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우도 참돔 낚시(2), 진격의 먹방 야영낚시


체력 소모가 많은 야영 낚시를 즐겁게 하려면 일단 잘 먹어야 합니다. 낚시가 안 될 때는 낚싯대를 과감히 놓고 쉬어주는 지혜가 필요하고요. 여름에 주로 하는 야영 낚시에는 더위와 모기 그리고 체력 소모라는 적이 반드시 따라 붙습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래서 야영 낚시의 짐은 이삿짐을 방불케 합니다.

한여름에는 30도가 넘어가는 뙤약볕을 피해 비박 낚시가 성행합니다. 오후 4시쯤 갯바위에 도착해 밤을 새운 뒤 다음날 오전에 철수하는 일정인데요. 울퉁불퉁한 갯바위에서 텐트치고 비박해야 하므로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여러모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도한 것은 1박 2일 야영 낚시로 비박 낚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갯바위 체류 시간이 길었습니다.

새벽 4시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꼬박 서른 시간을 있어야 하니 이건 영락없는 정글의 법칙, 아니 갯바위의 법칙이었죠. 서른 시간은 제 낚시 인생에서 가장 긴 갯바위 체류 시간으로 당분간은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날 생애 처음으로 갯바위 낚시를 경험한 영준씨는 그 누구보다도 빡시게 입문한 셈이 돼버렸습니다.


 

덕우도 참돔 낚시 첫날, 아침 조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세 시간 조과입니다. 담그면 입질이 들어오는 호상황치고는 마릿수가 넉넉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사진 촬영이라는 시간 잡아먹는 하마가 있었기 때문이지만요. 이제는 입질이 뚝 끊겨 쉬어갈 타이밍을 바다가 내 준 것 같습니다. 서른 시간이라는 기나긴 야영 낚시에는 뭐니뭐니해도 체력 안배가 중요할 것입니다. 더운 날,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셔줘야 하겠고요.


텐트나 그늘막을 쳐서 한낮의 땡볕에는 기어들어 가 낮잠을 자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딱 마라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낚시 마라톤. ^^ 이제 식사를 위해 한 마리 꺼내 회를 칠 텐데요. 참돔, 양태, 성대, 쥐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을 잡았기에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그중 제가 선택한 횟감은 지금 계절(6월)에 가장 맛있는 제철 생선입니다. 봄에 맛있는 참돔은 이미 늦어버려 제외하고요. 


봄부터 여름까지 맛이 오르는 어종을 꼽으라면 쥐노래미와 양태(장대)가 있습니다. 양태는 횟감보다 미역국이나 맑은탕(지리)에 적당해 좀 전에 영준씨가 낚은 쥐노래미 한 마리를 회 뜨기로 하였습니다.


아가미뚜껑을 젖혀 정중앙(심장)을 찌른 뒤 해수에 담가 피를 뺍니다.


3~4분 뒤 건져내 대가리와 내장을 분리하고요. 해수로 한 번 씻어준 후 도마에 올렸습니다.



여기까지 포를 떴다면 꼬리를 끊지 말고 이 상태에서 바로 껍질 탈피에 들어갑니다.


회 뜨는 방법이야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테고, 여전히 모르겠다는 분도 계실 테니 제 글을 링크해 놓겠습니다.
(관련글 : 놀래미 회뜨는 법, 깔끔하게 손질하기)


그리하여 완성된 갯바위 한 상, 그 옆에 도시락까지

자연산 쥐노래미 한 판(가격은 미정 ^^)

대충 세팅했는데도 꽤 먹음직스럽네요. 저는 회를 먹을 때 쌈 채소를 이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쌈 채소와 쌈장이 있어야 뭔가 구색을 갖추었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상추, 쑥갓, 고추, 그 뒤로는 오이와 당근 스틱, 양파, 여기에 좀 전에 잡은 자연산 쥐노래미 회까지. 그냥 이렇게 내다 팔아도 되겠는데요. ^^;


이런 야영 낚시에서는 단백질도 중요하지만, 채소의 비타민 섭취도 아주 중요하니 단순히 구색 맞추기의 일환으로 올려놓은 건 아닙니다. 고추냉이는 303 와사비 제품을 사용합니다. 인터넷에 주문하면 8천 원도 안 해요. 문제는 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이것을 빨리 소화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냉동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데요. 이때 튜브를 통째로 얼리면 꺼내 먹기 힘듭니다.

