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미도 감성돔 낚시(하), 대물 참돔의 습격


 

 

어제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전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정말로 못생긴 물고기 - 바다의 추녀를 잡다

 

상사리급 참돔과 4짜 감성돔으로 시작한 우리는 초썰물에 일몰을 맞이하며 좋은 분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조류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들어간 밑밥도 제법 많아 집어가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는 상황. 신속히 뜰채에 담은 은빛 왕자를 갈무리하고 분위기가 와해되지 않도록 서둘러 품질해 줍니다. 만약, 몇 마리가 추가로 들어왔다면 연타석 안타를 기대해 볼 수도 있으니 싱싱한 크릴을 꿰어 재빨리 던져봅니다.

 

 

오후 4시경에 낚은 4짜 감성돔

 

밑밥을 특정한 지점에 쌓아 놓았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조류라 히트 지점이 가깝게 형성될 줄 알았는데 막상 입질 받은 지점은 전방 15m 정도. 그러니까 동네 야구 수준에서 투수와 타자 간의 거리입니다. 캐스팅은 전방 30m 정도로 멀리 던지고, 밑밥도 전방 10~15m 지점에다 꾸준히 넣습니다. 들물 때 크릴을 바닥에 붙여도 봤지만, 지금은 물이 빠지는 중이어서 매듭 수심을 9m로 조정해 바닥에서 띄웠습니다. 반유동이니 찌가 안착하고 채비가 정렬되기까지 10초면 충분하겠지요. 남은 일은 채비가 들어오는 조류에 실려 와 밑밥이 가라앉은 지점을 훑는 것인데 웬일인지 히트한 지점에는 추가 입질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안타까운 한 시간이 지나고 오후 5:00 시를 넘길 즈음

 

 

전운이 감도는 포인트

 

해는 서산으로 지며 포인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이제는 감성돔이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을 시점. 홈통으로 들어오는 조류에 맞춰 품질을 꾸준히 해주고, 찌도 그곳을 훑고 들어오게 호흡을 맞춰 저 아래 어딘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감성돔을 꼬드겨 봅니다. 만약, 근방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면 하늘하늘 움직이는 크릴에 덥석하고 달려들 것만 같은데 찌는 좀 전부터 요지부동. 순간 엘라님의 찌가 총알처럼 빨려 들어가면서 정적을 깨트립니다.

 

 

아. 아쉽게 바늘이 벗겨졌네요. 저렇게 총알처럼 사라지는 어신은 지금 이 시각, 참돔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바늘이 걸리는 찰나 초릿대가 휘어지는 모양새가 상당히 굽었기에 기대했는데 그게 빠지면서 초릿대가 하늘로 섰습니다. 아무래도 들어온 것 같죠? 히트 지점을 홈통 가운데로 조금 옮기고 수심은 9m로 세팅한 상태에서 채비를 넣어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 비슷한 패턴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입질 지점은 초릿대에서 두 발짝 지난 거리인 약 7m. 조류에 밀려 홈통 안으로 들어온 찌는 그 상태에 갇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걷고 다시 던져야 할 시점이지만, 들어간 밑밥과의 동조를 생각해 낚싯대를 한 차례 뽑아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요지부동이었던 찌가 빨랫줄 송구처럼 들어갑니다. 이어서 원줄마저 잡아당기려는 시점에서 챔질하는데 턱 하는 둔탁한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 스풀이 굉음을 내며 광란의 질주를 시작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적당히 조인 드랙이건만, 초반부터 처박는 힘이 어찌나 센지 드랙을 다 열어놓은 것처럼 돌아가길래 약간 조이며 대를 치켜세우니 가차 없이 차고 나갑니다. 레버를 쥔 손가락을 연신 열어주며 놈이 진정되길 기다리는데 잠시 주춤하는가 싶어 펌핑을 시작하자 다시 한 번 차고 나가면서 9만원짜리 싸구려 LB릴의 광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낚싯대라도 바짝 세우려고 노력 중인데 차고 나가던 뒷줄이 초릿대 탑 가이드에 걸리면서 순간 낚싯대는 힘없이 하늘로 서버립니다. 

 

아 어떻게 받아낸 입질인데.. 잡으면 무조건 기록어가 될 녀석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다니.

