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광어 다운샷, 그 많은 광어는 어디로 갔을까?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저도 '입맛'이 그리울 때면 손맛을 놓아두고 선상낚시를 즐기곤 합니다.

그래 봐야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지만, 냉동실에 생선이 떨어질 즈음이면 식량 확보차 가곤 했죠.

광어는 5~6월 산란기를 맞이하기 때문에 횟감으로는 매력도가 떨어지지만, 적어도 생선까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식재료 확보차 다운샷을

즐기러 가는 편입니다. 이제는 딸내미도 이유식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으니 슬슬 생선살 이유식을 시작할 시점이 왔고요.

이유식과 생선까스 재료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저의 올해 첫 광어 다운샷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와시웜

 

이날은 블로그 독자분들과 비공식 출조를 하게 된 날.

이번에는 평소 블로그를 통해 모집한 것과 달리 개인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으로 열 분 정도를 모집, 감성킬러의 배낚시 카페 회원들과 함께 안면도로 향했죠.

때마침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께서 저와 함께 출조하는 분들을 위해 이와시웜을 넉넉히 나눠주셨는데요.

덕분에 초 중수부터 아예 처음 해보는 분에 이르기까지 웜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AM 5:30, 안면도 구매항

 

40분가량 포인트 이동 후 낚시 시작

 

 

첫 캐스팅이 시작되는 순간

 

 

도착한 곳은 외연도 근방입니다. 육지는 초여름에 접어들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쌀쌀하군요.

짙은 해무와 바람이 살갗을 내내 건드리면서 한기가 엄습해 옵니다. 하늘은 우중충하고 물색도 흐리니 거기에 맞춰 웜도 어두운색으로 고르고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채비를 내린 후 추가 바닥을 찍으면 1~2 바퀴 정도 감고 기다려 봅니다.

 

 

항상 그렇지만 첫 캐스팅의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요. 갑자기 '두두둑'하면서 낚싯대를 끌고 가는 광어의 시원한 입질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입질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히트'를 외치고 순간 다른 이들의 이목을 받으며 묵직하게 끌려오는 손맛에 엔도르핀이 솟구칩니다.

이후에 있을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허연 배를 한 자연산 광어가 수면에 비치면 선장이 뜰채 지원을 해주고 빨래판 광어가 갑판에 나동그라지며

뒹굴 때 터지는 주변의 환호성. 다들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서 낚시하지 않나요? ^^

 

 

첫수로 우럭이 낚였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달리 제게는 중치급 우럭이 달려듭니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는 우럭도 감사하지만요. ^^; 광어면 어떻고 우럭이면 어떻습니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70cm급 이상 광어를 한두 마리 잡는 것이겠지만, 자잘한 반찬감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배낚시 전문 카페의 캡틴인 감성킬러님도 첫수를 우럭으로 낚습니다. 다른 분들은 조용합니다. 

낚시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광어 한 마리 낚아 올린 사람이 없더군요. 처음에는 늘 그래왔으니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요.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물돌이가 시작되면서 초썰물로 이어지니 그때를 기회로 삼고 지금부터 바짝 집중해 광어를 노려봅니다.

 

 

선수에 서신 분은 광어 다운샷 방면으로 필드스텝인지 프로인지 하여간 이 지역에서는 상당한 고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 불황에 쥐노래미를 자주 뽑아내시더군요. 지금은 여밭을 공략 중인데요. 가만 살펴보니 추를 끌다시피 해가며 잡아내고 있습니다.

 

 

수증기가 가득 낀 축축한 망망대해에서 다른 어선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이 진풍경이군요. 그만큼 가시거리가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또 이런 날에는 호흡기 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취약할 것 같습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다량의 수증기가 폐로 유입되니 목이 까끌까끌하고 자꾸 헛기침이

나옵니다. 뒤에 살포시 놓아둔 카메라에는 작은 물방울이 가득 맺혔습니다. 이 상태로 두어도 괜찮은 건지 여러 가지로 신경이 쓰이는 날이더군요.

