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리 해안 초소의 낚시 포인트

 

태풍 간접 영향에 제주도 전역은 밤새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우웅하는 바람 소리와 달그락 달그락 창틀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깨기를 여러 번. 밤새 내린 장대비는 아침에도 그치질 않아 낚시고 뭐고 포기해야 할 듯합니다. 이런 날씨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체크아웃 때까지 숙소에서 뒹굴뒹굴거리는 것. 

 

무료함에 숙소를 나와 차를 몰고 사계리 방향으로 달리는데 때마침 비가 그치더니 바람도 멎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낚싯대를 들고나오니 풍향이 바뀌면서 오히려 맞바람이 붑니다. 생각보다 센 바람과 너울이지만, 비는 그쳤으니 억지로라도 대를 담가봅니다. 이날 있었던 낚시 관련 소식은 따로 전해드리도록 하고요. 밤 9시에는 돌아가는 항공편이 예약되어 있어 일정을 슬슬 마무리할 때입니다. 

 

 

이곳은 사계리 근처에 있는 어느 식당. 칼칼하고 시원한 전복 뚝배기를 먹으러 들어왔는데 단품으로 고등어구이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원산지는 예상한 대로 노르웨이산. 고등어 원산지를 '노르웨이산/국내산'으로 표기하는 식당이 몇 군데 있는데 구이와 조림은 대체로 노르웨이산이고 회는 국내산으로 보면 됩니다. 고등어회는 숙성회든 활어회든 반드시 산 생선을 잡아야 하므로 제주 및 통영에서 양식한 활고등어를 씁니다.

 

고등어 회가 아니라면, 대부분 노르웨이산을 선호합니다. 물론, 국내산 고등어를 사용하는 식당도 있지만, 연근해 조업이라 태풍 영향권에 들기라도 한다면, 공급량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품질(씨알)도 들쑥날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집 해물 뚝배기는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20미(1kg에 20마리) 정도의 중간치 전복이 다섯 마리가량 들어갑니다. 딱새우는 두 마리(이걸 먹으면서 세는 나도 참 ㅎㅎ). 자연스럽고 시원한 해물 육수가 잘 우러나오니 만족스럽습니다. 

 

 

고등어구이는 단품으로 주문하였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인데 공깃밥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아 여러 명이 식사를 하나씩 시키고 고등어구이는 반찬이나 안주용으로 먹기에 적당합니다. 구워져 나온 고등어가 국내산인지 노르웨이산인지는 눈과 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국내산보다 눈이 작고 콧날은 뾰족한 편이며, 전반적인 체형은 국내산보다 길고 날씬합니다. 

 

 

턱 구조에서도 국내산 고등어와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산 고등어의 경우 씨알이 커도 잔 이빨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잔 이빨이 잘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로 알려졌지만, 실제 표준명은 '대서양 고등어(Atlantic Mackerel)'로 국내산 '고등어(chub Mackerel)'와 '망치고등어(Slimy Mackerel)'와는 완전히 다른 종입니다.

 

대서양 고등어는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태평양에 서식하지 않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와 캐나다 뉴퍼들랜드주 같은 얕고 따듯한 대서양 연안에서 유어기 시절을 보내고 나면, 멕시코 난류를 타고 올라와 잉글랜드와 북유럽으로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회유성 어류죠. 국내 고등어 어획량은 해마다 줄고, 일본 방사능에 의한 불신까지 겹친 상황에서 청정해역에서 자랐다는 인식을 가진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같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라도 수입처나 크기에 따라 품질 만족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등푸른생선의 특성상 씨알이 클수록 맛이 있고 가격도 비싸지는데 이 집의 고등어구이는 몸길이 40cm에 달하는 대고등어로 음식점에서 받아본 고등어 중 가장 컸습니다. 크기가 큰 만큼 맛도 기대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생선구이에서 껍질을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모름지기 생선구이의 맛은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오롯이 맛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고등어 등이 위로 가게끔 올린 것은 바삭한 껍질과 살점을 함께 집기가 수월해 뒤집어 놓은 것보다 선호합니다.  

 

 

또 하나는 껍질 감을 충분히 살려서 구웠는지를 유심히 보는 것입니다. 지방함량이 많은 생선은 어지간한 열에도 쉬이 타지 않습니다. 껍질에서 기름이 끓어오르기 때문에 아무리 높은 열로 구워도 숯검정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 고등어구이는 부분적으로 검게 타긴 했습니다만,  탈 듯 말듯 충분히 구워야 껍질이 바삭해지고 속살의 육즙을 보존하니 그런 점에서 이 고등어는 잘 구워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칼집 사이로 빼꼼히 드러나는 두툼한 살점이 먹음직스럽지요. 저 부분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면, 입안에 가득 찰 만큼의 실한 살점이 입안 가득 씹힐 것만 같습니다.

 

 

통통한 살점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기름기는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먹어치운 작은 새우, 멸치, 정어리, 청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부분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산입니다. 고등엇살 단면을 이런 식으로 보고 있으니 마치 항정살 같아 보이기도 하군요. 누르면 육즙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퍽퍽하지 않게 잘 구워졌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국내산 고등어의 부드러운 식감도 좋아하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풍부한 맛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대서양 고등어도 무분별한 남획에 개체 수가 많이 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내산 고등어도 맛과 품질이 우수합니다. 특히, 이 계절(가을부터 겨울까지)에 잡히는 국내산 고등어는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무엇보다도 구수한 데다 생물이 갖는 부드러움은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가질 수 없는 최대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고등어가 무분별한 남획으로 자원이 줄고 있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 국내산 고등어의 문제는 단순히 개체 수 감소보다 씨알이 많이 줄었다는 데 있습니다. 모름지기 생선은 키워서 먹어야 하는데 다 자라기도 전에 남획하니까 평균 크기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참치를 비롯한 고등어과 생선의 맛은 크기(씨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크기는 곧 품질입니다.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습니다. 

 

그러니 중간 사이즈의 고등어 두 마리보다 큰 고등어 한 마리가 훨씬 낫습니다. 제주도에서 제주산 고등어를 대신해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선호하는 것도 고등어 품질과 공급량이 일정하게 받쳐주기 때문인데 최근 제주도는 성수기 비성수기랄 것도 없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고 있어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꾸준한 공급량과 일정한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당분간은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높은 시장 점유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이 국내 연안의 고등어 자원이 회복돼 보다 치열한 품질 경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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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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