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여행(2), 긴장감 백배 스릴넘치는 감성돔 낚시


 

 

 

4박 5일 대마도 낚시 여행의 첫 시작은 아소만 감성돔 낚시로 시작하였습니다.

일행 네 분을 모시고 들어왔는데요. 그중 세 분은 감성돔 낚시 경험이 거의 없어 이번 기회에 밀착 코칭으로 손맛을 돕고자 나섰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나온 것은 카메라 한 대뿐. 낚싯대 하나 없이 갯바위에 서니 기분이 묘하군요.

 

 

저를 빼면 네 명이니 두 팀으로 나눴습니다.

일행 중 감성돔 낚시 경험이 있는 밥곰님은 상원아빠님과 함께 섰고, 저는 대마도에 처음 오신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저 멀리 밥곰님과 상원아빠님이 선 곳은 양식장 부표 사이에 형성되는 수심 7m의 골자리를 노리는 포인트로 감성돔 씨알이 굵게 나온다고 합니다.

반면에 제가 선 자리는 씨알보다 마릿수가 예상되는 곳으로 수심은 10~11m 정도로 형성돼 B 전유동 채비를 연습하기에 아주 적당해 보이지요.

 

 

지도상으로는 이렇게 이동했습니다. 위치는 리히 아소만(仁位淺茅灣).

미네만에 자리한 빅마마 낚시 리조트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정도가 소요되며 선착장에서 포인트까지는 뱃길로 1~10분가량 소요됩니다.

1~10분인 이유는 선착장 바로 앞 갯바위에도 훌륭한 포인트가 형성되기 때문.

가깝다고 해서 고기가 잘 안 낚이거나 멀리 나간다고 해서 고기가 잘 낚이는 통상적인 인식이 우리 낚시인들에게 있기 마련인데요.

대마도는 그러한 틀이 통하지 않는 요상한 매력이 있지요.

 

 

우리가 선 곳은 리히 아소만이며 그중에서도 진주 양식장이 발달한 안쪽 깊은 곳에 자리했다.

 

아소만의 규모를 가늠케 해주는 지도입니다. 그 크기가 미네만의 10배로 알려졌는데요.

굽이굽이 복잡하게 펼쳐진 해안선을 고려한다면 10배가 아닌 수십 배를 훨씬 웃돌 것입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리아스식 지형으로 되어 있어 대부분 포인트가 골짜기처럼 움푹 패여 있습니다. 가까운 곳의 수심이 상당히 깊은 것도 이 때문이지요.

우리가 선 자리는 수천, 수만 개의 포인트 중 하나에 불과하니 지도를 통해 아소만이 얼마나 방대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여러 업체의 낚시 민숙집이 서로 경쟁하며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포인트가 구석구석 많이 있을 겁니다. 

복잡한 등고선도 포인트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죠.

 

 

수심 9~10m 층을 노리기 위한 B 전유동 채비

 

#. 아소만 감성돔 채비

낚싯대 : 1-530 갯바위 전용대

릴 : 2500번

원줄 : 2.5호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 4-2-4 B찌

수중쿠션 : 쯔리겐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1.7호

바늘 : 감성돔 4호 바늘

 

위 채비는 제가 아닌 일행의 것으로 찌와 수중쿠션은 제가 사용하는 것으로 추천했습니다.

전유동 4-2-4를 선택한 이유는 초심자들이 항상 애를 먹는 부분인 '채비 내림'에 유리한 찌이기 때문입니다.

채비 내림은 줄 빠짐이 좋은 대구경찌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으면서도 찌 파이프 중앙은 2mm로 좁아 미약한 어신을 캐치하는 데도 도움됩니다.

 

전유동은 면사매듭과 반원구슬을 사용해 온 반유동 채비와 달리 자잘한 소품이 필요 없어 채비가 한결 간결합니다.

원줄에 구멍찌와 조수우끼고무만 채우면 끝이죠. 목줄 3m를 8호 정도 되는 작은 도래에 연결하고요. 그 끝에는 감성돔 바늘을 매답니다.