 

 

한동안 입질이 이어지지 않자 분위기 전환 겸 웜을 바꿔봅니다. 사실 색에 따라 입질 빈도가 달라지는지는 크게 느껴보지 못했지만, 웜을 수평으로 똑바로

끼우지 않았을 경우 히팅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더군요. 웜을 끼울 때 바늘을 잘못 꿰면 구부러지거나 조금 휘는데 그것이 수중에서의 액션을 자연스럽지

못하게 만들어 광어로부터 외면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그 부분을 해결한 것이 제가 사용하는 웜인데 바늘구멍이 아예 뚫려 있어 집어넣기만 하면 

손쉽게 꿰어지니 사용감이 무척 편리합니다. (관련 글 : [어청도 광어 다운샷] 초보자도 잘 낚는 광어 낚시팁)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웜을 쓰더라도 단차의 길이(혹은 바닥에서 미끼와의 거리)를 잘못 두거나 위화감을 주는 액션을 구사한다면(습관성 고패질)

광어의 시야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달려들려고 접근했다가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입질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광어 다운샷을 함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닥 지형의 변화를 읽고 밑걸림으로부터 회피하는 순발력과 속조류를 타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할 웜의 액션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광어는 고사하고 우럭도 낱마리로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

 

 

저도 힘겹게 한 마리를 추가합니다.

조류가 세면 단차를 높이거나 혹은 바닥에서 좀 더 띄우는 편이고, 조류가 약할수록 단차를 줄이거나 혹은 바닥에 바짝 붙이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추를 바닥에 찍자마자 두두둑하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받은 입질은 하필 추가 떨어진 부근에 우럭이 있었던 것이니 운이고요.

지금은 조류가 가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어 바닥에 바짝 붙여야만 노래미라도 입질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 바람에 선내에서는 채비 손실로 애먹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광어 다운샷을 하면서도 근사한 갯바위가 눈에 들어오면 왜 그렇게 마음이 빼앗길까요?

고기가 되든 안 되든 운치가 있는 갯바위에 내려서 한번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 저뿐일까요? ^^

이렇게 선상 낚시를 하다 보면 호젓하고 여유로운 갯바위 낚시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서해도 멋진 갯바위가 참 많은데 어종과 자원량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 포인트 개발이 되지도 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잠시 후 자리를 선수로 옮긴 감성킬러님이 꽤 묵직한 입질을 받고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AM 11:30, 이제야 선내에 첫 광어가 확인되는 순간

 

50cm가 조금 넘는 광어

 

첫 광어를 누가 뽑을지 궁금했는데 역시 이 분이 뽑으십니다. 바로 옆에 제가 있었는데요. 누구는 입질을 받고 누구는 입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한두 번은 운이요, 재수가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광어 다운샷에서는 총 다섯 마리의 광어가 나왔고 그중 네 마리를 감성킬러님이 뽑았으니

확실한 실력과 감각이 아니고서는 이 불황에서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광어가 한창 호황일 때는 입문자도 열댓 마리씩 잡아가곤 했는데 이제 그 시절은 물러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광어 다운샷도 낱마리 조황이다 보니 남다른 실력과 경험으로 무장해야만 드문드문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도 남과 다른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예를 꼽자면 단차의 높이, 고패질의 디테일, 수중에서 자연스러운 액션, 지형을 읽고 대응하는

순발력 등등. 알고 보면 사소한 차이로 보이지만 그 차이로 인해 조과는 남들보다 2~3배 이상 차이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러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광어가 무더기로 잡히기도 하지만 어디 그런 날 만나기가 쉬운가요? 

확실히 그 자원만큼은 예전만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식사시간. (회는 없습니다. ㅠㅠ)

 

 

배는 어느새 어청도 해역으로 진입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자 배는 군산 어청도로 진입해 인공어초를 노려봅니다.