 

그래서 일단은 튜브를 얼린 후 가위로 찢어 포장을 다 해체합니다. 그리고 깡깡 얼린 와사비 덩어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락앤락에다 넣어 냉동 보관합니다. 이렇게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변색'입니다. 일식집에서 맛보던 연초록색의 촉촉한 질감이 아니에요. 한번 냉동되었다가 해동한 것이라 맛과 향이 덜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303, 705등의 생와사비는 다들 700g이 넘는데 이것을 좀 더 휴대가 간편하게끔 출시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회 간장은 낚시점에서 많이 파는 '우마쿠치 사시미' 간장을 주로 이용해 왔는데요. 이번에 대마도 출조를 다녀오면서 민숙집 사모님이 강력 추천하는 간장을 한 통 사왔습니다. 그것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맥주는 영준씨가 준비했습니다. 갯바위의 생존 법칙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은 스물여섯 시간입니다.

"우리의 즐거운 낚시와 무사 귀환을 위하여 건배"


AM 10:00, 송도와 마주하는 구도의 전경

정말 날씨 하나는 끝내주네요. 이날 예보된 기상은 바람이 거의 없고 물결은 0.5~0.5m이니 거의 없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아직은 초여름이다 보니 해가 떠도 견딜만하고요. 멀리선 해녀가 갯바위에 올라 거북손을 캐고 있군요. 이 모든 풍경이 정겹기만 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다 보니 이렇게 여유를 가지며 감상에 젖기도 하는군요. ^^

 

평소 때는 전투 낚시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런 것도 야영 낚시의 묘미인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참돔 낚시를 왔으니 일단은 낚시를 즐겨야겠지요. 식사도 했겠다, 다시 심기일전해 낚시해볼까 싶지만, 지금 물때는 간조의 정조시간입니다. 게다가 해도 높이 솟아버렸으니 참돔이 가까운 거리에 어슬렁거리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서 찌낚시를 관두고 오랜만에 원투낚시를 시도했습니다.


청갯지렁이

내 이럴 줄 알고 원투 낚시 장비를 준비했습죠. 그런데 주문한 것과 달리 청개비가 들었습니다. 저는 분명 혼무시(참갯지렁이)를 주문했는데. 이날 낚시객이 많다 보니 뭔가 뒤바뀐 듯하네요. 계산은 출조를 마치고 하니 이 부분은 따로 어필해서 혼무시 값을 빼달라고 해야 할 듯.


채비는 버림 봉돌입니다. 이것도 제가 봉돌을 살 때 실수했는데요. 원래는 25호 봉돌을 사려고 했지만, 21호밖에 보이지 않아 이거라도 사야지 싶어 사왔는데 다시 보니 12호였네요. 새벽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물건을 고르다 보니 이런 실수도 다 하고. 나참 12호 봉돌로 얼마나 날릴 수 있을지 갑갑합니다.

#. 원투낚시 채비와 장비
낚싯대 : 브랜드를 모르는 국산 3-530 낚싯대(재작년 가을, 갯바위에서 부시리 85cm를 낚았던 낚싯대)
릴 : 역시 브랜드를 모르는 국산 5000번 릴
원줄 : 브랜드를 모르는 5호 원줄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3호
봉돌 : 12호 ㅠㅠ
바늘 : 돌돔 전용 캐블러 바늘


채비 설명을 자세히 해달라는 독자님의 요청에 앞으로는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버림 봉돌 채비는 매우 간단합니다. 일단 원줄에 구멍봉돌을 끼웁니다. 그다음 V형 쿠션고무를 끼웁니다. 적당한 크기의 핀도래로 매듭을 하고 목줄을 약 40cm가량 잘라 역시 핀도래에 매듭합니다. 매듭을 하고 나면 목줄 길이가 30cm 정도 되어 있을 겁니다. 나머지 10cm는 매듭을 하기 위한 여유 줄로 생각해 주세요.

