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이어지는 제주도 범섬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글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제주도 범섬 낚시(1), 주상절리의 웅장함과 함께한 벵에돔 낚시

제주도 범섬 낚시(2), 벵에돔 낚시 중 점다랑어의 습격

 

 

씨알급 독가시치(따치)를 낚고 뜰채질에 들어간 일행

 

시간은 어느덧 정오. 해가 중천에 뜨고 잡어 활성도도 높아졌지만, 잡어 분리는 그런대로 되고 있었습니다. 이날 가장 큰 씨알의 벵에돔을 낚는 사람에게 만 원씩 내는 만원빵 낚시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아침에 저활성인 상황에서 낚아낸 저의 33cm급 벵에돔이 지금은 결승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종종 방생급 벵에돔이 올라오지만, 모두에게 유효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상원아빠님은 연거푸 독가시치만 올리고 있어 또 한번 독가시치 귀신임을 증명하고, 다른 분들도 독가시치를 비롯해 작은 돌돔과 벵에돔, 쥐치, 점다랑어에 이르기까지 고른 어종으로 손맛을 봤지만, 역시 지금은 승기를 잡을 만한 씨알급 벵에돔이 절실합니다. 

 

 

벌써 이걸로 독가시치만 몇 마리째인지. 힘이 워낙 좋아 입질 받자마자 대를 세울 때까지는 "크다."란 느낌이 들다가도 얼마 못 가서 1~2번대를 촐싹맞게 흔드는 독가시치 특유의 손맛에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갯바위 회정식을 앞두고 있어 이런 독가시치 한두 마리는 우리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이왕이면 갓 잡은 것으로 썰어 먹어야죠. ^^

 

 

즐거워야인생이다님도 씨알 급 독가시치를 걸고 찐한 손맛을 보는 중입니다.

 

 

어서 33cm를 넘기는 벵에돔을 잡고 싶지만, 낚시가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가 33cm급 벵에돔을 낚은 아침에는 벵에돔이 잠깐 부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계속된 품질에도 벵에돔이 피어오르질 못합니다. 입질 수심층이 점점 깊어지니 이후로 올라온 후속타는 6~7m 이상 내려가야 따문따문 물거나 미끼가 털리는 현상만이 반복될 뿐입니다.

 

한동안은 잡어를 묶어뒀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 품질이 빗나가면서 아무래도 물밑에 잡어가 광범위하게 퍼진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전방 15m 범위에서는 어쩌다 한두 번 미끼가 살아서 내려가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찌를 점 더 무거운 것으로 바꿔서 공략 거리를 20~30m 권으로 늘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곤 제법 먼 곳에서 벵에돔을 낚아 올렸는데 씨알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시간은 이제 12시 30분. 원래는 오후 늦게까지 하고 철수하려 했지만, 다들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면서 지친 기색이 느껴집니다. 비행기 보딩 시간은 8시 30분으로 넉넉히 남았지만, 일단은 철수해 좀 쉬자는 의견이 나와서 그렇게 하기로 합니다.

 

게다가 저는 이날 저녁 7시 40분에 있을 생방송 라디오 진행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뒤늦게 온 연락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물론, 전화 연결로 진행하는 코너라 시끄러운 장소만 아니라면 크게 구애받지 않지만, 사회자와 함께 호흡을 맞춰 특정 생선 및 수산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간단한 원고 준비는 해야 합니다.(격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TBN 부산 교통방송, 달리는 라디오 교통방송입니다에서 낚시와 수산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막판에 들어온 심상치 않은 입질

 

아무래도 낚시는 1시까지만 하기로 하고, 여기서 회를 좀 썰어 먹은 뒤 몸을 추스려야 할 것 같군요. 낚싯대를 놓고 슬슬 횟거리 장만을 해볼까 하던 중 상원아빠님의 낚싯대가 휩니다. 이제 독가시치는 충분하니 그만 낚아도 되는데..

 

 

이번에는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한눈에 봐도 30cm가 넘을 것 같은 씨알. 아~ 내 만원빵이..

 

 

아직 내 만원빵은 유효합니다. 상원아빠님이 올린 벵에돔은 정확히 30.5cm. 여기서 더 늘리려고 애써도 33cm를 넘기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원빵 낚시는 저의 차지가 되었고, 식사 준비에 들어갑니다. 오랜만에 왔으니 갯바위에서 회 좀 썰어 먹어봐야죠. ^^

 

 

조금이라도 씨알이 좋은 벵에돔 두 마리와 독가시치 두 마리를 손질하니 양이 꽤 많이 나옵니다.

 

 

때는 9월이고 아직 콜레라 사태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습니다. 콜레라는 전혀 걱정이 안 되는데 이 계절에 기승을 부리는 비브리오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같이 신체 건강한 성인이라면, 면역력에 별문제가 없겠지만,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평소 회를 칠 때는 하지 않은 민물(생수) 소독을 해봅니다. 비브리오는 담수에 약하므로 이렇게 민물로 헹궈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겠죠. 그리곤 깨끗한 수건이나 행주로 포를 말아 살짝 눌러주면 수분이 제거된 회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썰어 먹어야 비린내도 덜 나고 축축하지 않은 회가 됩니다.

