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식당 갈치국] 육지사람들에게 생소한 갈치국, 그 맛은?


 

일반적으로 갈치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쓰이는 생선쯤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갱이와 옥돔도 구이로 해야 제맛이고 성게 알(정소)은 구워먹지 않지만, 보통 날것으로 많이 먹고 있죠. 그런데 제주도는 이들 재료를 모두 '국'으로 승화시킨 국내 유일의 지역입니다.

 

"갈치국, 각재기(전갱이)국, 옥돔 미역국, 성게국 등"

 

심지어 돼지고기마저 삶아서 국물에 말아버리니 고기 국수, 몸국 같은 음식도 인기입니다. 이쯤 되니 탐라의 음식은 '국 공화국'이네요. 이러한 국 요리가 탕이나 찌개와 다른 점은 빨갛지 않다는 점. 말간 한 국물에 된장을 약간 풀어 끓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사정이 달라졌지만, 예부터 제주는 고추가 귀해 고춧가루를 빻아서 넣은 음식이 많지 않았던 것도 지금의 국 문화에 일조하였습니다. 여기에 사면이 바다니 일 년 열두 달 생선이 지천입니다. 갈치국을 비롯해 생선국이 유달리 많은 제주도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토속음식으로 지금은 육지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육지 사람이 맛 본 갈치국은 어떠했을까?

 

 

서귀포 네거리 식당

 

차림표

 

제주도에 갈치국을 취급하는 음식점은 많지만, 이왕이면 도민들에게도 갈치국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수소문하여 찾아갔습니다.

대표적으로 네거리 식당을 비롯해 제주뚝배기, 황금어장, 속초식당 등이 있고 이 중에서 동선이 가장 가까운 곳을 택해서 들어간 곳이 네거리 식당입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하필 이날부로 갈치국이 천 원이 오른 11,000원에 판매된다고 식당 종업원이 귀띔해 줍니다.

바로 전날까지는 만 원에 팔았다는 사실에 조금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어떡하리오. 그게 운명인 것을.  

 

사용하는 식재료의 원산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쌀, 배추, 김치는 국내산. 갈치는 제주산 은갈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옥돔은 중국산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옥돔이 중국산이라면, 옥돔과 유사 종인 옥두어를 말린 것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원산지 표기를 명확히 해두는 것은 소비자와 식당과의 신뢰감 형성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어떤 식당은 중국산 식재료의 사용이 부끄러운지

국내산만 표기하는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네거리식당처럼 중국산임을 드러내고 표기해 둔 점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갈치국(11,000원)과 정식(7,000원)

 

갈치국만 두 그릇 주문하지는 않았습니다. 갈치국 하나에 정식 하나를 주문하자 노르웨이산 고등어구이 반쪽이 올려집니다.

밑반찬은 내용이 평이하지만, 정갈하고 깔끔한 편.

 

 

제주 갈치국

 

갈치국의 첫인상은 일반 생선탕의 비주얼과는 전혀 다릅니다. 

말간 한 국물에 얼갈이배추와 단호박, 듬성하게 썬 고추 몇 조각만이 보였으며 정작 주인공인 갈치는 숨어있었습니다.

국물에는 갈치 비늘에서 나온 구아닌 색소가 번쩍이고 있었으니 갈치국을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는 시각적으로 호감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비늘을 긁어서 끓였겠지만, 그래도 나오는 것이 구아닌 색소입니다.

이 구아닌 색소가 여성의 립스틱에서 광택을 내는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그마한 꿀 상식.

 

 

수저로 들추자 주인공인 갈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런 갈치조각이 3개 정도 들어 있는데 그 너비가 2지(손가락 두 개 겹친 크기)로 크진 않지만, 세 조각이 들었으니 11,000원이라는 가격은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적정 수준으로 보입니다. 

 

갈치국을 접하지 못한 육지 사람들은 왠지 비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합니다.

한평생 물속에 살던 생선이니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가 다시 물에 빠지면 비린 맛이 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비린 맛을 얼마나 잡아주느냐가 관건인데요. 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선도일 것입니다.

매일 아침 들어오는 싱싱한 은갈치를 그날 바로 소비하다 보니 늘 싱싱합니다.

그래서 갈치국은 특별히 산지라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오래 끓이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갈치국은 일본의 '맑은탕(지리)'과 별개로 발전된 음식이지만, 그 원형은 결국 생선 맑은탕(지리)에 있습니다.

고춧가루 등의 양념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생선이 내는 고유의 육수 맛을 볼 수 있지만, 대신 선도가 안 좋으면 맛이 비릴 수 있습니다.

그 비린내를 잡기 위해 소량의 된장을 쓰기도 하지만, 밀려오는 주문을 소화해야 하므로 가장 센 불로 단시간에 끓여 내면 비린내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갈치국을 비롯해 제주도의 여러 생선국이 비리지 않고 개운한 이유는 산지라는 이점을 살린 싱싱함 때문이고 된장을 조금 넣어 가장 센 불에

팔팔 끓여 낸 것도 한몫하였습니다. 그런데 네거리 식당의 갈치국은 개운함 속에서도 칼칼함을 강조한 국물 맛이 특징입니다.

조금은 굵직하게 썬 고추가 제법 매운데요. 저 처럼 구수한 생선 맑은탕(지리)에 맛을 들였다면 과하게 느껴지는 칼칼함이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서귀포 네거리식당 : 위치는 본문 아래 지도 참조

네비 주소 : 서귀포시 서귀동 320-9

영업 시간 : 평일 07:30~22:00, 공휴일 09:00~18:00, 명절 당일날은 휴업

주차 시설 : 없음

문의 : 064-762-5513

 

#. 갈치국이라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아

제 기준에서는 갈치국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물 좋은 생선으로 맑은탕(지리)을 끓이면 웬만하면 다 맛있습니다.

갈치국에 든 얼갈이 배춧잎과 단호박을 제외한다면 결국, 생선 지리와 다름이 없으니까요. 

다만, 제주도에는 갈치가 많이 나고 늘 싱싱하므로 설령 국으로 끓여 먹어도 비리지 않고 개운하다는 점이 육지 사람들에게는 어필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제주도 음식점과 명소가 거의 까발려졌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성게국, 갈치국, 각재기국, 몸국 등 토속 음식을 맛보고 가는 것도 이제는 성지순례처럼 돼버렸죠.

 

이러한 음식은 집집이 특별한 노하우가 있기보다는 얼마나 물 좋은 생선을 가져다 쓰느냐 즉, 재료 고유의 맛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의 문제이다 보니 이제는

그 맛도 대체로 평준화된 느낌입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몇몇 식당은 도민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도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해서 육지

사람 입맛에도 모두 맞다고는 볼 수 없을 겁니다. 갈치국도 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결국, 생선 맑은탕(지리)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바라본다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제주도에 오면 한 번쯤 맛봐야할 음식 정도로 권해 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네거리 식당의 갈치국은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만큼의 감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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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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