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을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제주도 범섬 낚시(상), 벵에돔을 대신하는 화끈한 손맛

 

어느덧 오후 3시. 철수까지는 2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씨알 굵은 독가시치가 물고 늘어지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입질이 없어 채비에 변화를 주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 중인데 철수 전 한 시간 안에 입질이 쏟아질 것이면, 첫 포문을 여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야 하는데 바다는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배 댄 자리에서 왼쪽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나옵니다. 건너편 '남편 직벽' 포인트는 제가 9월에 낚시하면서 이곳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는 썰물이었고 이곳에서 씨알 굵은 벵에돔이 몇 마리 나온 기억이 납니다. 이 자리의 포인트명은 '남편 서쪽 코지'. 원래 썰물 포인트이고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들물에도 낚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때는 들물이었고 찌가 바깥쪽으로 나가고 있어서 좀 더 흘리면 입질 반경에 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맞바람이고 너울이 낚시 자리를 수시로 위협하고 있어 몇 번 던져보지도 못하고 자리를 옮깁니다.  

 

 

※ 범섬에서의 낚시 팁

범섬은 수심이 깊어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잘 피질 않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수면에 떠서 보일링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1년 365일 중에 손에 꼽을 정도. 대부분은 5~6m 이하로 미끼를 내려야 입질 받을 수 있으며, 활성이 낮을 땐 10m 이하로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따라서 범섬에서는 0(제로찌)보다는 00~000호에 봉돌을 쿠션고무 바로 밑에 붙이거나 혹은 분납한 채비가 잘 먹히며, G2~B찌를 쓴 채비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수심이 깊다고 해서 발 앞 가까운 곳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곳은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가 설치기 때문에 해가 뜨는 시각인 6~9시에는 전방 10m 안쪽을 노리고, 그 외의 시간에는 최소 15m 이상 던져서 채비를 가라앉히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오후 4시. 입질은 여전히 없는 가운데 하늘에선 한줄기 빛줄기가 내려앉습니다. 저 빛줄기가 희망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온몸으로 빛을 맞으며 희망에 기대어보지만, 바다는 대답이   

 

 

있군요. ^^; 오랜 침묵을 깨고 한 마리 걸었습니다.

 

 

 

참 오래도 걸렸습니다. 채비가 들어간 지 1분 30초가 지난 시점입니다. 다시 말해, 최소 7~8m 권은 통과해야 들어온 입질이었던 것.

 

 

제법 처박는데 여기서부터 낚싯대가 달달달 떨기 시작합니다. 아~ 또 그 녀석(...)

 

 

이제 독가시치만 보면 징그러우려고 하네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힙합 느낌으로)"

 

 

이제나저제나 벵에돔을 기다리는데 수온은 여전히 높아 독가시치가 설치고, 시냇물 같았던 조류는 다소 얌전해질 즈음입니다.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기는데 도로 쫙 나가면서 반사적으로 챔질.

 

 

드디어 한 마리 왔는데 힘이..

 

 

읔 25cm가 간신히 되는 벵에돔이 물고 옵니다. 지금은 이런 녀석이라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건지, 예상대로 채비를 아래로 깔아서 내리자 겨우 물고 올라오는 식입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씨알의 벵에돔을 한 마리 더 추가하고요.

 

 

잠잠하던 예찬씨에게 꽤 우직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대는 휘청거렸고 돌아야 할 드랙이 꽉 잠긴 채여서 속수무책으로 낚싯대를 내어줘야 했습니다. 이런 큰 입질을 처음 받아본 예찬씨는 어찌할 줄 몰라 대를 붙잡고만 있고, 기세등등한 녀석은 더욱 강렬하게 파고들기만 합니다.

 

"어어어"

"드랙이 나가야 하는데"

 

LB 릴이 아니기에 드랙이라도 돌아가야 녀석의 힘을 분산시키는데 꽉 잠겨 있으니 대는 다시 세우지 못할 만큼 빼앗겨버렸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불안하게 전개됩니다. 복원력을 상실한 낚싯대는 수면으로 처박히는데 예찬씨는 뒤로 당기니 그대로 팅. 따치(독가시치)인지 벵에돔인지 확인도 못 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4짜 이상은 되었을 것이란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애월 근처 도보 포인트에서 25~30cm급 벵에돔을 낚아본 것이 전부였으니 이런 입질을 처음으로 마주한 예찬씨는 얼떨떨했을 겁니다.

