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안도 갯바위 낚시(상), 추위도 잊게 하는 감성돔 낚시


 

 

여차여차 조행기가 밀렸습니다. 12월 중순, 쯔리겐 FG 회장배 감성돔 낚시대회 겸 정기출조를 앞두고 저는 일행과 함께 여수 금오열도권을 찾았습니다. 늘 바쁜 일정이다 보니 클럽 정출에 참여하는 횟수가 일 년에 손꼽지만, 그래도 한 해를 마감하는 가장 큰 정기출조인 만큼 다른 스케쥴을 미뤄서라도 시간을 내서 참석하였습니다. 당시 금오도와 안도 일원에서 감성돔 조황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회장배 정출을 하루 앞둔 저와 일행은 여수 돌산도로 들어가 감성돔 낚시를 준비합니다.


 

 

여수 돌산도 작금항

 

돌산도는 처음 찾았습니다. 금오열도권 출조도 연중행사이지만, 대부분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돌산도까지 들어와서 배를 타게 됐는데 여수에서도 40분 이상 차를 끌고 들어와야 하는 섬 속의 섬이어서 체감 거리가 아주 멉니다. 같은 남해라도 수도권에서 내려올 때는 이러한 동선을 최소화해 운전의 피로를 줄여야 하니 개인적으로 통영이나 삼천포, 여수 국동항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AM 11:00 출항

 

배에 오르는 동수님의 낚시가방을 보니 제주도를 어지간히 다니셨나 봅니다. 라고 쓰던 찰나 알고 보니 내 가방.

 

 

휴일을 맞아 방파제에는 낚시객들이 제법 와 있었다

 

 

돌산도까지 차를 끌고 들어온 만큼 금오도나 안도까지의 뱃길도 줄어들지만, 선비는 여기나 국동항이나 똑같더군요. 앞으로 30~40분을 가야하지만, 모처럼 화창한 오후의 햇빛을 보니 선실에 들어가 있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여수의 오밀조밀한 섬 풍경을 사진에 담고자 갑판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닷물에 혼비백산. 카메라를 급히 보호해야 할 정도로 바닷물이 튀는 바람에 이 사진을 끝으로 선실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선실 내 유리창은 금새 바닷물에 젖어들고

 

조타실

 

이날은 박범수 쯔리겐 인스트럭터외에 쯔리겐 FG 회원 여러 명과 함께 여수 안도 갯바위를 찾았습니다. 바람이 북동풍이고 너울이 있어 안도 서남쪽 능선을 따라 하선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안혁진 프로팀이 1조로 내리는데 양쪽으로 제법 근사한 홈통이 있어 감성돔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2조로는 저와 이재현 프로와 함께 내리기로 했는데

 

 

갑자기 박 대표님이 내리는 바람에 졸지에 홀로 남아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자리에서 감성돔이 다섯 마리, 그 중 한 마리가 장원)

 

 

두 분에게 배신을 당한 저를 거두어 주신 분은 김남규 쯔리겐 FG 회장님과 김일웅 프로님. ㅎㅎ

 

 

이날 찾은 안도는 여수의 핵심 낚시터인 금오열도권에 중심에 있습니다. 섬 모양에서 느꼈듯 29km의 해안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계절 내내 바다낚시가 잘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태풍이 불면 선박이 안전하게 피항할 수 있는 섬으로 편안한 '안'자를 써서 '안도(安島)'라 불리게 된 것. 금오열도권에서는 금오도와 연도(소리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동고지와 서고지를 중심으로 각각 60여 가구와 150여 가구가 모여 살며, 백금만과 이야만을 끼고 있어 천혜의 어자원을 바탕으로 겨울에는 감성돔과 볼락 낚시가, 여름에는 참돔과 벵에돔 낚시터로 유명하지요.

 

 

이날은 북동풍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어서 안도 서편을 돌며 하선했고 우리 팀은 안도 부속섬 중 하나인 대부도 남쪽, 순서여를 마주하는 갯바위에 내렸습니다.

