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벤자리 낚시] 왕초보가 낚은 부시리의 손


 

 

숙소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에 있는 사오자키. 사오자키는 관광지로도 알려졌지만, 대마도의 선상낚시 마니아라면 알만한 특급 명당이기도 합니다.

숙소에서 거리가 멀다 보니 일단 나가면 종일 낚시는 기본이지요. 아침부터 시작된 벤자리 낚시는 오후가 되면서 그 열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 시각 아내는 생애 처음으로 홀로 출조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미네만의 한적한 갯바위.

지난 6월 우리 부부가 대물 벵에돔을 사냥했던 바로 그곳인데 제 도움 없이 해보는 낚시는 처음이지만,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이 있을 테니 충분히 몇 마리

낚아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 부분은 본문 맨 아래에 적어 놓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줬다는 것. ^^;

 

다시 벤자리 낚시 현장으로 돌아와 이날 상원아빠님이 대물을 걸고 5분째 파이팅에 들어가며 띄우기로 돌입합니다.

저의 예상으로는 최소 60cm급 이상의 참돔일 것 같은데요. 이 장면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날짜는 세팅이 안 된 거니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상원아빠님의 힘찬 파이팅 그리고 녀석의 얼굴을 보는데

 

낚싯대가 L자로 멋지게 휘어졌다.

 

그런데 수면에 나타난 녀석은 붉은 빛깔의 참돔이 아닌

 

바다의 전차, 부시리였다.

 

생애 첫 부시리를 낚은 상원아빠님

 

기대하던 참돔 대신 부시리가 낚이자 주변에서 허탈한 탄성이 터졌습니다. 제가 낚은 건 아니지만, 옆에서 보는 것으로도 허무했지요.

하지만 상원아빠님의 기분을 달랐을 것입니다. 아직은 갯바위 낚시 경험이 없고 줄곧 방파제 낚시만 하다 대마도에 오게 되었는데 이틀 만에 70cm가 넘는

부시리 손맛을 본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입니다. 방파제에서 손바닥만 한 물고기만 낚다가 오게 된 대마도 낚시.

이곳에서는 무엇을 잡아도 '생애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기록 경신이 이어질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낚시를 배우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금껏 해오던 방파제 낚시가 시시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너무 만족스러운 조과를 얻게 되면 포인트 싸움 치열하고 꽝도 각오해야 할 국내의 갯바위 환경에서는 만족스러운 낚시가 쉽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낚시의 묘미를 단계적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만족도와 기대감이 대폭 상승하게 되겠지요.

초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특급 호텔에서 맛보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여기서 먹어버릇하면, 저가형 뷔페나 프렌차이즈 초밥은 못 먹듯이요.

 

반면에 장점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건너뛰며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경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것.

처음부터 화끈한 손맛을 보고 단시간에 경험치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 바다낚시를 제대로 배우고 즐기자는 취지에서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밥곰님의 대가 U자로 휘었다.

 

부시리가 낚여 잠시 술렁이던 우리는 계속해서 입질을 받았습니다.

 

 

50cm급 돗벤자리

 

#. 벤자리 낚시채비에 관하여

벤자리의 손맛. 이것도 몇 마리 걸다 보면 40cm와 50cm와의 손맛 차이가 꽤 벌어짐을 실감할 것입니다.

둘 다 초반에 힘쓰다가도 40cm는 묵직하게 딸려오는 느낌이라면, 50cm 벤자리는 벵에돔처럼 처박는 손맛을 선사해 줍니다.

갯바위라면 1호대로도 충분히 낚을 수 있는 크기지만, 선상낚시에서는 최소 1.75호대가 필요합니다.

빠른 조류로 인한 수압, 끌고 오는 거리, 일행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신속한 제압력, 그리고 뭐가 낚일지 모르기 때문에 굵은 낚싯대를 요구합니다.

