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원투낚시] 횟감의 황제 돌돔(줄돔)



"바다의 폭군, 횟감의 황제"

이렇듯 돌돔이 갖고있는 화려한 수식어에는 폭발적인 힘과 화려한 회 맛이 있습니다.
'이시다이(イシダイ)'라는 일명을 그대로 따온 '돌돔'. 여기서 '이시(イシ)'는 돌석(石)자의 '돌'이란 의미로 육질이 단단하다는 의미도 있고 돌 틈에
산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낚시꾼에게는 최고의 대상어이고, 어부와 상인에게는 고부가가치 횟감이며, 미식가들에게는 최고의 미어(味魚)로
칭송받는 최고급 횟감이죠. 마흔여섯 번째 어류도감 이야기의 주인공은 횟감의 황제 돌돔입니다.


■ 돌돔에 관하여
표준명 : 돌돔(농어목 돌돔과)

방언 : 갯돔(제주), 갓돔(제주), 시마다이(부산, X), 줄돔(전국), 칠돔, 뺀찌.
영명 : Rock Bream
일명 : 이시다이(イシダイ)
전장 : 80c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동중국해, 일본, 타이완, 하와이
음식 : 회, 초밥, 소금구이, 튀김, 탕, 찜
제철 : 10~3월(가을부터 겨울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사진 1> 돌돔 암컷

<사진 2> 돌돔 수컷

#. 돌돔의 생태와 특징

흔히 돌돔의 제철을 말하기를 '여름 어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10~3월을 제철로 규정했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돌돔이 잘 낚이는 철은 여름. 그런데 회 맛은 겨울이 맛있습니다. 이쪽에 정통한 돌돔 낚시 마니아의 의견을 들어봐도 여름 돌돔이 한겨울 돌돔 맛을
못 따라간다는 의견이 많았고 제가 맛 본 느낌도 그러했습니다. 잘 잡히는 시즌이 따로 있고 맛이 드는 시즌이 따로 있는 셈이지요.

돌돔 산란은 이르면 4월부터 시작해 6~7월에 집중됩니다. 8월은 산란을 마친 돌돔이 갯바위 주변으로 몰려 와 먹이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시즌 초인 초여름에 70m 이상 던질 수 있는 원투낚시에 부드러운 미끼인 '참갯지렁이(혼무시)'로 공략하고, 8~9월은 민장대로 갯바위 가장자리를
노릴 수 있습니다. 여름보다 겨울에 회 맛이 좋은 것도 돌돔의 여름 산란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돌돔은 비교적 따듯한 수온을 좋아하는 난대성 어종입니다. 먹이활동이 왕성한 수온(이를 적서수온이라고 함)은 15~20도 사이. 

"한평생 먹어치운 먹이만 해도 수 천만 원"

돌돔 식성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의 구절이 생각날 정도로 성장에 따른 먹잇감이 확연히 바뀌는 물고기.
유치원 때는 해조류 그늘에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빨아먹다가 초등학생이 될 즈음 작은 새우 등의 갑각류를 먹습니다.
감성돔, 참돔, 벵에돔은 몸집이 커져도 새우 같은 갑각류를 그대로 먹는 데 비해 돌돔의 입맛은 고급으로 변해 웬만한 먹잇감은 쳐다도 안 보는 지경에
이릅니다. 사람이 사 먹기에도 벅찰 정도의 고급 해산물인 전복, 오분자기, 성게 등을 게걸스럽게 분쇄해 먹는데 이때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는 게 바이스
같이 단단한 돌돔의 이빨이지요. 턱 힘이 강해 소라나 전복 껍데기 정도는 아작 내버리니 자칫 손가락이 들어갔다가는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낮에는 제법 떠다니는 돌돔 성어들

여기에 낚시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럭셔리 지렁이(?) '참갯지렁이(혼무시)'는 이름에서 풍기는 아우라뿐 아니라 한우 뺨치는 가격 때문에 돌돔 낚시꾼의
아내들은 주말마다 가계부를 보며 속을 태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100g당 만 원가량 합니다. 한우 1++이 100g당 9천 원선)
그렇게 돌돔 낚시꾼들은 바다의 폭군, 횟감의 황제를 얻기 위해 시퍼런 바다에 배춧잎을 여러 장 뿌려왔습니다.
어떤 돌돔은 낚시꾼이 뿌리는 홍합이라든지 성게 밑밥만 주워 먹는 영악한 녀석도 있습니다. 
오늘날 가까운 연안 갯바위의 물고기들은 낚시꾼이 뿌리는 밑밥에 웬만큼 적응되었다고 봐야겠죠.
무엇을 먹고 자라든 돌돔은 만 1년에 20cm, 2년이면 26cm, 3년이면 30~35cm, 그런데 이후부터는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집니다.

