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벵에돔의 꼬리가 붉고 헤진 이유


 

얼마 전, 벵에돔 편을 녹화할 때 동문시장을 돌다가 평소와 다른 벵에돔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붉고 헤져있는 벵에돔들"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종의 출현일까요? 꼬리가 붉은 벵에돔이 요즘 제주도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있었던 것.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일단 사진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주도 모슬포 위판장

 

이곳은 제주도 활어 위판으로 최대 규모인 모슬포 위판장입니다.

물칸에는 주낙으로 어획된 벵에돔이 몇 마리 들었습니다. 그중 한 마리를 꺼내보았습니다.

 

 

주낙으로 어획된 긴꼬리 벵에돔

 

비늘 상태를 보니 특A급은 아니지만, 어획한 벵에돔이 이 정도면 그런대로 양호한 편입니다.

비늘, 지느러미 끝 부분을 유심히 보면 특별히 까졌거나 상처가 있지는 않은데요. 이러한 벵에돔은 대부분 주낙으로 어획된 것들입니다.

모슬포 앞바다와 가파도, 그리고 마라도로 이어지는 해역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수심이 깊고 조류가 세기로 유명합니다.

이곳에서 회유하는 어종은 부시리를 비롯해 방어, 벤자리, 참돔 다양하지만, 특히, 긴꼬리 벵에돔이 많이 서식하기로 유명하지요.

 

토착성인 벵에돔과 달리 긴꼬리 벵에돔은 거센 조류를 따라 회유하는 '반 회유성' 어종입니다.

다시 말해, 방어나 다랑어처럼 수천 킬로미터를 횡단하지는 않지만, 수십 킬로미터 정도는 옮겨 다닙니다.

모슬포와 가파도 앞바다에서는 주낙, 저인망 그물을 통해 자연산 벵에돔이 어획되고 있으며 경매를 통해 넘겨진 것은 재래시장, 횟집으로 유통됩니다.

 

 

제주도 동문 시장의 어느 횟집 수조

 

그리고 횟집 수조에 있던 이 녀석.

모슬포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긴꼬리 벵에돔이지만, 꼬리지느러미 상태가 좀 다르죠.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이름을 아예 붉은 꼬리 벵에돔으로 지어야 할 듯(헤진 꼬리 벵에돔도 좋고)

 

꼬리지느러미가 유난히 벌겋고 헤져 있습니다.

요즘 제주도 재래시장과 횟집에는 이런 벵에돔이 많이 들어와 있으며 손님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벵에돔. 전부 덤장(그물)에 걸린 것으로 며칠간 그물에 갇혀 있다가 꺼내 온 것이기 때문에 상처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벵에돔 종류는 군집 생활을 하며 옆에 뭔가가 있으면 부비는 습성이 있어 잘 헤지곤 합니다.

저도 대마도에서 낚은 벵에돔을 숙소의 물칸에 넣어 두면 2~3일 만에 꼬리가 벌겋고 헤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벵에돔은 그물이나 줄 같은 게 보이면 비비는 습성이 있나 봅니다.

 

 

벵에돔과 긴꼬리 벵에돔을 구분하는 포인트는 아가미뚜껑의 검은 테 여부로 쉽게 가릴 수 있다.

 

제가 제주도에서 두 달 간 살았던 2011년 가을에는 지금처럼 덤장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사이 덤장을 많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최근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 특수와 맞물리고 횟감의 수요가 급증한 것과 일정 부분 관련 있다고 봅니다.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며 살펴보니 최근 1~2년 사이 덤장이 많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덤장이 설치된 근방의 낚시 포인트는 포인트로서 가치가 퇴색돼 꾼들의 발길이 끊기기도 한답니다.

 

덤장은 긴꼬리 벵에돔이나 방어처럼 회유성이 있는 어종을 노리기 위해 길목에 설치해 뒀다 걸려들게 하는 방식. 

그러다 보니 시장에 나도는 덤장 벵에돔은 일반 벵에돔보다 긴꼬리 벵에돔이 더 많았습니다.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원래 벵에돔은 영리해 그물에 잘 걸리지 않지만, 가끔 멍청한 리더를 두면 그 군집은 전부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알려진 대로 벵에돔은 군집성 어종으로 단체 생활을 합니다.

하나의 군집에는 반드시 리더가 있기 마련인데요. 이 리더가 가는 길을 나머지 졸개들이 쫓다 다니게 됩니다.

리더가 명석해야 나머지 대원들도 오래 산다는 것. 넘치는 벵에돔 자원을 고려하자면, 덤장에 걸린 벵에돔들은 극히 일부라는 것.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제주도에서 낚시해 본 느낌으로는 벵에돔 자원이 좀 줄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 원인이 여기저기 설치해 놓은 덤장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니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벵에돔이 지금은 수요의 급증, 낚시 인구 증가에 적극적인 어로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론, 실제로 벵에돔 자원이 줄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벵에돔 낚시가 점점 더 어려워진 이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일시적인 자연 현상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주낙이나 덤장 어획이 대폭 늘어나서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벵에돔 수요가 늘어나면서 어획량이 늘어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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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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