 

릴은 5000번짜리 드랙릴이면 무난합니다. 동네 방파제서 원투낚시용으로 쓰던 릴도 좋고요. 여기에 4호나 5호 원줄을 감아 사용합니다.

목줄 역시 4호나 5호를 사용하면 되지만, 가끔 미터 급 참돔이나 부시리가 물어 재끼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거기까지 대비해 8호 목줄도 쓰인다고 합니다. 

 

찌는 상황에 따라 거의 모든 호수가 쓰입니다만, 자주 사용하는 찌는 마이너스찌입니다. 

-B, -2B, -3B 등이 쓰이는데 저는 그런 찌를 갖고 있지 않아서 00(투제로), 000(쓰리제로), 심지어 0000(포제로)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B부터 5B까지 봉돌을 물리면 결국에는 -B 계열의 찌를 쓰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000호부터는 찌에도 자체 침력이 있어 던지자마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마이너스 찌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감성돔 낚시에 쓰이는 수중찌를 사용하는 겁니다. 

-3B, -5B 정도의 수중찌만 달고 던지는 것도 방법이 되겠습니다. 여기서는 조류가 점점 빨라져 아예 찌를 빼고 흘렸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만간 제가 준비한 동영상을 보면서 벤자리 선상낚시 방법에 관한 자세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낚싯대 : 로젠기 1.7 - 530

릴 : 브랜드를 모르는 국산 5000번 드랙릴

원줄 : 토레이 SS 하이포지션 5호

어신찌 : 쯔리겐 N원투 00호를 하다가 조류가 빨라지자 제거, 조수 직결 스토퍼만 달아줌

목줄 : 토레이 스파L EX 4호를 쓰다가 5호로 교체

바늘 :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거.

봉돌 : 워낙 많이 바꿔서 기억이 안 남 ^^;

 

봉돌 사용은 일정한 바운더리 안에 대략 정해져 있습니다. 조류가 안 가거나 느리면 갯바위와 다를 게 없는 환경이지요.

그때는 0호찌에 g단위의 봉돌 하나로도 충분히 입질 수심층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상낚시에서는 조류가 급변하거나 급침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봉돌은 감성돔 낚시에서 쓰이는 호수를 준비하지요.

일반적으로 조류 세기가 약하면 g2 한 개나 두 개 분납으로 내릴 수 있지만, 조금만 세져도 B봉돌 한두 개로는 잘 안 내려갑니다.

그때는 2B나 3B 심지어 5B 봉돌까지 가세해 주렁주렁 매달게 됩니다. 그 감각은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 조류에 벤자리든 뭐든 직접 걸어봐야 자기 것이 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씨알 굵은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최필님

 

이어서 다시 상원아빠님의 파이팅

 

수면에 띄워진 채 끌려오는 벵에돔

 

4짜 벵에돔을 낚은 상원아빠님

 

상원아빠님이 낚은 고기에는 무조건 '최초', '기록경신'이란 말이 따라붙게 됩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저는 조금 억울한데요.

제가 낚시에 입문하고 나서 4짜 벵에돔을 잡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데 이 분은 딸랑 대마도에 오셔서 이틀 만에 이것저것 잡아대시니.

사실 억울할 게 있겠습니까? 함께한 일행이 많이 잡아가야 제 어깨도 가벼워질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5짜 벵에돔만큼은 다음에 더 큰 기쁨으로 남기 위해 잡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

 

어쨌든 거의 100m 앞에서 받은 입질이라 끌고 오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찌를 흘리면 수 분 만에 100m나 흘러가버리니 일행이 공략에 애를 먹었습니다.

입질은 계속 들어오는데 한 마리, 한 마리 낚을 때마다 팔심만 축내며 체력적으로 지치게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쉬엄쉬엄 파이팅할 수도 없습니다. 벤자리 낚시의 최적 인원은 4~5명.

모두 배 후미에 서서 한 방향으로 흘리므로 파이팅 시간이 지체되면 서로 간에 줄이 엉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기를 걸면 최대한 신속하게 감아서 '강제집행'해야 옆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습니다.