찌 부력이 B이기 때문에 B봉돌 하나를 바늘 위 50cm 부근에 물리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로 결정하는 것이 개념을 익히기에 좋습니다.

저의 경우, 채비를 만들 때는 찌가 우선이 아닌 봉돌(혹은 수중찌)의 호수부터 결정합니다. 이 부분을 구체척으로 설명하자면.

 

포인트 여건은 10~11m의 수심대를 보이지만 조류 소통이 거의 없는 만 안쪽입니다.

바람과 파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를 보이기에 이런 여건이라면 B봉돌 하나로 미끼를 내리는 데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너무 빨리 가라앉아도 안 되지만, 일정 수심까지 가라앉다가 더이상 가라앉지 않아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미끼가 바닥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적정 시간은 40초에서 1분 사이.

이 정도 수심대, 이 정도 바람, 이 정도 공략 거리라면 B봉돌 하나로도 충분히 내릴 수 있어 B봉돌을 물렸으니 찌는 자연스럽게 B찌로 선택이 되는..

이런 식으로 역추적해서 채비를 꾸린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승화씨의 채비를 봐주는 사이 엘라님이 먼저 입질 받고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의 첫수는 볼락이 당첨

 

일행 중 누가 첫수를 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엘라님이 붙박이로 보이는 볼락 한 마리를 뽑아냈네요.

비록, 감성돔은 아니지만 다른 잡어도 아닌 볼락이 올라오면 왠지 기분이 좋지요.

그런데 볼락 이후로는 입질이 뜸합니다. 밑밥을 치니 복어 몇 마리만 돌아다닐 뿐, 이상하리라 만치 고요한 바다네요.

이런 상황이라면 스파이크 단화의 발소리도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바닥에는 굴 껍데기가 붙어 있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파이크 긁히는 소리가

나는데 이러한 소음은 감성돔 낚시에서는 별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감성돔의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할 것을 주문합니다.

 

양어장 낚시 경력이 있는 승화씨는 이렇게 서서 하는 낚시가 어색한가 봅니다. 지금까지는 낚싯대를 던져 놓고 마냥 기다리는 낚시를 했겠지요.

의자에 편히 앉아 다른 일을 보기도 했기에 시종일관 뒷줄에 신경 써가며 집중해야 할 전유동 감성돔 낚시는 생소하면서도 까다롭게 느껴질 만하겠죠. 

그러한 습관이 있다 보니 캐스팅을 하고 나서도 별다른 채비 조작이 없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승화씨의 채비가 제대로 내려가지 않은 가운데 허공을 맴돌고 있군요.

 

채비가 정렬되면 찌에 붙은 수중쿠션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대로 붙어 있는 점.

설령 수중쿠션이 내려간다 해도 10m 부근에 마킹한 면사매듭이 여전히 찌톱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면 채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되면 감성돔의 입질을 받을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겠지요. 분명 엘라님과 똑같은 B 전유동 채비인데 누구는 잘 내려가고 누구는 잘 내려가지 않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편광안경의 중요성이 있습니다. 편광안경이 없으면 이러한 문제를 식별하는 데 애를 먹으니까요. 

 

채비가 잘 내리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공략 거리가 멀어질수록 봉돌을 더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방 25m로 캐스팅한 뒤 베일을 닫고 앞으로

말려 들어오면서 중하층을 훑는 것이므로 거리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바람도 불지 않으니 두 사람의 조건은 똑같죠.

여기에 플로팅이냐 서스펜드냐의 원줄 특성은 젖혀놓더라도 의도치 않게 낚싯대를 놀려 뒷줄이 당겨지는 습관이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승화씨의 원줄이 이상하군요.

 

구멍찌 통과가 제대로 안 될 정도로 과도한 퍼머 현상. 그러다 보니 파이프를 통과할 때 불필요한 마찰이 원인이었습니다.

줄을 만져보니 굉장히 뻣뻣하고 직진성이 떨어지는데 그 느낌이 대략 3년 이상 사용해 염분 기에 절은 듯한 원줄의 느낌이었습니다.