 

 

포인트를 살피는 김남규 쯔리겐 FG 회장

 

경사가 매우 가파른 직벽형 갯바위에 내렸다

 

짐 정리를 마치고 포인트를 살피는데 좀 전에 회원들이 내리면서 수심을 묻자 선장이 "선수들이 무슨 수심을 묻냐?"고 해서 괜히 존심도 있고 해 ^^; 이번에는 수심을 묻지 않고 그냥 내렸습니다. 단서라고 주어진 것은 갯바위가 바다로 떨어지는 각도인데 가파르게 떨어지는 모양새로 보아 발 앞 수심도 제법 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류는 거품 띠가 갯바위 가장자리에 붙은 것으로 보아 아예 가지 않거나, 혹은 너무 강하게 흐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베이스 밑밥을 몇 주걱 뿌리자 유속이 상당히 빠르고, 제가 선 오른쪽에는 두 조류가 부딪히면서 훈수가 지고 있었습니다. 예상되는 히트 지점은 X 표시를 한 지점 정도일 것으로 예상. 유속을 감안해 밑밥은 왼쪽 발 앞에 뿌리는 것으로 정합니다. 깊은 수심대로 보이는 직벽형 갯바위에 빠른 조류임을 감안해 수심은 일단 밑걸림을 확인해야 하므로 수심은13~14m를 주고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실수가 돼버립니다. ㅎㅎ)

 

 

모처럼 2호 고부력 반유동 채비를 써 본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감성돔 전용 치누기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어신찌 : 쯔리겐 M-16, 순강수중 -2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1.5호

바늘 : 감성돔 바늘 2~3호

봉돌 : 적당히 분납해 여부력을 깎음

 

 

PM 12:15, 낚시 시작

 

잡어가 드글드글하다

 

채비를 던지고 발밑에 밑밥을 뿌려 상황을 살피는데 인상어로 보이는 무리가 떼 지어서 갯바위 가장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직벽이라 발밑을 공략하려 했지만, 할 수 없이 조금 멀리서 가라앉힌 다음 횡조류에 찌를 태워서 뒷줄을 잡고 끌고 들어오는 식으로 궤적을 만들어서 나가는 밑밥띠와 하층 동조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표준명 인상어

 

그 와중에 먼 곳 가까운 곳 할 것 없이 물고 늘어지는 잡어는 예상대로 인상어. 경남에서는 '물망시'라 불리기도 하는 대표적인 잡어이지요. 이 잡어의 출현은 망상어와 함께 감성돔 낚시의 적정 수온임을 말해주지만, 보시다시피 주둥이가 작아 크릴을 빨아먹거나 갉아먹는 식으로 강탈해 굉장히 성가십니다. 백만대군으로 떼지어 다니면서 밑밥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에 이 녀석이 보이면 잡어 분리는 필수입니다.

 

 

표준명 볼락

 

직벽이라 가까운 곳을 공략하려 해도 인상어가 사정없이 물고 늘어지거나 미끼를 따먹는 바람에 15m 이상 날려 심층을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작고 예쁜 볼락이 물고 늘어집니다. 일단 볼락이 낚였으니 그곳에 감성돔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문제는 수심 설정입니다. 애초 직벽형 갯바위임을 감안해 13~14m로 넉넉히 세팅했는데 전방 15m에서 한 차례 밑걸림이 있어서 수심을 줄였고, 10m로 설정한 수심에서도 여기저기서 밑걸림이 생기는 바람에 아까운 찌만 날려버렸습니다. 애초에 갯바위 모양만 보고 수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래서 아예 목줄을 뜯고 무거운 수중찌를 달아 수심을 체크해 봅니다. 그 결과 해당 포인트는 6~7m의 낮은 여밭이었다는 결론이(...).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가진 포인트였군요.

