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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암동 요요미] 착한식당에 선정된 튀김과 국물 떡볶이의 맛
이곳은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튀김 전문점.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식당으로 선정한 분식집이라고 합니다.
알고는 있었고 예전부터 들르고 싶었는데 뒤늦은 지금에서야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폰카로 찍어서 화질이 좋지 못하니 양해 바라며..
실내는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저는 포장 손님이라 자세히 둘러보지 않았는데 선반에는 손님이 셀프로 갖다 먹을 수 있게 간장과 단무지, 그리고 튀김에서
나온 튀김가루가 수북이 쌓여있었던 점이 특이해 보입니다. 이 튀김가루는 종이컵으로 퍼다 드실 수 있는데 국물 떡볶이에 섞어 먹는 게 인기입니다.
한쪽에는 기름통이 진열돼 있군요. 착한식당에 검증된 만큼 깨끗한 기름을 그날그날 사용한다는 의미의 전시효과일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가 올리브유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둘 때 이와 같은 전시효과로 효과를 보았죠.
결과적으로 그 마케팅은 허위 광고였고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었지만..
메뉴판입니다. 국물 떡볶이의 가격은 평이한데 튀김을 보면 다른 분식집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기름에 모든 음식을 수제로 만들었으니 몸에 좋고 맛도 좋다면 이 정도 가격은 아깝지 않겠지요.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모둠튀김세트로 12,000원. 구성은 새우3, 김말이3, 오징어3, 고구마3, 야채3 으로 되어 있습니다.
양파 튀김을 추가하였고요. 국물 떡볶이는 2인분(6,000원)으로 포장해 왔습니다.
모둠 튀김입니다. 겉보기에도 다른 분식집 튀김과는 달라 보이지요.
새우는 표준명 홍다리얼룩새우(일명 블랙타이거) 중에서 비교적 크기가 작은 것을 통째로 튀겨낸 것으로 보입니다.
맛은 평이합니다. 왜 평이하다고 느꼈는지는 본문 말미에 적어두겠습니다.
야채 튀김이고요. 순 우리말로는 채소 튀김 정도로 부르면 되겠지요.
역시 맛은 평이합니다. (...)
오징어 튀김은 모양이 특이합니다. 맛은 평이하다 못해 평균에 못 미칩니다. 그 이유는 모양에 있습니다.
이 집은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몸통만 튀겨내면서도 모양은 다리가 달린 것처럼 저렇게 3갈래로 잘라서 튀겨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징어는 상태에 따라 튀겼을 때 그 식감과 맛이 천차만별입니다. 생(生)이었을 때와 반건조일 때 다르며, 건오징어를 물에 불려 튀겼을 때 또 다릅니다.
여기에 오징어나 주꾸미, 문어와 같은 연체류는 오버쿡이 되었을 때 질겨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생오징어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오징어 특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버쿡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오버쿡은 비단 튀김 시간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튀김은 식재료의 두께에 따라 같은 조리 시간에서도 오버쿡이 될 수 있습니다. 오징어를 저렇게 3갈래로 잘라서 얇게 한 것은 오버쿡의 원인이 됩니다.
생오징어의 낭창낭창 부드러운 질감과 수분(육즙)이 갇힌 촉촉함을 살린 튀김 맛을 아는 이들은 이 부분에서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속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오징어 몸통을 구태여 얇게 갈라놓았기 때문에 두께에서 오는 촉촉함과 부드러운 식감의 감흥을 죽이고 있습니다.
오버쿡이 된 나머지 조금 뻣뻣해졌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오징어의 원산지는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들은 이야기로는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오징어 역시 국내산으로 추정합니다.
일단, 칠레산 대왕오징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국내산 오징어를 사용한 식재료의 자부심은 높이 사줄 만합니다.
그 자부심만큼 국내산 식재료가 가지는 장점을 좀 더 살렸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은 김말이. 김말이에 들어가는 재료는 어딜 가든 매우 단조롭습니다.
