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2), 마지막 캐스팅에 낚은 82cm 괴물 광어


 

 

 

한두 물때만 보고 철수하는 보통의 낚시와 달리 장박(장기간 민박) 낚시는 낚시인들에게 꿈이자 로망입니다. 긴 호흡으로 다양한 연주를 소화해 내기 위해 체력적인 부분을 잘 다져야 하지만, 며칠 동안 낚시를 즐기며 습득하는 경험과 노하우는 짧은 낚시에 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어진 기간이 길고, 그 기간에 집중적으로 낚시하면서 많은 고기를 걸어보고 또 터트리는 과정은 앞으로 낚시하는데 있어서도 적잖은 도움이 되겠지요. 1월달 수술로 인해 새해 첫 출조가 늦어지면서 일 년 중 낚시가 가장 어려운 영등철에 스타트를 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안정적인 조과와 재미난 조행기를 보장해주는 대마도로 향하게 되었지만 문제는 혹한의 날씨입니다.

 

겨울에 날씨 하나 잘못 걸리면 제아무리 낚시천국이라도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민숙집에서 날씨가 호전되기를 마냥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넉넉한 일정이 그런 걱정을 조금 덜어주기는 했지만, 내심 속으로는 일주일 내내 날씨가 좋기를 바랬던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그 바램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요. ^^; 그렇게 폭조의 전주곡은 '결항'이라는 어긋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12시 30분, 부산 국제연안터미널

 

오후 2시, 대마도 히타카츠항

 

평소 일정이라면 이른 아침에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들어와 지금쯤 오후 낚시를 나갈 때입니다만, 배의 기체 수리 문제로 출항이 연기되면서 느즈막이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대마도로 몇 차례 낚시를 다니면서 히타카츠항을 들렀지만, 저 한국어 안내판은 최근에 생겼는지 이날 처음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고 렌터카를 빌려 거꾸로 다니는 차선에서의 드라이브와 함께 여행해 보고 싶습니다.

 

 

터미널 주차장에는 빅마마 민숙집 버스가 마중나와 있습니다. 이날은 저를 포함해 총 다섯 분이 들어왔습니다. 대마도에 올 때마다 인연이 스치는지 눈에 익은 손님들이 몇몇 보입니다만, 왠일인지 이번에는 다른 민숙집으로 가나 봅니다. 이렇게 여러 민숙집을 전전하는 사람도 보이고, 자기에게 잘 맞는 민숙집만 다니는 사람도 있고, 혹은 아예 렌터카를 빌려 도보 낚시만 다니는 이들도 있고, 같은 대마도지만 출조 형태는 다양하더군요.

 

 

히타카츠항 근처에 있는  벨류 마트에서 필요한 낚시 용품과 주류, 간식 거리를 삽니다.

 

 

여기서부터 민숙집까지는 약 50분 거리.

 

 

마을을 벗어나면 논밭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 나오다가도 터널 몇 개 지나면 어느새 울창한 산림지대를 지납니다. 그렇게 버스 밖 풍경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일행과 대화 없이 묵묵히 앉아있었던 50분의 시간이 왜 그리 길게만 느껴지던지. 시계는 벌써 3시 반을 가리키고 민숙집에 도착해 밥을 먹고 출조를 나가면 일러도 5시는 될 텐데, 첫날 낚시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초속 15m/s로 불어대는 강풍에 배를 띄울 수 있는지도 걱정입니다. 아직 6일이나 남아 있지만, 내 몸이 낚시천국에 다가갈수록 빨리 낚싯대를 드리우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미네체육관이 시야에 들어오면 거의 다 온 겁니다.

 

 

길게 하천이 이어지다가 어느새 미네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미네만은 서쪽을 향해 입구가 열려있어 이렇게 서풍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이렇게 깊숙한 내만에도 바람의 영향에 수면이 밀리고 정박한 배가 흔들립니다. 이 상태라면 첫 오후 낚시는 물건너 갈 지도 모르겠군요.

 

 

아침에 서울역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 이후 첫 식사입니다. 일본식 카레 덮밥으로 요기하고 출조 준비를 서두릅니다.

