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대물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대물을 솎아내는 짜릿한 손맛 때문에 겨울을 기다리는 낚시인들이 많을 줄 압니다. 낚시 인구의 밀집도는 경남과 제주가 가장 많지만, 그보다 인구 밀집이 높은 수도권에도 낚시 인구가 무시 못 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는 동네 낚시터부터 원도권까지 멀어야 두세 시간권 안에 있어 가까운 방파제나 내만권를 찾을만한 여유가 있습니다. 반면에 수도권에서는 거리대 가성비를 따지게 되므로 먼 남해까지 가서 굳이 방파제 낚시를 해야 할 동기가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가거도나 대마도 같은 원도권에 시선을 돌리게 되는데요. 특히, 이런 겨울이라면 시즌 오프인  서해에서 세월을 낚고 오느니 비록, 경비가 들더라도 제대로 된 출조를 하고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거도와 대마도를 대상으로 한겨울 낚시 팁을 저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할까 합니다. 이미 가거도와 대마도 낚시를 하고 계신다면 대부분 알만한 내용이에요. 이 글은 앞으로 출조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먼저 오늘은 겨울 시즌, 가거도 감성돔 낚시와 관련해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사선을 이용할 때

아시다시피 가거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섬에 속합니다. 가거도로 낚시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과 진도에서 사선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 속도는 사선이 빠르므로 3시간 만에 주파합니다. 그런데 그 세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겁니다. 가거도는 외해권의 먼 섬이고 진도에서 가거도로 가는 해역의 조류가 매우 세다 보니 겨울에 물결이 잔잔한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상이 양호해도 기본 파고가 1.5~2m 정도 되므로 뱃머리가 쉴새 없이 들썩이지요.

 

그러니 멀미에 취약한 분들은 왕복을 고려해 멀미약을 준비하세요. 선실은 뒤쪽과 조타실 아래에 있는데 뒤쪽이 그나마 좀 낫습니다. 짐을 실을 때 배낭이나 귀중품이 든 가방은 반드시 선실로 갖고 들어가세요. 낚시가방과 밑밥통은 대부분 배 앞쪽에 싣는데 어디에 놓는다 해도 전부 바닷물에 젖게 되어 있습니다. 배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보니 낚시 짐은 대부분 흠뻑 젖게 됩니다. 그러므로 낚시가방 안에 바닷물에 젖으면 안 되는 물건을 넣지 마시고, 될 수 있으면 낚시가방용 방수 팩을 씌워주는 것도 요령입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방치해 두면  낚시가방의 지퍼가 허옇게 부식되고 심지어 손잡이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가방을 빨았습니다. ㅡㅡ;)

 

 

#. 낚시 짐은 최소화해야

겨울에 낚시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쿨러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쿨러는 짐만 되니 가져오지 마시고, 설사 가져온다 하더라도 버스나 차량에 두고 가거도로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낚시 짐의 가장 좋은 구성은 낚시가방 + 밑밥통 이 두 개만 갖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는 안전이라는 중대한 문제 외에도 포인트 유불리에 따른 선별과 관계가 있습니다. 일단, 낚시꾼이 짐이 많으면 선장이 좋은 포인트에 내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거도는 외해권이라 대부분 너울이 갯바위를 때립니다. 배가 접안할 때 뱃머리가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리므로 배에서 갯바위로 건널 때 짐이 많아 시간이 지체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릴 때 다리 한쪽을 갯바위에 걸친 상태에서 배가 밀려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다시 뱃머리가 들어와 다리 한 짝이 끼어 부러지거나 머리를 다치거나 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배가 뒤로 밀리거나 다시 들어오는 것은 선장의지와 관계 없이 너울이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런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거도에서 갯바위에 내릴 때는 매우 기밀하고 긴박하게 이뤄집니다. 그래서 낚시 짐이 많으면 서로가 피곤해요. 어차피 낚시하는 데는 낚시가방 하나, 밑밥통 하나면 충분합니다. 부력망과 두레박은 밑밥통에 어떻게든 구겨 넣으세요. 밑밥통 위에 올려서 손잡이로 고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살림통(보조가방)을 꼭 가지고 들어가겠다면, 밑밥통을 겹쳐 넣어 짐 수를 줄이세요. 찌 수납 포켓과 릴은 낚시가방에 넣거나 여의치 않으면 배낭에 넣고 등에 매는 것도 요령입니다.