언제 감았느냐고 묻자 이번 대마도 낚시를 위해 새로 감은 줄이라고 하네요. 새로 감은 줄이 이러하다니 헉!

 

저는 처음부터 좋은 줄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원줄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

원줄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 순간이었죠. 그래 봐야 오천원~만원 차이 아니겠습니까?  한 번 감아 놓으면 못해도 수 개월은 쓸 텐데요.

오천원~만원 투자해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어쨌든 원줄 문제는 접어두고서라도 일단은 채비 내림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낚싯대를 들어서 수면에 늘어진 원줄의 표면 장력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방 20m 이상 힘차게 캐스팅했다면 릴을 몇 바퀴 감아 팽팽히 한 상태에서 베일을 닫습니다.

그러면 찌는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올 텐데요. 어느 순간까지 들어오면 갯바위가 급심을 이루는 턱이나 사면에 안착되면서 감성돔의 입질 반경에 듭니다.

이럴 때 견제하지 않으면 밑걸림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견제 요령에 대해 코칭해주는데 입질이 들어옵니다.

 

"왔다. 왔어!"

 

 

양어장 낚시가 여기서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군요. 고기를 많이 낚아보신 분이기에 들어뽕 실력은 안정돼 있습니다.

고기를 들어서 적절한 위치에 오게 하는 줄 조절 말입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 여행의 첫 감성돔

 

개인적으로 고스톱을 칠 때 첫뻑에 애착이 있다 보니(요것이 은근히 쏠쏠하죠.) 낚시에도 첫수에 의미를 두는 편입니다. ^^; 

이번 출조에서도 누가 먼저 감성돔을 잡을지 궁금했는데 승화씨가 잡아내는군요.

이렇게 여럿이 할 때는 첫수에 만원빵을 걸고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딴 돈으로 저녁 사기를 한다면 생색도 낼 수 있고 말이죠. ㅎㅎ

그나저나 대마도 감생이라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씨알이군요. 이 녀석은 바다로 돌려보내 줍니다.

 

 

승화씨의 고기를 처리하고 있는데 엘라님의 낚싯대가 제법 휘었습니다.

오 휨새를 보니 잡어는 아닌 듯한데.

 

 

 

은빛 왕자 감성돔이다.

 

승화씨가 첫수를 낚기가 무섭게 엘라님이 멋지게 감성돔 신고식을 치릅니다. 씨알은 약 30cm 정도.

누구든 낚시를 시작할 때면 내 인생의 첫수를 낚기 마련인데요.

이 두 분은 감성돔 낚시가 처음인 데다 조금 전 인생의 첫수를 낚아낸 의미 있는 현장에서 제가 함께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즐거움이 됩니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비록, 저는 낚시하지 않지만 타인의 손맛을 위해 돕다가 그것이 적중했을 때에도 제가 낚은 듯한 기쁨이 있음을 말입니다.

 

 

각자 한 수씩 낚았으니 잠시 여유를 부려봅니다.

짙푸른 바다를 보며 한잔 하는 이 기분.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지요. ^^

그런 저를 가만 놔두지 않는 사람이 있군요. 맥주 한잔 하며 저쪽 팀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밥곰님의 낚싯대가 휘어졌습니다.

 

 

얼른 뛰어가 보니 약 33cm급 감성돔을 낚았군요. 그런데 씨알이 다들 왜 그런지.

아직 대형급 암컷이 안 들어온 것인지 지금까지는 수컷만 낚이고 있습니다. 이제 상원아빠님만 낚으면 전원이 감성돔 손맛을 보게 됩니다.

그 시간이 빨리 와야 제 기분도 한결 가벼워질 텐데 말입니다. ^^

 

 

PM 4:40. 슬슬 긴장의 순간이 오고 있다.

 

해는 서산으로 지는 가운데 슬슬 긴장의 순간이 오고 있습니다. 철수 때까지 남은 시각은 겨우 1시간 20분.

대부분 조과는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나오므로 바짝 신경 써야 합니다. 