여기에 바늘을 매달면 끝이지만, 저는 혹시나 낚일지 모를 돌돔을 의식해 돌돔 전용 캐블러 바늘을 묶어줬습니다. 덕우도 황제도권은 이맘 때부터 돌돔이 붙기 시작하니 행여나 돌돔 이빨에 목줄이 나가지 않도록 캐블러줄로 된 바늘을 묶어 주었는데요. 이날 여러 가지로 미스가 나는 바람에 참갯지렁이가 청갯지렁이가 되었고, 봉돌도 잘못 골라 12호를 사는 등 준비 과정이 미흡했습니다. 쩝.


오랜만에 원투낚시 캐스팅을 하려니 폼이 좀 어색하네요. ^^; 사진은 안 찍었지만, 던지자마자 방생급 노래미가 물고 늘어졌고 다시 미끼를 달아 던졌는데 이번에는 낚싯대가 제법 휘어집니다. 초릿대에 딸랑이를 붙여 놓은 뒤 잠시 볼일을 보던 중 딸랑이가 마구 소리 내면서 낚싯대를 가져갈 기세입니다.


서둘러 낚싯대를 들었는데 제법 묵직하네요. 이 정도의 묵직함이 단 한 마리였다면 기대해 볼만한 씨알입니다. 그런데 올라온 것은 기대했던 돌돔이 아니고.


뜻밖에 참돔 두 마리가 쌍걸이로 올라왔군요. ^^; (어쩐지 묵직하더라) 대물은 아니지만, 한 녀석은 그럭저럭 쓸만한 씨알이고 작은놈은 방생합니다. 이후 한두 번 더 던져봤지만, 밑걸림만 있어 원투낚시는 이쯤에서 접습니다. 전방 50m까지 날린 채비에서도 밑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밭이 꽤 멀리까지 발달하었나 봅니다. 이 포인트는 앞쪽으로 물골이 발달했기 때문에 여름에 참돔과 중치급 돌돔까지 원투낚시도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AM 11:00. 채비를 B 전유동으로 바꾸고 낮 낚시에 돌입했다.

오전 11시. 고요했던 바다가 살짝 술렁입니다. 갯바위 가장자리에는 그간 없었던 포말도 살짝 일어나고요. 갯바위 가장자리에 바짝 붙었던 거품띄도 그 간격이 살짝 벌어진 것으로 보아 이제 초들물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수심 8~10m 권의 직벽 포인트에 초들물이라. 비록 낮시간이지만, 한 번쯤 노려볼만하여 채비를 재정비하고 낚시를 시도해 봅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낚싯대 : 시마도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LBD
원줄 : 토레이 하이포지션 2.5호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XB 4-2-4 B호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5호
봉돌 : 목줄 한 가운데에 B봉돌.


제가 내린 덕우도 송도의 푸른통은 조류가 매우 약하게 흐르는 수심 8m 권의 여밭 포인트입니다. 노리는 섹터는 전방 15m를 넘기지 않으므로 B봉돌 하나면 중하층까지 충분히 미끼를 내릴 수 있으므로 B찌 전유동을 하였습니다. 전유동이지만, 바늘에서 10m 떨어진 원줄에 면사매듭을 묶어 마킹을 했습니다. 반원구슬이 없으므로 채비는 전유동 형태로 내려가지만, 사실 이것은 반유동이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10m에 묶어 놓은 면사매듭이 제 바늘의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조류가 없다는 가정하에 면사매듭이 찌톱을 통과했다면, 그때의 제 바늘은 수심 9~10m 부근에 있을 것입니다. 더 놔두면 바닥 걸림이 일어나겠지요. 3m의 목줄 중간에는 B봉돌을 물렸기 때문에 계속 놔두면 B봉돌이 바닥에 닿을 것이고 그 밑으로 1.5m의 목줄도 바닥에 드리워져 있다가 지형에 따라 밑걸림이 생길 수도 안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끼(크릴)이 바닥에 누워 있으면 쏨뱅이나 미역치 말고는 미끼를 발견해 먹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10m로 세팅한 면사매듭이 찌톱에 닿을 때 즈음 낚싯대를 1m가량 뽑아들어 미끼가 8~9m 층에서 왔다 갔다 하도록 해줍니다. 때로는 B봉돌이 너무 빨리 가라앉아 낚싯대를 수시로 뽑아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수심이 낮거나 혹은 공략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그러합니다. 그때는 봉돌 호수를 G2 정도로 낮춰서 하면 수월합니다. 봉돌이 정해지면 찌도 자연스레 정해집니다.


