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 우롱하는 낚시대회의 심각한 비리


 

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 없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낚시 대회는 순수 낚시인들이 모여 기량을 시험하고 결과에 따라 시상하는 것일 겁니다.

거기에는 낚시인 혹은 낚시 동호인들이 친목을 다지고 낚시 저변을 넓히며 침체한 낚시업계를 살리고자 하는 취지가 들어있습니다.

일부는 참여하는데 의미를 두기도 하지만,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우승 혹은 시상권에 드는 것'이 최대 화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승부는 정정당당해야 하며 모두가 납득할 만한 기준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낚시대회는 '돈 넣고 돈 먹기' 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상금이 1~2천만 원이 넘어가는 대형 낚시 대회의 경우 대회 운영비는 물론, 천 단위가 넘어가는 상금을 참가자들로부터 충당하고 있어 참여자는 필요

이상의 참가비를 지불하면서 참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낸 대회비를 모아 1, 2, 3등에게 상금을 몰아주니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은 대회비가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 지도 공개되지 않아 투명하지 못한 대회운영으로 논란이 일기도 합니다.

물론, 대회 운영비는 필요합니다. 그것을 참가비에서 끌어다 쓰는 것은 '내역'만 밝힌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필요 이상의 참가비를 걷어서

1~2천만 원이나 되는 상금을 1등에게 몰아줘야 하느냐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렇듯 '돈 넣고 돈 먹기' 식의 사행성 조장 대회가 매년 꾸준히 열리고 있음에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얼마 전에 열린 '사천시장기쟁탈전

전국 바다낚시 대회'에서는 승부 조작 의혹까지 사면서 국내 낚시인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사천시장기쟁탈전'이라 칭한 전국 바다낚시 대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먼저 이 대회의 요강부터 간략히 알아봤습니다.

 

 

감성돔

 

#. 사천시장기 쟁탈전 바다낚시 대회의 주요 요강

주어 대상어 : 감성돔 두 마리를 계측하여 합산한 길이(단, 두 마리가 안 나올시 한 마리도 계측함)

특종 대상어 : 돌돔, 참돔, 벵에돔 한 마리를 계측하여 최장길이

잡어 대상어 : 농어, 혹돔, 쥐노래미를 한 마리 계측하여 최장길이

 

그리고 모든 대상 어종은 25cm 이상이어야 한다. 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시상 내역은 이러합니다.

 

우승 : 1,500만원(상금 1,000만원과 500만원 부상 및 시장기 상패)

준우승 : 500만원(상금 300만원과 200만원 부상 및 시장기 상패)

준준우승 : 300만원(상금 200만원과 100만원 부상 및 시장기 상패)

선단우승 : 선단별 우승자는 30만원 상당의 부상.

 

그 외 시상 내역도 있지만, 여기서는 주요 논점이 아니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문제는 대회를 마치고 계측하면서 벌어졌습니다.

 

 

준우승 고기(왼쪽), 우승 고기(오른쪽)

 

이번 사천시장기쟁탈전 낚시대회에서 1등 하려면 감성돔 두 마리 이상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두 마리 길이를 합산해 가장 큰 쪽이 우승하며 상금 1,500만 원을 거머쥐게 됩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고기는 두 마리 합산 94cm가 나왔고 준우승한 고기는 두 마리 합산 78.5cm가 나오면서 당연히 94cm를 거둔 선수가 우승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승한 고기를 살펴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사천시장기쟁탈전은 250여 명의 낚시인이 참여했으며 사천(삼천포)일대의 부속섬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당일 날에 잡힌 감성돔이라고 보기에는 채색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왼쪽은 갓 잡힌 감성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오른쪽의

누렇게 뜬 채색은 단순히 환경적인 요인이라 보기에는 그 근거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사진 1> 준우승한 고기(왼쪽), 우승한 고기(오른쪽)

 

자연산으로 낚인 지 얼만 안 된 감성돔은 대게 왼쪽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채색은 은빛이 돌아야 하며 지느러미는 상처 없이 깨끗하고 눈동자는 맑아야 합니다. (서해 감성돔은 일부 누런 빛을 띠기도 하지만, 여기는 남해임)

그런데 우승한 고기를 보면 채색이 누렇게 변색되었고 지느러미는 갈라졌으며 눈동자가 투명하지 않습니다.

