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감성돔 낚시(2),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밥상(자연산 감성돔회)


 

서울에서 대한민국 최서남단까지의 여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밤새 진도까지 달려와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세 시간. 가거도에 도착하면 또다시 종선 배로 갈아타고 십여 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 이때가 오전 7시 40분이었습니다. 전날 저녁, 수도권에서 출발한 시간이 딱 이때였으니 꼬박 열두 시간을 이동한 셈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가거도는 한겨울이 무색할 만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낚시꾼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평일이라 수십 명에 그첬을 뿐, 주말이면 수백 명에 달하는 꾼들이 이곳 국토 최서남단으로 찾아와 감성돔 사냥에 나서겠지요. 그중에서 손맛 보는 꾼들은 30%가 채 안 될 것입니다. 제아무리 가거도가 감성돔 낚시의 천국이라 해도 고기 나올만한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겠죠. 포인트야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자리라면 모두 포인트라 부르지만, 그중에서도 특급 포인트는 따로 있는 법. 예를 들어, 가거도에서 포인트라 불릴만한 곳이 50여 군데라 가정한다면 그중 4~5곳이 특급 포인트이고 7~8곳이 A급 포인트가 됩니다. 이들 포인트는 감성돔의 출현 확률이 70% 이상이므로 조과가 보장되는 명당일 것입니다.

 

 

나머지는 B급 포인트로 감성돔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못 잡을 확률이 더 많은 복불복 낚시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거도는 전라남도를 제외한다면, 전국 어디에서 와도 가장 먼 섬입니다. 경비도 만만치 않고요.

모두가 특별히 공을 들여 출조한 건데 어느 누가 B급 자리에 내리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들 중에는 반드시 B급 포인트에 내려야만 하는 운명에 있습니다. 명당은 몇 곳 없는데 꾼들은 미어터지니 포인트 경쟁이 불가피하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명당에 내릴까요? 그 선장과 친한 사람이 내립니다. 

그중에서도 VVIP라 여기는 손님이 있을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매출을 올려주는 민박집의 얼굴마담들.

어쩔 수 없는 섭리겠지요. 단골도 명당에 내리기 위해 그간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겠습니까?

선장에게 위스키를 바치고 갖은 아양을 떨고, 조타실에 꼭 붙어서 친분도 과시해야 할 테고.

 당장 제가 선장이어도 단골손님 위주로 챙겨줄 것 같습니다. 평소에 보도 못 한 뜨내기손님을 명당에 내려주면 단골 다 떨어져 나가게?

이게 다 어자원이 부족한 탓이요. 특정 섬, 특정 포인트에 몰림 현상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쨌든 저의 가거도 낚시 첫날은 노래미 1수, 멸치 3수로 허무하게 끝났습니다.

멸치의 방해공작이 문제라기보다는 바깥쪽으로 뻗어 나가는 조류를 만나 온종일 고전했던 것.

하지만 포인트 자체는 특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좋아 보였습니다. 조류만 횡으로 흘러주었다면, 몇 마리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움으로 남았지요.

 

 

3구로 철수하자 곤돌라로 짐을 실어 나르기가 한창입니다. 사진에는 각도 상 사람이 올라탄 것처럼 보이는데 사람은 탈 수 없어요. ^^;

 

 

이날 오동여에서 나온 감성돔

 

이날 감성돔은 특정 포인트에서만 쏟아졌습니다. 사실 쏟아졌다고 표현하기에는 지금 이 계절치고 전체 조황은 부실한 편입니다.

5짜 서너 마리는 보여야 할 시기에 전부 4짜 초중반이고 나머지는 3짜. 심지어 2짜도 보입니다.

이날은 개인 손님들이 넙데기나 오동여 같은 특급 포인트로 들어갔기에 이만한 조황이 나온 것 같습니다.

내일은 우리(출조점)가 특급 포인트에 들어갈 예정이라니 여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누구를 어디에 내려줘야겠다는 것은 선장 고유의 권합니다. 그야말로 이곳에서는 선장이 법입니다. 법.

또 그것을 옆에서 조율해주는 사람이 가이드입니다. 그러므로 가이드가 이곳을 수십 년 다니면서(팔아주면서) 선장과의 교섭력을 발휘해야 그 가이드를

믿고 따라온 손님들도 특급 포인트에 내릴 기회가 주어지겠지요. 

