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낚시 여행의 빛과 그늘


 

 

해넘이를 배경으로 파이팅 중인 필자

 

릴 찌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손꼽는 꿈의 출조지 중 대마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습니다. 남녀군도와 오도열도를 비롯한 수많은 원정 출조지가 있지만, 꾼들의 발길이 유독 대마도로 집중되는 까닭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경비에 들이는 가격대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쩍 인상된 국내 원도권 출조 경비로 인해 대마도로 발길을 돌리기도 하지요. 천혜의 낚시터답게 수려한 경관과 방대한 포인트를 자랑하고 벵에돔을 비롯한 다양한 어종이 연중 낚이고 있어 “대마도는 꽝이 없다.”는 말이 나돌 만큼 조과가 보장되는 섬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런 대마도가 최근 몇 년 사이 적잖은 변화를 겪으면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한때 방송으로만 접하던 대마도 낚시와 여행 정보가 지금은 인터넷을 비롯해 각종 SNS로 공유되면서 접근성이 한층 수월해진 것도 원인이지만, 갈수록 열악해지는 국내의 낚시 여건에 꾼들의 발길이 대마도로 향하게 된 것도 주요 원인입니다.

 

대마도 출조객이 늘면서 낚시 민숙집도 자연스레 늘어났는데 여기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낚시인이 운영하는 민숙집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호황이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낚시 민숙집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파이 나눠 먹기가 되고, 대마도의 일부 지역은 포인트 선점을 위한 신경전이 국내에 버금갈 만큼 치열해지고 있어 '환상적인 떼고기 조과'를 염두에 두고 대마도를 찾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산업이 크게 발달해 포화에 이르면서 정점을 찍게 되면, 그때부터 하락 곡선이 그려지기 마련인데 어쩌면 지금의 대마도가 그런 처지에 놓였는지도 모릅니다. 서두부터 너무 심각하게 이야기를 꺼낸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만큼 환상을 품고 가는 출조지인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는 점. 가더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히타카츠 항에 있는 렌터카 사무소

 

도보 포인트로 진입 중인 출조객

 

대마도 서쪽의 여치기 포인트

 

선상 벵에돔 낚시

 

철수 중인 야영 낚시객


#. 다변화되고 있는 대마도의 출조 패턴
민숙집의 낚시 패키지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법부터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려는 도보 낚시까지 최근 대마도로 향하는 꾼의 출조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비 절감을 위한 도보 낚시 동출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식사와 잠자리, 씻는 문제가 불편하고 언어 소통에도 걸림돌이 되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과의 동출이라면 1/n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꾼들을 위주로 동행 출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출조 패턴은 아직 미개발 포인트가 많은 북대마도를 위주로 성행하기도 하지요.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대마도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낚시와 여행을 병행하는 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전문 낚시인보다는 가족 단위나 야유회를 목적으로 캠핑과 야영을 즐기거나, 루어나 생활낚시 위주로 즐기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낚시 민숙을 이용하는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꾼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대마도 낚시에 관한 정보가 가감 없이 공유되다 보니 이제는 더이상 전문 낚시인만의 출조지가 아닌 것입니다.

 

 

#. 도보 낚시의 이면과 폐해
앞서 도보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언어 소통과 지리 등 현지 사정에 능통하더라도 경비 절감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출조 기간 동안 잡은 고기를 보관해야 하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빈축을 사는 여러 불법 행위들이 포인트 내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낚시인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대마도를 다녀갔을 때도 지역 주민의 신고로 인해 경찰이 민숙집을 찾아와 조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도보 낚시 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불씨 때문에 민원이 들어온 것. 낚시 민숙은 낚시업으로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갯바위(영업장) 내에 버려지는 쓰레기에는 민감하고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민숙집 손님과 상관없는 개인이 렌터카를 몰고 도보 포인트로 진입해 낚시하다 버리고 간 쓰레기입니다.

