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5), 통구미에서 나리분지까지 육로관광 코스


 

 

 

울릉도를 여행하는 몇 안 되는 방법의 하나는 투어 버스를 이용한 육로 관광일 것입니다. 개인(자유 여행)으로 배편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고, 울릉도 여행객 수요의 대부분은 중 장년층이라 여행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비록,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여행이 뭇내 아쉽지만, 렌터카를 빌리지 않으면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투어 버스를 이용한 육로 관광으로 짧은 일정 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몇 가지 코스 중 가장 긴 A코스는 도동항을 출발해 - 통구미 - 남양 - 구암 - 만물상전망대 - 태하마을 - 현포령 - 천부- 나리분지 - 도동항 도착으로 이어집니다.

 

 

통구미

 

정면에서 바라본 통구미(거북바위)

튀어 오르는 파도를 포착하려다

 

하마터면 신발이 젖을 뻔했다

 

부지깽이 말리는 풍경

 

국내든 해외든 자유 여행만 했던 내게 버스 투어는 생소함 그 자체였습니다. 단체로 내리고 타야하기에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기본. 풍경에 젖어 시간을 까먹다가는 눈총받기 십상입니다. 한곳에 진득하게 있으면서 그 명소를 곱씹어보는 여유도 여기서는 부리기 어렵습니다. 이런 걸 보면, 여행이나 인생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느 것. 전문 가이드의 안내와 기동력을 얻는 대신 개인의 여유는 포기해야 했던 것입니다.

 

통구미 마을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천연기념물 48호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를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는 것도 각도에 따라 거북이가 최대 아홉 마리까지 보인다는 거북바위를 바라보는 것도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아무래도 저는 이런 부분에서 상상력이 떨어지나 봅니다. 이 거북바위를 요리보고 저리 보아도 도무지 거북이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바위에서 어떻게 아홉 마리까지 찾아내는 것인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실 무슨 모양을 하고 있다는 바위는 더는 제게 관심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시선을 바다로 옮겨 봅니다. 

 

부쩍 높아진 파도가 항으로 밀려와 일정 간격으로 높이 솟구칩니다. 그 타이밍을 잡고 솟구치는 파도와 함께 기암절벽의 풍경을 담으려고 했는데 그만 신발 한쪽이 젖고 말았습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피신했더라면 양발이 다 젖어 축축한 상태로 여행할 뻔했습니다.

바다를 좀 안다고 자부했기에 파도가 튀었을 때 나름대로 안전거리를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넘친 파도가 바닥에 맞고 흘러 들어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거북바위 앞에서 기념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버스 주차장 근처에는 이곳을 오가는 자동차 매연을 맞으며 말라가는 부지깽이가 왠지 이질적으로 다가옵니다.

 

 

호박엿 파는 곳에서 내려다본 울릉도의 해안 절경

 

 

바라만 보아도 흡족해지는 갯바위 풍경

 

울릉도의 모노레일

 

버섯 바위를 지나친 버스는 낙석 지역의 터널을 몇 차례 통과하더니 울릉도 하면 유명한 호박엿 판매점에 세웁니다. 제가 이용한 한섬여행사뿐 아니라 다른 여행사 버스도 속속들이 도착해 주차하는데 이때부터 가만히 관찰해보면 탑승한 승객의 약 90% 정도가 내리고 10%는 차에 남아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젊은 사람은 버스에 남거나 혹은 내리더라도 근방의 풍경을 감상하는가 하면, 중 장년층인 관광객은 내리자마자 호박엿과 호박빵을 구매하러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저도 엿이나 먹으러 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주변만 살피고 있는데 나오는 일행이 샘플을 드셨는지 입을 우물우물하고 있어 뒤늦게나마 맛이 궁금해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빈 샘플 그릇을 보고선 뒤돌아서려는 찰나 거기 직원이 말을 건넵니다. "엿 드실려고요?" 그래서 한 점 집어 먹었는데 아 이거 이에 엄청나게 엉겨 붙습니다. 순간 누군가 한 말이 떠오르더군요. 울릉도 호박엿은 입에 안 달라붙는다고. 안 달라붙긴 쥐뿔! 사실 울릉도 호박엿의 원조는 후박엿이라고 합니다. 후박나무가 많이 자생해 원래는 후박나무로 엿을 만들었는데 그게 와전이 되었는지 오늘날에는 호박엿이 돼버렸다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금 팔고 있는 울릉도 호박엿에는 호박이 들어간다는 사실.