그러니 현지에서 가이드의 영향력 높은 출조점을 이용하는 게 저 같은 수도권 낚시인들에게는 확률을 높이는 방법일 것입니다.

 

 

가거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곤돌라

 

 

3구 마을

 

올라오니 풍경이 장관이네요. 저기 갯바위를 보십시오. 곶부리와 홈통이 번갈아가며 있는 지형이 꼭 감성돔 낚시하라고 만들어진 포인트 같습니다.

알려지다시피 가거도는 1구, 2구, 3구로 나뉘어져 촌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총 200여 가구에 5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1구는 목포에서 수시로 여객선이 들어오는 덕에 물자조달이 수월하지만, 이곳 3구는 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물자를 조달받으려면 배가

들어오는 날에 맞춰 나가야만 합니다. 그만큼 육지에서 멀고 척박한 섬이지만, 대신 바다에는 자연산 전복을 비롯해 각종 해산물이 나는 황금어장입니다.

일제강점기에 붙여졌던 소흑산도 대신 이제는 '가히 살 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겠지요.

 

 

숙소

 

가거도 낚시는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노란색으로 페인트칠한 숙소는 처음 묶어봅니다.

알고 보니 기존 민박집에 딸린 별관이더군요. 본관은 이미 개인 손님으로 찼습니다. 대부분 장박 손님일 텐데요.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다들 어떻게 오셨나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로 오게 된 것이니 오해 마시길. ^^;

이번에 가거도 안 갔으면 아내는 굉장히 짜증 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때가 언니 집에서 산후조리 중이다 보니 자기가 집에 없을 때 한 번이라도

낚시를 더 다녀오라는 명령이 있었거든요. 그런 아내 말을 듣고 가거도 출조를 강행한 거였는데 현재는 감성돔에게 패하였고 이제 남은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하지만 내일 오후부터는 날궂이가 시작된다고 해요. 잘하면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철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 낚시를 위해 포인트 설명을 하고 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감성돔 회 뜨기가 한창입니다.

 

 

겨울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감성돔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밥상

 

그리하여 차려진 가거도의 밥상. 자연산 감성돔 회를 주축으로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로 반찬이 꾸려집니다.

단맛이 강한 아기 배춧잎과 물미역은 자연산 감성돔 회를 보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걸 보니 '낚시꾼은 낮에 거지같이 먹고 저녁에는 황제처럼 먹어라'는 말이 실감 나는군요.

 

 

물김 회

 

가거도의 토속적인 맛을 가감 없이 보여준 물김 회입니다. 물에 불려 무치는 무침과 달리 이것은 생으로 내니 '회'라 표현하기에 손색없을 듯.

그 맛이 어찌나 시고 강렬한지. 그래서 더욱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역할로 그만이었습니다.

 

 

자연산 감성돔 회

 

오늘의 주인공인 감성돔 회. 이것이 빠지면 서운하죠.

우리가 시장이나 횟집에서 사 먹는 감성돔 회는 도미(참돔)보다 1~2만 원가량 비싸게 주고 먹어야 하는 고급 횟감이지만, 90% 이상 양식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감성돔 회는 정말 귀한 음식일 것입니다. 그런 감성돔이 이곳 가거도에서는 널리고 널렸지만 ^^

 

뒤쪽에는 50cm가 넘어가는 자연산 우럭도 섞였지만, 꾼들의 젓가락은 감성돔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맛에서 비교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50cm가 넘는 자연산 개우럭도 귀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날은 감성돔의 고소한 맛에 가려졌네요. 차진 식감 또한 감성돔의 압승입니다.

 

 

극상의 선도에만 나타나는 오로라 현상

 

감성돔 회 두 점을 물미역에 싸먹으니 가거도의 차디찬 바다 향기가 입안에서 스르륵 하고 녹는 듯합니다.

가거도에 오기까지의 긴 여정, 피곤함, 몰황의 당혹스러움까지 고생스러운 순간도 많았지만, 이때만큼은 그런 기억에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인생 사는 게 그런 거겠죠 뭐. 계속 이대로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가거도산 고등어조림

 

자연산 감성돔으로 술 한잔 하는 사이 식사가 나옵니다. 김치 등의 기본 반찬이 몇 개 깔리고 가거도산 고등어조림이 등장.

