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재스퍼 여행(2), 거리를 점령한 엘크 무리

 


재스퍼(Jasper), 캐나다 알버타

로키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친 곳에 있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 재스퍼.
재스퍼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친환경 마을의 전형입니다.
몇 블록짜리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주변이 호수와 산간지방으로 뒤덮여있어 야생동물의 보고이기도 하지요.

"곰, 코요테, 무스, 엘크, 독수리 등등"

하루는 투어버스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는데 거리에 진을 치고 있는 사슴 떼를 봤습니다. 엘크(Elk)입니다.
2년 반 전에도 길을 가다 엘크를 봤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리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것도 늘 있는 건 아니고 해질 때 철도가 있는 산책로에서 풀을 뜯어 먹는 걸로 보아 얘네들이 출현하는 시각과 장소는 어느 정도 정해진 듯합니다. 
바로 '엘크 포인트'. 그 현장으로 가 봅니다.




그리셋 산(2,600m)과 드로모어 산(2,402m)의 그림 같은 풍경

철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재스퍼 역이 나옵니다.
이 철도에는 관광 열차로 유명한 '비아 레일'을 비롯해 화물차들이 오가는데요. 화물차 길이만도 무려 4km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한 대 지나가는 것만 해도 몇 분이 꼬박 소요될 정도지요. 이 철도는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 밴쿠버까지 오가는 대륙횡단 철도이기도 합니다.
철도 앞쪽은 산책할 수 있는 작은 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흔히 발견되는 게 있습니다.



커피가 아니에요. 

이것의 정체는 바로 엘크의 배설물. 커피나 검은 콩 아니에요. 이런 게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는데요.
산책할 때는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만, 주위를 둘러보니 어쩌면 산책 자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어린 엘크(Elk)

주로 저녁에 나와 먹이활동을 하는 듯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 다가서자 풀 뜯기를 멈추고 경계태세에 돌입하는 엘크

"오로지 사진만 찍기 위해 왔다구. 안심하게 친구"

경계태세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군집을 이루고 있으니 자칫 녀석들의 성질을 건드렸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에.
하긴 이곳의 엘크들은 뿔이 나지 않은 어린 개체이고 짝짓기 시즌이 아니므로 그리 위협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피하는 건 사람이 아닌 엘크. 열심히 풀 뜯으면서도 시선은 제게 있는 경계가 쉬이 풀리지 않는군요.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면, 얘네들도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풀 뜯기를 계속합니다.

지금은 비록 엘크 무리가 철도와 산책로를 점령해 버렸지만, 애초에 먼저 침입한 건 인간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원래는 철도가 깔렸었던 시절보다 없었던 시절이 훨씬 길었을 테니. 어쩌면 저도 녀석들의 식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가까지 다가가 디테일하게 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또 욕심 같아서는 작은 교감이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촬영은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저도 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지 않기에.



일부 개체는 식별장치를 달아 관리되고 있는 듯




4km짜리 화물차는 하염없이 지나가고 엘크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
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어디가 천국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마주한 엘크 무리가 이날 멋진 모델이 되어줌에 감사함을 느끼며 빠져나왔습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야생동물과 마주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입니다.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이 일이 저는 좋습니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나누는 작은 교감.
그것이 낚시가 될 수도 있고 등산이 될 수 있으니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예쁜 마을에서 야생동물까지 만날 수 있었던 건
재스퍼(Jasper)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아프리카 사파리도 아닌 데도 이렇게 많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때묻지 않은 자연만이 내주는 축복 같습니다.
내친김에 제가 목격한 엘크가 정확히 어떤 사슴인지도 알아보았습니다.


#. 놀랍게도 엘크는 한국에 서식 중
참고로 지금까지 보여드린 '엘크(Elk)'라는 사슴은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엘크의 주 서식지는 북미지만, 서아시아 대륙에도 분포한다고 나와 있거든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엘크는 개체 수가 매우 적어 희귀합니다.
관련 뉴스를 찾아보니 작년 가을에는 전남 나주에 엘크가 출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는군요.
그래서 이 종을 포함하여 북미 대륙에 서식하는 사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뿔 없는 무스(Moose)

뿔 난 무스의 모습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슴 종이 바로 '무스'입니다. 정식명은 '말코손바닥사슴'으로 '유라시안 엘크'라 불리기도 합니다.
처음 사진은 2년 반 전, 아내와 함께 캐나다를 찾았을 때 우연히 숲 속에서 마추쳤는데요. 몸집은 거대한데 뿔이 없어 암놈으로 추정합니다.
높이만도 2m가 훌쩍 넘는 이 거대한 사슴이 전방 30m 앞에 출현했지만, 생긴 건 순해 저도 별다른 동요 없이 촬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늦가을, 짝짓기 시즌이 되면 이러한 사슴 종류는 성질이 매우 난폭해지므로 가까이 다가가거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뿔이 손바닥처럼 넓은 게 상당히 인상적인 사슴이죠. 저 뿔은 다 자란 게 아닐 겁니다.
어떤 개체는 뿔만 사람 몸집만해 엄청난 포스를 뿜습니다. 그런 녀석과 대면했어야 했는데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마주치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레드디어(Red Deer)

레드디어는 에드먼턴과 캘거리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지만, 레드디어라는 사슴 종류가 있습니다.
엘크보다 털 색이 약간 붉어서 '레드'란 말이 붙었는데 외형적으로는 엘크와 다를 게 없어 일부 학자들은 같은 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더 알아보니 레드디어는 엘크와는 다른 종이더군요. 아래 사진이 엘크인데 뿔 모양이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엘크는 맨 뒤에 난 뿔이 두 갈래밖에 갈라지지 않지만, 레드디어는 사람 손가락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는 게 이들 종의 차이라고 합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비교하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군요. 
레드디어는 원래 영국에서 서식하는 육지 동물로서는 가장 큰 사슴이지만, '녹용'을 활용하기 위해 들여왔다고 전해집니다.


엘크(Elk)

재스퍼에서 볼 수 있는 사슴은 엘크가 가장 많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사슴도 어린 엘크인데 성장하면 위의 모습처럼 됩니다.
정식명은 "와피티사슴"이며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 많이 분포하는 거대 사슴입니다.
사진은 2년 반 전에 차를 몰고 가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찍은 건데 뿔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고 멀찌감치 서서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해서 북미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슴 종류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야생동물이건 물고기이건 혹은 우리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건,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실이 많은 세상이네요. ^^
캐나다 재스퍼에 오시면 다운타운 쇼핑도 좋고 여러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야생동물과 조우하는 기쁨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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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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