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라면 똥과 된장은 구분해야지 않겠는가


 

 

내용에는 테클 걸 만한 게 없으니까 글에 일본명이 표기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걸 물고 늘어지는 애국자 나으리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일본명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나도 일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어명 표기가 불가피할 때가 있다. 이때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글을 쓴다. 국명이나 표준명이 반드시 주어가 돼야 하며, 일본명은 주어를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광어

지느러미살(엔가와), 부시리(히라스), 대뱃살(오토로)의 식으로 일어명은 괄호 안에다 집어 넣지, 국명을 괄호 안에 집어 넣지는 않는다.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설명해야 기존에 일어명으로만 알았던 이들이 내 글을 통해 국명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국명 없이 일어명으로만 설명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일식이 바로 그렇다. 일식은 말 그대로 일본 음식으로 일본 고유의 식자재를

설명할 때 우리말로 마땅한 단어가 없다면,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스테이크를 고기구이라 하지 않듯이 스시는 스시이고, 후토마끼는

후마끼이며, 우동은 우동이다. 이를 억지로 우리 말로 바꿔서 부르면 그들이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라 부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산물과 일식 관련 명칭이 생활속 깊숙히 침투해 있기 때문에 후손들에게 일본명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일본명을 한국말로 순화해서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일본명도 함께 표기해 줌으로써 기존에

일어명만 알고 있던 이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나의 글 쓰기 원칙이다. 그런데 단지 본문에 일어명을 썼다는

자체만으로 비난하려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자들은 우동이나 스끼다시, 와사비란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나?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애국자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글에 일어명 표기를 아예 안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인가?

성인이라면 똥과 된장은 구분할 줄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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