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먹고, 근방에 있는 퍼블리카로 향합니다. 퍼블리카 지하에는 식품 매장이 있는데 규모가 상당히 크고 종류도 엄청나서 이곳에서 장을 본다면, 1~2시간으로는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오후에 수영하고 먹을 열대과일과 맥주를 구입하기로 합니다.

 

 

저를 낚시꾼 정도로만 알면서 주로 생선이나 해산물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샐러드와 파스타를 정말 좋아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해 먹는 편입니다. 이러한 관심은 마트에 올 때마다 시간을 잡아먹는 원흉이 되기도 하는데.. 보세요. 국내의 일반 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파스타가 이렇게나 다양합니다.

 

 

파스타 하면 올리브유를 빼놓을 수 없는데, 여기서도 뭘 골라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다양합니다. 저는 뭐든 잘 고르는 편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영락없는 선택 장애가 돼버립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르는 제품은 주로 진열대 중간 쪽이니 이 중에서 국내에는 볼 수 없는 제품이면서도 엑스트라 버진으로 한 병 골라봅니다.

 

 

다양한 발사믹과 식초들.

 

 

이곳을 둘러보며 매우 부러운 점 하나. 일단 종류가 다양하고, 품종별로 정확히 구분해서 팔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를 팔더라도 여러 품종을 구분해 요리 용도나 소비자 기호에 맞게 고를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품종이 즐비합니다. 사과와 배, 수박 만큼은 한국 것이 맛있다곤 하지만, 이곳을 살피니 세상은 넓음을 새삼 깨닫군요. 마음 같아서는 품종별로 전부 맛보고 싶습니다만, 여력이 안 되니 아쉽기만 합니다.

 

 

이곳은 각종 향신료와 견과류 등을 판매합니다.

 

 

말레이시안들이 가장 즐겨 먹는 반찬 중 하나가 마른멸치입니다. 볶은 멸치는 말레이시아의 전통 음식인 나시르막에 빠지지 않는 단골 반찬이죠.

 

 

쌀이 주식인 나라답게 다양한 쌀 품종들이 눈에 띕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라고 해서 길쭉한 쌀만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뜻밖에도 말레이시아의 쌀밥은 우리가 먹는 쌀의 길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볶음밥에는 안남미 계열의 쌀을 자주 사용하더군요. 아무래도 찰기 없는 길쭉한 쌀이 볶음밥용으로 좀 더 적절할 테니 말입니다.

 

 

길쭉한 쌀이라도 쌀의 특징과 맛, 품종이 정말 다양합니다. 쟈스민 향이 나는 쌀도 있고요. 이러한 품종은 찐밥, 볶음밥, 이탈리아의 리조또, 스페인의 빠에야 등 용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것입니다.

 

 

보면 볼수록 끝도 없을 것 같은 쌀들. 우리나라 쌀과는 다양성에서도 압도하고 품종 대신 주로 지역명을 표기한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샐러드용 채소를 재배 형식으로 파는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 저 상태로 채소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구입할 때는 뽑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목적지인 열대과일 코너. 여기까지는 국내에서도 볼 법한 과일들인데

 

 

여기서부터는 조금 생소한 과일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위쪽의 연두색은 구아바이고 위에 매달린 자몽처럼 생긴 것은 오렌지 계열 중에서 가장 큰 종인 '포멜로', 동양에선 '만백유' 혹은 '왕귤'로 불립니다. 자몽과 마찬가지로 껍질은 두꺼워 주로 과육만 먹으며, 쓴맛이 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래는 우리에게 익숙한 망고인데 언뜻 안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 익은 거랍니다. 집으로 가져가서 먹어봤는데 정말 달아도 너무 달았죠.

 

가운데 노란 레몬처럼 생긴 것은 패션 후르츠의 일종인 골든 패션 푸르트. 이건 정말 강하게 추천합니다. 숟가락으로 해바라기 씨앗처럼 생긴 과육을 떠먹는데 씹으면 바삭하고 맛은 새콤달콤해 우리 딸이 혼자서 여러 개를 먹어 치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붉은색 과일은 흔히 알려진 용과(드래곤 후르츠)이지만, 품종이 달라요. 속이 하얀 일반 용과와 달리 이건 자줏빛을 띱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열대과일 편에서 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아래는 전부 파파야인데 이것도 품종이 다양합니다. 왼쪽 상단은 별 모양의 과일인 스타 후르츠. 신장 질환 및 결석에 취약한 사람들은 주의해서 먹어야 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먹었다는 ㅠㅠ)

 

 

이건 잭후르츠인데 열대과일 특유의 구린 향이 나기로 유명하죠. 속에 든 알맹이처럼 생긴 과육을 먹는데 씹으면 고기처럼 쫄깃쫄깃하면서 향긋한 맛이 특징입니다.

 

 

잭후르츠 옆에 선인장 과일처럼 생긴 것은 '샤워숍'인데 주스와 차로도 사용되고, 잘 익은 것은 독특한 신맛과 함께 특유의 향기로움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손질된 코코넛입니다. 알맹이만 쏙 빼다가 플라스틱 통에 담은 것인데 코코넛 과육 안에 시원한 과즙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걸 두 번이나 사 먹었는데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시원하게 마시면 천연 이온 음료가 따로 없지요. 과육도 씹어먹으면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근처에 한인타운이 있어서인지 한국 식재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김치 한 봉지 가격이 20.10링깃. 우리돈으로 5,300원.

 

 

그놈의 불닭볶음면은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더 인기인 듯.

 

 

다양한 소스, 다양한 수프, 다양한 스톡들이 즐비합니다. 말레이시아의 음식 문화는 말레이 전통을 비롯해 중국 및 홍콩, 태국, 인도, 베트남, 여기에 서구화된 음식까지 거의 모든 나라의 식문화가 결집된 형태로 다양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자 강점.