 

그 배낭에는 민박에 필요한 옷이나 생활용품 등이 들어갑니다. 만약, 여행용 가방을 가져왔다면 조타실에 맡겨두고 내리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건 내릴 때 낚시 짐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좋은 포인트에 내릴 수 있고 서로가 피곤하지 않습니다.

 

 

가거도 3구의 명포인트, 큰넙데기

 

#. 갯바위 안전 장구에 관하여

가거도를 떠나 갯바위 낚시이기 때문에 구명복은 필수겠지요. 구명복을 착용할 때 가랑이 끈도 반드시 착용하여 유사시를 대비합니다. 갯바위 신발은 장화를 권합니다. 장화 중에서도 펠트+스파이크를 권하는데 사실 지금 시즌에는 거의 모든 갯바위에 김이 붙어 있으므로 김발 위에서는 펠트+스파이크도 미끄럽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도 갯바위 단화나 릿지화보다는 장화가 낫습니다. 김발을 대비해 넓은 타월(수건)을 한 장 지참해 보세요. 김발에 타월을 깔고 그 위에 서서 낚시하면 덜 미끄럽습니다. 이는 김발이 온 포인트를 뒤덮다시피 할 때이며, 그 전에 김발을 밟지 않을 수 있다면, 아예 밟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 가거도 감성돔 낚시채비에 관하여

가거도는 물발이 세기로 악명 높은 섬입니다. 특히, 속조류가 겉조류보다 빨라 눈에 보이는 찌 흐름과 달리 바닷속 채비는 조류의 영향을 받아 휘감거나 미끼가 떠오르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적절한 채비는 미끼를 단단히 잡아줄 수 있는 고부력 반유동 낚시입니다. 물론, 조류가 아예 가지 않을 때는 전유동 조법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조용한 정조 시간 외에는 대부분 조류가 가는데요. 조금이라도 조류의 흐름이 있다면, 속물은 그보다 더 빨리 흐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고부력 반유동을 사용할 때도 찌의 여부력이 많은 제품을 권합니다. 밑채비가 조류에 밀려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목줄에 최소 B 봉돌 한두 개를 달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부력이 많은 찌를 써야 합니다. 가령, 내만권 감성돔 낚시에서 주로 쓰는 0.5~0.8호 찌는 여부력이 g2~B 정도일 겁니다. 1호찌를 쓰더라도 여부력은 2B를 넘지 않겠지요. 그런데 가거도에서는 최소 여부력으로 3B가 필요합니다. 3B는 B봉돌 두 개와 맞먹습니다. 그렇게 하면 약 70~80%까지 여부력을 상쇄하며 나머지 20~30%는 찌의 시인성을 위해 남겨두게 됩니다.




예를 들어, 쯔리겐 찌 중에 M-16이라는 모델이 있습니다. 이 찌는 1호 여부력이 무려 4B나 됩니다. 혹자는 "1호밖에 안 되는 찌가 여부력은 왜 이리 많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필드 조건에서 쓰라고 나온 제품이며 실제로 가거도에서 이 모델을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심 5~6m밖에 안 되는 포인트에서도 기본이 1.5호 심지어 2호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거도는 서해에 놓인 섬이므로 서해권 감성돔 낚시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심은 낮은데 조류은 엄청나게 세고. 그래서 수심보다 두 치수 높은 고부력 찌로 밑채비를 아주 안정감 있게 눌러줘야 원하는 수심을 공략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성돔이 고부력 찌를 외면하거나 이물감에 뱉는 예민함은 보이지 않더군요. 가거도 환경 자체가 워낙 거칠고 갯바위 가장자리에는 항상 너울과 포말을 동반하기 때문에 입질도 시원한 편입니다.