 

 

두 시간짜리 낚시를 위해 밑밥을 갠다

 

예상대로 강풍이 미네만 안쪽까지 불고 있어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전에 도보 포인트로 출조 나간 분들은 파도 몇 방 뒤집어 쓰고선 일찌감치 철수한 상황. 원래는 낚시를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날씨지만, 어디 그게 생각처럼 되던가요? 대마도에 온 첫날부터 방에 틀어박히기 보다는 그나마 안전이 보장되는 마을 어귀나 뚝방에서라도 남은 시간을 떼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출조를 강행해 봅니다.  

 

 

원래는 현장에서 밑밥을 개려고 했지만, 차량을 준비하는 동안의 시간을 틈 타 밑밥을 갭니다. 짧은 낚시 시간인 만큼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두려는 마음, 누구에게나 있겠지만요. 그렇다고 누군가를 기다리게 해선 안 되기 때문에 정말 손에 물집 나도록 비볐습니다.

 

 

이곳에서의 크릴 한 장은 국내보다 양이 많은 3kg 짜리입니다. 3kg짜리 두 장을 적당히 분쇄한 다음 밑밥통에서 크릴 카터기로 열심히 조각냅니다. 크릴을 조각내는 이유는 지금 가려는 포인트가 내만 중에서도 완전히 안쪽이라 잡어의 극성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잡어를 발 앞으로 모아둘 때는 잘게 조각 난 크릴이 유리하니 잘게 부수고, 외해로 나가 긴꼬리벵에돔을 노리는 것이라면 크릴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유리합니다. 감성돔용 파우더는 1.5장씩 섞어 밑밥을 완성하고 차량으로 이동합니다.


 

미네만 요시다

 

그래서 도착한 포인트는 숙소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요시다로 발판은 갯바위가 아닌 흙과 풀뿌리로 된 공터입니다. 날이 매우 안 좋을 때만 찾는 포인트이고 최근에는 낚시한 흔적도 거의 없네요. 이곳에서 저는 두 차례 정도 낚시해 봤는데 정체모를 대물 입질을 두 번 정도 받았다가 두 번 다 터트리고 말아서 포인트로서 가능성만 보았던 그런 곳입니다. (관련 글 : 엄청난 힘에 망연자실한 대물의 기습 공격)

 

당시 저는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보고 1.5호 목줄을 꺼내들었다가 참변(?)을 당했는데 역시 대마도는 보이는 액면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이때가 오후 5시. 처음에는 3시간만 낚시하고 철수하려다가 우웅 소릴 내며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이건 도저히 낚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깨닫았습니다. 서둘러 가는 차를 불러 세우고선 7시에 철수하겠다고 말해 놓고요.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신의 한수'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둔탁하고 강한 채비를 선택했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원다 벵에 스페셜 1.75-530

릴 : 오쿠마 2500번 LB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세미플로트 3호

어신찌 : 쯔리겐 상흑 1호와 클리어수중찌 -1호

목줄 : 쯔리겐 울트라플렉시블 2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호

 

조행기의 부주제인 '필연과 우연사이'가 말해주듯 석연치 못한 실수 하나가 결국에는 신의 한수가 돼버리는 사건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가방에서 낚싯대를 꺼내는데 1.5호대가 안 보입니다. 짐을 줄이려고 숙소에다 1.75호대를 놓고 온다는 것이 그만 1.5호대를 놓고 온 것입니다. 그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1.75대를 꺼내야 했습니다. 원줄과 목줄은 지난 번 여기서 참돔으로 추정되는 대물을 걸다가 터트린 기억이 있었기에 호수를 한 단계 정도 높였습니다.

 

 

바람을 피해 안으로 들어왔지만, 서풍이 워낙 강력해 무용지물이 되려는 순간입니다. 낚싯대를 펴는데 이건 뭐~ 낚시할 상황이 아닙니다. 세우면 양손으로 힘껏 붙잡아도 고꾸라질 만큼의 강풍이 부는데 그나마 맞바람은 피할 수 있는 자리지만, 골바람이 감아들어오면서 잠깐 바닥에 내려둔 낚싯대가 바람에 밀려 질질 끌려나가더니(황급히 뛰어가 낚싯대를 줍는 상황이) 세상에 밑밥통까지 바람에 끌리는 게 아닙니까?

