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세상


 

 

어느 순간부터 '맛집'이란 단어가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내 블로그에는 맛집이란 단어가 철퇴를 맞은 지 오래다. 사람들은 맛집에서 뭔가 특별함을 찾으려고 하지만, 나는 밥과 김치가 맛있는 식당을 제일로 친다. 좋은 쌀과 정성껏 담은 김치만 보더라도 그 집은 식재료 투자에 아낌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니까. 대개 그런 집은 어떤 음식을 다뤄도 공을 들이기에 손님으로서 선택에 후회가 없었다. 그런데 밥과 김치가 맛있는 식당 찾기가 어디 그리 쉽나. 어쩌다 그런 집을 찾아내기라도 하면 얼마나 반가운지. 김치 하나로 공깃밥을 뚝딱 해치울 만큼의 기본기를 가진 식당이라면, 나는 기꺼이 내 블로그 지면을 할애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을 마다치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슬픔 사실은 밥과 김치가 아무리 맛있어도 그것으로는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들은 맛집에서 특별한 그 무언가를 기대한다. 밥, 김치, 된장찌개가 제아무리 훌륭해도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유이며, 순수하던 옛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에겐 잘 와 닿지도 않는다. 식당에서도 그럴 것이다. 밥, 김치, 된장찌개를 아무리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도 그것을 알아주는 손님이 없는데 뭐하러..

 

현실이 그러하니 윤기 없고 찰기 떨어지는 밥을 스텐에 눌러 담아도, 뚜껑을 덮어 보온 통에 보관해도, 뚜껑에 맺힌 습기가 다시 밥알에 맺혀져 눅눅해져도, 그것을 문제 삼은 사람 하나 없고, 기생충이다 중금속이다 농약이다 뭐다 하며 문제 삼았던 중국산 김치도 사람들이 불평불만 없이 먹으니 지금은 오히려 수입량이 늘고, 불매운동이다 뭐다 시끌시끌했던 남양유업도 한때뿐이고, 어쩌면 옥시도 지금만 잘 버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망각에 분별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저 특별하고 독특하고 자극적인 맛만 선호하게 되는 사이 기본기는 철저히 외면당한 채 대자본의 잠식으로 변질만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 변질에 맞춰 우리의 입맛도 거기에 익숙해지겠지. 그리고선 내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두고선 '맛 없다.'로 규정하겠지. 계속 그런 악순환 끝에는 어떤 모습, 어떤 세상이 되어 있을까?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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