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료칸 여행(3), 분위기로 압도하는 가족 온천탕


 

 

 

나고야 료칸 여행 1일 차. 새벽부터 오느라 다들 피곤한 기색입니다. 여정을 풀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이후로는 딱히 할 일이 없는 한가함. 발코니에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혹은 료칸 내부를 둘러보거나 하는 것도 잠시뿐.

 

"우리 이제 뭐 하지?"

 

저녁 식사까지는 아직 몇 시간이 남았고, 항상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는지 뭔가 허전합니다. 그냥 이대로 뒹굴거리기만 해도 그게 힐링일 텐데 말이죠. 그러다 앗차 하고 생각난 것은 "이곳에 온천이 있었지."

 

 

마침 우리가 묵었던 3층 양쪽에는 프라이빗 가족 온천탕이 있습니다. 양쪽 다 분위기가 다른데요. 한쪽은 다른 가족이 사용 중이라 반대편으로 가봅니다. 22개월 된 딸이라 아직 기저귀도 안 뗐습니다. 주변에선 많이 컸네 해도 아직 아가는 아가예요. ^^

 

 

이곳에는 분위기가 서로 다른 두 곳의 가족 온천탕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은 이렇게 탁 트인 바다가 훤히 보이는 노상 온천욕입니다. 반대편에는 차도가 보이고 마주 오는 차량이나 길가에서 바라보면 상반신이 살짝 보일 수는 있겠지만, 각도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잘 보이지는 않을 것 같고 또 그걸 훔쳐보겠다는 사람도 없는 한적한 시골이니 염려는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샤워 공간

 

이렇게 탁 트인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노천탕은 처음 경험해 봅니다. 사실 온천욕과 사우나는 우리 부부의 취향과 거리가 멉니다. 그 흔한 동네 찜질방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죠. 개운하게 사우나를 마치고 삶은 달걀에 시원한 음료를 먹는 추억은 주로 낚시를 함께 다닌 지인들과 공유되고 있습니다. 야영 낚시에 온몸이 땀에 범벅되더라도 우리 부부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는 편입니다.

 

그랬던 우리가 이런 곳에서 한가하게 온천욕이나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딸내미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휴양 대신 관광이나 모험 위주의 여행을 선호하는 취향도 아이 때문에 휴양으로 바뀌고. 그나저나 한낮이라 물이 꽤 뜨겁네요. 일반 대중목욕탕의 열탕 수준으로 40도를 훨씬 웃돕니다. 어린 자녀들은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물 온도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온천욕은 아침과 저녁 이후에 즐기는 게 좋답니다.

 

 

다음 날에는 어제 가보지 못했던 가족탕을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트인 가족탕과 달리 이곳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습니다.

 

 

 

맞은편 물 내려오는 자리에 앉히고 물놀이시키면 어린 자녀들은 잘 놀 겁니다. ㅎㅎ 요즘 새로 구입한 폰으로 사진을 자주 찍습니다. 어쩔 때는 폰카로 찍은 사진이 DSLR보다 잘 찍힐 때가 있어요. 자동으로 찍으니 너무 어둡거나 부족한 명암을 잘 보완해 줍니다. 사실 저의 전반적인 사진 실력은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그것을 예전에 올린 여행기를 보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진에 신경 쓰지 못한 탓도 있고요. 어쨌든 다른 분위기의 가족 온천탕은 료칸에 머무르면서 자주 이용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온천욕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에 익숙한 분들은 탕에 나오고 나서 반드시 샤워를 하는데 여기서는 온천의 수질 특성상 안 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샤워는 탕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것이 예의. 물론, 가족끼리 들어가는 탕이라면 상관없겠고요.

 

 

탈의실에는 세면대와 수건, 드라이기 정도만 비치되어 있습니다. 수건은 1인당 두 장이 아니라 마음껏 써도 된다네요.

 

 

온천욕을 마치고 딸에게 유카타를 입혔는데 이날 함께 들어온 그 많은 손님 중에 단연 돋보였다지요. ^^;

 

 

온천욕을 마치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 다른 층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 일은 바로 '사케 타임'. 오후 4시 반부터 6시까지 휴게실로 오면 사케 무제한에 안주를 준다고 안내되어 있어 '진짜?' 이러면서 가봤습니다.

휴게실에는 이미 많은 손님이 들어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대부분 제 동생 지인들과 가족, 그리고 저녁에 공연을 펼치게 될 마술팀도 보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노천카페 분위기 같습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앞에 마술팀들과 합석.

 

 

아기자기한 반찬 그릇도 눈에 띄고

 

 

사케와 물, 얼음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데 그걸 왜 저녁 식사 직전에서야 ㅎㅎ 

 

 

자리에 앉아 있자 직원이 뭔가를 열심히 굽습니다.

 

 

어묵과 간장 양념에 잰 듯한 꼴뚜기

 

 

간단한 주안상이 차려지고

 

 

그릇 뚜껑을 열어보니 세 가지 안주가 있네요. 왼쪽부터 절인 김, 타코와사비, 해파리냉채. 안주들이 대체로 입맛에 맞고 특히, 꼴뚜기와 해파리냉채가 마음에 듭니다.

 

 

아내와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여 봅니다. 사케에 얼음을 띄워 먹는데 도수가 청주 수준이고 얼음까지 띄우니 훌훌 넘어감에 주의. 석 잔 정도 마시자 안주가 바닥나버려 그만 돌아왔습니다. ㅎㅎ

 

 

숙소로 돌아오니 해가 근사하게 저물고, 지인들이 식사하러 내려오랍니다. 료칸에서 맞이하는 첫 저녁 식사라 기대됩니다.(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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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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