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해금강에서 벵에돔 낚시 농락 사건




AM 5:00 출항

이번에도 출조점을 통해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거제도 해금강.
원래대로라면, 한창 감성돔 피크 시즌을 맞는 격포를 다녀왔어야 했지만, 올해 유난히 조황이 저조하더군요.
비록 시즌은 짧지만, 한번 폭발하면 4짜 5짜 감성돔을 여러 마리 배출하던 5월의 격포 시즌이 그야말로 '맛이 가버린'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기수를 돌려 해금강으로 출발. 그곳에는 이미 벵에돔 낚시 시즌이 시작되었는데요.
현지 낚시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채비하는데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벵에돔 입질이 억수로 예민하다는 것."

구멍찌로는 도저히 입질 파악이 안 돼, 발포찌라고 하는 새끼 손톱 크기의 스티로폼 찌 3개를 원줄에 연달아 끼워야 한다는 점.
수면에 늘어진 발포찌의 움직임을 보고 채야만 후킹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기는 수온의 등락 폭이 커서 벵에돔 입질이 매우 예민할 때입니다.
먹이를 흡입해도 한 번에 삼켜 고개를 돌리는 일이 드물고요. 대부분 먹이를 쪼아 먹거나 살며시 입에 물고만 있는데요.
그러한 벵에돔의 습성을 상상하자니 이 발포찌라는 '어신을 쉽게 포착하기 위한 채비'가 일면 이해가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발포찌란 것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그냥 제 몸에 익숙한 채비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발포찌를 안 달아도 어신을 캐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거제도 해금강에서 벌어진 '벵에돔 낚시 농락 사건'. 새로운 낚시 패턴의 흡수를 절실히 깨달은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하선 중

발판은 괜찮았으나 자리는 무척 협소한 직벽 자리

이번에도 평일에 다녀와 모처럼 포인트 경쟁 없이 한가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출조점 인원은 총 네 명뿐.
그 덕에 그레이스를 타고 왕복했기에 허리가 좀 아프네요. ㅠㅠ
제가 자리한 곳은 해금강 선착장에서 5분도 안 걸리는 내만권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고 사방여 앞 직벽 자리라 근방에서 낚시하는 분들은
어딘지 아실 겁니다. 3년 전, 가을에 감성돔 손맛을 봤던 곳이기도 했지요.

거제도 해금강 일대는 잡어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여수나 제주도에서는 크릴 밑밥을 섞어도 상관없지만, 이곳 거제도만큼은 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 잡어가 들끓어 크릴 밑밥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크릴 섞으면 그날 낚시는 황. ^^

그래서 빵가루와 집어제만으로 밑밥을 구성했습니다. 낚시점에서는 이 둘을 혼합한 제품이 나와 있어 그것만 사용하기로 하였는데요.
총 다섯 장을 사용했고 그중 세 장만 해수와 반죽한 다음 나머지 두 장은 여분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벵에돔 미끼

미끼도 크릴 사용을 자제하고 벵에돔 전용 떡밥을 썼습니다. 
일반적으로 잡어가 많을 때 '빵가루 조법'이라고 해서 콩알만 하게 빚은 뒤 바늘 속에 감추는 식으로 많이 사용했는데요.
이 제품은 처음부터 그렇게 사용하라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울 듯해요.
제품이 굉장히 질어서 손으로 비벼도 잘 안 뭉쳐집니다. 비비면 비빌수록 질고 끈적거리는 글루텐만 손가락에 달라붙게 되죠.

손가락에 달라붙으면 달라붙을수록 더 안 뭉쳐집니다. 그러니 낚시 수건에다 손을 닦아가면서 빚어야 합니다. 
요령은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를 이용해 빠르게 비벼주는 데 있습니다. 대략 타원형으로 빚었다면, 가운데다가 바늘을 대고 살짝 눌러줍니다.  
그러면 바늘 양옆에 남은 글루텐을 접어서 바늘을 감출 수 있죠. 마무리로 다시 손으로 비벼 아래와 같은 모양을 만듭니다.


대략 물방울 모양처럼 만듭니다. 바늘은 벵에돔 4호를 사용했습니다. 바늘을 충분히 감싸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요.
저처럼 파래 색 바늘을 사용하면 설겅히 뭉쳐서 바늘이 살짝 보여도 입질 받는 데는 문제없었습니다.
떡밥 크기는 사진에 나온 저 정도가 적당해요. 너무 크면 벵에돔이 한 번에 흡입하지 못하므로 어신 전달이 더딥니다.