성어가 되면 단독으로 생활하는데 굴이나 바위, 수중 암초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먹이 사냥을 합니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굴이나 바위틈으로 들어가 해가 뜨길 기다립니다.
날이 밝아오면 제법 떠서 유영하는데 어린 돌돔뿐 아니라 40cm급 돌돔도 지형을 따라 꽤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지형 없는 허공에는 잘 뜨지 않으며 아래에 바위가 있을 때 그것을 끼고 몇 미터 이상 부상하는 걸로 보입니다.
유영 도중에는 먹이가 있어도 잘 먹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조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바로 앞에 먹잇감을 두고도 지나쳐버리며 이른 아침이거나
혹은 조류 방향이 바뀔 때 먹이 사냥에 나서는 특징을 가집니다.

참고로 돌돔은 맨눈으로 암수 구별이 가능합니다.
약 40cm급까지는 일곱 개의 가로줄 무늬가 있지만, 좀 더 자라면 수컷은 줄무늬가 사라지고 입 주변이 검게 변합니다. <사진 2> 참고.
반면에 암컷 돌돔은 다 자라도 줄무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예외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 저는 싱빙성 있는 자료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기존의 이론을 믿는 편입니다.  


양식 돌돔

#. 양식 돌돔과 자연산 돌돔의 차이
양식 돌돔을 횟집에서는 '줄돔'이라고 부릅니다. 부산 상인들은 돌돔을 시마다이로 부르지만, 이는 일본에서도 정식명이 아닙니다.
돌돔의 국명은 돌돔이고 일명은 '돌'을 뜻하는 '이시다이'. 어쨌든 이 돌돔은 한, 중, 일 어디서든 양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돌돔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본산 돌돔만큼은 길이 50cm, 무게 3kg에 육박하는 대형급 돌돔을 양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할 때 대형급 돌돔은 전량 자연산으로 구분해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의 양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50cm급 돌돔도 자연산이라고 속단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미세한 구분법이 있다면, 치아 상태와 부분별 지느러미 상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는 전문 다이버나 돌돔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인의 영역이므로 일반인이 구분하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힌트는 치아에 있습니다. 자연산 돌돔은 소라, 전복 등을 깨부수며 먹이 활동을 했으므로 치아 상태가 고르지 않고 거칠지만, 양식산 돌돔은 깨끗합니다. 

양식 돌돔은 생후 일 년이면 출하할 수 있습니다. 일 년 자란 돌돔은 약 20cm 내외로 흔히 '세꼬시' 용도로 들여옵니다.
맛은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어가 될수록 그 맛은 차이가 크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는 양식 돌돔을 먹어본 적 없어 이 구절만큼은 인용이 불가피합니다. ^^; 


돌돔 낚시를 준비하는 풍경


돌돔의 대표적인 미끼인 참갯지렁이(혼무시)

#. 돌돔과 낚시

낚시꾼들에게 돌돔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자 환상의 물고기였습니다.
사대 천황(참돔, 벵에돔, 감성돔, 돌돔) 중 최고 으뜸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시세 또한 4대 돔 중 최고가입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소비자가 기준으로 1kg당 10만 원 전후입니다.  
이것도 양식일 경우이고 자연산 돌돔은 좀 더 올라가는데 이 때문에 해마다 여름이면, 돌돔을 낚아 횟집과 직거래하는 꾼들도 있다고 합니다.
50~60cm 한 마리면 출조 경비를 뽑고도 남겠지만, 한 마리를 낚아내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겠죠.