이것도 조류가 느리다면 입질 반경이 30m 안쪽으로 형성돼 마릿수로 이어지는데 지금처럼 조류가 콸콸 흘러가게 되면 입질 포인트가 그만큼

멀어지니 100m 밖으로 밀려나면 대상어의 힘은 둘째치고 걸리는 수압이 장난이 아닙니다.

 

고기를 걸지 않고 단순히 채비를 회수하는 것으로도 구멍찌에 걸리는 수압이 커 낚싯대가 U자로 휘어집니다. 여기에 고기까지 더하니 이건 손맛이라기

보다는 몸 맛에 가깝지요. 한 번씩 흘리고 감고 하는데 적잖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니 차라리 찌를 빼고 흘리면 수압을 덜 받아 수월합니다.

이 부분은 직접 해보지 않은 이상 선뜻 느끼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한 마리 잡는 데는 100m씩 끌고 와야 하니 팔도 아프고 특히 손목에 무리하게 힘이 가해져 뻐근합니다.

낚시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으나 흔들리는 배 + 거센 조류발 + 엄청난 수압 + 힘센 대상어 등의 요소가 있어 평소 체력적으로 단련되어있지 않으면,  

조금은 고전할 수 있는 낚시지요. 그런 점에서 벤자리 낚시 대신 갯바위 낚시를 택한 아내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하는 벤자리 낚시, 참 편하긴 하다. ^^

 

주로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 저의 파이팅 장면은 이게 답니다.

그래서 파이팅 현장은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날짜는 세팅이 안 된 거니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벤자리 낚시 하이라이트

 

이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뼈아플 수도 있겠군요. 이것도 다 경험입니다. 이런 경험을 해야 다음에 실수를 줄이게 되겠죠.

 

 

저 멀리 비구름이 소나기를 쏟고 있다.

 

하늘에서 비 내리는 장면 보이시나요?

저 비구름은 우리가 있는 지역을 살짝 비켜 북동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벤자리 낚시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조류가 강해도 끝까지 흘려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빼내고 있는 일행들.

바로 전날만 해도 약간 우왕좌왕했는데 지금은 다들 감을 잡아서 그런지 거의 베테랑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뒤에서 지켜보는 제가 다 흡족하네요. ^^

 

 

역시 씨알 굵은 벤자리가 낚이고

 

이날 1호대로 분투하셨던 밥곰님

 

상원아빠님이 자신의 1.75대를 부러트려 할 수 없이 밥곰님의 1.75호대로 하는 동안 밥곰님은 예비로 가져온 1호대로 벤자리를 끌어내는 장면입니다.

벤자리 자체는 1호대로 충분히 끌어낼 수 있지만, 조류가 워낙 강해 이날 손맛보다는 몸 맛을 많이 봤을 겁니다.

100m 전방에서 1호대로 고기를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이날 고생이 많았습니다.

 

 

농어목 하스돔과의 벤자리

 

캬~ 때깔 좋은 돗벤자리. 여름이라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돗벤자리는 농어목 하스돔과의 고급 어종으로 하스돔과의 다른 어종으로는 조상인 하스돔을 포함하여 어름돔, 동갈돗돔, 군평선이가 있습니다.

어름돔은 참돔보다 귀한 고급 횟감으로 규모가 있는 수산시장에 가면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양식으로 들어옴)

동갈돗돔은 '돗돔'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횟감인데 역시 중국에서 양식으로 들어옵니다.

돗돔은 크기 1m 이상으로 아주 희귀한 전설의 물고기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고 횟집과 시장에서는 동갈돗돔을 돗돔이라 부르지요.

 

군평선이는 여수 특산물로 '딱돔' 혹은 '금풍생이'로 불리면서 여름에 한시적으로 어획돼 구이로 취급합니다.

이 모든 어종이 하스돔과에 속하며 벤자리 역시 하스돔에 속해 있습니다.