봉돌을 G2로 낮추면 찌도 G2로 낮춰서 해도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냥 B찌를 써도 큰 차이가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여기까지가 중하층을 노리는 전유동 낚시의 기본 테크닉이니 아직 반유동만 해왔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바닥층에서 꼬드긴 노래미

조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미세하게 흘렀습니다. 캐스팅은 전방 25m로 조금 멀리 던진 다음 베일을 닫고 기다렸습니다. 목줄 중간에는 B봉돌 하나가 물려 있으므로 그곳을 기점으로 'L'자로 꺾인 채 하강할 것입니다. 그래서 채비가 정렬되는 동안에도 낚싯대를 살짝 살짝 들어 목줄을 펴줍니다. 이러한 수중 시뮬레이션은 전적으로 상상력에 달렸습니다.

베일을 닫았으니 채비가 정렬되면서 찌가 앞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착수 지점은 전방 25m이지만, 어느새 15m 안쪽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이때쯤이면 면사매듭이 어디쯤 있는지 눈에 보일 텐데요. 마침 찌톱을 통과해 들어갈 즈음 한 차례 더 낚싯대를 뽑아다 놓습니다. 아마 제 미끼는 8~9m 부근에서 부유하고 있을 겁니다. 머릿속으로 그렇게 상상하며 낚시합니다.

만약, 조류가 있다면 채비에 각이 생길 테니 8~9m보다는 좀 더 얕은 수심대에 머무를 것입니다. 조류가 제법 방방하게 흐른다면 채비 각이 더 벌어질 테니 10m로 마킹한 면사매듭이 찌톱에 닿아도 미끼는 10m가 아닌 약 7m 부근에 있을 겁니다. 전유동은 이런 식으로 상상하면서 낚시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찌가 자물 거립니다. 낚싯대를 살짝 뽑아들자 토도독하는 어신이 전달됩니다.

토도독하는 걸 보아 잡어 어신일 확률이 80%이지만,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녀석을 낚아보았습니다. 올려보니 노래미네요. 쥐노래미와 달리 노래미는 꼬리지느러미가 부채꼴입니다. (위 사진) 반면, 쥐노래미의 꼬리지느러미는 가운데가 살짝 패였고요. 쥐노래미는 60cm까지 성장하지만, 노래미는 30cm가 최대 크기입니다. 그러니 이 녀석은 노래미 중에서도 제법 대물인 셈이죠. ^^;

참고로 우리가 횟집에서 먹는 '놀래미회'는 양식으로 키운 쥐노래미입니다. 반면, 노래미는 전량 자연산이지만, 크기가 작고 살점도 적게 나와 수산업적인 가치가 별로 없습니다. 이따금 포구의 횟집 수조를 보면 노래미가 몇 마리 있는데요. 다른 어종과 혼획된 것을 들여놓은 것으로 잡어회로 취급합니다. 


다시 크릴을 꼽아 던졌습니다. 이번에도 전방 25m 부근에 던져놓고 베일을 닫은 다음 기다렸습니다. 이번에는 입질이 없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해가 높이 떠서 편광안경을 꺼내려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곤 안경을 꺼내면서 습관적으로 찌를 보는데 갑자기 찌가 총알처럼 들어가네요. 어어어~!!

낚싯대를 잡으러 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 서둘러 안경을 끼고 내려가는데. 곧바로 원줄이 펴지더니 낚싯대가 통째로 바다에 끌려가기 일보 직전. 옆에서 낚시하던 영준씨가 바다로 떨어지는 제 낚싯대를 겨우 붙잡았습니다. 일단 낚싯대를 세우기는 했는데 챔질이 제대로 안 된 듯합니다. 양손 모두 낚싯대를 쥐고 있는 영준씨가 힘겹게 낚싯대를 세우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손맛을 느끼고 있던 찰나! 녀석이 난바다로 째며 수면에서 라이징을 합니다.

"형 이거 어떡해요"

낚싯대를 간신히 세워 버티는 영준씨. 휨새로 보아 꽤 큰 씨알의 농어로 보이는데요. 낚싯대를 건내 받은 저는 확인 챔질 후 파이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 3초 정도 지났을까? 바늘이 벗겨지고 말았네요. 채비를 회수해 보니 벗겨진 게 아니고 바늘 윗부분이 깔끔하게 잘려나갔습니다. 분명 농어로 보였는데 어째서 이빨 없는 농어가 목줄을 잘랐을까요? 어쩌면 아가미뚜껑에 잘린 걸까?

