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안도 갯바위 낚시(하), 꽝 없는 감성돔 낚시, 물오른 감성돔회


 

 

여수 안도에서 낚시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넘었을 무렵입니다. 그동안은 인상어와 망상어의 성화에 1타 1강탈을 당하며 고전했는데, 오른쪽 갯바위 모퉁이에 두 조류가 합수돼 물이 빙글빙글 도는 지점으로는 적어도 인상어의 성화가 없어서 그쪽으로 집요하게 찌를 흘려 넣고 있었습니다. 찌가 합수머리에 다다른 상태에서 이렇다 할 입질이 없자, 찌를 약간 끌어다 안쪽으로 들어오게 하니 순간 찌가 총알처럼 빨려 들어갑니다. "왔구나" 싶어 대를 세우는데 그리 크지는 않아도 꾹꾹 처박는 힘이 영락없는 감성돔입니다.

 

 

PM 1:38, 첫 번째 감성돔을 만나다

 

30cm 남짓 돼 보이는 감성돔이 올라옵니다. 12월 중순이라 큰 씨알을 기대했건만, 바다 수온이 아직은 가을임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예를 들면, 자리돔이 보인다거나, 고등어 새끼와 멸치 떼가 성화를 부리는 현상에서 한 마리를 걸어도 묵직한 겨울 감성돔의 손맛은 다소 늦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에도 이런 감성돔은 얼마든지 낚일 수도 있으니 한 마리로 속단할 순 없겠지요.

 

어쨌든 가을에 낚아야 할 것 같은 감성돔은 무리를 지어 다닐 확률이 높아 서둘러 후속타를 노려봅니다. 조류는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맹렬히 흘렀고, 합수되는 지점에서 찌는 더이상 나가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추어섰습니다. 저 지점은 서로 다른 방향의 조류가 뒤엉켜 수중에서 소용돌이(와류)가 이는 등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밑밥이 그대로 내리지 못하고 위아래로 빙글빙글 도는 현상을 보일 것입니다. 목줄에 봉돌을 충분히 달아서 안정시켜야 하는 것도 이유이고. 좀 전과 같이 미동 없는 찌를 살짝 끌어당기며 미끼가 팔랑거리도록 한 다음, 잠시 한눈을 팔다가 찌를 보는데 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필 그쪽에는 햇빛의 강렬한 빛 반사가 일어나 찌가 떠 있는지 가라앉았는지 파악이 안 됩니다. 뒷줄을 살짝 당기는데 곧게 펴진 채 텐션이 걸려 있군요.    

 

"왔다."

 

 

PM 1:50, 두 번째 감성돔을 만나다

 

걸었는데 첫 번째 감성돔과 비슷한 힘. 올려보니 역시 비슷한 씨알입니다. 이 계절에 두 마리가 모두 중치급이고, 함께한 김남규 쯔리겐 FG 회장님도 비슷한 씨알을 올린 것으로 보아 역시 초등 감성돔 시즌은 조금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엘리뇨에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엘리뇨로 인한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력은 한반도 연안 전체에 미칠 만큼 큽니다. 평균 수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벵에돔과 돌돔 등의 난류성 어종은 시즌 초부터 맹렬한 기세로 맹위를 떨쳤죠.

 

올해 6월 국도에서는 일주일에 몇 마리 나올까 말까 한 4짜 벵에돔이 하루가 멀다하며 연거푸 쏟아졌고, 갈도에서는 일 년에 한두 마리 나올까 말까한 5짜 벵에돔을 배출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현상이 고기압의 세력 확장과 엘리뇨와 관련된 것입니다. 12월 현재 우리나라 연안의 평균 수온은 예년보다 1~3도 정도 높게 나왔고(바다에서는 1~2도 차이가 사람의 체온 차이만큼 큽니다.) 강력한 엘리뇨와 북극의 진동으로 올겨울은 한파가 잦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엘리뇨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아 낚시인과 어업인들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수온과 기온차, 해류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곳 금오열도권은 해마다 연말과 연초에 오짜 감성돔을 몇 마리 배출했는데 올해는 그 시기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합니다.

 

 

이후 감성돔을 마릿수로 노리기 위해 동작을 서두르고 바짝 흘리도 보지만, 올라오는 것은 노래미.

 

 

내게는 망상어

 

 

이어서 혹돔까지 물고 옵니다. 물색 좋고, 조류 좋고, 수심도 적절히 주고, 다만 수온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높았을 뿐, 전반적인 낚시 여건은 나쁘지 않았는데 후속타가 이어지질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연인의 마음보다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바닷속 상황이라지만, 그래도 중치급 감성돔이 한두 마리 선보였으면 서너 마리는 금방 채워야... 망구 제 욕심인가요? ^^; 그러다가 이번에는 시원하게 찌를 빨고 들어가는 입질에 성급히 챘는데 한두 번 꾹꾹 하는 것으로 보아 잔씨알의 감성돔.

 

 

이 아니고 씨알 좋은 망상어가 올라옵니다. 초반 힘에 감성돔인 줄 알고 깜빡 속았는데 씨알이 30cm에 가까운 떡망상어가 올라오면 갈수록 씨알이 커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고.