 

 

준우승한 고기(왼쪽), 우승한 고기(오른쪽)

 

결정적으로 꼬리지느러미를 보면 이것이 갓 잡힌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감성돔들은 계측 후 주최 측에서 꼬리를 잘랐습니다.

왜 잘랐는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꼬리의 채색입니다.

우승한 고기를 보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데 이는 수차례 뜰채질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제가 활어를 볼 때 A급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동공이 맑고 투명한지

둘째, 비늘이 온전히 붙어있는지

셋째, 아가미가 선홍색인지

넷째, 대가리(코 부분), 꼬리지느러미 부근이 벌겋게 달아올랐거나 상처가 있는지

 

여기서 네 번째는 자연산이든 양식이든 중간 유통 업자에 의해 활어 차에서 수조로 옮겨지면서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뜰채질로 생긴 것입니다.

활어는 소매점(횟집)으로 옮겨지면서 몇 차례의 중간 유통을 거칩니다. 그때마다 뜰채질하는데 이때 발버둥 치면서 생기는 흔적이 바로 위 사진의

우승 고기처럼 돼버립니다. 또한, 그물망으로 된 좁은 수조에 활어를 하루 이틀 가두어도 꼬리가 벌겋게 일어납니다.

 

지금까지의 사실만으로도 조작이 심히 의심되지만, 천보만보 양보하여 그럴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아래의 내용은 이 고기가 조작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

해주는 결정적인 단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2> 우승한 고기

 

바로 '안구 백탁화 현상'입니다. 사진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고기로 계측 당시 찍힌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왼쪽 눈에 허옇게 백태가 끼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우승에 가담한 두 마리의 감성돔이 모두 백탁화 현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확률상으로도 납득이 안 되지만, 여기서 우리는 백탁화 현상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주로 수질 불량에 의한 세균성 질병이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한쪽 각막이 먼저 손상되고 다른 한쪽이 마저 손상되기도 합니다. 안구 백탁화 현상은 야생에서 잡은 고기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증상이며

이는 주로 수조 속 고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문제를 대회 측에 제시하여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은 상대적으로 백탁화 현상이 덜한 오른쪽 눈동자가 찍힌 감성돔 사진<사진 1>을 제시하며 승부 조작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안구 백탁화는 계측 당시에 생기지 않았으며 두 시간가량 흐른 다음에야 생긴 것이라는 변명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안구 백탁화 현상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 없이 수질 오염과 균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제주도 어시장에서 찍은 참돔과 황돔(벵꼬돔)입니다.

조업과 경매를 마치고 수 시간이 지났지만, 보시다시피 눈동자는 맑고 투명합니다.

이는 자연산의 특징이며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은(잦은 뜰채질을 당하지 않은)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입니다.

 

 

위 사진은 표준명 다금바리입니다.

제주도 남단 해상(동중국해)에서 조업되어 서귀포로 입항한 뒤 저희 집(서울)로 올라오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공에서의 백탁화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거제도에서 낚시로 잡은 감성돔입니다. 꼬박 일곱 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하였지만, 보시다시피 동공의 변화는 없습니다.

백탁화 현상은 수질오염과 그에 따른 병원체에 의한 감염 증상이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되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숭어의 경우 겨울에 기름 눈꺼풀이 껴서 오는 백탁화가 있지만, 그것과 이 문제는 근본이 다르므로 논외 대상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찍은 안구 백탁화 감성돔

 

양식과 자연산임을 떠나 수조에 하루 이틀 내버려 두면 생길 수 있는 게 안구 백탁화 현상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야생에서 잡았든 양식산이든 수조나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은 활어에서는 안구 백탁화 현상이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렇듯 많은 낚시인으로부터 논란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낚시대회 협회 측은 별다른 사과 없이 침묵으로 함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2011년 사천기시장배 낚시대회에서도 안구 백탁화 감성돔로 우승하여 논란이 일었던 전례가

있었고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은 그전 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논란이 끊이질 않자 우승자가 직접 나서 해명한 글이 눈에 띠었습니다.