후자일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어쨌든 이 현상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아무래도 포인트 주변에 농어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놓친 고기는 언제나 커 보였지만, 농어 무리가 아직 붙어 있다면 확인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확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밑밥부터 쳐주고요. 서둘러 크릴을 꼽아 던졌습니다. 좀 전에 찌들어간 바고 그곳. 그 부근에 채비가 닿자 또한번 총알처럼 들어갑니다. 챔질!


웬 깔다구가?

올려보니 40cm가 될까 말까 한 깔다구. 좀 전에 놓친 농어는 못해도 60cm는 넘어 보였는데 아닌가. 내가 착각한 건가.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 ㅋㅋ 이후로 농어를 노려봤지만, 지나가는 무리였는지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원투 낚시에 걸려든 작은 쏨뱅이

때는 오후 4시. 물때는 만조에 이르렀는데 찌낚시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해가 기울고 물때도 괜찮은데 바다는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나오는 거라고는 미역치뿐. 이거 뭔가 조짐이 안 좋습니다.
 
혹시나 싶어 원투 낚시를 시도했지만, 나오는 건 쏨뱅이뿐. 물을 만져보니 오전과 달리 굉장히 차갑습니다. 아마 들물이 들면서 수온이 내려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곧 있으면 해 질 녘이라 또 한 차례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이런 분위기라면 저녁이 되어도 별 재미가 없겠는데요. 되든 안 되든 해봐야 알겠지만, 그 전 에 밥부터 먹고 기운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은 지급된 도시락에 라면을 하나 끓였습니다. 날이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선선하니 따끈한 국물이 유난히 맛있습니다. 때마침 매운탕의 제왕 쏨뱅이 한 마리가 걸려들어 라면에 풍덩 했지요.


이번에 받은 갯바위 도시락은 상당히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세상에 불고기에 양념 꼬막까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가 받아본 갯바위 도시락 중에는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괭이(돌고래과)

저녁이 되자 갯바위 낚시의 불청객들이 하나둘 씩 등장합니다. 다행히 상괭이 가족은 멀리서 헤엄친 탓에 낚시에 큰 영향은 안 주었지만.


수달 녀석이 포인트 주변을 휘저으며 호시탐탐 부력망을 노리는 바람에 낚시가 되질 않았습니다. 한번은 낚시하다 수면에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길래 뭔가 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수달이 얼굴을 내밀고 부력망을 뜯기 시작하는 게 아닙니까? 저는 서둘러 카메라를 들었고 녀석의 강탈 현장을 찍으려 했으나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후 호시탐탐 주변을 돌며 낚시를 방해하더니 다시 한 번 부력망에 올라타 고기를 노렸습니다. "워이" 소리를 내자 고개를 쳐드네요.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다시 사라지고 마네요. 기대했던 저녁 낚시는 수달 탓인지 수온 탓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명체 구경을 못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해달이 서식하지 않는다고 해요. 바다에서 목격되는 것들은 모두 수달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PM 9:00 야식 먹을 시간

밤에 참돔이 잘 나온다고 해서 열심히 노렸지만, 지금은 고기가 나올 분위기가 아닌 듯합니다. 건너편에 보이던 야영팀은 이미 오래전에 낚시를 접었는지 불빛이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오늘 밤은 이걸로 마무리하고 새벽 물때나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연신내 목노집의 돼지 철판 보쌈을 패러디한 항정살 두루치기.


비쥬얼이 딱 목노집 철판 보쌈인데 맛도 거의 비슷. ^^ 항정살을 너무 두껍게 썰어 놓은 것 빼고는 맛이 성공적이네요. 그 집 맛 비결은 다른 거 없고 후추와 미원이라. 그래서 저도 흉내 내봤습니다. 이번 야식에서 처음으로 미원을 넣었더니 아니 글쎄 딱 그 맛이 나는 게 아닙니까? 역시 그 집의 맛 비결은 미원이었군. ㅎㅎ


충분히 볶아서 쌈 싸먹으니 갑자기 소주가 땡깁니다. 크~


다음 날 새벽 5시 30분, 5B 반유동으로 낚시 시작.

