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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
계속해서 캐나다 여행기 이어갑니다.
3월 중순에 다녀와 지금까지 연재 중이지만, 캐나다는 아직도 저 풍경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부 지역은 6월이 되어도 눈이 안 녹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캐나다, 적어도 알버타의 국립공원은 해발 고도가 높아 봄이 늦는 편입니다.
그 와중에도 산 위보다는 산 아래에 봄이 먼저 찾아드는데 3월 중순임에도 주변에서 새싹이 돋는 등 파릇파릇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뒤에 보이는 침엽수림은 한겨울에 폭설이 내려도 이파리 하나 안 떨어지고 건재한 걸 보니 역시 냉수림은 냉수림인가 봐요.
재스퍼에 도착하고 첫날 일정은 한가로이 레이크 루이스를 둘러보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일정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죠. 이번에 찾은 레이크루이스는 가을에 찾았던 그때와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번, 포스팅에서 자세히 소개했으니 감상하시기 바래요. (관련글 : 캐나다 재스퍼 여행(1), 겨울왕국 실사판 '레이크루이스')
여기서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갔던 건 뚜벅이로서 별다른 묘수가 없었기 때문.
투어 버스를 이용했기에 수 킬로미터 떨어진 루이스 정션(휴게소)의 저렴한 식사를 이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들린 곳은 그 유명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레스토랑. 여기서 고른 메뉴는 샌드위치인데요.
먹고 나서 계산서를 보자 봄의 춘곤증이 단숨에 날아가더군요. ^^;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의 로비
성수기에 이 호텔을 이용하려면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유명한 곳입니다.
밴프의 유명한 호텔인 '밴프 스프링스 호텔'과 같은 계열사죠.
가장 저렴한 룸을 기준으로 검색해 보니 1박에 35만 원가량 하더군요. 2년 반 전, 이곳에 왔을 때 하루 쯤 묵으려고 했다가 예약 상황이 여의치 못해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호텔 내부만 둘러보고 말았는데요. 워낙 미로 같아서 중간에 해맨 적도 있었지요.
이번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곧장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 레스토랑
이곳은 이 호텔이 가지고 있는 세 개의 레스토랑 중 하나입니다. 창밖에는 얼어붙은 루이스호와 빅토리아산이 장관입니다.
랍스터 크로아상
크로아상 샌드위치라 되어 있어 주문했더니 무려 랍스터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어요. 다른 테이블은 여기서 일하는 웨이트리스가 서빙하는데 우리가 주문한 랍스터 크로아상만 주방장이 직접
가져오더니 테이블에 턱! 하고 내려놓고는 휙 가버립니다. 턱! 여기서 거짓말 조금 보태면 '꽝'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 테이블 충격음에 움찔했을 정도였으니 순간 불편한 정적 감이 흘렀고.
저와 프리파크님은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싶어 서로만 멀뚱히 보면서 사태 해석에 들어갔지만, 좀 전의 서빙 태도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샌드위치라고 해서 제 앞에 놓였는데요. 랍스타로 속을 채워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걸로는 양이 안 찰 듯싶습니다.
저는 랍스타 요리를 몇 번 먹어본 적도 없지만, 뉴칼레도니아에서 맛봤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거 먹다가 탈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입질의 추억은 생선회를 먹고 살아야 할 팔자라. ^^
킹크랩이나 대게도 어쩌다 먹는 연중행사인데 이렇게 랍스타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는 또 언제 맛보나 싶어 좀 전의 불쾌한 서빙은 잊고 내게 주어진
이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랍스타가 넘칠 듯 안 넘칠 듯, 제법 많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맛도 있었습니다.
크로아상과 랍스터, 그리고 여러 부재료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운 아스파라거스를 빵과 빵 사이에 넣은 것도 새로웠습니다. 그래서 랍스터로는 못 내는 씹힘을 아스파라거스가 대신해주었습니다.
크로아상은 버터 향이 폴폴 났고요. 모든 게 조화로웠습니다. 양은 많지 않아 게눈 감추듯 없어져 버린 게 여운으로 남네요.
점심시간이 되자 몇 팀이 들어오고
풍경 한 모금, 티 한 모금 마시는 아름다운 레스토랑 전경
창밖 풍경을 보니 이곳에서는 뭘 먹어도 다 맛있을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로 쓰린 속은 달래었지만, 이대로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메뉴판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그에 걸맞은 와인 한 잔을 주문.
캐나다산 아이스 와인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름은 매우 복잡했던 Vineland Estate Vidal, Canada와 Inniskillin Riesling, Canada.
기본 안주
간이 딱 좋았던 짭짤한 안주.
Inniskillin Riesling, Canada.
제가 마신 건 이니스킬린(Inniskillin Riesling)으로 스위트한 아이스 와인.
여기서는 2oz 한 잔이 $19로 비싸다는 생각을 했는데 검색해 보니 한 병의 가격이 210,000원이나 했군요.
허투른 와인을 비싸게 받는 그런 상술은 아닌 듯합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가득 좀 따라주지 ^^;
맛은 무진장 달았습니다. 달고 달고 아주 뒷맛까지 답니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와인으로 보이네요.
무작정 달기보다는 과일 향이 제법 느껴지는 와인이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아내를 위해 한 병 정도는 선물해 줄 수 있는 남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아내는 그럴 거면 돈으로 달라네요.)
바깥 풍경 한 번 보고 와인 한 잔 마시고.
그러고 앉아 있으니 봄의 춘곤증인지 스르륵 졸립습니다.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 두통이 오는데 지금 이 졸음은 행복한 졸음인 것 같아요.
그러다 가야 할 시간이 와서 계산하였습니다. 그런데 영수증을 보자마자 졸음이 싹 달아납니다.
와인 두 잔, 샌드위치 2인을 합하니 $90.30달러가 계산되었습니다. 거의 십만 원.
랍스터 크로아상이 $25불이었나 보네요. 한국 돈으로 치면 27,000원 정도.
뚜벅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가까운 레스토랑인데 들렀는데 그 결과는 가벼운 샌드위치 먹고 살짝 봉변당한 기분이랄까. ^^;
뭐 그래요. 아무렴 어때요. 여기는 레이크루이스니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줍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비쌌던 샌드위치. 그러나 그것을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음미했다는 것을 위안 삼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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