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생선회의 오해,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법


 

생선회는 웰빙 음식으로 알려졌지만, 날음식이다 보니 위생에는 매우 민감합니다. 특히, 각종 세균이 증식하기에 좋은 여름에는 식중독이나 비브리오 패혈증과 같은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데요. 실제로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난 경우도 겨울보다 여름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여름에 생선회를 꺼리기도 합니다. 

 

생선회를 즐겨 먹는 이들 중에도 여름만큼은 피해가야 할 계절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먹고 싶어서 몇 점 집어먹는다 한들 탈이 난 적은 없었지만, 여름 생선회를 권하지 않는 주변 분위기, 여기에 가끔씩 들려오는 식중독이나 비브리오 패혈증 관련 보도를 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피서철에는 전국의 여행지와 해변가의 횟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 생선회는 안전하지 않다.'와 '몇 점은 먹어도 괜찮다.'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이 와중에 생선회의 쫄깃한 맛이 그리운 이들은 결국, 생선회를 찾아 먹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여름 생선회, 정말 먹어도 괜찮을까요? 오늘은 여름 생선회에 관한 불신과 오해를 풀고, 더 맛있고 건강하게 생선회를 즐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낚시로 잡은 자연산 우럭

 

#. 죽은 지 48시간이 지난 생선회를 먹고도 탈이 나지 않은 이유

우리나라는 수산 강국이지만, 생선회 수산물과 관련해 상당수가 잘못된 정보로 인터넷과 SNS에 떠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해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에는 각종 세균이 득실거리기 때문에 대부분 물고기가 이에 감염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활력이 좋은 활어라면 세균이 외부에서 침입한다 해도 자기 방어력을 갖추고 있어서 병에 걸리지 않으며 비늘은 그러한 침투를 막아주는 훌륭한 갑옷이 됩니다. 그런 활어를 신속하고 위생적으로 처리한다면 48시간을 넘겨서 먹어도 탈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주 침선낚시에서 잡은 45cm급 우럭입니다.

 

 

자연산 우럭 초밥

 

사진의 우럭은 집으로 가져온 뒤 정확히 이틀 뒤에 초밥으로 쥐었습니다. 그리곤 이 초밥을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어떻게 여름 생선을 잡아다가 즉석도 아닌 이틀 뒤에 먹었는데도 탈이 나지 않았던 걸까요? 생선회와 선도에 관해 이해하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답은 '즉살'에 있습니다.

 

당시 저는 우럭을 잡고 나서 곧바로 아가미를 들추고 심장을 찔렀습니다. 이어서 꼬리쪽에도 칼집을 냈는데 이는 신속하게 피를 빼기 위함입니다. 닭, 돼지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육류와 어류는 피를 빼야 비린내 없이 먹을 수 있음은 상식입니다. 우리가 날달걀을 먹을 때 양쪽으로 구멍을 뚫는 이유도 잘 빠지게 하기 위함이듯이 생선도 심장과 꼬리 두 군데를 찌르면 피가 더 잘 빠집니다.

 

이렇게 피를 뺀 우럭은 그 자리에서 내장을 적출한 다음(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고래회충에 대비) 얼음을 채운 쿨러에 보관해 둡니다. 가장 활력이 좋을 때 피를 뽑고 내장을 빼서 쿨러에 넣은 것이므로 극상의 선도를 유지한 채로 숙성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를 즉석에서 썰어 먹으면 활어회가 되는 것이고, 몇 시간 정도 충분히 뒀다가 썰어 먹으면 숙성회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활어회든 숙성회든 그 출발점이 '산 생선을 즉살하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집으로 가져와 포를 뜨고 키친타올에 돌돌 말아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날것을 먹어도 이틀까지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숙성된 회는 위 사진처럼 초밥으로 변신하였습니다.  

 

여기서 '싱싱함'에 대한 의문이 들 것입니다. 혹자는 죽은 지 이틀이 지난 생선회가 어떻게 싱싱한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싱싱함 즉, 선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선도의 기준은 생선이 죽고 난 이후 경과된 시간에 비례해서 나빠지는 것이 사실이나 (1) 산 생선을 즉살하고 (2) 저온에 숙성했다는 두 가지 전제가 깔리면 선도 유지의 기준이 48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매우 러프해집니다. 쉽게 말해, 선도 저하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미 죽어버린 생선은 피와 내장을 제거하기 전에 죽은 것이므로 곧바로 썰어 먹는다 해도 선도가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깁니다. 생물 오징어와 냉동 오징어 중 어느 것이 싱싱할까요? 대부분은 생물 오징어를 꼽겠지만, 어획된 오징어를 선동한 것(배에서 급랭처리)이라면 오히려 냉동 오징어의 선도가 더 좋습니다.

