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광어다운샷(2), 어자원 고갈되는 우리바다, 이대로 괜찮을까?


 

 

AM 5:00 안면도 구매항

 

지난번, 조행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며칠 만에 다시 안면도를 찾았습니다.

선상낚시를 자주 즐기지는 않지만, 올해는 선상낚시에서 손맛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갯바위 아니 방조제 생활낚시보다도 못한 조과를 올리며 자존심을 구겼는데요.

여기에는 스스로 기량 문제도 있겠지만 해마다 선상낚시 조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빈작을 당하면서도 바다가 그리워 찾아온 나. "오늘은 잘 되겠지." 하는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있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자뭇 궁금하니 말입니다.

 

 

배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의 정적을 깨며 포인트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합니다.

앞서 광어 다운샷을 해보니까 여전히 낮은 수온과 저활성에 적잖은 출조점들이 외연도와 어청도의 인공어초를 노리더군요.

마릿수는 떨어지더라도 인공어초 특성상 광어든 우럭이든 한 마리 걸면 씨알이 굵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수심이 낮거나 활성이 저조하다면 얕은 여밭보다도 안정적인 수온을 찾아 들어가는 습성을 고려해 인공어초를 노리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현 상황에서 최선이었지만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15~20명 정도 탄 배에서 나오는 조황은 광어 예닐곱 마리 정도. 어쩌다가 70cm가 넘어가는 대광어가 한두 마리 잡히지만, 것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우럭과 쥐노래미는 손바닥 크기부터 40cm 이상까지 다양하지만 이 계절에 마릿수 조황이라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다르겠지 하는 생각, 다들 한 아름씩 안고 낚시를 시작하지 않습니까. 과거 조황이야 어쨌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렙니다. 

 

 

일출이 있는 듯 마는 듯, 약간의 빛내림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바다

 

 

배는 되려 북쪽으로 달려와 태안에 진입했다.

 

선장은 전날 외연도와 어청도 일대의 조황이 매우 안 좋았다며, 다소 실험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포인트 경쟁이 덜하고 한산한 태안으로 탐사해 보잡니다.

이쪽 포인트를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지만, 당장 조황이 확인되지 않은 곳으로의 이동은 선장이라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결단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드러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은 선장을 믿고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래서 이날은 신진도 쪽 먼바다로 달려나왔습니다.

아마 격렬비열도로 가는 길목인 것 같은데요.

 

 

채비를 준비하는 사람들

 

 

"바다, 갯바위, 물색 모두 끝내주고"

 

 

 

"미리 세팅해 놓은 채비를"

 

 

 

"깊고 푸른 바닷속으로 넣어보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바다는 말이 없습니다."

 

 

애꿎은 채비만 교환하기를 서너 번.

 

 

낚시 시작 3시간 만에 선미에 계신 바다향기님이 정적을 깨고 50cm급 광어 한 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이 분은 자잘한 노래미만 네댓 수 거두시네요.

 

 

감성킬러님이 회 서비스를 해줍니다. 먼저 쥐노래미 3마리

 

 

그리고 좀 전에 낚았던 광어 한 마리로 승선한 모두를 위해

 

 

먹음직한 회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자연산 광어와 쥐노래미회

 

이 불황 속에 회를 먹게 될 줄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는데요. 바다향기님이 잡은 유일한 광어 한 마리에 감성킬러님의 칼질을 보태 마치 오병이어의 기적을

내는 듯한 느낌입니다. 선상낚시 출조점을 운영하는 감성킬러님 부부 덕에 이 불황에도 차진 회 맛을 다 봅니다.

 

 

 

다시 심기일전 낚시를 하는데

 

 

또다시 바다향기님에게 광어가 걸려듭니다. 순간 이 배에 탄 남자들은 다들 뻘쭘. ^^

이분들도 다들 한 짝대기 하겠지만 출조 횟수에서는 바다향기님 따라가기 어려우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이어지는 점심

 

이어지는 저녁 식사

 

내용이 더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점심을 먹고 난 이후 고기는 그 흔한 잡어조차도 하나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14~15명이 승선한 배에 광어는 바다향기님만 유일하게 두 마리. 나머지는 몰황. 잔 씨알의 쥐노래미와 우럭 몇 수.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저를 비롯해 몇몇 분들은 하루 종일 낚시해 단 한 마리도 생명체 구경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광어 다운샷을 하면서 잡어 새끼 한 마리도 올리지 못했던 분 계시나요? 단정하건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저도 낚시를 시작하고 13년 만에 처음 겪어봤습니다.