텐트에서 잠을 청했지만,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어느 곳 하나 평평한 지형이 없었고, 그나마 평평한 곳은 경사가 기울어져 있어 자면서 자꾸만 몸이 흘러내리더군요. 자다가 미끄러지면 다시 몸을 당겨서 눕고 그러다 미끄러지면 다시 당겨서 눕고. ㅠㅠ 갯바위에서 밤을 새운다는 건 정말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그나마 이때는 6월 초여서 밤 날씨가 아주 선선했습니다. 조금 쌀쌀하기도 했고요. 모기는 적당히 있었습니다. 모기 퇴치용 스프레이에 바르는 약까지 모두 동원했지만 결국은 낚시하면서 몇 방 물리고 말았습니다.

AM 3:00. 물때는 중들물에서 끝들물로 가고 있었습니다. 대물급 참돔을 기대하며 열심히 쪼아봤지만, 공허한 바다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덕우도의 일출

AM 6:00. 일출을 바라보며 썰물의 참돔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수심 6m부터 바닥인 10m, 혹은 더 멀리 쳐서 12m까지 샅샅이 훑어봤지만, 생명체 반응이 없습니다.

어제가 2물, 오늘은 3물. 조류는 갈수록 죽어만 갔고 수온도 덩달아 내려가더니 급기야 청물이 들었습니다. 제게 유리했던 물색과 수온마저 이날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낚시가 될 리 없습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바다 상황이 180도 바뀌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바뀔 줄이야. 그래서 아침 동안 낚은 것은 미역치 몇 마리로 끝.


AM 9:00. 철수 한 시간 전.

이제 낚싯대를 접고 모든 걸 정리할 시간입니다. 이틀 동안 낚시했더니 꽤 지저분해졌습니다. 이 자리는 높은 자리라 두레박을 수십 번 길어서라도 깨끗이 치워줘야 합니다.


갯바위를 청소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며 짐 정리에 들어갑니다.


30시간 야영 낚시 중 입질 받은 시간은 단 세 시간 뿐. 손맛을 즐긴 시간은 전체 낚시 시간 중 1/10밖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원래 바다낚시란 게 그렇잖습니까. ^^ 그래서 꾼들은 고기 나올 때 최대한 낚아두려고 하는 거겠지만요.

잡은 고기는 모두 영준씨에게 줬습니다. 마침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 반찬용으로 드리기에는 딱일 듯해서요. 하지만 이대로 주면 일반 사람들은 뒤처리 감당못합니다. 그 억센 비늘 하며 내장의 비린내, 손질의 압박을 어떻게 감당하리오. 이렇게 가져올 거면 차라리 가져오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습니다.



조금 귀찮지만, 아직 철수배가 오기에는 30분이나 남았으니 그 사이 손질을 깔끔히 해서 쿨러에 넣어줬습니다. 생선의 사용처도 분명히 해두었습니다. 양태(장대)는 그대로 토막 내 미역국이나 맑은 탕감으로 사용하고요. 참돔은 구이와 찜용으로 그 외 성대나 노래미 종류는 매운탕을 끓이라고 하였습니다. 깔다구(농어) 한 마리는 지지고 볶든 알아서 처리를. 이런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 다음에는 직접 손질을 하게 하거나 알려줘야겠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원 ^^;

 

서른 시간 동안 진행한 덕우도 참돔 낚시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나올 땐 모두가 거지가 돼서 나오는 불편한 진실. ^^ 낚시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데 영준씨가 그러더군요. 다른 건 모르겠고 이번 야영 낚시를 통해 느낀 게 있었답니다.

"어복 부인이 정말 존경스럽네요."

그 말을 들으니 지난 수년간 아내와 함께했던 야영 낚시의 추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정말 돈 주고 이 고생을 왜 하나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아영 낚시는 잘하면 즐거우나 그만큼 고생도 따른다는 것을. 하지만 즐거운 추억보다는 곤혹스러운 추억이 더 많았다는 사실. 다음 조행기는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전했듯, 임신 6개월의 어복 부인과 함께한 대마도 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수도권 출조 문의
인천피싱클럽 : 010-5352-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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