 

생물은 집하장에서 경매를 치르고 트럭에 실려 소매상으로 오는 동안 선도 저하가 일어나지만, 배에서 급랭한 오징어는 선도의 저하를 냉동으로 막은 것이기 때문에 생물보다 신선도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생물 오징어라도 바닷가와 인접한 산지의 것이라면 급랭한 오징어의 신선도라도 따라잡을 수 없겠지요.  

 

 

<사진 1> 생선을 손질한 칼과 도마로 회를 써는 것은 금물이다.

 

#. 여름 생선회를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

간혹 여름 생선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것은 비위생적으로 처리한 생선회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세균이 득실대는 여름이라 해도 활력 좋은 활어 자체에는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회는 생선의 근육을 먹는 것인데 활어는 기본적으로 비늘과 몸속에 자기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살에는 균이 침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비늘과 지느러미, 아가미 등 생선 표면에는 붙어 있기 마련인데요. 이것을 살에 묻지 않도록 회를 뜨는 것이 생선회의 위생 조리법입니다. 이 생선회의 위생 조리법을 모든 횟집이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은 뭐 하나 잘못 먹어서 탈이 나면 인터넷과 SNS으로 상호가 공개되는 시대여서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갈 수 있습니다.

 

가령, 생선회를 먹고 식중독이라도 걸리게 되면 음식값 환불과 치료비 전액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영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횟집과 일식집에서는 자체적인 위생 검열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2> 생선 손질용 도마와 회를 써는 도마를 따로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몇 건씩 식중독과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간혹 비위생적으로 처리한 생선회를 하필 몸 컨디션이 좋지 못할 먹은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1>에서 손질된 도마와 칼로 대충 씻어서 회를 썰면 거기에 붙어있던 온갖 잡균들이 생선살로 옮겨지면서 탈을 유발합니다. 그렇게 처리한 생선회를 면역력이 약한 간질환자나 당뇨병 환자 또는 그날 컨디션이 안 좋거나 과음한 사람이 먹을 경우 식중독에 걸리게 됩니다. 여름철을 떠나 평소 위생관념이 부족한 횟집과 수산시장의 일부 좌판을 피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사진 3> 비브리오균을 멸균하기 위해 횟감을 민물에 헹구는 모습

 

<사진 3>은 수산시장 좌판치고는 위생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곳을 촬영한 것입니다. 최소한 도마 2개, 칼 2개로 생선을 손질하고 다듬고 있었으며, 여름에 증가하는 비브리오균을 멸균하기 위해 횟감을 민물에 헹구기까지 합니다. (역자 주 : 비브리오 패혈증을 유발하는 비브리오균은 민물에 닿으면 사멸한다.)

 

다만, 바닷물고기를 민물에 오랫동안 담가두게 되면 수용성의 맛 성분이 빠져나가 회 맛이 달아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기서 수분기마저 제거하지 못한다면 회의 식감에도 지장을 줍니다. 민물에 헹구더라도 그 시간은 짧아야 하며, 깨끗한 행주로 물기를 닦아내 횟감을 뽀송뽀송하게 탈수한 다음 썰어야 맛이 좋겠지요.

 

우리는 여름 생선회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이러한 경로를 통해 식중독에 걸리는 구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독했다면, 여름 생선회는 더 이상 기피 대상이 아닙니다. 지금은 맛과 위생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횟집과 일식집이 인터넷과 SNS상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단골집을 이용하거나 혹은 사람이 북적이는 횟집,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초밥 전문점을 이용한다면 여름 생선회를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방어 선충

 

#. 여름 생선회는 기생충의 온상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해수온이 상승하는 여름에 기생충이 많이 발견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식생활에 관여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고래회충증의 발생 확률이 생각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기생충 발생 빈도가 높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산에 한해서입니다. 자연산은 기생충의 1차 감염원인 물벼룩, 동물성 플랑크톤, 그리고 2차

감염원인 갑각류(새우, 게)를 먹고 기생충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회의 90% 이상은 양식산 활어입니다.