하스돔과 어종의 공통점은 벤자리를 제외하고는 개체 수가 많지 않다는 점과 한국 일본 모두 고급 어종으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밤곰님의 파이팅 장면

 

좀 전에 큰놈을 터트려 잠시 멘붕에 빠졌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최필님

 

그리고 내가 잡은 벤자리

 

사진 촬영은 여기까지만 했습니다. 이후로는 마릿수를 올리는 데 집중했지요.

오전 7시부터 시작된 낚시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닻을 올리고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숙소가 있는 미네만까지는 50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아내가 혼자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장면

 

한편, 아내의 소식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철수길에 스치면서 아내의 모습을 봤는데요.

행여나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아내는 다행히 별 탈 없이 낚시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내가 선 자리는 '타카이'라 불리는 벵에돔 소굴.

지난 6월에 함께 내려 손맛을 톡톡히 봤기에 아내도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날은 혼자서 얼마나 잡았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아내의 조과를 궁금해하는 이들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한 일행은 물론, 민박집 사장님과 스텝 분들도 궁금했을 겁니다.

 

멀리서 본 아내의 모습은 흐릿했지만, 바늘을 묶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곧 철수시각이 임박했고 정리를 해야 할 시점인데 바늘을 묶고 있다니.

여기서 저는 불안한 예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끝으로 우리는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다른 배를 통해 철수할 예정입니다.

 

 

미네만의 감성돔 포인트

 

PM 6:10분 숙소에 도착

 

낚은 고기를 물칸으로 옮기고

 

 

벤자리 낚시 기념 촬영

 

이날은 후반전이 아쉬웠습니다. 조류가 너무 강해 100m 전방에서 한 마리씩 끌어오느라 생각보다 많은 마릿수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일행이 집으로 가져가 자랑할 만큼의 양은 될 것 같습니다. 전날 잡아 둔 것도 있고 하니.

어쨌든 낚시란 이렇게 잡아야 재미가 있지요. 낚싯대가 부러져도 좋으니 큰 고기를 걸어보는 것도 재미고요.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허탕을 친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제아무리 실력 좋은 베테랑이라도 말이죠.

온종일 낚시해도 꽝을 치는가 하면, 되는 날에는 한두 시간 만에 하루 조과를 다 뽑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날이 자주 없다는 것.

기상과 물때, 수온과 물색, 여기에 좋은 포인트를 선점해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여러 가지가 다 맞아떨어지고 실력까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날 우리 일행이 잡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1) 기상 : 여름치고는 양호

2) 물때 : 나쁘지 않았음

3) 수온 : 좋았음

4) 물색 : 대체로 양호했음

5) 포인트 : 아주 좋았음

6) 시즌 : 적절했음

 

이날은 이 모든 게 모두 맞아떨어졌던 흔치 않은 날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벤자리 낚시 시즌에 잘 맞춰 들어간 게 주효했고요.

이 중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5)번과 6)번뿐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 5)번도 꾼들이 몰리는 지역이라면, 내 의지와 상관없는 곳에서 낚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낚시를 그냥 바다에 맡기는 것으로 생각하렵니다.

현장에 서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조과란 것은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날이 있으니까요.

 

가끔 오랜 시간 낚시해온 꾼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낚시꾼이 서너 명 모이면 여자 서너 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그동안 낚시하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겠습니까?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런데 재밌어야 할 에피소드가 재미로 끝나지 않고 대부분 은연중에 자기 과시를 하게 됩니다.

뭐를 낚았다가 끝이 아닌 '조법' 이야기가 나오면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서로 간에 이견차가 나오기도 하지요.

 

다들 낚시 좀 했기 때문에 자기가 알고 있는 조법이 최선이고 진리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낚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많으므로 비록, 오늘은 자기가 실력으로 낚았다 하더라도 내일은 운이 좋아 낚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좋은 포인트에서 낚시하면 그날 낚시는 반절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을 생각 안하고 남들이 꽝 친 것을 '실력 탓'으로 여기기도 하는데요.

