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독도 여행(6), 국토 최동단 독도의 웅장한 경관


 

 

 

비 오는 저동항 여객터미널

 

강릉에서 울릉도, 울릉도에서 독도 운항 시간표

 

독도 접안 가능성을 알려주는 표시판

 

주어진 30분은 매우 짧지만, 우리나라 최동단 섬인 독도에 상륙해 발자국을 남기고 그곳을 둘러보는 일은 단순히 여행을 넘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봄비 내리던 이날 해상 날씨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어서 독도 접안이 불투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은 '불가능'이라 표시된 적색 신호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아직은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독도운항요금표

 

대저해운 선라이즈호

 

현재 울릉도 독도 여행의 유일한 교통 수단은 저동항에서 출항하는 선박입니다. 기존에는 씨스타 1호, 3호, 5호, 돌핀호가 울릉도 독도 노선을 운항했다가 작년부터는 신규 선박인 선라이즈호가 투입돼 해마다 늘고 있는 울릉도 독도 여행 수요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선라이즈호는 2011년에 건조된 신형 여객선으로 590톤 정원에 442석 규모이고, 40노트 속도로 독도까지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됩니다. (파도, 풍향, 조류에 따라 운항 시간에 변동이 생길 수 있음)

 

 

선라이즈호 내부 2층

 

 

 

 

 

재미있는 화장실 버튼

 

배를 타면 그 안의 시설물을 둘러보는 대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숙면을 취하곤 했는 이날은 모든 것이 생경하고 설렙니다. 울릉도에서 87.4km나 떨어진 독도를 40노트(약 74km)의 속력으로 1시간 20분만에 주파하는 쾌속선임을 떠나 독도를 운항한다는 사실 하나에 평범해 보이는 선내 객실도 제겐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윽고 저동항을 벗어난 배는 속력을 높이기 시작, 두근 거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차창 밖을 바라보지만, 보이는 것은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뿐입니다.

 

"이대로 한 시간 반.."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았던 독도를 실제 눈앞에 맞닥트리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배가 접안하고 첫발을 디딜 때의 느낌. 머리 위로 솟아 오른 웅장한 비경, 섬 건너편으로 보이는 각종 기암 바위와 서도의 모습까지. 하지만 상상만으로는 모든 게 역부족입니다. 공해상으로 진입한 배는 그대로 속력을 높여 질주합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공허한 바다와 유리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파편들뿐.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이제나저제나 차창밖에서 희미하게 보일 독도를 기다린 지 한 시간 반.

 

 

때마침 제가 앉은 방향으로 서도와 동도가 나란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갯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내는 파도의 높이로 보아 접안에 애를 먹을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독도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무섭게 승객들이 일제히 일어납니다. 이미 출입구에는 몇 명의 여행객이 줄을 섰습니다. 접안에 성공하고 문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와선 사람이 가장 몰려 혼잡해질 수 있는 '대한민국 동쪽 땅끝 표지석'으로 뛰어가 기념촬영을 할 것입니다. 이윽고 배는 접안을 시도하고, 선착장에는 독도 경비원들이 나와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문이 열릴 것이고 대한민국 최동단인 독도에 첫발을 디딜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도 잠시, 접안을 시도하던 배가 후진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만 해도 다시 접안을 시도할 줄 알았는데 창밖에서 손 흔들던 독도 경비원들이 철수하는 것이 아닙니까? 철수하는 독도 경비원의 뒷모습에서 접안 포기를 예감했고, 이어지는 안내방송은 예상대로 선회 관광이었습니다.

 

 

선회 관광으로 결정되자 승객들이 일제히 갑판에 몰리면서 혼잡해집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갑판으로 나와 멀찌감치 독도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합니다. 파도가 높은 날에는 이조차도 어려워 객실에만 있어야 할 때도 부지기수랍니다. 추적추적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저는 2층 갑판에서 국토 최동단 섬 독도의 웅장한 경관을 담아봅니다.