 

 

여기서 어린 딸이 먹을 만한 요거트와 사과 주스를 몇 개 구입하고.

 

 

주류 코너

 

 

종류가 워낙 다양해 눈이 어지럽습니다. 위스키와 꼬냑, 샴페인, 와인 등 종류가 엄청나서 고르기가 곤혹스러울 듯.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건 소주. 우리 돈으로 5,500원. 헉 비싸다!

 

 

막걸리도 비싸고.

 

 

다른 술에 비해 맥주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지 못합니다. 요즘 유행인 크래프트 맥주도 몇 종류 없고.

 

 

맥주 물가는 어떨지 살피는데 코로나가 14.85링깃이면, 우리 돈으로 3,900원. 우리나라에선 2,500원 정도이니 확실히 술값은 말레이시아가 훨씬 비싼 듯합니다. 이유는 이슬람권 문화와 관련이 있겠지요. 술에 세금을 엄청 매기는 듯.

 

 

아니 기네스는 우리 돈으로 2,600원밖에 안 하네. 하이네켄도 저렴한 편. 저렴하다곤 하지만 그래 봐야 우리나라 수준이네요. 참고로 말레이시아에서는 타이거와 스콜을 주로 마시는데요. 그나마 스콜은 마실 만한데 타이거 맥주는 정말 맥주에 물 탄 맛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정답은 없지만, 세계적인 수요와 니즈의 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 품질이죠. 제가 평소 평가절하하는 국내 맥주보다도 못한 맛.

 

※ 내용을 정정합니다. 타이거와 스콜을 뒤바뀌어 설명했네요. 그나마 타이거는 마실 만한데 스콜은 정말 맥주에 물 탄 맛입니다라고 정정하겠습니다.

 

 

이곳은 요리 강습이 이뤄지는 키친 실습실.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바로 옆 레스토랑의 파스타가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이제 생선 코너로 갑니다. 천장에 장식이 독특하지요.

 

 

양식인 화이트 틸라피아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 및 홍콩 요리점에서도 수조에 살려 놓은 화이트 틸라피아를 곧잘 보는데 여기서는 나름 고급 식재료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어디 뷔페처럼 회로 먹는 일은 이곳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이곳에 회 문화가 없어서라고요? 지금은 대부분 나라에 스시 문화가 침투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틸라피아나 팡가시우스 같은 민물고기를 초밥에 사용하는 경우는 미국, 캐나다 외에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저가형 스시집에서나 사용하는 재료인데)

 

우리나라는 자국에서 횟감이 대량으로 생산이 되고, 또 주변국으로부터 대량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틸라피아나 팡가시우스 메기 같은 고기를 가져와 횟감으로 횟감으로 국민에게 먹이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최근 1~2년 사이 제가 쓴 몇 개의 칼럼과 방송에 힙 입어 이러한 현상이 다소 주춤했을 뿐, 지금도 도처에는 위생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혹은 수입국으로부터 여러 번 클래임을 받은 민물고기를 다른 음식도 아닌 회로 내놓는 실정이지요.

 

 

이곳의 화이트 틸라피아는 대부분 튀김과 찜, 구이로 사용됩니다. kg당 6,600원인데 제가 보기에 마리당 1.5~2kg 정도 나가는 것으로 보아 활어 상태임에도 꽤 저렴한 가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곳은 다양한 선어들이 즐비한데 문제는 제가 아는 고기가 많지 않다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 아는 생선이지만 국내 서식하지 않은 어류들이라 도감에도 나와 있지 않을뿐더러 정확한 표준명도 알 수 없다는 것.

 

 

뒤에 토막 난 고기는 새치의 한 종류로 보입니다. 청새치나 흑새치 정도일 듯.

 

 

게도 특이하고요. 중간에 전갱이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전갱이와 같은 종.

 

 

앞에 선분홍색 생선은 고급 어묵 재료인 실꼬리돔. 홍콩 재래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붉은색은 그루퍼(바리과)의 한 종류이고, 그 옆에는 레드스네퍼라는 고급 어종인데 표준명으론 빨간퉁돔. 그 옆에 두 마리는 갈돔. 뒤에 갈색 점박이 물고기는 표준명 갈색둥근바리. 베트남에서는 양식하기도 합니다. 이를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다금바리라고 파는데 그걸 먹고선 동남아로 여행 갔다가 그 비싼 다금바리를 저렴하게 먹고 왔다고 자랑하기도 하죠. 실제론 다금바리와 상관 없으며, 맛도 조금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해외에서 자주 보긴 하는데 정확한 우리 말이 없습니다. 생긴 건 비호감인데 의외의 맛이 숨었거나 적절한 용도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여기는 새우 천국

 

 

그리고 연어도 판매하는데 스코티쉬 연어와 오션 트라웃(송어)가 나란히 있습니다. 스코티쉬 연어는 스코틀랜드산 연어를 의미할 뿐, 특정 종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은 아틀란틱(대서양) 연어로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노르웨이산 연어와 같지만, 양식하는 방식과 사료에는 차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왜 우리가 주로 먹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취급하지 않는지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도 있겠지요.

 

 

뼈가 나온 건 양고기. 양고기도 머튼과 램이라는 두 가지 표현을 쓰는데 아무래도 램(어린 양)이 특유의 냄새도 덜하고 맛있죠.

 

 

여기는 시즈닝한 고기 천국입니다. 아우 저 살들 좀 봐요. 군침이 ㅎㅎ

 

 

간단히 쇼핑하고 나오는 모녀. ㅎㅎ

 

 

오후에는 뜨거운 햇살 아래, 아파트 공용 수영장에서 딸과 수영하기로 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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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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