 

숙박비를 아끼려다 보니 야영 낚시를 하게 되는데 현재 대마도 낚시 법령은 12월부터 3월까지 밤낚시를 금하기 때문에 이를 어기고 야영 낚시하는 국내의 도보 낚시객으로 인해 주민의 신고가 종종 일어납니다. 한겨울이니 갯바위에서 불을 피우게 되고, 그 불씨도 끄지 않고 철수하다 동네 주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거나 혹은 아예 진입 시 쫓겨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부 낚시객의 행각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민숙집은 물론, 한국 낚시인에 대해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뜻이 맞는 조우들과 함께하는 출조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이곳 대마도를 비롯해 세계 어느 곳에서 낚시를 즐기더라도 한국에 대해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행위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숙집 앞 선착장에서 고등어 낚시를 즐기는 출조객

 

짧은 시간 동안 잡힌 고등어

 

전갱이 생미끼로 노리는 무늬오징어 낚시

 

가리비 양식장에서 잡힌 대형 노랑가오리

 

원투 던질 낚시로 노리는 실꼬리돔

 

철수 후 달콤한 식사와 뒤풀이

 

미네만 근처에 있는 온천

 

입장료 450엔을 내고 들어가는 로비

 

마트 쇼핑

 

대마도의 명물 카스마키

 

일명 도미빵으로 알려진 타이야끼

 

마트에서 산 대형 김초밥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현지 맛집

 

시내 구경과 쇼핑을 위한 일일 관광이 성행한다

 

#. 다양한 낚시, 다양한 즐길 거리
대마도는 벵에돔 낚시의 천국으로 알려졌고 실제로도 출조객 대부분이 벵에돔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고 있지만, 아직도 미답의 포인트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어종으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한 예로 대마도 북단에서 가능성을 본 타이라바와 인치쿠가 그러합니다. 벵에돔 일변도의 띄울 낚시가 주류다 보니 바닥층 어종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이라바와 인치쿠를 통해 참돔과 능성어, 붉바리, 그리고 자바리(제주 다금바리) 자원이 확인되기도 했지요. 이 외에도 무늬오징어 에깅낚시가 일부 꾼들이 즐기고 있고, 넙치 농어 루어 낚시는 소수 마니아 사이에서 성행하지만, 아직 크게 부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소만과 미네만에는 학공치, 고등어 등 생활낚시 어종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반찬감을 마련할 수 있고, 주의보 시 내만 안쪽의 사질대에는 웜과 지그헤드로 광어나 가오리를 낚기도 합니다. 하천 유입이 있는 기수역에는 감성돔을 비롯해 남방 어종인 새눈치 감성돔을 원투 던질 낚시로 잡을 수 있으며, 이곳 현지인은 어묵 재료로 유명한 실꼬리돔을 지렁이를 꿴 원투 낚시로 잡아냅니다. 

 

아직은 이러한 어종에 대한 시즌과 장르에 따른 포인트 개발이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이고 수요도 많지 않지만, 915km라는 엄청난 해안선 길이가 말해주듯이 대마도는 주의보로 포인트 진입이 어려울 때 차선책으로 즐길 수 있는 낚시가 무궁무진한 섬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출조객의 여가는 빠듯해 보이는 일정에서도 대체로 여유로운 편입니다. 동절기의 경우 5시 30분에서 최대 6시 철수를 하게 되면, 저녁을 먹고 씻어도 휴식 시간이 충분히 남습니다. 그 시간에 온천을 이용해 하루 출조의 피곤함을 날리고, 나가는 날에는 히타카츠나 이즈하라에서 짧은 쇼핑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근처 식당에서 요기하거나 유명한 모 프랜차이즈의 버거를 즐길 수도 있고, 대마도의 명물 카스마키나 타이야끼를 포장해가기도 하지요.

