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를 다투는 벵에돔 낚시대회, 통영 추봉도에서


 

 

 

거제 지세포

 

이제는 제법 일교차가 벌어지는 9월의 어느 날.

내년 6월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월드 피싱 가이아(WFG) 대회의 한국 대표 진출권을 따내는 예선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4위 안에 들어도 12월에 열리는 대마도 결선에서 무림의 고수들을 제치고 또다시 3위 안에 들어야 하는 바늘구멍이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 경쟁하다 보면,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내공을 몸소 겪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어서 더욱 빛나고 그런 기량이 더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토너먼트 대회는 저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세포 일자 방파제

 

대회 하루 전. 저와 상원아빠님은 미리 내려와 벵에돔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와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네요. 일기가 좋지 못함을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가까운 서이말이나 지심도를 생각하고 왔는데 하늘에는 폭풍전야인양 구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빗방울이 실려 얼굴을 때리고, 그것이 점점 굵어지더니 아예 장대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이 바람은 대회 당일, 더욱 거세질 예정이어서 주최측의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서이말에서 하기로 했는데 여의치 않아, 위 사진의 일자 방파제에서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곳 일자 방파제는 지세포항 한가운데 있어 배로 진입해야 합니다.

항만에 있어 어지간한 악천후라도 버틸 수 있지만, 이 정도 날씨면 조만간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면에서 부는 바람과 함께 빗방울도 굵어지자 눈을 뜨지 못할 지경입니다.

사진은 빗방울이 잦아드는 틈을 타 찍었는데, 곧이어 소나기 쏟아져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둬야 했고 그 가방도 다 젖어서 결국,

제 카메라는 맛이 가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나마 비에 젖은 거라 배터리 분리하고 말려서 현재 다시 사용 중이네요. ^^;)

 

 

거제 지세포의 일자 방파제

 

하여간 그런 이유로 이날 촬영한 컷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대회 당일은 상원아빠님의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었죠.

어쨌든 이곳은 정면에서 비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내만의 가두리를 바라보고 낚시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가두리는 양식장이 아닌, 어부들이 잡은 고기를 임시 보관하는 곳입니다.

사진상에는 잘 안 보이지만, 가두리를 고정하는 로프가 X자 모양으로 연결돼 있어 로프를 피해 흘리는 게 관건입니다.

보기에는 낚시가 잘되지 않을 것 같지만, 날이 좋을 때는 30cm급 벵에돔도 곧잘 낚인다고 합니다. 

다만, 빵가루보다는 파래새우가 특효라고 하니 내년 벵에돔 시즌 때 이곳을 찾을 분들은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날이 안 좋아 벵에돔이 깊은 데서 물 줄 알았는데 첫수는 수심 2m에서 물고 올라옵니다.

보다시피 씨알은 20~23cm라서 그냥 캐스팅하고 품질 하는 연습에 의미를 뒀습니다.

 

 

이어서 상원아빠님이 한 수 거두는데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이날 적잖이 실망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원아빠님은 올여름 제주도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 지역의 낚시 스타일에 익숙해진 터였습니다.

아시겠지만 같은 벵에돔 낚시라 하더라도 제주도와 거제 내만은 채비, 스타일 등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시원하게 가져가는 긴꼬리벵에돔의 당찬 입질에 익숙하다면, 여기서는 화병이 도질지도 모릅니다.

시원시원한 낚시 스타일과 달리 이곳 거제, 통영은 매우 섬세하고 까다롭기 때문이지요.

이날은 저만한 벵에돔을 11~12수 정도 낚는 데 그쳤고 날씨가 더 나빠져 조기 철수하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 거제 동부면

 

대회 당일 날, 숙소를 일찌감치 나온 저는 베이스 밑밥을 준비합니다. 

앞서 기상이 악화돼 방파제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조차 어려워 장소를 급히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거제 동부면으로 왔습니다.

장소는 통영 내만에 있는 추봉도. 아무래도 바람막이가 되는 섬들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주최측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습니다.

 

 

AM 6:00, 출항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결정

 

악천후로 인해 벵에돔 낚시대회 룰이 급 변경되었습니다. 다른 곳은 적조로 몸살을 앓거나 악천후로 낚시가 어려운데 그나마 바람통을

피해 추봉도라는 조용한 섬으로 들어와 토너먼트를 진행하다 보니 기준치를 대폭 줄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상어는 벵에돔(긴꼬리 포함) 20cm 이상 총 중량으로 승부를 가리며, 무승부일 경우는 20cm 미만이라도 선 득점한 선수가

올라갑니다. 원래 24강이었던 대진도 불참자가 많아 16강으로 진행. 8강을 통과한 네 명의 선수가 대마도 결선 티켓을 따냅니다.