이렇게 반찬을 맛있게 내는 집이 도시락은 왜 그 모양이래. 혹시 도시락만 따로 만드는 집이 있나? 싶기도 하고.

 

 

 

가거도산 강아지의 범상치 않은 식성

 

가거도 낚시 2일차, AM 7:15

 

먼동이 트는 이 시각, 움직이기 시작한 낚시꾼들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낚시꾼이라고들 합니다. 정말 부지런하지 못하면 즐길 수 없는 바다낚시이죠.

그놈의 감성돔이 뭐길래 수십, 수백 해리를 달려와 단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난리를 칠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시간은 7시 30분이 다 돼가는데도 날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늦게 뜨는 섬임을 실감할 틈도 없이 꾼들의 승선에 속도가 붙는군요.

저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이날은 출조점 손님, 민박집 개인 손님 할 것 없이 총출동.

포인트 쟁탈전이 예상되기에 짐 배치에도 신경 쓰면서 배에 올라야 합니다.

 

 

#. 운명을 가른 선택

저는 어제 낚시한 곳보다는 좀 더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에 내리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젯밤 작전 회의를 하면서 미묘한 선택이 이번 가거도 낚시의 운명을 갈라놓게 되었지요.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출조점 손님은 총 열 명으로 2인 1조로 들어가면 총 다섯 개 포인트가 됩니다.

전날에는 특급 포인트를 개인 손님에게 양보했지만, 대신 이 날은 반드시 그곳을 사수해야만 하는데 전부 사수할 게 아니라 가거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한두 군데는 개인 손님에게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특급 포인트는 두세 군데 정도.

 

이곳에 누가 들어갈 것이냐는 이미 제비뽑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제비를 잘못 뽑아 이날 네 번째로 하선하게 되었으니 적어도 위에 언급한 특급 포인트에는 내릴 수 없는 운명입니다. ㅠㅠ

특급 포인트에 못 내린다 치더라도 A급 포인트는 A, B, C 이렇게 세 군데가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포인트 중 어디에 감성돔이 붙어 있느냐인데 직접 물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 턱이 없겠지요.   

 

저는 A, B, C 중에서 B 포인트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A포인트에 내리기로 한 사람이 A포인트에서 낚시를 많이 해봤다며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낚시하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저와 그 사람의 포인트는 서로 맞바뀌어졌고 제가 A포인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선택이 낚시에서는 아주 큰 결과로 나타나지만, 그것을 깨닫게 될 때는 낚시를 마친 후 철수 배에 오를 때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내린 곳은 역시 가거도 본섬에 있는 '높담'이란 곳입니다.

높담이란 어감에서 발판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포인트 지형은 평범했습니다.

 

 

AM 7:40, 감성돔 낚시 시작

 

배에서 내리니 7시 30분. 십 분 동안 낚시 준비를 하자 이제야 지형이 눈에 들어올 만큼 날이 밝아졌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허연 포말이 갯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일. 오전부터 기상이 나빠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가거도에서 이 정도면 매우

잔잔한 축에 속합니다. 하늘이 허락해야만 낚시할 수 있는 섬이니만큼, 이날 가거도에서 제가 가진 기량, 운, 모두를 쏟아부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즐거운 마음 대신 씁쓸한 기분으로 철수하겠죠. 그리고 그 기분은 한 달 후 카드 명세서를 받아보았을 때 극에 달할 것입니다. 

 

 

포인트에서 20m 떨어진 곳은 9~11m, 그 앞쪽은 6~8m, 그리고 이른 아침에 김을 뜯어 먹으려고 들어온 감성돔을 노리려면 초근거리를 공략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수심 정보는 들은 게 없지만, 지금까지의 수심을 유추해 본다면 4~5m 정도 될 것입니다.

