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없는 베이비 스튜디오 사진, 결국 아빠가 나섰다


 

결혼 7년 차에 얻게 된 소중한 딸. 그 기쁨과 함께 제게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이었습니다.

남들 다 찍는다는 50일과 100일 사진, 우리는 안 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그래도 첫 아인데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인데 나중에 애가 컸을 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것도 부모 노릇을 못하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베이비 스튜디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DSLR 카메라를 가진 저로서는 썩 내키지 않은 일이지만, 어차피 사진을 직접 찍을 실력도 시간도 부족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

베이비 스튜디오에 맡기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딸래미를 낳은 병원에서 소개해 준 곳이 있어 찾아간 곳은 녹번동의 OO 베이비 스튜디오. 

찾아갔더니 50일 촬영을 그냥 무료로 해준답니다. 마음에 들면 그때 계약해도 된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요. ^^

 

 

#. 기본기가 부족한 사진에 결국

이윽고 여성 사진사가 큼지막한 카메라를 가져오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자세가 조금 불안합니다.

보통은 DSRL 카메라를 들고 찍을 때 한손으로 렌즈 통을 받치는 게 기본인데 이 분은 양손으로 바디를 잡고 찍더군요. 마치 디카를 잡는 것처럼.

사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그립에서 초짜 냄새가 나니 이때부터 수상히 여겼습니다. 

혹시나 싶어 카메라 세팅을 보는데 사진을 잘 모르는 저도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M모드에 ISO는 800, 셔터스피드는 1200, 조리개 값은 2.8로 아예 고정해 놨습니다.

한쪽에는 창밖에서 자연광이 들어오고 있어 찍는 각도에 따라 조도며 노출이며 꽤 심하게 벌어질 텐데.

과연 이렇게 찍어서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촬영을 마치자 베이비 스튜디오 측은 빔프로젝트에 사진을 띄웁니다.

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자는 것입니다. 가만 듣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미끼 상품 있잖아요.

50일 촬영은 무료로 해주는 대신 마음에 들면 100일과 돌사진, 액자와 앨범제작을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해주는 그런 것 말입니다. 

가격이 얼마냐 물었더니 다해서 77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여느 엄마였다면 계약했을지도 모르지만, 하필 빔프로젝트에 띄우는 것도 이상히 여겼습니다. 

사진을 찍는 이들은 아시겠지만, 찍고나서 선명한 모니터로 띄워봐야 그 사진이 제대로 찍힌건지를 알 수 있는데 흐릿한 빔프로젝트에 사진을 띄우면

핀이 제대로 맞았는지 색감이 괜찮은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

 

M모드에 ISO는 800, 셔터스피드는 1200, 조리개 값은 2.8로 고정이라는 세팅이 말해주듯이 뒤는 전부 하얗게 날아갔고 아이의 코까지 날아가 버린

기본기가 한참 부족해 보이는 사진들. 셔터스피드는 1200나 주면서 조리개값은 2.8이니 심도가 너무 얕으니 초점이 나가버린 사진들.

그것을 모니터에 띄우면 티가 팍팍 날 테니 해상력이 좋지 못한 빔프로젝트에 띄워 보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의도 또한 보이고.

이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진이 일반 손님에게는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른 베이비 스튜디오를 찾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래 3컷은 두 번째로 찾아 나선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장 잘 나온 사진 3컷, 그래도 핀이 나갔다.

 

#. 베이비 스튜디오의 무성의함 그리고 비전문성

두 번째로 선택한 곳은 화정에 있는 어느 베이비 스튜디오.

약속 시각을 20분가량 넘겨서 온 두 여성이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열심히 찍습니다.

서서 찍고 앉아서 찍고 무릎 꿇고 찍고..다 좋은데 찍을 때마다 몸을 조금씩 흔드는 자세가 영 불안해 보여요.

촬영을 마치자 베이비 스튜디오 측은 원본 사진을 보내줄 테니 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하는군요. 그 자신감과 인심이 마음이 들어 그러자고 했습니다.

 

이틀 후 원본 사진을 받았는데 어째 컷 수가 부족합니다.

