 초밥이 나왔다.

특선초밥 12pcs 13,000원

모둠초밥은 10pcs에 만 원이지만, 종류는 단출합니다. 반면, 특선초밥은 12pcs에 삼천 원을 더 언져야 하지만, 장어를 비롯해 구성이 다채롭습니다. 
선택은 자유지만, 저는 후자 쪽을 택하였습니다. 초밥 먹는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담백한 맛'으로 시작해 '진한 맛'으로 마무리하므로 흰살생선에서 붉은살생선을 거쳐 조개류와 장어(소스가 진하니까), 혹은 성게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중간에 초밥 종류가 바뀔 때마다 생강초 한 조각 씹어주고요. 따듯한 녹차나 오챠로 입을 헹궈주면 더 좋습니다.


이 집은 근방의 박광일 스시카페와 경쟁하는 것 같은데요. 우선 고추냉이부터가 차이 납니다.
박광일 스시카페는 고추냉이를 직접 강판에 갈아(303 같은 튜브형 생와사비가 아님) 인상 깊었는데 효자동 초밥은 평범하게 분말을 개어 냈습니다.
초밥 종류는 왼쪽부터 광어 2pcs, 연어 2pcs, 농어, 광어 지느러미 순으로 갑니다.


다시 광어 지느러미에서 설명하자면, 그 옆에는 눈다랑어 등살(아카미), 문어 숙회, 초새우, 가리비, 생새우 아부리한 것, 장어입니다.
초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자신이 어떤 초밥을 먹는지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생선회, 그리고 초밥은 종류를 알고 먹었을 때와 모르고 먹었을 때 음미할 수 있는 맛의 감각이 달라지니까요.


효자동 세트(2인) 25,000원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대부분 손님이 이걸 시켜 먹길래 저도 주문해봤습니다.
구성은 초밥 22pcs + 새우튀김 + 우동 2개.


새우튀김

일식 스타일이 아닌 빵가루로 바삭함을 주고 속살도 충분히 찼습니다. 
새우 대가리도 고소해 한입에 넣고 씹으니 와사삭.


세트에 나온 초밥은 22pcs로 2인분에 해당합니다.
뒷줄에는 광어 4pcs. 앞줄은 눈다랑어 등살(아카미) 그 옆에는 ??? 일단 외형상 알 수 없으니 접어 두고요. 그 옆으로 문어와 삶은 소라 순으로 나갑니다.


뒷줄은 연어 4pcs, 앞줄은 초새우 2pcs, 한치 2pcs.
초새우는 찍기 전에 일행이 먹었네요. ^^;


뒷줄에 연어 빼고 설명하자면, 농어 2pcs, 광어 지느러미 2pcs. 앞줄에는 한치에 이어서 생새우 초밥으로 마무리합니다.
새우는 토치로 아부리했고 쯔케(졸인 간장)가 발라져 나왔어요. 그런데 초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뜻밖에도 '농어'였습니다.
중국산 농어야 숱하게 먹어봤고 2~3kg는 물론 4kg 대형도 먹어봤지만, 사실 저는 지금까지 농어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회 맛 좀 아는 분들은 '농어회 특유의 달달함'이라고 표현하던데 진짜 달달한 회 맛을 못 봐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예를 들면 쏨뱅이 같은)
어쨌든 지금까지 다양한 회를 접했지만, 농어만큼 특징 없는 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집의 농어 초밥은 단맛이 제법 느껴졌으며 찰랑찰랑한 식감도 인상적이네요. 제가 단골로 가는 OO수산에서도 4kg짜리 농어를 씁니다만,
숙성의 정도와 칼질에 차이가 있는지 농어만큼은 이 집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회는 그때마다 컨디션이 다르므로 다음에 방문했을 때도 이와 같은 맛을 내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동을 제외하고 주문한 메뉴를 찍어 봤습니다.


좀 전에 외형으로 알 수 없어 ???로 표기했던 초밥은 맛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사르르 녹는 배지근함.
황새치 뱃살(메카도로)이었습니다. (이건 너무 명확해 셰프에게 물어 확인사살 할 것도 없습니다. ^^;)


아카미는 선도가 좋고 담백한 것도 좋았지만, 조금만 더 두툼하게 썰었으면 하는 바람.


장어는 까실까실한 잔가시가 씹힌 게 흠이었지만, 오히려 밥(샤리)을 압도하는 크기에 잔가시의 단점 정도는 금새 가려졌습니다.


마무리는 우동

초밥을 한참 먹는데 우동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절 이상 먹자 '우동을 내올까요?'라며 직원이 물어오는데요.
만약에 이것이 사전에 짜여진 시스템이었다면 상당한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초밥과 우동은 늘 세트처럼 따라다니지만, 사실 우동은 초밥 맛에 집중하기에 좋은 음식은 아닙니다. 된장국도 마찬가지고요.
원래는 오챠(お茶)나 녹차로 입을 정리해가며 먹지만, 우리나라 정서에는 따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곁들임 음식이 포함돼야 흥행하는 까닭에 우동이라든지
속을 채워주는 음식이 포함돼야 호응을 얻습니다. 어쩌면 오더가 밀려서 늦게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손님의 식사 진척도에 맞춰 우동을 내는 집이라면,
꽤 섬세한 구석이 있는데요.



효자동 초밥 찾아오는 길 : 아래 지도 참조
네비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59번지
주차 시설 : 없음(일, 공휴일은 갓길에 주차 허용)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22시까지, 오후 3시 30분~4시 30분은 쉬는 시간, 매주 월요일 휴무


#. 줄 서서 먹는 효자동 초밥집
초밥의 질을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려면 거쳐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우선 가격 맞추기 어렵고요. 초밥 기술도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합니다.
생선도 어느 정도 큰 걸 사용해야 제맛을 내는데 그렇게 하면 단가와 타협이 어렵고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효자동 초밥은 '박리다매' 전법으로 초밥 질은 일정 수준이 되면서 단가와도 타협한 듯 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메뉴 구성에서 좋은 호응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효자동 세트는 이 집의 시그니처라 할 만큼 호응도가 높았습니다.

흠이라면, 밥(샤리)의 온도가 차갑다는 점. 여기에 전반적으로 밥이 달달한 편입니다. 
밥이 달달하니 간장 맛이 진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집 간장 맛은 매우 엷은 편입니다 .
원래 초밥은 찬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샤리의 적정 온도는 사람 체온(36.5도)과 비슷해야 섬세한 맛을 냅니다.
그래서 우리의 미각도 어떤 음식이든 약간 미지근할 때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끼게 됩니다. 
음식이 과하게 차가우면 비린 맛을 감추고, 과하게 뜨거우면 이것이 짠지 싱거운지 간을 잘 못 느끼게 되니까요.
그런데 밥(샤리)이 차다는 것은 정통과 거리는 있지만, 대중성을 겨냥하기에는 좋아 보입니다. 밥이 조금 달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 입맛에 잘 맞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집은 고급 스시 전문점도 아닌 대중을 겨냥한 곳이라 '초밥 초보'가 적응하기 좋습니다.
밥 뭉치는 조금 설겁게 쥔 편으로 젓가락질만 잘 하면, 밥알이 입안에서 잘 풀어지는 편입니다.
초밥이란 게 너무 단단히 뭉쳐도 안 되고 또 너무 설겁게 쥐면 쉬이 풀어지니 절묘한 밸런스로 쥐는 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초밥이 섬세한 요리인 이유 중에는 이런 조리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생선회와 관련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사람들이 줄 서가며 먹는다는 건데요. 
이 정도 가격에 좋은 생선회, 먹을만한 초밥을 가려내는 분별력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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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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