채비를 회수하려 하자 릴이 감기질 않고, 어딘가에 엉켰을 원줄을 살피자 그제야 초릿대 탑 가이드를 감아버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사 가이드인데 왜 줄이 감겼을까? 이 상황에서 초릿대가 부러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순간 허탈함이 밀려오고.

 

 

이 허탈함을 사진으로 표현할 길이 없어 찍은 셀카라고는 이 장면이 전부. 놓친 녀석은 예전에 송악산 부남코지에서 걸었던 85cm급 부시리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움직임은 부시리와 달랐죠. 가까운 곳에서 받아낸 입질이라 초반에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고는 연신 레버 브레이크를 쏴주는 일이 고작입니다. 그렇게 녀석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다른 이유도 아닌 줄이 꼬이는 바람에 터트렸으니 이 억울함을 어찌 해야 할 지. 이후 추가 입질을 노렸지만, 그 녀석이 포인트를 헤집은 탓인지 바닥층 가까이에서는 연신 잡어들만 꼬입니다. 그 상태로 우리는 아쉬운 철수시각을 맞이합니다.

 

 

철수 후 낚시점에서 제공한 어묵으로 허한 속을 달래고

 

 

이날 두미도 조황입니다. 개인 조과는 1~3마리 수준. 저는 한 마리에 그쳤고 장원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철수 내내 놓친 녀석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참돔 채비를 챙겨올 것을. 뜰채를 피지 않으면 대물이 물고, 처음부터 피고 하면 안 물고, 대물 채비도 꼭 이럴 때는 놓고 옵니다. 낚시에서는 흔히 있는 머피의 법칙이죠.

 

 

이날 장원은 45cm급 감성돔. 손맛 보신 분들 축하합니다. 저는 손맛은 봤지만 축하받을 자격이..ㅠㅠ

 

 

머피의 법칙을 깨고자 다음날 오후, 같은 포인트로 복수전에 나섰습니다. 웬만하면 같은 포인트로 들어가지 않은데 이날은 기분상 그래야 했습니다. 그런데 평일치곤 출조객이 많이 늘었네요. 전날 대비 3배는 늘었습니다.

 

 

방파제에는 많은 꾼이 낚시 중이다

 

삼천포 화력발전소를 지나

 

주꾸미 낚시가 한창인 현장을 지나

 

두미도로 향하는 중, 바다 한가운데서 주꾸미 낚싯배와 도킹합니다.

오전에 주꾸미 낚시를 즐기던 몇몇 꾼들이 이 배로 옮겨타고선 오후에 갯바위 낚시를 즐길 모양인데 이것도 괜찮겠군요.

 

 

45분 뒤 두미도 도착, 꾼들을 차례대로 하선하는 와중에 발판 좋은 방파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 저 자리에서 감성돔 손맛을 본 적이 있었지요. (관련 글 : 올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한 수)

보기에는 평범한 선착장 같지만, 그래도 꽤 유명한 감성돔 포인트입니다. 마을로 올라가면 민박집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는 저곳에서 민박하면서 낚시를 실컷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뱃머리는 두미도 북쪽과 서쪽을 돌아 남동쪽으로 향합니다.

 

 

발판이 어마 무시하게 높은 포인트에 한 사람이 내리네요. 아래쪽에 낮은 발판이 하나 있으니 거기서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옆에는 홈통이 있는데 볼락 많이 나올 것처럼 생긴 지형이고요.

 

 

그리고 저는 전날에 했던 자리로 다시 들어가 복수전에 들어갑니다. 놓친 참돔을 반드시 잡아내겠다는 일념으로 금양낚시 사장님으로부터 1.7호대와 4호 원줄이 감긴 릴도 빌렸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못 잡으면 안 되죠. ㅎㅎ

 

 

그런데 낚시 시작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채비를 준비하는데 어선 한 척이 포인트 가까이 붙더니 통발을 내리네요. 헉. 지금은 대낮이라 40m 이상 날려서 노릴 생각이었는데 통발이 거슬려 천상 가까운 곳만 공략해야 할 듯. 물론, 띄워서 흘리면 되지만, 통발을 촘촘히 넣는 바람에 통발이 가라앉은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찌를 흘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행여나 통발에 걸림이라도 발생하면, 투박한 참돔 채비를 터트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죠. 신경이 쓰이니 원하는 공략을 할 수 없는 찜찜함을 안고선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곳만 공략하기 시작.