 

십여 년간 낚시했지만, 밑밥이 든 밑밥통이 바람에 밀려 몇 cm 이동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져온 오두막(5D Mark2)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네요. 옆에 시멘트 블럭이 솟아 있어 거기에 두면 낚시와 촬영이 순조로울 텐데 지금 이 바람은 카메라까지 날려버릴 기세라 최대한 바닥에 붙여 놓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이 자리는 수중여 주변으로 6~8m 하층을 노려야 하는데 그 자리에 떡하니 통발이 내려진 것으로 보이는 부표 하나가 수면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찌를 흘려야 할 궤적으로 다가오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신경이 쓰이는 상황에서 먼저 낚시를 시작한 성준씨. 우웅하는 바람이 아주 잠깐 멎는 틈을 타 캐스팅에 성공하고, 저 역시 6~7m로 매듭 수심을 주고 하층 공략에 나섭니다. 조류와 바람 방향이 서로 반대이긴 하지만, 적당한 유속으로 수중여 주변으로 흐르고 있어서 뭐든 입질이 들어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고등어

 

제게 걸린 새해 첫수는 다름 아닌 고등어입니다. 씨알이 딱 신진도 마도 방파제 수준으로 이때의 고등어 만큼은 마도나 대마도나 별반 다르지 않는군요. 이왕이면 대상어(감성돔)를 새해 첫수이길 바랬기에 약간 맥이 빠집니다. 이후 새끼 벵에돔 한 마리를 잡았지만 역시 새해 첫수로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제멋대로 새해 첫수의 기준을 그럴싸한 대상어로 제한시켜버렸습니다. 웬지 그래야만 낚시에 흥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고등어를 방생하면서 나는 아직 새해 첫수를 하지 못했다고 위안 삼으며 대물 감성돔을 향해 캐스팅합니다.

 

 

일행인 성준씨는 페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제 블로그를 구독하는 거제꾼인데 낚시를 자주 다녀서인지 이 바람통에도 기본기가 좋아 보입니다.

 

 

상황은 저나 성준씨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고등어가 낚이는가 하면

 

 

이제는 전갱이 새끼까지 가세합니다. 포인트 여건은 채비를 하층으로 빠르게 내려도 거기서 물고 올라올 만큼 고등어 전갱이가 무법천지입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밑밥의 품질 지점을 발 앞으로 바짝 당겼습니다. 고등어 전갱이라 별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끼가 온전히 내려 수중여 주변으로 진입하려면, 밑밥으로 잡어를 모으고 캐스팅은 최대한 멀리 해서 가라앉혀 오는 방법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곳에서 대물 입질을 받기까지 일어난 전조 현상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가 질때까지 그렇게 극성을 부리던 전갱이, 고등어, 학꽁치도 땅거미가 깔릴 즈음에 거짓말같이 사라지던 때를 말입니다. 그 시점이 분명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다가도 고등어와 전갱이 입질이 뚝 끊기고 미끼가 살아서 올라온다면 그때부터는 긴장해야 함을 말이지요.

 

 

슬슬 땅거미가 지는 긴장의 바다, 폭조의 전주곡이 시작된 것일까?

 

오후 6시 20분, 더블 히트로 고등어 두 마리를 낚았다

 

확실히 해가 길어지긴 했나 봅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6시 반이면 찌를 볼 수 없었는데 아직은 남은 잔광으로 어신을 파악하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철수 시각 30분을 남기고 10~20분 낚시를 위해 전자찌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려던 찰나, 찌가 순식간에 사라져서 챘더니 옆에 성준씨도 뭔가에 입질받고 대를 세웁니다. 비록, 고등어지만, 대마도에 오자마자 더블히트를 경험하는군요.

 

그러나 꾹꾹하던 입질도 잠시, 몇 초 지나지 않아 힘이 풀린 고등어는 이렇게 심령사진이 되고 맙니다. 마음 먹고 고등어만 노렸다면, 둘이서 한쿨러는 족히 채웠겠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을 생각하자니 챙길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고등어는 잡는 족족 방생하고 있는데 저의 바람과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등어는 더욱 성화를 부리고 씨알도 부쩍 좋아지고 있습니다. 바람은 전보다 더 거세져 낚싯대 가눌기가 어렵고, 사실 이대로 낚싯대를 접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20분 정도 남았으니 서둘러 전자찌로 교체해 봅니다.