 

만약, 영등철(2~3월)에 대물 감성돔을 공략한다면, 여기에 바다까지 잔잔하다면, 여부력을 최대한 줄여 예민성을 더해야 유리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여부력은 대충 맞춰도 입질 받는 데는 무리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예민성보다 밑채비의 안정에 초점을 두고 바닥층을 공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장비의 구성

가거도 감성돔은 12~1월까지 3짜부터 5짜까지 다양한 씨알로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2월부터는 마릿수가 확연히 줄면서 영등 감성돔 시즌에 접어듭니다. 어느 쪽이든 가거도에서는 5짜, 6짜의 확률이 있기 때문에 채비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되겠지요.

 

낚싯대 : 1호~1.2호 (초심자의 경우 1.7호대까지 사용)

원줄 : 2.5~3호 (초심자의 경우 4호도 사용)

목줄 : 1.7~2호 (초심자의 경우 3호도 사용)

어신찌 : 1호, 1.5호, 2호를 주로 사용함

바늘 : 침 끝이 날카로운 감성돔 전용 바늘이 적당. 3~5호

밑밥(반나절) : 크릴 6장 + 파우더 2~3장 + 압맥 3~4장

밑밥(종일) : 크릴 8장 + 파우더 3장 + 압맥 4~5장

미끼 : 생크릴, 선별크릴, 깐새우(가거도에서 특효). 그리고 각크릴과 백크릴은 권하지 않습니다.

 

 

#. 가거도에서 식사

사진으로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음식은 기대하지 마세요. 1구 쪽은 국이 담긴 보온 도시락을 주던데 3구는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부식비는 올리면서 반찬의 질은 점점 떨어지는. 그나마 기대가 되는 것은 감성돔 회가 나오는 저녁 식사입니다.

 

 

#. 횟감으로 공수하는 방법

가거도가 먼 섬이다 보니 공수 방법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이게 생각을 잘해야 하는 게, 철수하는 날 진도로 올 때 살려서 올 자신이 없으면 아예 피를 빼고 가져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살려서 오는 것입니다. 살려서 오려면 우선 기포기와 라이브웰(보조가방)이 필요합니다. 일행의 것을 사용해도 되겠고요. 더 좋은 방법은 기포기 두 개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많이 하는 방법이고 또 요새는 기포기 수납 포켓이 두 개 달린 보조가방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기포기 한 개와 두 개는 고기의 활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중요한 건, 기포기를 틀고 가져올 때 요령입니다. 사선으로 철수할 때, 배가 많이 들썩이므로 지퍼를 끝까지 잠그지 않으면 해수가 다 빠져나갑니다. 도착해서 열어보면 물은 하나도 없고 허연 거품만 부글부글, 고기는 거의 숨통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죠. 이렇게 되면 갖은 스트레스와 함께 '고생사(苦生死)'하게 되므로 육질이 퍼석하고 맛이 떨어집니다.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숨통을 끊고 피를 빼서 담아오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살려서 가겠다는 욕심이 있으면 물 단속을 잘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진도에 도착했을 때 해수를 한번 갈아주는 것입니다. 이때 해수를 너무 많이 담으면 기포기를 틀어놔도 고기가 기진맥진합니다. 물은 고기가 겨우 잠길 만큼 자박하게 담으시기 바래요. 기포기가 커버할 수 있는 물 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특별히, 두 대를 동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해수를 적게 넣어서 기포기 성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만약, 항에서 피를 빼고 선어 횟감으로 가져오겠다면, 반드시 얼음을 채웁니다. 이때 얼음과 감성돔 중간에 부력망을 깔아 감성돔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해주세요. 저의 경우 감성돔을 맨 밑바닥에 깔고 그 위에 부력망을 얹은 다음, 얼음은 맨 위에 놓습니다. 이렇게 해서 가져와 포를 뜬 다음, 키친타올에 돌돌 말아 1도로 맞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횟감용으로는 3일은 갑니다. 하지만 식감이 물러지므로 하루 안에 드시는 게 좋으며, 48~36시간을 넘기면 초밥, 도미솥밥, 지리를 해드시고, 4일 이상 지나면 매운탕과 조림, 구이 등이 적당합니다. 

 

이상으로 가거도 감성돔 낚시와 관련해 필요할 만한 사항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겨울철 대마도 낚시와 관련해 몇 가지 정보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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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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