 

 

금방이라도 후두둑하며 달려들 것만 같은데

 

어초를 타도 좀처럼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오랜 침묵을 깨고 영준씨의 채비에 뭔가가 걸려듭니다.

 

 

삼세기(삼식이)

 

오옷! 매운탕의 황제 삼식이네요. 요런 건 잘 챙겨둬야죠. ^^

 

 

이어서 뒤쪽 선미에 낚시하던 상원아빠님이 오랜 침묵 끝에 잡은 거라며 쥐노래미를 들고 왔습니다.

 

 

이날 광어 다운샷을 처음 하신다는 재광님. 제 옆에 딱 붙어서 하셨는데요. 오후 3시 12분이 돼서야 첫수를 올렸습니다. ㅠㅠ

재광님은 광어 다운샷 뿐 아니라 낚시 자체가 처음이라고 하시길래 저와 감성킬러님이 양 사이드에 붙었는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리 헤매거나 밑걸림으로

고생하지도 않았고 생각 이상으로 적응을 잘해나갔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날은 어복이 비껴 나간 게 아닌가 싶군요.

 

 

시간은 그렇게 야속히 흐르기만 하고

 

더 해봐야 조황이 나올 것 같지 않으니 3:40분을 기점으로 철수를 결정합니다.

 

 

PM 5:10, 안면도 구매항

 

이날 아일랜드호 조황

 

이곳에서 출항하는 배는 천일호와 아일랜드호가 있는데 양 선사의 조황을 비교해 보니

 

 

이날 천일호 조황

 

광어는 아일랜드호가 몇 마리 더 나왔지만 전체적인 조황은 거의 비슷비슷.

한 선사에서 다섯 마리 조황(광어)에 그친 적은 제가 이제껏 광어 다운샷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인데 활성도를 탓해야 할까요?

개체 수를 탓해야 할까요? 아니면 실력을 탓해야 할까요? 어쩌면 세 가지 모두가 원인인가 싶습니다. 

 

 

이 배를 타면서 좋았던 점은 아일랜드호와 마찬가지로 손님 손에 비린내 하나 묻히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

잡은 고기를 뒤처리하고 피를 빼 쿨러에 담는 모든 과정을 선장이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감성킬러님이 낚은 네 마리의 광어를 제 일행에게 나눠주시고 우리가 잡은 것도 1/n로 나눠서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씨알 굵은 우럭만 골라서 낚았던 독자분이 상대적으로 손해 보기도 하였는데요. 그래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1/n 없이 그냥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광어 조황이 오를 때는 블로그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하게 될 텐데 그렇게 했을 경우,

대부분 일면식 없는 분들과 함께하는 것인 만큼 1/n 대신 개인 케이블 타이로 표시해 가져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래야 뒷말이 없고 깔끔할 듯)

 

 

6일 뒤, 안면도 구매항

 

며칠 후, 저는 다시 한 번 광어 다운샷을 하러 갔습니다. 지난번에 대한 설욕전을 치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조행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다음 회는 여기를 클릭

 

※ 추신

평소에는 제가 이용한 출조점의 서비스와 마인드가 좋을 경우, 해당 출조점의 상호와 연락처를 공유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조황이 좋지 못했기에

자신 있게 공유하기에는 좀 그래서 적지 못한 것이니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오천항 광어다운샷 낚시] 주꾸미 낚시 진풍경과 광어 마릿수 터진 날

[어청도 광어 다운샷] 초보자도 잘 낚는 광어 낚시팁

[외연도 광어 다운샷] 광어 낚시의 진짜 매력은 바로 이것

안면도 광어 다운샷, 생생한 낚시 현장속으로

[홍원항낚시] 광어 다운샷 리그, 첫 신고식을 치르다

 

페이스북 친구맺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80)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8)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17 03:47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