 

 

회를 써는데 자리가 불편해서 혼났음. ㅎㅎ

 

 

갓 잡은 벵에돔, 독가시치를 썰어 먹는 갯바위 회정식이 완성.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중치급 벵에돔 두 마리와 씨알 급 독가시치 두 마리를 뜨니 네 명에서 배불리 먹을 만큼 푸짐히 나옵니다. 횟집에서 젓가락질할 때는 한점한점 먹어야 하죠?

 

 

여기선 그런 거 없습니다. 괜히 아껴 먹었다가는 회가 남아서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눈치 볼 필요도 없이 2~3점을 한번에 집어 김밥에 올려 먹을 때 풍성하면서 두툼하게 씹히는 이 맛. 이곳 범섬 일대는 다양한 산호가 서식하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죠. 불과 몇 분 전만 하더라도 이 횟감들은 범섬의 산호를 헤치며 헤엄쳐 다녔을 것인데 지금은 제 입안에서 뭉텅뭉텅 씹히고 있습니다.

 

가끔은 성난 자연이 우릴 위협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달콤한 상을 선사합니다. 산 생명을 잡아다 먹는 것이기에 함부로 대해선 안 될 것입니다. 먹을 만큼만 잡고, 안 먹을 거면 놓아주는 미덕. 그리고 일단 잡아먹으려고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그런 마음가짐을 갖지 않더라도, 이건 정말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이 김초밥을 서울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 맛볼 수 있겠냐고요. (다만, 이런 용도의 김밥은 참치나 치즈 등의 재료가 들어간 것보다 기본 재료만 들어간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몸은 힘들고 조과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이렇게 앉아 넷이서 충분히 썰어 먹고도 남을 만큼의 낚시를 즐길 수 있음은 '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김초밥. 허기진 상태이거나 기암절벽의 독특한 환경이라서 그런 걸까요? 정말 꿀을 발라놓은 듯한 맛이 납니다. 고추냉이를 준비하지 못함이 살짝 아쉽지만, 뭐 이대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식사입니다.

 

 

때론 낚시가 힘들고 피곤하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이때를 회상하노라면 어찌 안 갈 수 있겠습니까? ㅎㅎ

 

 

이젠 충분히 배도 부르고 잡을 만큼 잡았으니 일찌감치 철수하기로 합니다. 혹시나 싶어 밥을 먹고 대를 담가봤는데 시간도 시간인지라 입질이 완전히 뚝 끊겼네요. 건너편에 내린 분들도 쉬고 있고.

 

 

우리가 먹고 즐기고 했던 낚시 자리는 밥알 한 톨이라도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이쪽도 깨끗이 청소합니다. 갯바위에 흩어진 쓰레기가 있다면 주워서 담고요. 라이브웰에는 횟감이 될 몇 마리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이 녀석들은 항에서 손질을 거쳐, 전날에 잡아 냉동해 두었던 것들과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합니다. 그것을 상원아빠님에게 몰아주고, 상원아빠님은 다시 공항에 마중 나온 또 한 분의 독자분이신 체체팔님께 드리면서 이번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새끼섬과 범섬

 

우리에게 다양한 손맛을 안겼던 범섬. 다음에 또 찾을 때까지 잘 있기를

 

 

철수배에 올라 항으로 향하자 서귀포의 시원하고 멋들어진 경관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과 고근산, 그 뒤로 구름에 가려진 한라산이 차례대로 보이는,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지요. 이 길로 우리는 중문 근처의 공중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요. 좀 쉬다가 고기 국수로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제주도 일정에서 식사는 고기 국수로 시작해 고기 국수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군요. ^^

 

 

기내에서 바라본 서울 시가지의 야경

 

어떤 이들은 예전처럼 수도권 낚시 조행기가 안 올라와서 서운해하는데, 이제는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습니다. 평일에 움직일 수 있는 저는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5~6만원 선에서 끊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충남권을 가려면 기름값+톨비만 해도 10만원이 넘는데(차 연비가 안 좋습니다. ^^;) 어느 새부터인가 비행기, KTX, 우등 고속버스(출조점)로 낚시하러 다니면서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여기서 번 시간과 체력은 고스란히 낚시에 쏟을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자가운전으로 낚시하러 다니는 분들이 여전히 많은 줄 압니다. 그런데 운전에 의한 피로는 낚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줍니다. 오가는 시간도 결국은 돈입니다. 조과도 차이가 나고요. 저의 경우는 조행기나 기사 내용, 심지어 같은 바다 풍경을 찍더라도 흙탕물 서해와는 사진발에서 완전히 압도하기 때문에 적어도 제게는 어느 쪽이 효과적인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지요.

 

다만, 저라도 수도권 낚시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인천권 밴댕이 낚시, 좌대 낚시, 망둥어 원투낚시를 하고 싶다는 염원이 마음속에 늘 있었니까요. 다만, 딸내미가 좀 더 커야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둘이서 맞벌이에 집안 가사 일에 육아도 벅차니 이렇게 혼자 다니는 낚시가 쉽지 만은 않군요. ^^;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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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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