 

양식산 활어는 고등어나 정어리 냉동 분쇄육을 섞은 배합 사료를 먹고 자랍니다. 냉동 분쇄육에는 산 기생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양식 고등어처럼 해상가두리에서 길러지는 경우는 간혹 100마리 중 한두 마리가 흘러들어온 갑각류를 먹으면서 고래회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래회충은 기본적으로 내장에만 기생하기 때문에 손질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자연산 활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장, 창자, 간 등에 고래회충이 똬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다 하더라도 손질하는 과정에서 내장과 함께 떨어져 나가므로 정상적으로 처리된 회를 먹고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그런데도 일 년에 몇 건 정도는 고래회충에 감염된 사례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는 죽은 물고기를 회 떠 먹거나(주로 낚시꾼), 간혹 재수가 없어서 내장에서 칼로 칼에서 살로 옮겨붙어 그것이 우리 입으로 들어간 경우(오징어 회), 그리고 1/100의 확률도 안 되지만 간혹, 산 생선의 근육에 고래회충이 파고들었다가 칼질과 사람의 이를 피해 위장으로 살아 들어간 경우(발생률은 희박),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뚫고 고래회충이 살아서 싱싱한 상태로 무사히 위장으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일부는 위산에 죽지만, 일부 활력이 좋은 충은 죽기 직전까지 위장에서 발버둥 치거나 살갗을 뚫고 나가려 하므로 극심한 통증을 앓고 내시경을 받아야 하겠지요.

 

그 확률은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날 만큼 희박하다고 보기에 고래회충이 두려워 회를 먹지 않는 것은 사고가 두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입니다. 물론, 대중교통은 필연성에 의해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먹을거리는 안 먹으면 그만이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먹을 이유는 없다고 반박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안 먹으면 그만인 이들과 달리 없어서 못 먹는 생선회 마니아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감수할 위험이 적기에 여름에도 생선회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겠지요.

 

참고로 위 사진의 기생충은 일명 '방어 선충'으로 고래회충과 달리 최종 숙주가 방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가더라도 기생할 수 없고요. 우리 인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 충이지만, 기본적으로 충이 있으면 그 부위는 고름이 나오는 등 오염된 것이므로 도려내고 먹어야 합니다. 버리지 않고 도려내고 먹는다? 라는 표현에서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오늘날의 팩트이자 정해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수없이 먹어온 대방어에는 하루에 몇 건씩 방어 선충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래회충으로 오인하지만 선충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방어를 손질하다 보면 계절과 상관없이 방어충이 종종 나오는데 방어를 취급하는 횟집이라면 손질할 때마다 늘 보아왔던 것이지만, 그 부분만 도려내고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었고 지금까지 소비자들도 맛있게 먹어왔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굉장히 혐오스러울 수 있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죠. (제가 대신 말해서 죄송하지만,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 

 

 

48시간 숙성한 회

 

#. 활어회가 숙성회보다 더 싱싱할까?

앞서 충분히 설명했듯이 횟감의 선도는 산 생선을 즉살했느냐의 여부에 달렸습니다. 숙성회를 주로 소비하는 일본에서도 산 생선의 즉살은 필수입니다. 이것이 수반되지 않으면 횟감으로 유통할 수도 먹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국민은 펄떡이는 활어를 눈앞에서 잡지 못하면 불신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죽어버린 생선으로 회를 뜨거나 선도가 낮은 횟감으로 둔갑해서 판매한 일부 비양심 상인이 있었기에 생선회에 대한 불신을 키운 원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게를 믿을 수만 있다면, 숙성회는 여름 생선회로 좋은 대안이 됩니다. 단, 숙성회 전문점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의 품평이 좋거나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횟집을 고르면 실수가 없을 것이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관광지 횟집, 수산시장 좌판을 이용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살아있는 벵에돔을 즉살해 그 자리에서 피와 내장을 제거해 온 것입니다. 이렇게 가져온 횟감은 포를 떠서 김치 냉장고 숙성 칸에 이틀 가까이 보관해 둡니다. 살아 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했다는 점이 '선도 유지'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48시간 동안 숙성해도 회가 무르지 않고 이노신산(IMP) 증가에 따른 감칠맛이 오른 상태이지요. 만약, 죽어버린 생선으로 숙성했다면 이 회는 먹지 못했을 것입니다.

 

 

벵에돔 초밥

 

이렇게 숙성한 벵에돔은 멋진 초밥으로 탄생하였습니다. 가족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 이렇듯 선도라는 개념은 단순히 죽었느냐 살았느냐가 아닌 '산 생선을 즉살 처리한 것'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활어회가 싱싱하다? 숙성회가 싱싱하지 않다? 라는 흑백논리보다는 처리 방법을 따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숙성회는 죽은 지 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당연히 활어회보다 싱싱하지 않다."라고 정의한다면, 숙성회를 소비하는 일본 국민과 국내의 유명 초밥집(초밥은 숙성회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숙성회 전문점, 호텔 일식,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스시집은 싱싱하지 않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 것이며 그것을 먹어온 전 세계인들도 활어회보다 싱싱하지 못한 회를 먹어온 꼴이 되겠지요.