촬영 당시, 제가 지켜본 것으로도 50장은 족히 찍혔던 것 같은데 보내온 사진은 고작 23장.

나머지는 왜 안 보냈느냐고 했더니 핀이 안 맞아서 잘 나온 사진만 보냈다고 합니다. 헉!

사실 저는 거꾸로 생각했거든요. 핀 나간 사진만 보낸 줄 알았는데 이게 잘 나온 사진이라니..ㅠㅠ

위 세 컷은 이 중에서 그나마 잘 나온 사진을 뽑아서 올린 것입니다. 배경은 시종일관 침대라 단조로운 건 둘째치고 사진 자체가 쨍하지가 않아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세팅된 값이 전부 F2.8이었기 때문입니다.

 

색감도 너무 노랗게 나와서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보니 그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일부러 이런 색감으로 찍었으리라 짐작하는데요.

이 과도한 색감이 사진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지금까지 통했을지 몰라도 잘 보면 핀 초점의 엉성함, 무성의, 비전문성까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모든 베이비 스튜디오가 그런 건 아니겠죠. 적어도 제가 선택한 베이비 스튜디오는 엉성해도 너무 엉성했습니다.

바쁘니까 대충 돈으로 때울 수도 있었던 딸의 100일 사진. 하지만 모든 일은 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진으로 액자를 제작하고 앨범을 꾸릴 생각이라면 차라리 기념사진을 건너뛰는 게 나을 지도요.

결국, 시간을 쪼개서라도 직접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아빠가 직접 나선 딸의 100일 사진

우선 셀프 스튜디오를 알아봐야 하는데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은 2시간에 10만 원 정도 하더군요. 지하는 그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저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베이비 스튜디오를 선택했습니다. 

앞으로 차로 이동하는 데 30분, 촬영에 두 시간이 소요되기에 아이를 충분히 재우고 수유도 한 다음 출발했습니다.

 

 

 

 

 

 

 

 

 

촬영에 앞서 걱정부터 들더군요. 두 시간에 10만 원인데 이 시간 동안 사진을 제대로 못 찍으면 어떡하지 싶었습니다.

기껏해야 음식과 생선 사진이나 찍었던 제가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이 쓰인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보다 좋은 사진사는 없다고 하잖아요. 다른 사진사가 찍었을 때와는 너무도 달랐던 딸래미의 표정.

그 표정이 있었기에 부족한 사진 실력이 그나마 묻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던 딸래미도 한 시간이 지나자 슬슬 졸려오기 시작합니다.

엄마 아빠가 갖은 재롱을 부려도 시무룩하네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고 찍어야 할 사진은 많은데 이를 어쩌나요? ㅎㅎ

 

 

결국 울음을 터트린 딸. 일단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재우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 돈이 문제가 아니지. 졸려서 힘들어하는 딸래미가 우선이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푹 자라. 흑흑 ㅠㅠ

 

 

 

30분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좋아진 딸, 근데 저 껄렁껄렁한 표정은 뭐죠 ^^

 

비록, 사진 실력이 부족해도 딸의 표정이 살렸군요. 

평소 칼럼을 쓰기 위해 음식이나 생선 따위를 찍어왔지만, 찍어야 하는 대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관심과 사랑은 장르와 상관없이 통하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일에는 정성을 쏟지 않고선 잘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짧은 시간 동안 딸과 함께 나눈 교감은 사진 이상의 추억거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앞으로는 내가 아무리 바빠도 직접 찍어주겠다고. 더불어 이제는 생선만 찍을 게 아니라 가족들도 좀 찍어주고 해야겠군요. ^^;

 

※ 추신

그나저나 누가 100일의 기적이라고 했던가요? 우리는 요즘 100일의 기절을 겪고 있습니다. ㅠㅠ

요즘 딸에게서 안 보이던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밤에 잘만 잤던 우리 애가 최근 들어 새벽 4시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그리곤 혼자서 폭풍 옹알이를 하지 않나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요.

재우기 위해 말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그 시간에 다시 재우기에는 너무 힘이 드네요.

어떤 날은 잘 자다가도 어떤 날은 자주 뒤척이며 밤잠 설치게 하는데 뭣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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