 

 

이제는 조류가 한풀 꺾이면서 감성돔 한 예민해져 있지 않을까 싶어, 여부력을 마저 깎아 잠방잠방 잠길 듯 말 듯한 상태로 흘려봅니다. 뒷줄을 다소 팽팽히 주면서 약은 입질까지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손끝에다 모든 감각을 집중하는데, 순간 찌에는 나타나지 않던 미세한 입질이 초릿대 끝을 통해 전해집니다. '톡톡톡'. 살짝 당기자 그제야 찌가 자물자물. 물고 가만히 있는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 힘껏 챔질하는 순간 0.5초 동안 묵직함이 전해지면서

 

 

불가사리가 올라옵니다. 불가사리 입질을 초릿대로 느껴보셨나요? ^^;

 

 

줄곧 방방히 흘렀던 조류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죽으면서 인상어와 자리돔 천지로 변해버립니다. 12월 중순의 바다라고 하기에는 다소 납득이 안 되는 바다 상황에 고기를 만지면 뜨뜻할 정도. "잠시 쉬어갑시다." 하는 말과 함께 낚싯대를 놓고 앉으니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ㅎㅎ

 

 

 

감성돔을 썰어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연장이 없어 고추참치를 안주로 때우고, 먹다가 안주가 모자라  선도가 제법 좋은 크릴을 안주로

 

 

물이 죽어서 B 전유동으로 바꿉니다. B찌에 g2봉돌 하나로 6~7m 아니, 이제는 간조에 다다랐으니 4~5m 수심층을 노려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학공치가 물고 늘어지고

 

 

이때 남규 형님의 대가 쭉 뻗었는데

 

 

혹돔과

 

 

감성돔을 연거푸 낚아 올리면서 이날 여수 안도에서의 낚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중치급 감성돔의 등장에 열심히 쪼아보지만, 후속타는 들어오지 않고 이제는 철수를 준비할 때.

건너편 순서여에도 쯔리겐 회원분들이 내렸는데 대 세우는 걸 못 봤기에 그나마 우리는 당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날 우리 팀의 조과. 감성돔은 저와 회장님이 사이좋게 두 마리씩 낚았습니다. 올해는 운이 좋아 출조 때마다 감성돔 얼굴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바다가 주는 선물은 늘 고맙고 달콤합니다.

 

 

돌산도로 돌아오니 따끈한 어묵탕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해가 기울고 찬바람이 불면서 손이 얼얼했는데 따끈한 종이컵을 양손에 받치면서 후루룩 마시고, 말랑말랑한 어묵 몇 꼬치로 요기를 때우는 그 맛이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 음식도 부럽지 않습니다.

 

 

이날 저를 포함해 쯔리겐 FG 회원들이 잡은 총 조황입니다. 예상대로 엘리뇨로 인한 고수온의 여파 때문인지 초등 감성돔은 아직 붙지 않은 모습이고, 대부분 25~30cm급이 주류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35cm 감성돔이 이날 장원인데 박범수 대표님이 게 미끼로 낚아냈다고 합니다. 저도 중간에 게를 쓰긴 했지만, 바닥에서 용치놀래기와 복어에게 뜯겨 남아나질 않더군요. 조금 인내심을 갖고 게를 썼다면 다른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다른 잡어의 손맛은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 박대표님도 한 마리 낚고 나서 하도 입질이 없자, 크릴로 바꿔서 잡어 손맛을 봤답니다.

 

 

잡은 감성돔은 근처 수산시장에서 회를 쳐서 가져왔습니다. 이곳은 여수의 어느 삼겹살집인데 여자 두 명이 풀서비스로 고기를 구워주고 술도 따라주는 등 아주 독특한 고깃집입니다. 이름하여 '단란주점 삼겹살집'.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친절한 단란주점 삼겹살집)

 

 

삽겹살로 배를 채우고 나서야 뒤늦게 도착한 감성돔 회. 왠지 먹는 순서가 바뀐듯하지만, 그래도 제철에 물오른 감성돔을 먹을 배는 따로 있는지 다들 삼겹살보다 더 맛있게 먹는 모습입니다. 테이블마다 한 접시씩 올리고, 삼겹살집 여종업원에게도 좀 주고.

 

 

함께 포장된 고추냉이. 처음에는 쑥덕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 테이블에 놓인 감성돔회. 비록, 4짜 이상 큰 감성돔은 아니지만, 마릿수가 많아 제법 푸짐히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저것.(뭔지 아시죠?)

 

 

다른 분의 젓가락이 오기 전에 제가 먼저 홀라당 집어다 맛을 봅니다. 사진의 비주얼을 위해 칙칙한 간장보다는 빨간 초장으로.

 

 

역시 비주얼을 위해 쌈에도 싸보고. 이후로는 카메라 전원을 끄고 줄곧 간장에만 찍어 먹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

비록, 30~35cm 씨알급이지만, 활어회라 씹는 식감은 말할 것도 없고, 활어회임에도 고소한 맛이 혀에 착 붙을 정도로 물이 올라있습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감성돔 회지만, 역시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오른 지방의 풍미는 다른 생선회에서 느끼기 어려운 진하고 애잔한 맛이기도 하지요.   

 

 

다음날 오전, 여수 국동항

 

다음날 오전, 저는 한해를 마감하는 쯔리겐 FG 회장배 정출에 참가하고자 여수 국동항을 찾았습니다. 무려 110명의 선수가 참가해 국내 클럽에서는 최대 규모인 이번 행사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기대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금오열도권 출조 문의

자갈밭호(010-3621-9930)

 

※ 추신

한해 동안 입질의 추억을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의 가정과 학업, 사업, 그리고 행해지는 일마다 평화와 행운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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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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