 

 

쯔리겐 LF 익스퍼트 5B로 교체

 

#. 뜻밖의 대물

때는 간조에 이르면서 수위가 다소 낮아졌습니다. 조류도 한풀 꺾인 대다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고등어의 성화는 여전해 희망의 불씨가 거의 꺼져가는 상황입니다. 전자찌로 교체하는데 만도 5분이 걸렸습니다. 날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줄은 바람에 날리면서 매듭하는 손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더군요. 그렇게 찌를 바꾸고 캐스팅해도 2~3번 정도 흘리고 나면 대를 접어야 할 것입니다.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지는데 이쯤에서 들어와야 할 고등어 입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채비를 걷자 크릴이 그대로 살아서 올라옵니다. 연신 고등어를 뽑던 성준씨의 낚싯대도 조용하고, 이제는 시간상으로 몇 번만 흘려보고 안 되면 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지만, 그 사이 한두 마리 감성돔은 잡아낼 확률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캐스팅을 날리는데 저쪽에서 우릴 비추는 차량 한대가 접근해 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35분. 7시에 오기로 한 철수 차량이 예상보다 빨리오자 채비를 황급히 걷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대마도 현지 선장인 소우다상과 민숙집 관리인인 쇼우지상. 7시 철수 아니냐고 묻자,  6시 40분인 줄 알고 왔답니다.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뒤 무심코 바늘을 보는데 크릴이 씹힘 없이 그대로 붙어있습니다.

 

우리가 낚싯대를 접을 때까지 두 분이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마냥 시간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딱 한 번만 던져보고 철수하자고 말한 뒤 이번에는 20m 전방,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캐스팅했습니다. 처음에는 찌가 조류를 타고 수중여 쪽으로 흐르는가 싶더니 바람에 밀려 발앞으로 붙기 시작합니다. 가까운 곳 수심은 약 4~5m. 그런데 내 매듭 수심은 6m. 여밭이기 때문에 이대로 두면 보나마나 밑걸림이 생길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채비를 걷고 다시 던져보고 싶지만, 이제는 미련을 버리고 채비를 걷어야 할 때.

 

채비를 걷기 전에 습관적으로 하던 견제를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고 그래도 입질이 없으면 대를 접고자 했습니다. 낚싯대를 옆으로 뉘여서 살살 끄는데 찌가 자물자물 들어갑니다. 밑걸림도 아닌데 찌가 하염없이 들어가니 일단은 챔질. 대를 세우는데 녀석이 옆으로 쨉니다. 소우다 선장이 '난데?'라 하자 저는 '사바(고등어)'라 답했고, 그 사이 녀석은 방향을 틀어 내 쪽으로 다가옵니다. 처음에는 씨알 좋은 고등어인가 싶어 낚싯대를 바짝 세우는데 순간 낚싯대를 끌고 들어가는 무지막지한 힘이 제  무릎을 꿇게 합니다.

 

"어어 뭐지?"

 

녀석의 짓누르듯 들어가는 힘에 나도 모르게 주저 앉고, 초릿대는 수면에 처박히면서 위기의 순간이 옵니다. 버텨야 할지 풀어야 할지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이건 버틸 수 있는 힘이 아니라고 판단, 순간적으로 LB 브레이크를 쥐던 손가락을 핍니다. 수심이 낮아 레버 역회전이 잠깐 돌다 말았는데 아마 발 밑 낮은 여밭에 드러 누운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이곳에는 굴이 없지만, 발 앞에는 턱이 있어 줄이 들어간 각도에 따라 터질 수도 있습니다. 