캐스팅할 지점과 밑밥 품질할 곳을 점검하고 찌가 들어오면서 크릴이 바닥에 닿으면 살짝살짝 띄우는 견제 동작까지 말이죠.

 

 

그러는 사이 엘라님의 낚싯대가 또 한 번 휘어집니다.

처음 해보는 감성돔 낚시인데도 감이 좋으시네요. 오늘 왠지 마릿수 할 것 같은 느낌.

 

 

이번에는 뜰채질로 올린 감성돔

 

40cm급 감성돔

 

뭐든 처음이다 보니 낚는 족족 기록 경신이 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낚은 30cm급 감성돔에 이어 이번에는 40cm급 감성돔이 낚였으니 불과 몇 분 사이 10cm 차이로 기록 경신한 셈이지요. ^^

지금부터는 고기가 나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서둘러 크릴을 꼽아 던지고요. 저는 고기의 갈무리를 돕습니다.

 

 

PM 5:20, 바다는 어느새 긴장감 넘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해가 기울자 바다에는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짙푸르면서도 투명하지 않은 물색.

감성돔의 기운이 느껴지는 긴장감 넘치는 바다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분명, 저 속에는 바닥에 깔린 밑밥과 압맥을 주워 먹고 있을 몇 마리의 감성돔이 상상되는 가운데 숨죽여 지켜보던 찌가 스르륵 하고 잠깁니다.

 

"왔어요. 왔어"

 

 

휘어진 낚싯대의 주인공은 또다시 엘라님. 감이 좋으신지 이제는 연타로 잡아내시는군요.

 

 

이번에는 벵에돔이 손님 고기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손님 고기라면 늘 반갑죠.

지금까지는 넙치농어라는 특수한 어종을 노리고 출조했던 루어 낚시 마니아였는데 이날 만큼은 영락없는 갯바위 꾼으로 탈바꿈했군요.

일전에 가파도에서 처음으로 벵에돔 낚시를 시도했다는 엘라님. 그때도 첫수에 40cm가 넘는 벵에돔을 낚아내 어복을 과시했지요.

그와 동시에 4짜 벵에돔을 낚기까지 수년이 걸린 저를 허탈하게 하기도 했고요. 

 

필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든 생각은 실력을 떠나 '낚시의 본능적인 감각'이 뛰어난 이들이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루어와 릴 찌낚시(이소)는 방법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미끼를 먹잇감으로 보이게 해 물고기를 유혹해 낚아낸다는 밑바탕은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넙치농어의 힘찬 손맛을 느껴보지 못했지만, 한 달이 멀다 하며 겨우내 따오기급 농어를 낚아내시는 엘라님은 루어와 다른 강력한 손맛이

찌낚시에 있다며 그 매력에 빠지셨습니다. 루어대와 다른 1호대의 낭창낭창함. 거기서 오는 손맛과 다양한 어종이 릴 찌낚시의 최대 매력 아니겠습니까. ^^

 

 

한편, 밤곰님과 상원아빠님은 피팅타임인데도 잠잠하군요. 이제는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점인데 바다는 대답이 없습니다.

아직 첫날이고 일정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첫술에 배불러야 남은 일정도 든든할 텐데 말이죠.

 

 

슬슬 두 분의 조과가 염려되는 가운데 반대편을 보니 엘라님의 낚싯대가 또 한 번 휘어집니다.

엘라님의 찌낚시 경력은 지난겨울, 가파도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인데 완전히 물 만났네요. 

옆에 승화씨가 뜰채를 들고 대기하는 것으로 보아 씨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는 다시 카메라 들고 뛰어가야겠네요. ^^;

 

 

올려보니 4짜 정도 되는 감성돔.

아직 5짜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씨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푸른 바다와 은빛 왕자"

 

푸른 바닷속에서 한 마리씩 뽑아내는 감성돔 낚시의 묘미란 이룰 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죠. 생긴 건 또 얼마나 잘 생겼는지.