김말이 맛을 주도하는 재료는 김보다 당면의 전분질과 약간의 소금, 후추입니다.
간이 적당히 밴 전분질을 김이라는 옷으로 감 쌓은 것이므로 우리는 이 음식에서 기름의 고소함과 적당히 밴 간에 맛있음을 느낍니다.
김말이는 딱 그 정도의 음식입니다. 여기서는 당면 속까지 손수 만들어 만다는데요.
튀겨졌을 때 뻣뻣하지 않은 부드러운 당면의 질감과 과하지 않은 후추 향이 어우러져 이날 주문한 모둠 튀김 중에서 가장 돋보였습니다.
양파 튀김은 속 재료가 양파임에도 다소 느끼합니다.
전반적으로 기름을 많이 먹은 상태인데요. 튀김은 온도가 뜨거울수록 느끼함을 감춥니다.
포장이기 때문에 집으로 오는 동안 식었을 것이고 그래서 느끼했다면 조금 공정하지 못한 맛 평이 될 수도 있어 이 부분은 중략하겠습니다.
국물 떡볶이 2인분인데 느낌은 1.5인분을 담아놓은 것 같습니다. 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맛에서 국물 맛의 균형짐이 좋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매장에는 튀김에서 나온 가루를 비치해 국물에 섞어 먹게 합니다. 이영돈씨가 싫어하는 MSG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거기서 오는 부족한 맛을 튀김 가루의
고소함으로 보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장이라 튀김 가루를 따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순수 떡볶이 국물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예상대로 떡과 양념이 따로 노는 맛입니다. 원래 고추장이 들어간 떡볶이는 매콤달콤한 맛이 서로 어우러지지 않으면 맛의 불균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맵고 달고 짠 맛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해주는 MSG(L-글루탐산 나트륨)를 소량이라도 넣지 않으면 매우 불리해지는 음식이죠.
그 불리함을 무엇으로 극복하느냐는 전적으로 식당의 몫이지만, 국물 맛이 기반이 떡볶이라면 다시마와 버섯으로 낸 육수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입니다.
단맛보다 매콤한 맛이 좀 더 강했는데 그 매콤함이 입안에서 탁하고 상쾌하게 받치는 느낌이 옵니다.
죠X 떡볶이가 사용하는 캡사이신 용액의 쓰리고 아린 맛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이는 텁텁한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지 않았거나 혹은 국내산 고춧가루와 섞어 쓰더라도 그 비율을 적게 사용했을 때 나는 맛인데 이 부분은 참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블로그 평은 이 떡볶이에 대해 대체로 호평하지만, 실제 소비자의 호불호는 아주 많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새우튀김이 평이하다고 한 것은 튀김 전반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평이하다는 표현보다는 맹숭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 것입니다.
아침에 기름을 새것으로 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튀겨서 그런 걸까요? 통닭도 그렇습니다만, 새 기름에서 튀겨낸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재료를 튀겨낸
기름이 재료의 지방과 아미노산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맛있습니다.
너무 많이 튀겨 산화한 기름을 써도 문제지만, 새 기름에 튀겨낸 것도 맛에서 감점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깨끗하고 좋은 기름을 쓰고자 하는 의지는 엿볼 수 있습니다. 튀김은 대체로 바삭한데 좀 더 고소하고 식재료의 풍미를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착한식당에 선정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 임의의 기준으로 선정한 것이고 그것이 모든 먹거리의 품질을 가늠하는 잣대로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근처에 계신다면 한 번쯤 맛이나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천편일률적인 공장제 튀김과 MSG 떡볶이에서는 많이 벗어난 형태이므로 한 음식에 대해
다양성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는 호평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날 들어간 비용이 합계 2만원입니다. 셋이서 분식집 음식을 먹기에는 조금 과한 가격이지요.
가격 대비로만 따지자면 들어간 노력과 재료에 비해 아쉬운 맛이었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더불어 매장에는 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기가 적혀 있지 않은데 이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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