이렇듯 포인트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기에 자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그런 자신감과 별개로 청개구리처럼 움직여주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가거도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횡조류가 으뜸입니다. 그다음은 횡으로 흐르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조류 정도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조류가 난바다로 나가는 것.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어제처럼 조류가 나가면 어떡하나 싶어 기분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히트 지점은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를 때 간출여 부근에서 입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만약, 조류가 발 앞으로 들어와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는다면, 가까운 곳에서 입질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현장의 조류는 설명과 달리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이해를 하고 내렸는데 막상 내려보니 조류는 설명과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칼바위 홈통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직 들물이 시작되지 않아서 그런가도 싶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초들물이 들어오므로 그때가 오면 설명한 대로 조류가 흘러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전까지는 포인트 구성을 새로 짜야만 했습니다.

 

조류는 횡으로 흐르고 있지만, 발 앞에는 포말이 일고 있어 밑밥을 5m 이상 멀리 치면 반탄류에 실려 나가 히트 지점이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 품질 해서 이른 아침부터 포인트를 멀리 구성할 필요는 없겠지요.

조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으로 방방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므로 밑밥은 2시 방향 갯바위에 최대한 붙여서 뿌려놓고 채비를 준비합니다. 

 

 

수심 6~8m의 바닥층을 안정감 있게 공략하기 위해 1.5호 반유동을 선택하였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오쿠마 LBD 3000번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3호(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와 수중찌 : 쯔리겐 본류원투 1.5호 / -1.5호 금속형 수중찌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2호

바늘 : 감성돔 전용 바늘 4호 → 5호로 교체 

봉돌 : 2B와 B로 분납

 

찌 부력은 수심 6~8m, 먼 곳은 9~11m까지 공략하기 위해 평소보다 한 단계 높은 1.5호를 선택하였습니다.

포인트 주변에는 약간의 너울 기와 함께 포말이 지속해서 일고 있어 수중에 형성되는 강한 반탄류를 잡아주기 위함입니다.

여기에 조류도 횡으로 아주 방방하게 흐르는 상황이라 목줄에 2B 봉돌과 B 봉돌로 각도를 죽였습니다.

 

어차피 지금 시즌은 영등철이 아니므로 목줄 각도나 호수를 타는 예민함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채비도 무겁고 둔탁하게 꾸렸습니다.

이곳은 예전에 58cm급 감성돔을 비롯해 다수의 오짜 감성돔을 배출한 명소였다는 점도 저의 하드한 채비를 꾸리는 데 일조했습니다.

일단 걸면, 4짜 이상일 것이고 힘이 다른 지역의 감성돔보다 월등히 세기 때문에 만약에 터트린다면, 그걸로 낚시가 쫑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군요. 지금 시각이 벌써 8시. 앞으로 두 시간 안에 감성돔을 보지 못하면, 이번 가거도 낚시는 그 어떤 출조보다도

공허한 낚시로 남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어쨌든 지금은 이른 아침이니 갯가를 노리기로 하였습니다. 지형은 완만히 들어가는 곳이어서 초릿대가 끝나는 전방 5~6m를 노리고자 합니다. 

지금은 간조이므로 예상되는 수심은 4~5m 정도. 저는 면사매듭을 5m로 세팅하고 첫 캐스팅을 날렸습니다. 흘려보니 밑걸림이 없네요.

에라이 몰라. 단번에 2m를 올려서 두 번째 캐스팅을 시도합니다. 그랬더니 바로 걸리는군요. ^^;

채비를 회수하는데 다행히 바늘이 살아서 올라옵니다.

 

세 번째 캐스팅은 1m를 낮춘 6m로 수심 설정한 후 똑같이 흘려봅니다.

2시 방향으로 던진 찌는 조류를 타고 제 앞을 스쳐 지나가는 듯 하더니 찌가 자물자물거리네요. 역시 밑걸림인가 봅니다.

채비를 회수하려고 낚싯대를 드는 데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엥? 밑걸림 아니었네. 뭔가 매달려 있는데 힘은 쓰지 않군요.

 

"일단 챔질!"

 

 

AM 8:15, 가거도에서 첫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낸다.

 

챔질하자 그제야 꾹꾹 처박는데 대번에 감성돔임이 느껴졌습니다. 힘이 제법 당찬 것이 4짜에 가까울 듯싶습니다. 

다만, 찌가 빌빌거리며 들어가는 바람에 제때 챔질도 못하고 얻어 걸린 감성돔이네요. 어쨌든 땡큐입니다.