이는 대물급 돌돔의 제한적인 출몰도 크게 한몫하였습니다. 지금 수온이 많이 높아져 연안 앞바다에서도 돌돔을 만날 수 있지만, 대물급은 역시
원도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경비도 경비지만, 성게나 참갯지렁이, 심지어 참소라와 전복까지도 동원해야 하기에 한 번 출조 시
들어가는 낚시 비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수백만 원어치는 족히 넘는 돌돔 장비를 논외로 하고 말이죠.
어쨌든 돌돔 낚시는 공을 많이 들이는 만큼 낚았을 때의 성취감 또한 다른 어종 중 최고입니다.
주요 시즌은 4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지만, 핫시즌은 역시 6~8월로 제주도, 추자도, 거문도, 여서도, 관탈도 등 먼 섬에서 행해집니다.

일단 걸어보면 초반부터 처박는 힘이 가히 폭발적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쿡쿡쿡이 아닌 낚싯대 자체를 갖고 내려가는 게걸스러운 입질에 당황하는 꾼들도 많은데요.
벵에돔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돌돔은 힘으로 제압하면 할수록 더 처박는 습성이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위나 수중여를 찾아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낚싯줄 텐션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혹은 너무 당겨서 좁아지는 각도에 여쓸림이 생겨 놓치는 일도 허다합니다. 
찌낚시로 돌돔을 상대할 때는 강한 구속이 오히려 돌돔을 자극해 암초로 처박게 하므로 적당한 텐션으로 긴장감을 완화해 밖으로 도망갈 틈을 주는 것도
돌돔 파이팅의 요령이라고 들었습니다. 원투낚시는 강제 집행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버릴 게 없는 돌돔 내장

일명 뺀찌 구이


돌돔회

#. 돌돔의 식용
돌돔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착한 횟감입니다.
창자와 간, 위장은 살짝 데쳐서 기름장에 찍어 먹으며 쓸개는 좌빈의 연장자나 허약 체질이 술에 타서 먹습니다.
돌돔 쓸개는 수년간 소화했었던 전복, 오분자기, 성게의 영양소가 응축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먹으면 일 년간 잔병치레가 없다는 말이 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고 해마다 돌돔을 잡으러 다니는 전문 낚시꾼의 전언입니다.

길이 30cm 이하의 뺀찌는 가볍게 칼집을 낸 다음 천일염을 쏠쏠 뿌려 굽거나 튀겨먹습니다.
돌돔구이는 살이 담백하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돌돔 특유의 쫀쫀한 식감이 발군입니다. 포슬포슬한 맛은 없지만, 구이에서도 '쫄깃한 식감'을
느끼고 싶다면 돌돔구이를 드셔 보십시오. 

생선회는 더는 말이 필요없는 명실상부 최고의 횟감!
살이 단단하지만, 입에 남지 않고 잘 씹혀 넘어가는 차짐. 그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해초향, 지나치지 않은 고소함은 돌돔회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중 가장 압권은 돌돔 특유의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에 있지요. 마치 사과를 베어문 듯 사각하게 씹히는 식감은(제가 자연산밖에 안 먹어봐서 양식산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어종에서도 맛 보기 어려운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러한 식감이 지나쳐 턱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더군요.
5월의 돌돔은 식감이 좋았으나 맛까지 좋게 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심심하였습니다.
그것이 숫놈이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일각에서는 숫놈 보다 암놈이 더 맛있다고 하고, 또 어디서는 둘 다 비슷하다고 함) 차라리 저는 가을에 먹은
돌돔회 맛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식집에서는 너무 비싸 서민으로서는 먹을 엄두가 안 나는 돌돔. 가장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기는 방법은 수산시장을 찾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평이 괜찮고 SNS나 블로그를 십분 활용해 양심판매를 선언하는 업체(수산)라면, 여럿이 가서 적당히 흥정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추신
오랜만에 어류도감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제 블로그는 당분간 낚시와 여행 포스팅을 자제하고 어류도감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이니 양해 바랍니다.

<<더보기>>
[제주도 돌돔 낚시] 자연산 돌돔 시식기
[돌돔 낚시] 찌낚시 채비로 돌돔 낚시 방법
식용 바닷물고기(교학사)의 오류를 바로 잡습니다.
돌돔 감성돔 회뜨는 법(생선회 뜨는 방법, 회뜨기, 생선손질하기)
제주도 낚시 21부, 제주도 관탈도(마당여)에서 90분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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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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