 

 

알이 꽉 찬 양식 광어

 

#. 자연산이 양식보다 더 맛있을까?

대체로 자연산이 양식보다 맛있지만, 그것은 제철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자연산은 양식 활어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넓은 대양을 누비며 생활하다 좁은 수조에 가두면 평소 흡입하던 산소량도 부족하고 다른 활어와 부대끼면서 좁은 곳에서의 적응력이 낮아 결국에는 며칠 못 가서 괴사에 이르는데요. 죽지는 않더라도 괴사의 조짐이 보이는 활어는 겉모습만 활어지 활어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자연산 활어는 곳곳에 피멍이 들고 육은 물러 맛이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자연산은 대부분 그물로 잡아들여 와 상처가 나고 상품성이 떨어짐에도 우리 주변의 수산시장에서 의외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상급이 아니라면, 차라리 양식이 낫다."

 

물론, 양식도 양식 나름입니다. 위 사진처럼 산란기에 놓인 광어는 그 영양분이 알과 이리(정소)에 집중돼 살밥이 적고 맛도 덜합니다. 또한, 같은 양식산 활어라도 무게가 좀 더 많이 나가는 횟감이 더 맛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식산 활어는 자연산과 달리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지 않으므로 스트레스가 덜하며 그저 때맞춰 주어지는 사료만 먹으면 될 일입니다.

 

그것이 계절에 따른 맛의 편차를 줄이는 장점이 되었습니다. 사실 살이 포동포동 찐 제철 자연산은 양식산이 따라올 수는 없는 우월함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연산이 아니라면 2~3배 이상 값을 치르면서 먹을 만한 맛의 이득이 적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무게가 잘 나가는 양식산 활어를 사 드시길 권합니다.

 

 

#. 회에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가 줄어들까?

가끔 회에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를 줄인다고 믿는 이들을 봅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생선회라면 회 자체에서 비린내가 나지 말아야 합니다.

레몬즙으로 비린내를 감출 만큼 비린내가 난다면 그 생선회는 정상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익히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레몬즙을 뿌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레몬이 살균력을 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생선회의 살균은 고추냉이에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레몬즙은 산 성분을 지니고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 회를 백탁화할 뿐 아니라 맛의 반감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식품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레몬이 산성이 아닌 알카리성 식품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성이냐 알카리성이냐의 차이는 우리 몸에 흡수된 물질이 분해돼 몸에 남을 때의 성질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레몬즙에는 구연산(시트르산, citric acid)이 다량 함유돼 있어(PH 2.4) 회의 겉표면이 허옇게 일어나게 할 뿐 아니라, 신맛이 회 고유한 맛을 원천적으로 막아 맛을 느끼는 데 방해합니다. 레몬즙의 상큼한 맛을 회와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 자신의 간장 종지에 뿌려 먹을 것을 권합니다.

 

 

 

#. 생선회의 제철은 겨울일까?

우리는 생선회의 제철을 겨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겨울에 제철인 생선회가 많기는 합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 참돔(도미), 감성돔의 제철은 늦가을부터 시작해 이듬해 초봄까지 이어지므로 겨울이 제철 생선이라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또한, 바닷물고기의 약 60% 이상은 봄에 산란합니다. 봄에 산란하려면 겨울에는 알을 찌워야 하고 알을 찌우려면 지방을 가득 품고 있어야 하기에 대부분 생선의 제철이 겨울인 것도 맞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40%는 봄, 여름, 가을에 제철을 맞이합니다.

 

가령, 늦가을에 산란하는 민어와 농어, 쥐노래미(놀래미)는 여름부터 본격적인 산란을 준비하므로 여름에 가장 맛있는 제철 생선이 됩니다. 

이 밖에도 문치가자미, 부시리(히라스), 벵에돔, 쥐치, 보리멸, 병어, 전갱이, 벤자리, 양태, 전복, 가리비, 소라(뿔소라), 오징어 등이 여름 제철 수산물에 해당합니다. 모든 수산물은 각기 다른 제철을 갖고 있으며 그 철에 가장 맛있는 맛을 냅니다. 미리 알아두었다가 여름에 가장 맛있는 제철 생선을 드신다면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생선회, 수산물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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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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