대마도에는 외해로 회유하는 감성돔과 아소만 내에 붙박이로 사는 감성돔으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채색은 회유성 감성돔이 밝고 붙박이는 거무튀튀해

상대적으로 기품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낚시를 즐김에서 그런게 뭔 상관이겠습니까? 제 눈에는 다 예뻐 보입니다. ㅎㅎ

 

 

밥곰님이 두 번째 감성돔을 히트했다.

 

PM 5:35. 철수 시각을 약 30분가량 남겨놓은 절박한 상황.

일행 중 누구라도 좋으니 대물 감성돔과 조우하기를 바라며 숨죽여 지켜봅니다. 순간 저 멀리 밥곰님의 낚싯대가 크게 휘어집니다.

또다시 카메라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 나. 숨은 가빠와도 좋기만 합니다. 일행이 충분한 손맛을 볼 수 있다면 뛰는 거야 문제가 아니지요.

하지만 다 왔을 때는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지금도 물속에는 몇 마리의 감성돔이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니 스파이크 소리가 나지 않게 유의합니다.

 

 

 

"찌이이익~"

 

현장에 도착하자 곧바로 들려온 소리는 피아노 줄과 드랙 풀리는 소리.

거의 띄었다 싶었는데 또다시 차고 들어가는 감성돔이 예사 씨알은 아니군요.

밥곰님의 낚싯대가 부들부들 떨리는 가운데 모두가 숨죽이며 대물 감성돔을 맞이합니다.

 

 

낚시하면서 이때가 제일 행복하겠죠? 가장 즐거울 이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위풍당당한 바다의 왕자, 그 이름 감성돔

 

정확히 계측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5짜급에 가까운 감성돔입니다.

 

 

이런 꼬리가 심하게 잘려있네요.

세상 험하게 살아왔을 감성돔일 텐데 결국 밥곰님의 손에 잡히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잠시 애도를 ㅠㅠ

 

 

대물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또 한 번 긴장감 백배 스릴 넘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포인트 환경이 좀 독특하죠. 보기에는 이래 보여도 가까운 곳 수심이 7~8m로 꽤 깊습니다. 양식장 부표까지의 거리는 불과 20m 정도.

이런 곳에서의 낚시 요령은 채비를 최대한 부표 근처로 던진 후 원줄을 일자로 만들고 베일을 닫습니다.

조류가 없거나 있어도 미약하기 때문에 채비는 당겨지는 힘에 의해 가라앉으면서도 앞으로 천천히 밀려오겠죠.

이런 상황에서 B봉돌 하나면 30초도 안 돼 채비가 중하층을 더듬습니다. 더 두면 크릴과 봉돌이 바닥에 드러눕겠지요.

그럴 때마다 낚싯대를 살짝살짝 들어 올려 크릴에 생동감을 줘야 합니다. 그 동작은 매우 느리고 섬세해야 하겠죠.

 

밑밥은 급심을 이루는 갯바위 턱 언저리로 지속해서 뿌립니다.

바닥층에 머무는 감성돔이라도 밑밥이 흘러내리면 갯바위 사면을 타고 2~3m 정도는 올라오니까요.

떨어지는 갯바위 사면도 감성돔에게는 바닥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히팅 포인트는 대게 갯바위 턱이나 벽면 근처가 됩니다.

계절마다 부상 정도는 다르지만 산란철인 봄 감성돔은 예민해져 있어 부상력이 낮습니다.

주로 바닥에 깔린 밑밥을 주워 먹다가도 위에서 떨어지는 밑밥을 보면 1~2m가량 떠오르는 것이 고작이니 너무 띄우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감성돔 손맛을 보지 못했던 유일한 일행은 상원아빠님.

여쭤보니 제가 보지 못한 사이에 중치급 감성돔 한 마리를 낚았다고 하는군요.

이로써 전원이 감성돔 손맛을 보기는 했는데 여전히 씨알과 마릿수가 고픕니다.

 

 

금방이라도 들어갈 것만 같은 찌

 

시간은 오후 5:45분.