영추산 성불사와 송곳산(해발 430m)

 

송곳산 옆으로는 총 네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사찰을 오가는 관광객들

 

마을과 해중전망대가 보인다

 

머구리배가 작업 중이다

 

울릉도에서 가장 강한 정기가 흐른다는 송곳산(해발 430m). 수직 암벽의 봉우리가 마치 송곳처럼 뾰족하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추산(錐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산 정상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이는 천지개벽 때 울릉도 사람들이 죄가 없으면 옥황상제가 낚시로써 낚아 올리기 위해 뚫려 있는 구멍이란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좀 황당한 전설이죠.) 사찰이나 산보다는 바다 쪽에 관심이 많아 망원렌즈로 부속섬 주변을 훑는데 저 멀리 머구리배가 작업 중입니다. 시기상으로 보아 참담치와 성게, 그 외 해조류를 채취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향이 워낙 강해 100리까지 간다는 섬백리향

 

나리분지

 

울릉 나리동 너와집

 

너와로 된 지붕

 

내부 통로

 

창고

 

부엌

 

재래식 화장실

 

울릉도 너와집은 울릉도 개척 당시(1882년)에 있던 울릉도 재래의 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너와집으로 1940년대에 건축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붕에 사용된 너와는 나뭇결이 바르고 잘 쪼개지는 적송이나 전나무 등의 나무를 토막 내서 널빤지처럼 쓰고 바람에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돌을 올립니다.

 

집 구조는 큰방, 중간방, 갓방 등 귀틀 구조로 되어 있는데 큰방과 중간방은 정지에서 내굴로 되었고, 갓방은 집 외부에서 우대기(방설, 방우, 방풍, 차양 등을 하기 위한 이중 외벽 설비)를 돌출시켜 별도의 아궁이를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집 주변은 전부 우대기를 돌리고 앞부분에는 폭을 넓게 잡은 죽담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재래식 가옥은 울릉도에 너와집과 투막집으로 총 두 채가 남아 있습니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안내도

 

나리분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명이 밭

 

나물이나 풀 따위에 군침을 삼키지는 않는데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과 삼나물 등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합니다. 겨우내 폭설과 산바람 등 온갖 풍파를 겪고 자랐을 명이 잎에는 강한 생명력과 쫄깃쫄깃한 식감이 함께 느껴집니다.

 

 

나리분지에서 맛보는 산채 비빔밥

 

전호나물, 삼나물잎, 취나물, 부지깽이, 콩나물이 들어간 산채비빔밥

 

그것을 명이나 부지깽이 장아찌에 싸먹는 맛이 가히 기가 막히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서 이루어진 맑은 생수

 

흐드러지게 피었다 다시 흐드러지게 떨구는 동백꽃

 

나리분지의 삼나물 밭

 

여러 가지 맛이 난다는 삼나물

 

울릉도에 자생하는 몇 가지 나물을 맛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삼나물이었습니다. 인삼 향이 나서 삼나물이라 불리는 이 나물은 줄기의 쫄깃쫄깃한 식감이 마치 닭고기를 씹는 듯한 느낌이 있어 볶음과 무침, 육개장에 모두 어울립니다. 조만간 울릉도에서 가져온 삼나물로 실험적인 무침 요리 하나를 선보일 생각입니다.

 

 

현포항으로 향하는 길

 

현포항 방파제와 조개 모양의 독특한 바위

 

 

공암(코끼리 바위)와 코끼리 똥

 

유람선 관광에서 부속섬이 주는 웅장함과 자연의 신비함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중 으뜸은 공암이라 불리는 코끼리 바위입니다. 울릉도에는 일선암, 삼선암, 관음도 등 기이한 형태의 바위 섬이 많은데 코끼리 형상을 한 공암은 용암류에서 나타나는 주상절리가 바위 전체를 뒤덮고 있어 늙은 코끼리의 거친 가죽을 연상하게 합니다. 신생대 제4기에 형성된 조면암질의 안산암으로 주상절리의 코끼리바위, 시스텍(촛대나 굴뚝처럼 선 바위섬), 시아치(가운데가 도넛처럼 구멍이 뚫린 바위섬, 아치형 모양의 해안가)의 독특한 지질 형태를 보입니다. 이 바위는 구멍이 뚫려 있어 '공암'이라 불리는데 코끼리 코를 떠올리게 하는 저 구멍 사이로는 작은 선박이 드나들 수 있다고 하며, 물속에 잠긴 바위에는 각종 해조류를 비롯해 참담치, 전복이 서식하고 돌돔 등의 어자원도 풍부해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합니다.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 매니저 허순희 씨의 아코디언 연주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여유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울릉도에는 일본의 침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일본식 가옥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일본 침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로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235호로 등록된 근대 건축물로 리모델링되어 역사박물관과 카페로 운영 중입니다. 이곳에서 때마침 매니저인 허순희 씨의 뼈아픈 침탈의 역사 설명과 함께 아코디언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뵙지만, 인상이 무척 선하고 온화하시더군요. 반나절 투어로 체력이 소진된 터라 이만한 휴식 공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으로 잠시 숨 고르기 한 뒤 독도 전망대와 독도까지 달려가 봅니다.

 

<<더보기>>

울릉도 여행(1), 신비의 섬으로 향하는 입도 진풍경(울릉도 배편)

울릉도 여행(2), 내수전 일출 전망대의 사이다 같은 풍경

울릉도 여행(3), 고추냉이가 자생하는 울릉도의 천연 숲길

울릉도 여행(4), 구석구석 - 지극히 울릉도에서만 일어나는 장면들

잃어버린 입맛 살리는 제철 임연수어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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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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