 

이날도 쟁쟁한 선수들이 참여했는데 저는 1라운드부터 대진운이 썩 좋지 않습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지역인 포항. 그중에서도 노련한 함경진 선수와 1차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하고 전후반을 각각 한 시간씩 낚시합니다. 승부가 나면 포인트를 옮겨 2라운드를 뛰며, 1라운드에서 탈락한

사람은 자유낚시를 하게 됩니다. ^^

 

 

이날 저는 밑밥을 두 가지로 배합했습니다. 갈색은 포인트에 직접 넣을 용도이며 V9 한봉에 빵가루 2봉을 섞었는데 이날 저는 V9을

처음 쓰다 보니 점도 조절에 애를 먹었습니다. 평소 배합하던 느낌과 달라(V9이 물을 많이 먹네요.) 해수를 충분히 섞지 않으면 뻑뻑합니다.

초록색 밑밥은 제품명을 모르는 국산 파우더 한봉에 빵가루 3봉, 크릴 1개를 잘게 부숴 섞어주었습니다.

이 밑밥은 잡어를 묶어둘 용도로 사용됩니다.

 

 

미끼는 잡어 등쌀에 대비해 세 가지를 준비하였습니다.

염색 새우, 빵가루, 그리고 아래의 것은 가공 크릴. 가공 크릴은 전날 직접 만들어 냉장고에 숙성한 것이고 빵가루 역시 전날 밤에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숙성해 두었습니다. 대회를 몇 차례 나가다 보니 이런 걸 만들 때도 노하우가 생깁니다. ^^

 

 

AM 6:40, 1라운드 전반전 시작, 통영 추봉도에서

 

채비 사진을 찍지 못해 예전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 합니다.

사진에는 붉은색 원줄(서스펜드 타입)을 사용했는데 대회 날에는 초록색 원줄(세미 플로팅)을 사용했으니 참고 바랍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시마노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1.5호 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2번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호 4m → 2m로 변경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4호

봉돌 : g7 물렸다 뺐다.

 

찌 호수가 02번으로 기존 부력에서 0c(제로씨)와 같습니다.

아무래도 날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저활성을 염두해 처음에는 목줄을 길게 썼는데 벵에돔이 피어오르는 느낌이 감지돼

2m로 줄였고(더 줄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실수), 벵에돔 바늘도 이날 상황에는 3호가 좀 더 맞았는데 수중에 없어서 그냥 4호.

g7번 봉돌은 목줄 1호의 가벼운 비중을 염두해 가라앉히기 위한 용도로 쓰다가도 벵에돔이 잠시나마 피어오르면 떼고 하는 식인데

이날은 벵에돔이 피어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등의 변덕에 쉽지 않은 낚시가 전개되었습니다.

 

 

채비를 마친 필자

 

편광안경으로 벵에돔이 피는지 살핀다.

 

분초를 다투는 벵에돔 낚시대회는 초반부터 총력전 양상으로 갔습니다.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밑밥이 들어갔고 그에 따라 잡어도 포인트 주변으로 몰리면서 더욱 정교한

품질과 잡어 분리를 요구했습니다. 여기서는 무승부가 될 것을 염두해 기준치 이하의 벵에돔을 선 득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벵에돔이라도 먼저 선 득점하기 위해 가까운 곳부터 공략해 나갔습니다. 이때 상대 선수의 낚싯대가 크게 휘어집니다.

몇 차례의 복어와 용치놀래기로 밋밋하게 휘어진 휨새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상대 선수에게 선취점을 허용하는 순간입니다.

 

 

감성돔을 낚은 함경진 선수

 

그런데 웬 감성돔? 심장 벌렁벌렁하게 하는군요. ^^;

저게 만약 벵에돔이었다면, 총 중량에서 꽤 많은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제게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0:0의 균형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습니다.

없을 줄 알았던 벵에돔이 연타로 두 마리가 낚이면서 스코어는 0:1 혹은 0:2로 갑니다.

 

 

상대 선수의 라이브웰

 

어쩌면 저 두 마리가 기준치 미달일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 하더라도 선취득점을 했기 때문에 무승부로 가면 제가 떨어집니다.