좀 전에 밤곰님이 당찬 손맛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원아빠님의 찌가 들어가기를 바랐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 그 흔한 파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우리, 잠시 말을 멈추자 갑자기 귀 먹은듯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소음도 완벽하게 차단돼버린 공간. 마치 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에서 낚시하는 듯한 착각마저 드네요.

풀 벌레 우는 소리조차 나지 않은 이 공간에서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리기라도 한다면 심장이 쪼개질 것만 같은 적막함.

 

그동안 살면서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 서 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일행이 캐스팅할 때마다 나는 퐁당 소리. 그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심장이 다 떨립니다. 저러다 감성돔 무리가 와해될까 봐 조마조마한 거죠.

밑밥도 최대한 흩뿌려서 소음을 줄이고요. 발소리, 말소리, 심지어 침 삼키는 소리 조차 여기서는 민폐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고요한 바다를 보면서 저는 감성돔이 들어와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좀 전에는 수면, 바닥 할 것 없이 기승을 부리던 복어였는데 지금은 수그러들었습니다.

 

"온다."

"온다."

"온다."

 

 

속으로 중얼거린 지 몇 초 지났을까? 찌가 거짓말처럼 잠기기 시작합니다.

 

"저건 밑걸림이 아니다."

 

분명 찌는 밑걸림처럼 스멀스멀 잠겨 들었지만 무조류 상태에서 버젓이 뜬 찌가 난데없이 잠기는 것은 입질 말곤 없을 겁니다.

게다가 저 부근의 수심은 약 6~7m. 바닥은 자갈과 모래로 되어 있어 밑걸림이 잘 생기지 않은 구간이니 더욱 확신이 들었습니다. 

 

"상원아빠님"

"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질이 어지간히 예민하네요. 수면 아래 살포시 잠긴 찌는 떠오르는 듯하더니 다시 잠기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낚싯대를 쭉 내밀거나 여유 줄을 줘서 감성돔이 위화감 없이 먹어주기를 기다리는 것.

다른 방법으로는 뒷줄 견제로 본신을 유도하는 것.

 

주변이 너무 조용하니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네요.

직장 내 회의실도 심지어 수능 시험을 치르는 교실도 이보다 조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떡할까요? 입질님"

 

상원아빠님이 귓말로 속삭이듯 묻습니다.

찌는 수면 아래 살짝 잠긴 채 좀처럼 본신으로 이어지지 않자 저는 견제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남은 건 견제 방법인데요. 보통은 낚싯대를 살짝 뽑아 올리는 것으로 하지만 지금은 입질 지점이 초릿대 끝 부분이라 매우 근접한 거리입니다.  

낚싯대를 뽑아 올리다가 조금이라도 삑사리 나면 녀석이 뱉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뒷줄만 살짝 당기는 것으로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가 다 떨리네요. 지금 어신을 받은 지 수 초가 지났단 말입니다.

시간상 이 녀석이 최후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신중을 기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뒷줄을 슬쩍 잡아당기자 찌가 빠른 속도로 들어갑니다.

 

"상원아빠님. 지금입니다. 챔질하세요!"

 

 

대마도 낚시 여행, 첫날을 마무리하는 파이팅이 시작됐다.

 

이 말에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간 챔질이 이어졌고 낚싯대가 미처 세워지기도 전, 턱하고 가로 막힙니다.

감성돔의 딱딱한 입천장에 바늘이 단단히 박힌 느낌이 든 것입니다. 낚싯대를 세우자 초릿대가 훅하고 구부러집니다.

 

"왔다. 왔어!"

 

이럴 때 누가 음악 좀 틀어주면 안 되나요? ^^

다음에는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오케스트라 한 곡 뽑아다 현장에서 틀어줘야겠습니다.

 

"상원아빠님, 천천히 그대로 버티기만 하세요."

"네. 여유 있습니다."

 

상원아빠님의 파이팅 스타일과 낚싯대의 특성을 모르다 보니 씨알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되는군요. 

과연 어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낼까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감성돔 낚시가 처음인 상원아빠님의 기록을 경신할 녀석이라는 것입니다.

대마도 낚시 여행, 3부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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