 

 

감성돔 낚시 중 뜻밖에 받은 대물을 걸고 사투 중인 필자

 

다시 낚싯대를 세우는데 전혀 꼼짝하지 않습니다. 대물 벵에돔이 예상되면서 베일을 열고 줄을 풀어 놓습니다. 그렇게 10여초 정도 기다렸을까? 전자찌가 바깥으로 쪼르르 나가자 소우다 선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다시 낚싯대를 세우는 순간 우람한 힘이 전해지면서 바트대까지 휘어져 들어갑니다. 도대체 뭘까?

 

 

 

 

 

 

소우다상이 불을 비추고, 쇼우지상은 뜰채를 드는데 전자찌가 팽그르르 돌며 수면 위로 올라오면 또 처박고, 끌어올리면 또 처박기를 두세 번 반복하자 녀석의 힘이 슬슬 지쳐가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수면에 띄웠을 때 최후의 발악이나 바늘털이에서 바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끌어올리기보다는 녀석의 힘이 빠질 때까지 대를 팽팽하게 세우고 버텼습니다. 처박을 때는 대를 살짝 숙이면서 힘을 빼고, 움직임이 둔화되면 다시 끌어올리는데 아직도 녀석의 정체가 묘연합니다. 

 

처음에는 옆으로 째서 대물 고등어인줄 알았다가 발앞에 들어와 쿡쿡 처박길래 벵에돔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이 둘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후레쉬를 비쳐도 이렇다할 형상이 보이질 않습니다. 처박는 힘은 벵에돔보다 약하지만, 지그시 짓누르는 힘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2호 목줄이 버틸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사용한 바늘은 감성돔 3호라 위태로웠습니다. 줄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녀석을 끌어올리기를 4~5분. 팽그르르 돌던 찌가 초릿대 근처로 올라오자 그제야 수면에 뭔가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히라메(광어)닷!"

 

뜻밖의 대광어에 입이 벌어진 소우다상과 대를 접고 달려온 성준씨.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쇼우지상이 뜰채를 내리는데 하도 커서 들어가질 않습니다. "머리부터 넣으세요!" 그나마 작은 머리부터 넣아보려고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이 녀석이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가고, 가만 보니 3호 바늘이 입술에 살짝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바늘이 벗겨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시간을 더 지체했다가는 눈 앞에서 놓칠 수도 있습니다. 쇼우지상은 다시 뜰채를 내리고, 저는 낚싯대를 바짝 세운 상태로 뒤로 물러나며 녀석을 뭍가로 붙입니다. 뜰채에 꼬리부터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힘겹게 끌어올리자 모두가 경악할 만한 녀석이 담겨 있습니다. 신발 크기와 광어를 보십시오.

 

 

들어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밤이라 쉽사리 찍히지가 않습니다. 광어는 무거운데 오두막의 초점링은 계속해서 헛돌고 있고.

 

 

마지막 캐스팅에 얻어 걸린 82cm급 괴물 광어

 

이럴 땐 성준씨가 찍어준 폰카가 오히려 낫군요. 처음에는 미터급인 줄 알았는데 막상 재보니 82cm, 무게는 7~8kg 예상. 그래도 이런 누추한(?) 포인트에 이런 게 낚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생각해보니 낚싯대를 잘못 가져온 것이 신의 한수가 될 줄이야. 물론, 1.5호대도 시간이 조금 더 들 뿐, 광어라면 못 잡을 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1.75대라서 제압은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지만, 라이브웰에는 다 들어가지 않아 이 상태로 대충 뚜껑만 닫아서 가져와야 했습니다.

 

 

주의보급 날씨라 대부분 꾼들이 조기 철수한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낚시하다 철수한 저는 뜻밖의 대물에 본의아니게 민숙집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낚시의 묘미라면 묘미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이 많기에 대물 광어의 흥분은 가라앉히고 본격적으로 시작될 낚시를 위해 여정을 풀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다음날, 대마도 낚시 둘째 날을 맞아 서쪽 해안의 긴꼬리벵에돔을 계획했지만, 주의보급 날씨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초속 15m/s에 이르는 서풍이 대마도 서쪽을 강타하고 있어 선장은 임시 공휴일(?)을 맞았고, 민숙집 손님 대부분은 도보권 포인트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인데 저와 성준씨만 유일하게 동쪽 포인트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도보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으로 종일 분량의 밑밥과 낚시짐을 싸들고 출발했는데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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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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