저는 여기까지의 내용을 낚시 후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
질척한 떡밥에 손가락이 겨우 적응될 즈음, 낚시는 끝나버린 것입니다. 쩝.


이날 포인트에 함께 내린 분은 블로그 독자인 최필님.
주로 감성돔 낚시만 했다가 이번에는 벵에돔 낚시를 배우러 오셨습니다.



그나저나 복병이 있었네요. 이곳은 유람선이 꾸준히 다녀 소음에 취약한 벵에돔이 어떻게 입질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해금강 벵에돔이 수 분 간격으로 다니는 유람선 소음에 적응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소음이 벵에돔 유영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유람선이 뜨기 전까지는 편광안경에 보일 정도로 수면 가까이 피어올랐는데요. 
유람선이 지나가기만 하면 숨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벵에돔 낚시는 편광안경이 없으면 찌 보기가 매우 어려워요. 이는 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데요.
맨눈으로 찌 보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시즌의 벵에돔은 줄을 가져갈 만큼 시원한 입질이 없고 대부분 건드리다 뱉는 식이어서 빠른 어신 캐치와
신속한 챔질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구멍찌도 아주 예민한 제로찌를 써야 했고, 그렇게 사용했다더라도 어신이 구멍찌에 닿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그럼 뭘 보고 채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수중쿠션(찌 멈춤봉)의 움직임을 보고 채는 편이고 이것이 벵에돔 낚시에서 일반적인 어신 캐치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벵에돔 어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 수중쿠션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날은 편광안경을 써도 수중쿠션이 수심 2m 밑으로 가라앉아버리면, 어신을 볼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차단되는 셈입니다.
그때부터는 장님 낚시나 다름없는데요. 그래서 사용하게 된 게 발포찌입니다. 발포찌를 2~3개 정도 끼우면, 수면에 떠서 어신을 알려주므로 예민한 
벵에돔 낚시에서는 제격입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발포찌 없이 제게 익숙한 채비로 하였습니다. 

캐스팅하고 밑밥을 뿌리고(이 순서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 수중 쿠션을 주시합니다.
처음에는 찌에 붙어 있다가 채비가 정렬되면서 서서히 내려가는데요.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주시합니다.
벵에돔이 수심 2~3m 이상 부상하면, 수중 쿠션에 어신이 오는데 처음 입질은 겨우 5cm가량 이동한 걸 보고 챔질하였습니다.
챔질은 학공치 낚시하듯이 손목 스냅으로 가볍게 챘습니다. 안 그러면 공중으로 솟아올라 채비가 엉키므로 강도에 주의해야 합니다.


잔씨알의 벵에돔

입질이 엄청나게 까다롭네요. 낚시점 사장님 말대로 구멍찌에는 반응이 오질 않고 대부분 수중 쿠션의 움직임을 보고 챘는데 이것도 겨우 5cm씩 '찍'하고
움직였을 때 바로바로 채주는 식으로 해야 입술 끝에 겨우 걸려서 올라오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낚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뭐 어떡하겠어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에 따라야죠.

다만, 평소에 안 하던 낚시 패턴에 집중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수중에 일렁이는 수중 쿠션을 보고 있자니 눈도 아파오네요.
이런 낚시, 시력 안 좋으면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죠. 제 시력이 0.3~0.4 수준인데 도수가 들어간 편광안경이 있어 가까스로 어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어신을 보는 거리도 전방 20m까지가 한계입니다.
이날처럼 아침 햇볕이 들어와 수면에 산란을 일으키면, 맨눈으로 어신을 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됩니다.

"입질은 엄청나게 예민한데 찌와 수중찌는 보이지도 않고"

현지 낚시점 사장님 조언대로 발포찌를 달아서 했다면, 아마도 조과는 3배 이상 상승했을 거에요.
하지만 스스로 고집을 부리다 벵에돔에게 농락당하는 일만 벌어졌습니다.
위 사진의 벵에돔을 다섯 마리가량 잡았을 때였습니다. 수면에 피어오른 녀석은 다 고만고만한 씨알.

그 이상 잡아봐야 의미 없다고 생각한 저는 조금 더 큰 씨알을 낚아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습니다.
씨알 선별 중 가장 무난한 방법은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이'노리는 것인데 발포찌가 없으니 어신을 포착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자고 온 낚시인데 예민한 벵에돔 낚시에 제가 맞추려다 보니 제 기분만 되려 예민해졌습니다.


반면, 최필님은 철수 직전까지 0마리를 기록.
이 무지막지한 벵에돔 낚시 패턴에 두 손 두 발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라고 말했지만, "이런 낚시는 나랑 스타일이 너무 안 맞아서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하여간 된통 데였나 봅니다. ㅠㅠ


남아 있는 벵에돔을 사진에 담고 모두 집으로 귀가시켰다.