 

지금이야 한낮이라 약간의 시간 소비는 조과에 큰 악영향이 없지만, 만약 이때가 아침이고 이런 식의 낚시로 애를 먹었다면 그새 감성돔 한두 마리는 놓쳤으리라 봅니다. 역시 잘 모르는 포인트에선 수심 측정부터 하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수심은 6~7m지만 조류가 너무 강하게 흘러 1.5호(쯔리겐 직공 스페셜 에디션)로 바꾸고 목줄에는 B봉돌과 g2 봉돌을 분납한 다음, 조류가 복잡하게 얽힌 지점에서 빙글빙글 도는 밑밥을 먹고 있을 감성돔을 상상하며 채비를 흘려보냅니다.

 

 

이때 저와 같은 장소, 같은 궤적으로 흘리던 남규 형님의 대가 그럴싸하게 휘어집니다. 수면에 희끗하게 비치는 거로 보아 망상어 같기도 한데

 

 

반갑게도 감성돔이 올라옵니다.

 

 

포인트 내에는 인상어 무리와 더불어 멸치가 극성을 부리지만, 어찌된 일인지 갯바위 가장자리에 붙어서 멀리 나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바깥으로는 강한 조류가 흐르고 있었고, 오른쪽 섬 모퉁이를 감아 들어오는 조류와 만나 합수가 되는 지점에는 밑밥이 모이고 있어도 이러한 잡어 무리가 성급히 들어오지 않아, 농어든 감성돔이든 대상어가 들어왔음을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조류가 강하기 때문에 밑밥은 5m 안쪽으로 붙여서 치고, 그 밑밥은 흘러 흘러 X표의 합수 지점으로 휘말려 들어갈테니 대상어만 있다면, 언제든지 낚여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분위기입니다. 제 차 이어지는 캐스팅에 찌는 예상 입질 지점으로 유유히 흘러 들어갔고 합수머리에 이르자 더는 흘러가지 못한 채 머물며 입질을 기다립니다. 한동안 입질이 없자 뒷줄을 살며시 감아 약간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데 순간 찌가 시원하게 빨려 들어갑니다.

 

"왔다"

 

 

30cm급 감성돔, 바늘이 살짝 걸려서 올라왔다

 

씨알은 크지 않지만, 꾹꾹 하면서 힘쓸 때마다 감성돔 전용대의 낭창한 휨새로 전해지는 전율이 팔을 통해 전달됩니다. 손맛의 희락을 서둘러 마칠 이유가 없어 몇 초간은 낚싯대를 놀리면서 녀석의 율동에 장단을 맞춰봅니다. 사실 그동안의 낚시는 손맛이 주는 희락을 느낄 새도 없이 잡아 올리는 데만 급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름지기 낚시는 손맛인데 손맛을 느낄 여유를 챙기지 못했고 재미있는 조행기를 위해 사진 찍기에 열중한 것도 사실입니다. 즐기자고 시작한 낚시가 성과 위주이거나 누군가를 꺾기 위함으로 가는 것은 애초 낚시를 하게 된 목적과 거리가 있고요. 하지만 그렇게 즐기다 보면 누군가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승패가 있고, 순위가 있고. 

 

경쟁을 피하고 성적과 실적으로 평가받는 세상과도 잠시 멀리하고자 바다를 찾은 것인데 여기서도 승패를 가르고 경쟁해야 하니 그런 한국의 낚시 문화가 못마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마다 낚시를 즐기는 이유와 목적은 다르니 서로간에 존중은 해야겠지만요. 그래서 나이 들고 흰수염이 더부룩해질 쯤 되면, 전쟁터같았던 갯바위도 멀리하게 되고 생활낚시로 가게 되나 봅니다. 저도 그럴 날이 오겠지만요. 그때는 토끼같은 아내와 딸내미와 함께할 것 같습니다. ^^

 

시간은 오후 3시로 흘러가면서 조류는 여전히 맹렬한 속도로 얽히고 설키며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감성돔, 한두 마리만 다니지는 않겠지요. 후속타를 노리기 위해 갈무리한 다음, 서둘러 캐스팅해 봅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추신 :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요즘 일이 바빠서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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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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