 

 

35cm급 감성돔

 

세 번째 캐스팅 만에 낚은 가거도 감생이. 힘은 4짠데 올려보니 35cm밖에 안 나왔습니다.

가거도 감성돔이 다른 지역의 감성돔보다 힘이 세다더니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찌는 밑걸림처럼 자물자물거렸는데 미끼는 삼키고 올라왔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제가 설정한 수심이 실제 수심보다 더 깊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녀석은 바닥에 질질 끌리는 미끼를 주워 먹다 낚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좀 더 확실한 어신을 캐치하기 위해 수심을 6m에서 0.5m 줄인 5.5m로 세팅하고 흘려봅니다. 이제부터는 미세 수심 조절에 들어갑니다.

 

그랬는데도 발 앞에서 밑걸림이 생기네요. 올려보니 해초에 걸렸는지 봉돌이 바늘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다시 흘려보니 역시 그 부분을 지나간다 싶으면 밑걸림. 그래서 이곳에 작은 여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번에는 수심을 5.5m로 그대로 두고 여가 있는 곳으로 흘리되 뒷줄견제를 통해 여를 넘겨볼까 합니다. 

 

마침 조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방방하게 흘러가주고 있으니 이 정도 속도감이라면, 대략 5초 정도의 뒷줄견제로 여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충 넘겼다 싶은 시점에서 뒷줄을 풀고 흘리려는 찰나, 찌가 총알같이 사라집니다. 이런 건 타이밍 잴 것도 없이 챔질!

 

 

AM 8:28, 두 번째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항문을 보니 벌써 혼인색을 띠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네요.

봄에 산란을 앞둔 감성돔이 영등철(2월 대보름부터 3월까지)로 접어들면 항문이 벌게지기 시작. 영등 감성돔의 특징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계측해 보니 36cm급 감성돔

 

지금까지 두 마리를 걸었는데 씨알은 가거도 답지 않게 3짜 중반. 이런 걸 잡으려고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아닌데.

라며 속으로 중얼거린 저는 곧바로 세 번째 감성돔을 맞이하기 위해 갈무리를 서두릅니다.

이럴 때는 사진 촬영이고 뭐고 다 생략하고 오로지 낚시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조행기 때문에 그러기가 영 쉽지가 않군요. ^^;

 

오전 9시경. 바다에는 또 한 번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류가 감성돔 낚시하기에 정말 환상적인 속도로 흘러가주었고 물색도 아주 적당해 언제라도 대물 감성돔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낚시,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가거도 감성돔 낚시 2일 차, 포인트 공략도

 

#. AM 9:20

한동안 입질이 없자 저는 잠시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왼손에는 낚싯대를 받쳐 들고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보는데 그 순간 총알처럼 들어가는 찌를 곁눈질로 보았습니다.

찌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구부러졌던 원줄이 펴졌고 곧바로 초릿대까지 가져갈 시점까지 불과 1~2초도 안 걸렸습니다.

초릿대가 들어가려던 찰나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한 손으로 챔질에 성공합니다. 그리 강하게 휘두른 챔질은 아니었지만, 워낙에 찌를 빨고 가는 기세가

등등하다 보니 팔꿈치 관절이 허용되는 범위에서만 툭하고 챔질했는데도 덜커덕하고 걸린 느낌이 아주 짜릿하게 전해졌습니다.

 

순간 차고 들어가는 힘이 보통은 넘는 듯. 휴대폰을 서둘러 집어 넣고 양손으로 파이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 힘이 정말 막돼먹었네요. 목줄이 2호라 설마 터지지는 않겠지만, 근처에는 수중여가 듬성히 나 있는 데다 수심 자체가 낮아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러웠습니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는데 이 녀석,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요. 힘으로는 오짜가 확실해 보이는데 가거도 감성돔이 워낙 힘을 쓰는지라

예상 씨알보다 적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일단 이 녀석을 굴복시키는 게 우선.

 

수심도 5m밖에 안 나오는 여밭인데 잘도 처박는군요. 녀석이 처박을 때마다 LB 브레이크를 주는 대신 상체를 살짝살짝 숙이는 정도로만 대응했는데

이번에는 LB를 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처박습니다. 

 

"어어어 그쪽으로 가면 안 돼"

 

가거도에서 겨울 감성돔 낚시 이야기, 마지막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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