이날은 낚시 시작부터 철수 때까지 잡어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보통 잡어가 있는 날에는 빵가루 밑밥을 뿌려도 곧잘 부상하던데 이날은 어쩐 일인지 다 숨어버리고 잔챙이 벵에돔만 부상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광안경을 준비 못 한 최필님은 온종일 벵에돔에게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이러한 낚시 패턴은 5월까지 이어질 전망인데요.
편광안경은 절대 필수입니다. 발포찌도 필수입니다. 밑밥은 크릴을 섞지 말고 빵가루와 파우더만 섞으시고요.
발포찌 없이 하면 저처럼 눈에 레이져를 켜고 수중쿠션을 봐야 하는데 공략 거리가 멀거나 좀 더 깊이 내리면 효율이 많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6월부터는 줄을 가져가기 시작하니 발포찌 없이 일반 제로찌로 낚시가 될 거라 합니다.


이날 사용한 채비

#. 나의 채비와 장비
낚싯대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X 4-2-4 0호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1번으로 변경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서스펜드 타입)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2호로 직결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5호를 쓰다 4호(파래색)로 변경.
봉돌 : 무봉돌로 하다가 막판에 g7 하나 물림


채비는 제로찌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벵에돔이 떠서 문다는 조언에 목줄은 2m로 짧게 줬고 봉돌은 물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중천으로 뜨고 만조에 다다르면서 더욱 활성도를 기대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소강상태로 빠져 채비를 0호에서 01번(0c 부력)으로 교체.
g7번 봉돌을 수중쿠션 바로 아래에 달아 수심 3~4m까지는 내려보았지만, 추가로 입질 받는 데는 실패하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좀 더 과감히 중하층을 더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벵에돔 낚시를 하면서 유영층이 수시로 바뀌는 걸 보았습니다. 크게 네 번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 오전 6시 : 입질 없음(부상 안 함)
- 오전 7~9시 : 수면 가까이 부상(이때가 간조)
- 오전 9시~10시 : 2~3m 층에서 입질(아마 유람선의 여파로 생각 됨)
-  오전 10시~12시 : 수심 5m 이하로 내려감(만조에 다다르면서 활성도 저조 현상)


한 마리는 벵에돔 회 맛을 보고 싶다는 최필님의 성화에 내드렸습니다.
그래도 30cm급은 잡아다 회 떠 먹으려고 준비해 온 건데 잔 씨알을 떠먹으니 쑥스럽네요.
맛만 보자고 한 마리 떠 먹었고 나머지는 방생했으니 이걸로 죽자고 달려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좋기도 하겠수 ^^


철수하고 돌아오자 근사한 음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거제도 해금강의 '낚시인의 집'을 이용했는데요. 사장님께서 우릴 위해 벵에돔 회와 튀김까지 준비해주셨습니다. 이런 황송할데가.
참고로 사장님은 저를 모르십니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온 출조객을 위해 서비스해 준 거랍니다.


벵에돔 튀김

이곳 거제도 벵에돔은 작아서 풋내가 날 줄 알았는데 잡내가 없고 고소하더군요.
확실히 벵에돔은 원도권보다 내만권에서 잡힌 게 더 맛있습니다. 그 이유는 내만권 벵에돔이 꾼들이 주는 각종 밑밥에 길들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특히, 꾼들이 뿌려대는 크릴 밑밥이 벵에돔의 육향에 지대한 영여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해요.
반면에 대마도에서 잡은 벵에돔을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지금도 꺼내서 먹는 중인데 어떤 건 풋내가 나기도 하였습니다.


뼈까지 바짝 튀기니 훌륭한 술안주가 되고

벵에돔 껍질회(일명 유비끼)

그 사이 사장님이 직접 나가 세 시간만에 20여 수를 하고 오셨답니다.
벵에돔 낚시 부분은 경남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 ^^


해물탕


조과는 미약했으나 음식은 심히 창대하였다는 ^^;

오늘 조행기는 일반 낚시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거제도 전역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해금강에서 벵에돔 낚시를 할 때 이 조행기가 도움되었으면 합니다.
5월까지는 예민한 입질이 이어질 전망이고 6월부터는 원줄을 빨고 가는 입질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출조지의 대상어는 아마 참돔일 확률이 있을 듯합니다. 올해 여름은 참돔과 한번 친하게 지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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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및 거제도 해금강 낚시 문의
인천피싱클럽 : 010-5352-1317
낚시인의 집 : (055)63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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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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