조황이 너무 부진하자 선장님은 태안으로 뱃머리를 돌렸던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며(같은 날 외연도와 어청도에서는 광어가 몇 마리 나왔다네요. ㅠㅠ)  

미안한 마음에 승선한 전원에게 꽃게탕을 대접해주었습니다. 시원하고 얼큰한 꽃게탕에 소주 몇 잔 하고 버스에 오르자 그대로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 어자원이 고갈되는 우리 바다,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 바다에 광어 다운샷이 유행하게 된 시점은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건 5~6년 정도 되었죠.

그때는 서해에 광어 자원이 많아 초심자, 여성 할 것 없이 담그기만 하면 5~10마리 이상은 뽑아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배에 10마리면 호조황이라고 할 정도 특히, 인천권에서는 30명씩 태운 배에서 3~4마리 조황이 이미 일상화되었습니다.

물론, 이러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호조황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조황을 그래프로 그어 보았을 때

하향평준화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출조점에 손님이 안 잡혀 도산 위기에 처한 업체도 있고 일부는 망둥어 선상낚시, 참돔 타이라바 쪽으로 업종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제가 탄 배도 안면도에서는 잔뼈가 굵은 다운샷 전문 선사입니다. 이날은 선장의 판단 미스도 있었겠지만, 이 모든 현상은 우리 바다의 어자원이

건강하지 못해서 생겨난 결과라 보입니다. 다른 선장과의 통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참돔 타이라바로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보았을 때 이제 우리가 광어 다운샷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지난 5~6년. 서해에는 광어 다운샷 배가 수백 척에 이를 만큼 늘었고 지금은 포화상태입니다. 포화는 곧 어자원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돈이 되니 너도나도 뛰어들고 심지어 어민들도 배를 개조해 낚시업에 뛰어들다가(주꾸미가 대표적이죠.)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것.

지난 몇 년 동안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착성이 강한 우럭의 경우 특정 포인트에서 계속 뽑아먹으면 뽑아먹을수록 새롭게 채워지는 개체수가

줄게 되며, 잔 씨알을 남획하면 그 어종이 자라기도 전에 싹을 자르는 것이므로 낚이는 씨알이 전반적으로 하향화 됩니다. 

 

물론, 이 모든 현상이 선상낚시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해마다 5~6월이면 산란을 맞은 광어와 참돔이 서해로 올라옵니다.

한철 바짝 잡아서 팔아야 하는 어민들은 그 길목에 그물을 이중 삼중으로 촘촘히 쳐서 광어와 참돔을 대량 학살에 가까운 조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업량과 체장 준수에 대해 아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입니다. 

수산업적 가치가 비교적 낮은 노래미, 쥐노래미는 철석같이 금어기를 지정하면서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광어, 우럭, 감성돔, 참돔에 대해서는 

금어기를 지정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수산물 관련 취재를 위해 조업배를 자주 탔습니다.

정치망, 낭장망, 연승 주낙, 이중망, 삼중망 등등 각종 첨단화된 어구와 어군탐지기로 어장을 찾아내 조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치어 보호, 개체수 보호를 생각하면서 조업하는 어부는 지금까지 수척의 배를 타면서 딱 한 분 보았습니다. 

그 외에는 제가 지면에 말을 아껴서 그렇지 어족자원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논밭과 달리 바다는 네 땅 내 땅이 없고 키워서 먹어야 하는 농사의 개념 또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다에서 나는 것을 공짜로 여기며 그저 돈 되는 것이라면 씨알이 크든 작든 일단 챙겨놓고 보는 어부들을 보면서 기분이 찹찹하더군요.

 

향후 5년, 우리 바다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이대로라면.. 정말 이대로라면..

광어 다운샷을 주로 했던 선사의 절반 이상이 참돔 타이라바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참돔은 자원이 풍부할까요? 

일단 계절 회유를 하는 어종이다 보니 당장은 괜찮을지 모릅니다. 아직 참돔 조황은 그런대로 순항 중이니까요.

하지만 적잖은 선사들이 참돔 타이라바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산란장에다 그물을 쳐서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는 어민들이 있는 한 이것도 몇 년 후에는

개체수가 어떻게 될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선상낚시에서 황금알로 여기는 갈치 조황도 예전만 못합니다.

광어, 갈치, 그리고 고등어에 빨간 불이 켜진 우리 바다. 이들 어종이 줄면 그땐 뭘 잡으면서 장사하게 될까요?

오죽하면 망둥어 선상낚시가 등장하겠습니까?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이며 대장쿨러를 채우고 만선의 기쁨을 누리는 일은 옛말이

돼버릴 수도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공허한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어민들은 눈 앞에 놓인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관련 부처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우리 바다는 조금씩 조금씩 황폐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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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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