여기서는 반드시 기준치 이상의 벵에돔을 3~4마리 정도 잡아놔야 조금이라도 숨돌릴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제 자리에서는 벵에돔이 전혀 피어오르질 않고 용치놀래기만 득실거려 파래새우나 크릴은 남아나질 않습니다.

진작에 빵가루로 공략하고 있지만, 이것도 용치놀래기가 건드리면서 꽤 성가시게 구는군요. 잡어 분리를 다시 해나가던가 공략 거리를

조정하던가 뭔가 수를 쓰지 않으면 용치놀래기에 농락만 당하고 경기를 마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아 복어에 용치놀래기에 잡어 등쌀이 너무 심해 자리를 왼쪽으로 옮겨봅니다. 

제가 선 자리는 발판만 높고 지형은 밋밋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왼쪽은 근사하게 생긴 홈통을 끼고 있어 이쪽에서 승부를 띄우기로 합니다.

 

 

전방 15m로 던져진 찌는 조류에 밀려 서서히 발 앞으로 들어오는데 이때 스르륵하며 어신이 들어옵니다.

캐스팅한 지 40여 초가 지났고 그때까지 빵가루가 살아있다가 받은 입질이기 때문에 벵에돔임을 확신. 

 

 

그런데 힘을 상당히 쓰네요? 쭉 파고드는 힘이 이 정도면 30cm급 벵에돔이 예상.

연약한 1호 목줄이다 보니 발아래 수중 턱으로 파고들 때 브레이크를 두 번 정도 쏴주며 달래야 했습니다. 그렇게 띄우는데

 

 

감시가 올라왔다. ㅠㅠ

 

30cm급 감성돔이었습니다. 하여튼 청개구리 심보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홈통하며, 물색 등 전반적인 포인트 환경이 딱 감성돔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여지없이 물고 옵니다.

 

 

라이브웰까지는 수 미터를 이동해야 하기에 바로 옆 웅덩이에 던져 놓고 재빨리 캐스팅.

이곳 어딘가에 숨어있을 벵에돔을 구석구석 노려본다고 했는데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 전반전이 종료됐습니다.

 

 

자리를 옮기고 후반전에 들어갑니다.

밑밥을 한꺼번에 배합하면 나중에 떡지고 확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쓸 분량만 배합하고요.

 

 

상대 선수도 차분히 밑밥을 배합하며 후반전을 준비합니다.

규정치 씨알이 20cm로 대폭 낮아졌지만, 그보다 작은 벵에돔이 곧잘 낚이는 상황이라 현재 스코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한두 점 차로 뒤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

 

 

복어가 바늘을 먹고 올라온다.

 

한두 점 차야 늦게라도 시동을 걸면 따라잡을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여기서 더 이상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전반전에 이 포인트에서 벵에돔이 몇 마리 나왔기에 기대했는데 몇 번 던져보니 포인트 주변에 복어 개체 수가 엄청납니다.

바늘 묶는 시간조차도 아까운 토너먼트다 보니 바늘을 홀라당 뜯어 먹으며 연신 낚이는 복어가 어찌나 야속한지.

 

 

그러다 처음으로 벵에돔이 올라왔는데 기준치가 안 될 듯한 느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이브웰에 넣어 둡니다.

 

 

그렇게 시간은 안타깝게 흘러갔고

 

포항의 함경진 선수가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 벵에돔을 낚으며 바짝 도망갑니다.

언뜻 보아 28~29cm는 돼 보이는데 이 정도면 중량으로 내만권에서 쐐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기준치가 되는 벵에돔을 낚으며 바짝 추격에 나서봅니다.

제가 이 경기를 역전하려면 25cm급 벵에돔을 못해도 두 마리는 더 낚아야 하고, 상대방은 남은 시간 동안 낚지 못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은 20분. 저는 준비한 밑밥의 절반 이상을 포인트에 넣기로 했습니다.

벵에돔이 잠깐 피어올랐다가 내려가며 소극적인 먹이 활동을 하고 있어, 일단은 품질 양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일명 샌드위치 조법으로 입질 예상 지점에 3주걱의 밑밥을 넣고, 그곳에 캐스팅한 다음 다시 3주걱을 넣게 되면 미끼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동조되면서,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인데요. 과연 이 묘수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분초를 다투는 벵에돔 낚시대회,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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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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