 

 

독도 동도

 

독도 동도

 

우산봉과 독도 경비대

 

독도 경비대가 있는 동도는 국토 최동단의 섬이다

 

 

동도 뒤로 보이는 서도

 

독도는 해안 침식에 의한 굴과 화산섬의 특징인 주상절리가 발달했다

 

동도의 깎아지른 절경

 

동도의 독립문 바위

 

닭바위(왼쪽)와 촛대(장군)바위(오른쪽)

 

#. 국토 최동단 섬, 독도 동도

독도 주변의 해저는 수심 수천 미터에 달하는 여러 분지가 발달했는데 그중에서도 화산 폭발에 생성된 울릉분지의 북동쪽 끝부분이 수면 위로 빼꼼히 나온 것이 독도입니다. 여러 차례의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거대한 화산체 중 해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으로 동도와 서도의 해발 고도인 98.6m와 168.5m의 봉우리만이 바다 위로 솟아 있으며, 이중 서도가 더 가파르고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동도에는 유인등대를 비롯해 500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을 갖추고 있어 기상 여건이 허락되는 한 매일 하루 수백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동도의 봉우리 명은 조선시대에 우산봉으로 기록한 것을 반영해 '우산봉'으로 명명, 이곳에는 각종 독도 경비대를 포함해 각종 해양수산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

 

 

독도에 너무 많은 개체가 서식해 골치 아픈 괭이갈매기

 

 

부리에 쪼이자 갈매기에게 손찌검하는 관광객

 

그렇다더라도 이런 일은 관광객으로서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잠시 기념촬영만 하고 놓아주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부리로 쪼자 손바닥으로 때리는 행위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애초에 과자를 주다가 덮석 잡은 사람은 갈매기에게 손찌검을 한 사람이고 놀란 갈매기가 자기방어로 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말입니다.

 

 

 

 

온난다습한 해양성 기후를 보이는 독도에는 괭이갈매기를 포함해 바다제비, 고니, 도요새, 상모솔새, 황조롱이, 메추라기, 슴새 등 다양한 조류가 서식합니다. 이중 슴새와 바다제비는 매년 감소 추세이지만, 괭이갈매기는 2~3천 마리로 추정하면서 대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먹이 사슬에 의해 일부는 도태되고 일부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개체 수가 자연스레 유지되어야 하는데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관광객과 그들이 주는 인위적인 급식이 하루 수차례 이뤄지고 있어 이것이 독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많든 적든 불필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염려되기에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는 행위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에서 야생 동물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용인하는 곳이 없습니다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서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도 탕건봉(엄지바위)와 그 뒤로 보이는 동도

 

동도와 서도 중간에 있는 삼형제굴

 

뾰족한 대한봉이 우뚝 솟은 서도, 그 뒤로 보이는 동도

 

독도 서도의 대한봉

 

가파른 경사에 절해고도란 말이 실감 나는 서도의 웅장한 풍채

 

서도 탕건봉

 

 

#. 독도 주민이 거주하는 서도

서도의 해발 168.5m로 동도보다 훨씬 높고 뾰족한 봉우리와 급경사를 이룬 단일봉의 화산체입니다. 정상으로의 접근이 어렵고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서도와 동도는 최단거리로 151m 떨어져 있습니다. 독도에는 독도 경비대원을 포함해 현재 52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김성도, 김신열 부부가 1991년부터 서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외 여행객을 포함한 민간인은 서도에 입도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갈매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배는 서서히 독도에서 멀어져간다

 

 

"다음에 다시 찾을 때까지 잘 있거라 독도여~"

 

처음으로 찾은 독도. 비록 입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 멀찌감치 떨어져 독도의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독도를 찾은 기분은 생각보다 '무덤덤'했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거나 감동에 북받치는 기분 또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우리 땅이라며 감정에 북받칠 일도 또 그럴만한 이유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제가 바라본 독도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부속섬 중 하나에 불과하면서도 유난히 아름답고 웅장한 기운이 느껴지는 '유인도'였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요? 차라리 서울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계속해서 곱씹는 것도 그리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주권 회복의 상징이랄 것도 없이 독도는 우리 국토의 최동단 섬이자 가장 아름다운 유인도입니다.

 

 

울릉도 도동항 

 

그 순수했던 독도에서 불과 87.4km 떨어진 울릉도 도동항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도로 정체에 빵빵대는 자동차 소음, 북적이는 관광객, 피켓 들고 있는 다양한 여행사 직원들, 새로 들어선 여객 터미널 신축 건물. 언제 다시 독도에 발을 들일 기회가 올까요? 다음을 기약하며, 울릉도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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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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