 

 

첫수로 볼락을 낚고 두 번째도 볼락이 낚은 것까지는 전날과 같은데

 

 

조류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밑밥을 조금 먼 곳에다 던져 넣고 바닥에 쌓일 지점을 예상한 다음, 그곳으로 채비가 훑고 지나가는 식으로 쪼아보지만.

 

 

우리 쪽은 잠잠한데 건너편만 신이 났습니다. 큰 게 물었는지 뜰채질을 하네요. 어 이상하다. 건너편에 감성돔이 붙었으면 이쪽도 들어와야 할 텐데, 바닥층 가까이에선 연신 잡어 입질이 크릴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이는 대상어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증거. 

 

 

잠시 후, 건너편에서 또다시 입질이 들어옵니다. 이럴 때 꾼의 속은 타들어 가죠. 허허

 

 

채비만 여러 차례 교체하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류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등 우왕좌왕합니다. 이날 조류는 전날보다 한풀 꺾인 느낌이라 봉돌의 위치를 도래 밑으로 고정하고, 나머지 3.5m의 목줄을 자연스럽게 늘어트린 형태로 입질을 유도해 봅니다.

 

 

찌는 금방이라도 들어갈 것만 같은데

 

 

그렇게 2m 간격으로 나란히 흐르던 중 엘라님의 찌가 스멀스멀 잠기더니 원줄을 슬그머니 가져갑니다. 전형적인 감성돔 입질.

 

"왔어요" 

 

 

챔질 순간 턱하고 걸리면서 드랙이 쫙 풀리는데 갑자기 낚싯대가 허공을 가릅니다. 또 벗겨져 버렸네요. ㅠㅠ

챔질 이후 드랙이 몇 초간 나간 것으로 보아 예사 씨알이 아닌 것 같으니 놓친 고기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고.

 

 

녀석을 놓치자 그 뒤로는 복어와 볼락이 번갈아가며 입질하니 설마 이것이 상황 종료가 아니길 바랐는데 

 

 

남은 30분을 위해 전자찌로 교체

 

수심 9~11m를 지속해서 노렸지만, 막판에 엘라님이 잡아낸

 

 

혹돔과 제 채비에 물고 늘어진 전갱이 몇 마리를 끝으로 낚시는 종료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건너편 자리에서 엄청난 대물을 걸고 파이팅하는 모습까지 총 세 번의 랜딩을 보았습니다. 특히, 막판에 잡은 녀석은 초릿대가 수면 아래로 처박힐 만큼 대단해 5짜 감성돔이거나 최소 6짜는 넘길 듯한 참돔을 예상. 철수 배에 올라 조황을 확인하니  예상외로 모두 혹돔이었다는 사실. 아이고.

 

 

이날은 출조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성돔은 8마리. 그중 4마리가 한 사람이 잡았으니 대부분 빈작임에 위안을 삼아 봅니다. 그러면서도 그 상황에 한 마리라도 낚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날 조류는 이상 없이 흘러가 주었는데 맑은 물색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채비를 단단히 무장했으니 감성돔이 목줄을 탄 건가 싶기도 하고. 참돔은 잡어의 활성도로 보아 아예 포인트 내로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여러모로 상황에 대한 판단 미스가 아쉬운 출조였습니다.

 

 

이 분은 잡어 상을 줘야겠네요. ^^

 

 

바닥을 박박 긁으셨는지 양태(장대)도 낚였나 봅니다.

어쨌든 이날은 머피의 법칙도 법칙이지만, 과욕이 부른 꼴방이었습니다. 감성돔 잡겠다고 내려온 제가 갑자기 참돔에 눈이 어두워 중장비를 들고 설쳤는데 물색이 맑으면 그만큼 가느다란 채비로 했어야 하는 기본을 무시한 결과겠지요. 게다가 통발이 무서워 멀리 치지 못했던 아픔은 두루두루 회자될 것입니다. 두미도는 제 복수전 명단에 당당히 0순위에 넣어두었으니 조만간 참돔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감성돔 마릿수를 위해 다시 한 번 출조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두미도 출조 문의

삼천포 금양낚시(055-83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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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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