 

 

하얀 포말 속에서 솟구치는 당찬 입질

 

약은 입질을 서너 번 참아가며 받아내는 손맛의 짜릿함

 

선상에서의 입질의 추억

 

대마도는 큰 씨알만 골라서 담아오는 후한 인심을 발휘하게 해주는 좋은 무대이다

변화무쌍한 필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채비를 준비해 놓는다

 

#. 대마도란 이름이 주는 빛과 그늘
내만권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30cm 이하급 벵에돔 방생. 베테랑이라면 꾼의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대마도는 국내보다 좀 더 나은 여건으로 방생의 미덕을 후하게 베풀게 해주는 낚시 천국의 면모를 여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낚시 천국도 개인의 준비 여하에 따라 낚시 지옥이거나 후회만 남는 출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마도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가 오히려 출조객의 실망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무대일수록 준비는 꼼꼼히 해야 하고, 현장에서의 노련함에 조과 차가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담그기만 하면 대물이 낚인다."는 다소 안이한 생각이 어렵사리 찾은 출조를 망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인터넷 조행기나 조황 정보를 맹신하면서 '기대치라는 이름'으로 현혹된 점도 없잖아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진이나 조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 뒤에는 수많은 낚시인의 꽝 조행이 지면에 빛도 보지 못한 채 묻히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제아무리 자원이 풍부한 대마도라도 기상과 물때가 받쳐주지 않거나, 개인의 준비가 소홀하다면 얼마든지 빈작을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낚시를 다니다 보면 의외로 준비가 소홀해 낚시를 그르치는 이들을 숱하게 봅니다. 심지어 갯바위 낚시에서 가장 기본인 구명복과 장화, 그리고 낚시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취미이고 여가 생활을 즐기고자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것이지만, 매번 출조 때마다 경비는 아끼지 않으면서 안전과 직결되는 복장과 장구류를 준비하지 못 해 주변 사람이나 민숙집에 빌려 쓰는 것은 갯바위 낚시를 대하는 진중함의 결여도 결여지만, 일단은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포인트 이동과 하선 시에도 서로가 지켜야 할 에티켓은 결국 ‘안전’이라는 중대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가령, 어떤 이들은 배에서 타고 내릴 때 밑밥통에 주걱(솔채)를 꽂은 채로 다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대마도에 온 첫날부터 나가는 날까지 시종일관 조립된 뜰채를 낚시가방에 꽂아서 다니기도 합니다.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이런 사소한 부분이 너울이 일고 배가 상하로 들썩여 빨리 뛰어내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겨울에는 바람과 너울을 늘 마주하게 됩니다. 배가 갯바위나 간출여로 접안 시 상하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짐을 내려야 할 때 솔채 분실 방지 끈이 배 어딘가에 걸려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고, 수위가 부쩍 낮아져 윗사람이 잡아주고 뱃머리를 힘겹게 오르내릴 때면 가방에 꽂아둔 뜰채가 걸리적거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낚시 짐이 많은 출조객은 좋은 포인트에 내려주고 싶어도 하선의 신속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뒤 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여치기 형태의 낚시가 많은 대마도 서쪽 해안에는 낚시가방이나 아이스박스, 보조가방 등의 불필요한 짐을 최대한 줄이고 로드 벨트로 필요한 짐만 묶어서 다니는 것이 안전과 효율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마도가 천혜의 낚시터임에는 분명하지만, 수십 만원의 출조비를 들이면서도 고작 몇 천원 하는 소품 준비를 소홀히 해 낚시를 그르치는 경우도 흔히 봅니다. 가령, 벵에돔 입질이 부쩍 예민할 때는 목이 짧은 바늘도 필요하고, 긴꼬리벵에돔을 노리기 위한 목이 긴 바늘도 필요합니다. 호수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어떤 필드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부력의 찌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한두 가지 소품이 없어서 정작 필요할 때 자신의 기량을 쏟아보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습니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인 만큼, 준비도 꼼꼼히 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대마도 낚시를 마음껏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꼼꼼한 준비와 함께 기본적인 낚시 매너와 안전 의식, 여기에 낚시에 대한 기본기까지 따라준다면 대마도는 명성에 걸맞은 조과를 충분히 내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겨울 벵에돔 시즌은 끝물이며, 지역에 따라 완전히 끝난 곳도 있습니다. 이후 4~5월에는 감성돔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나서 본격적인 여름 시즌에 돌입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대마도 출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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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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