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미 달인이 보여준 간재미 회무침과 찜 요리 

 

어제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농어 주낙 현장을 둘러본 저는 진도 시내로 왔습니다.
이곳에서만 수십 년째 간재미 요리를 해오셨다는 분은 능숙한 솜씨로 간재미를 손질해 나갔습니다. 



간재미 손질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일반 생선과 다르고 손질법도 생소합니다만, 가운데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는 건 비슷합니다.



다만, 등에도 가운데 척추뼈를 피해 양쪽에다 칼집 내줍니다. 이렇게 칼집을 내야 거기서부터 껍질을 벗겨내기가 쉬워집니다.
손질법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제가 직접 해보고 올려드릴게요.


탕거리에 사용될 간재미 부산물

간재미 껍질은 뺀찌와 같은 도구로 잡아서 벗겨냅니다.
그런데 간재미는 죽은 후 껍질에서 끈적한 체액이 많이 나오는 생선이라 껍질 벗기기 전에 모두 걷어내야 합니다.
과거에는 신문지로 걷어내거나 혹은 막걸리 식초로 헹구곤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도구를 사용해 벗겨내는 쪽으로 작업이
굳혀졌다고 합니다. 수년간 쌓은 노하우의 결과물인 거지요.


손질을 마친 간재미입니다. 깔끔하게 되었죠?


회무침은 그 상태에서 뼈째 썰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먼저 살이 많은 날개 지느러미살을 중심으로 잘게 썰어냅니다. 가운데 몸통은 억센 척추뼈를 피해 빗겨 썰거나 도려냅니다.
워낙 싱싱한 거라 따로 식초나 매실액 등에 담가 잡내를 빼는 등의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썰어서 무칩니다.


여기에 갖은 양념과 채소를 넣고 버무립니다.
채소는 무와 미나리. 양념은 고춧가루, 식초, 설탕, 깨소금, 참기름, 소금이 약간 들어가며 그 외에는 일절 넣지 않습니다.
깔끔한 맛을 위해 고추장 종류도 넣지 않는다고 해요.


한쪽에는 간재미 탕이 끓고 있습니다.



간재미 찜은 찜기에 넣어 찌다가 막판에 미나리를 넣고 마무리한 뒤에 접시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준비된 양념장을 끼얹어 완성했습니다.
간재미 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해 보입니다. 저 양념장 비법은 빼고 말이지요. ^^


간재미 찜

매콤한 양념을 끼얹어 입맛을 돋우게 하는데요. 살이 정말 부드럽고 자체에서 감칠맛이 돌아 입안에서 풍부한 맛의 충돌이 느껴집니다.


간재미 회무침


그리하여 간재미 회무침, 간재미 탕, 간재미 찜까지 3종 세트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구구절절한 맛 평을 생략하겠습니다.
이보다 싱싱할 수 없는 훌륭한 음식 앞에 제 입도 다물었습니다. 한마디로 말이 필요 없는 맛. 
사진으로 감상하고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생강과 뿌리 식물의 일종인 울금으로 만든 막걸리

울금 막걸리와 간재미 회무침의 만남

남은 회무침에다 밥을 비벼 먹으면 간재미 회덮밥

#. 간재미는 삭혀서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이쯤에서 간재미 상식 하나 알려드리고 글을 마칩니다.
말은 '간재미 상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혀 몰랐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미래에 상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은 홍어과 생선에서 나는 '요소' 즉, 발효에 의한 암모니아 성분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제 글 '자연산 농어 기행(간재미 농어 된장 라면, 들어는 보셨소)'에서 간재미 라면을 먹고 난 후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고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날, 여러 간재미 요리를 먹고 나서 가게를 나서는데 역시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를 느꼈습니다.
홍어과 생선의 암모니아는 껍질과 표면에 있는 '요소'가 발효되어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과거에 운송과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한 선비가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홍어를 먹었는데 배탈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콤콤한 암모니아 향에 맛을 들였고 이것이 오래되어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오늘날까지 홍어를 삭혀 먹게 되었습니다.

홍어가 상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요소'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요소는 일반 생선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생선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합니다. 요소 양이 매우 적기 때문이지요. 홍어나 가오리과 어종은 요소 양이 많아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으며 발효된 암모니아의 톡 쏘는 맛에 사람들은 매료되었습니다. 

간재미도 마찬가지로 요소가 많은 생선입니다. 그런데 시중에는 간재미를 삭히면 발효가 안 된다고 믿는 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홍어는 삭혀야 제맛이지만, 간재미는 삭히면 썩는다는 잘못된 상식을 그대로 믿게 된 겁니다.
그러나 지난 편인 '간재미란 어떤 어종인가?' 에서도 밝혔듯이 간재미와 홍어는 '같은 종'입니다.
어류 분류학상 간재미는 홍어와 같은 종이 되었고 원래 홍어라 이름 지어진 어종은 현재 흑산도 명물인 '참홍어'로 승격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간재미는 가오리나 그의 새끼가 아닌 그냥 '홍어'입니다. 
지금까지는 간재미와 홍어를 다르게 취급하였습니다. 학술지에 기술된 '학명'도 서로 달랐죠.
이제는 종을 구분하는 유전자가 같다는 것이 판명된 만큼 같은 종으로 취급해야 함이 옳습니다.

간재미도 삭혔을 때 요소가 트리메탈아민과 암모니아로 발효되는 것은 (참)홍어와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먹는 간재미는 사이즈가 작고 생물로 들어와 산지에서 대부분 소비되므로 굳이 삭혀 먹을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 말하는 "간재미는 홍어와 달라 삭히면 썩는다."는 주장은 직접 삭혀보지 않은 이들이 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평생 간재미와 함께 했다는 식당 주인은 간재미도 (참)홍어처럼 똑같이 삭혀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간재미 요리를 맛있게 먹은 저는 식당문을 나서면서 입안에 암모니아 향이 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입을 다문 채 코로 숨을 내쉬자 콤콤한 암모니아 향이 더 잘 전달되었습니다. 발효되지 않은 생물 간재미를 먹었는데 왜 암모니아 냄새가 났을까요?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심증은 있습니다. 전날 맛보았던 간재미 라면과 이날 먹은 간재미 탕에는 '끓인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간재미나 홍어를 끓이면 요소가 분해된다거나 하는 사실관계는 제가 전공이 아니라 알 수 없었지만, 식사후 30분이 지났을 무렵부터 코로 숨을
내쉬었을 때 약하게나마 홍어 삭힌 냄새가 났던 것으로 보아 어쩌면 제 위장에서 분해된 요소가 올라온 건 아닌지 우스개 추론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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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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