 

 

 

 

우승자는 안구 백탁화 현상을 '패대기쳐서 생겼다'의 뉘앙스로 말하고 있지만, 우승한 고기를 잡은 구체적인 채비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해명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기 바라면서 저는 우승한 고기에 또 다른 문제가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계측 후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배를 까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우열 곡절 끝에 까기로 하였는데 우승한 고기에서는 밑밥을 구성하는 크릴과 압맥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대신 위장에서 나온 것은 홍합 껍데기.

 

홍합 껍데기는 감성돔의 먹이 중 가장 마지막에 소화되는 물질로 며칠 간 먹이 활동을 하지 못했을 때 남는 최종적으로 남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추최 측은 홍합 껍데기만 나온 것에 대해 '자연산이 맞지 않느냐?'며 항변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화두는 자연산이냐 양식이냐가 아닌 갓 잡힌 고기냐 수조에 있었던 고기냐인데 문제의 본질의 회피하는 추최 측의 대응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사진 3> 사천시장기쟁탈전 낚시 대회의 시상 내역

 

이 밖에도 사천시장기쟁탈전 낚시대회에서는 많은 오점을 남겼습니다.

이번 낚시 대회에서 250여 명의 낚시인을 태워 갯바위에 내려준 배는 총 15개 선단이었습니다.

각 배에서의 우승자에게는 30만 원 상당의 부상이 주어진다고 대회 요강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어진 상품은 시중가 10~12만 원 상당의 제품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상품의 내역은 이러합니다.

 

 

찌낚시 대회에서 선상 갈치대를 상품으로 내건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가격은 애초 약속된 30만 원 상당이 아닌 10만 원이 조금 넘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사천시장기쟁탈전 낚시대회의 협찬사인 은성사 제품으로 '재고 떨이'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30만 원짜리 상품을 주겠다면서 10만 원짜리 선상 낚싯대가 지급되었다면, 나머지 차액은 누구 주머니로 들어갔을까요?

게다가 선단 우승 상품이 전부 지급된 것도 아니며 일부에게만 지급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향후 어떠한 대책하에 지급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이러한 의혹이 모두 빠진 채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또 다른 의문은 '제세공과금'의 행방입니다. 

낚시 대회의 시상 내역<사진 3>에는 상금이 모두 제세공과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금(원천징수)을 떼고 지급된다는 말인데요.

이를 증명할 만한 세금 명세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 금액에 대한 행방이 묘연합니다.

수천만 원이 오가는 대형 낚시대회에서 제세공과금을 제하면 그것도 몇 백만 원은 족히 될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협회 측의 성의 있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의혹은 점점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우승자는 물론, 대회를 진행한 관련자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함구 중입니다.

안 그래도 일부 낚시대회는 '돈 넣고 돈 먹기'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 사천시장기쟁탈기와 같은 큰 대회에서 승부조작, 상품 축소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제 국내의 낚시대회는 새로운 국면 아니,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애초 낚시대회의 목적은 '낚시인의 기량을 뽐내는 자리이자 친목 도모'였고 '저변 확대'와 '낚시 시장의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개최되고 있었지만,

과도한 대회비 상납에 이은 사행성 조장, 여기에 승부 조작까지 맞물리면서 낚시인들은 사천시장기쟁탈전의 철퇴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낚시 저변과 시장이 20~30년 전보다 많이 성장하였습니다. 그만큼 낚시대회도 성숙하고 투명성 있게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낚시인을 우롱하고 일부 관계자의 주머니만 두둑이 챙기는 낚시대회는 불미스러운 역사만을 안고 사라질 것입니다.

관련자들은 이번 사태에 관해 조속히 해명해야 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면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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