낚시란 게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독한 취미다 보니 자기 세계에 갇히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지식의 고착화'도 생기는 것이겠고요.

 

전문 낚시꾼을 비롯해 일식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해마다 경력이 쌓이면서 생길 수 있는 '지식의 고착화'를 우린 경계해야 합니다.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빈 깡통일수록 소리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이쪽에서도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새삼 느껴요. 

속된 말로 이 바닥에 진짜 고수는 정말 겸손합니다. 다들 자기 얘기 하기 바쁠 때 잘 경청할 줄 아는 사람. 자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은 사람.

대신에 물어오면 친절히 알려주는 사람. 처음에는 단지 조용한 사람인가 보다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이 행동으로 보여줄 때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를 느끼게 되는 그런 사람. 제가 지향하고자 하는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이날 우리가 경험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벤자리를 마릿수로 낚았던 것은 그곳에 고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베테랑 선상꾼들이 더 많이 잡았겠지요. 

 

 

대물 벵에돔으로 한껏 포즈를 취해보는 최필님.

여기서 4짜 벵에돔 손맛을 봤으니 그러한 자신감을 겸손함이라는 상자 안에 차곡히 쌓아 다음에는 국내에서 손맛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녁에 먹을 회와 구이용으로 몇 마리 빼놨다.

 

사진만 찍고 얼른 물칸에 넣어 둡니다. 그러자 일부는 배가 뒤집혔는데요.

아무래도 벤자리는 좁은 공간에서 오래 못 버티기 때문에 이날 곧바로 손질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이왕이면 살아있을 때 손질해야 좀 더 깔끔하게 가져갈 수 있겠지요.

 

한편, 아내를 포함해 오후 출조객을 실은 배가 숙소로 도착했습니다.

모두의 관심이 아내에게 쏠린 가운데 조황을 묻자 한다는 말이.

 

"나 꽝쳤어 어떡해"

 

랍니다. 저를 닮았나요? 어디서 그런 뻥을..

그래서 살림망을 확인했더니 정말 한 마리도 없네요. 밑밥도 열심히 안 쳤는지 반 이상 남아버렸고 ㅡㅅㅡ;;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전갱이 새끼가 온 바다를 뒤덮었다네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조법을 동원해봤지만, 준비해간 밑밥과 미끼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답니다.

 

아내의 변은 여기까지 듣기로 하고 우리는 다음 날, 출조에 대해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제 벤자리 낚시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다들 집으로 가져갈 반찬감은 충분히 확보했으니 나머지 일정은 조과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정체 모를 어종을 걸고 강력한 파이팅에 나선 필자

 

대마도 낚시 3일 차.

밤곰님과 최필님은 아내가 꽝을 쳤다던 타카이 포인트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상원아빠님과 조를 이뤄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조용한 갯바위에서 낚시를 시작했는데요. 오전 8시 42분경, 강력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초반 힘이 상당해 LB(레버 브레이크)를 쥐었나 놓았다 하면서 제압에 들어갔는데 쿡쿡 처박는 모양이 어째 벵에돔이 아닌 듯해요.

수면에 띄우자 반가운 손님 고기가 올라옵니다. 손님 고기 치고 씨알이 상당.

조용한 내만에서 뜻하지 않게 이런 녀석이 다 낚이니 낚시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허 참.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더보기>>

[벤자리 낚시] 낚시꾼이 손꼽는 최고의 횟감을 찾아서

여서도 비박낚시(2) - 무박 2일 낚시에서 정글의 법칙

노량진 수산시장 공략 팁! 활어회 바가지 안쓰고 사먹는 방법

제주 아쿠아플라넷의 물고기 세상(아쿠아플라넷 할인, 이용팁)

제주도 갯바위 낚시배 정보(낚시배 선비, 포인트, 위치, 연락처)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03:26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