 

 

슬슬 철수 시각이 다가오고 있지만, 바다는 우리에게 벵에돔을 쉽게 내줄 생각이 없는가 봅니다. 

 

 

저쪽 새끼섬에도 많은 꾼이 포진해 있지만, 누구 하나 대 세우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분위기가 영 좋지 못하군요.

 

 

이날은 일루바타님이 촬영을 도우신 덕에 조행기와 월간지에 기고할 사진을 고르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앞으로도 사진 고르는데 애 좀 먹었으면 좋겠네요. ^^; 

 

 

이제 슬슬 철수 시각이 다가옵니다.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예찬씨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옵니다. 이제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듯. 좀 전에 드랙을 조절해놨기에 이번에는 적당히 차고 나갑니다. 낚싯대를 붙잡은 양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예찬씨. 생각보다 드랙이 쭉쭉 나가서 다시 조이고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일단 움직임으로 보아선 벵에돔이 아닐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지금은 기대해볼 만한 시간이라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수면에 모습을 보이는데 다름 아닌 독가시치. 에잉~ 그래도 예찬씨에겐 더없이 좋은 손맛의 경험이 되었겠죠.

 

 

36~37cm급 독가시치지만, 힘은 비슷한 크기의 벵에돔을 능가합니다. 낚시 입문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예찬씨에게는 꽤 강렬했을 손맛. 게다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했던 것이 파이팅 시간을 늘리게 되면서 더욱 짜릿했던 손맛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아시는 분들이야 다 아시겠지만, 독가시치는 이름 그대로 지느러미 가시에 독이 있는 고기입니다. 찔리는 순간 하루 이틀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붓고 아립니다. 그런 독가시치를 맨손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꼬리를 잡으면 이 녀석은 얌전해집니다. 사실 독가시치의 독은 죽어서도 없어지지 않아 조리 시에도 지느러미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철수하면서 바라본 한라산

 

이날은 25cm급 벵에돔 세 마리와 35~40cm급 독가시치 4마리로 마무리했습니다. 조과가 좋지는 않지만, 우리끼리 썰어 먹을 횟감으로는 충분합니다.

 

 

독가시치가 죽으면 내장의 고약한 냄새가 살에 배기 때문에 횟감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재빨리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에서 손질해 숙소로 가져올 때도 얼음은 필요합니다. 활어는 죽은 직후부터 몸에서 열을 일으킵니다. 그 열을 식히기 위해 일식에서는 얼음물에 담가놓기도 하는데 그런 수단이 마땅치 않을 때는 각얼음이라도 넣어서 가져와야 합니다. 그것이 30~40분 거리라도 말이지요. 얼음에 재워서 가져온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살의 탄력에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가져온 횟감을 떴습니다. 피가 잘 빠졌네요.

 

 

벵에돔은 토치로 껍질만 굽습니다. (토치 챙겨오길 잘했지요. ㅎㅎ)

 

 

숙소로 돌아오는 중간에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거기서 구입한 딱새우장인데 이게 맛이 예술입니다. 이 맛을 보니 저도 딱새우 좀 사다가 새우장을 담가봐야겠네요.

 

 

벵에돔과 독가시치(따치)회의 만남.

 

 

여기에 한라산 흰물과 궁합을 마추고, 간장은 후지진쇼유(富士甚?油)의 오사시미 키리시마 야마구치(おさしみ 霧島 あまくち), 고추냉이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녹미원 제품을 집에서 챙겨왔습니다.  

 

 

독가시치는 살아있을 때 재빠른 손질이 생명입니다. 살려서 가져올 자신이 없으면 현장에서 바로 손질해 놔야 선도가 유지됩니다. 이러한 처리가 얼마나 잘 되었느냐에 따라 독가시치 특유의 향도 적은데 이날은 그런 향이 뭔지 느껴보고 싶다던 일루바타님의 바람을 저버릴 만큼 깔끔했습니다.

 

제주도 낚시 첫날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서울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늘 피곤합니다. 게다가 술도 좀 들어갔으니 아마 누우면 5분 안에 잠이 들 것입니다. (굳이 술을 먹지 않아도 저는 눕는 순간 5분 안에 잠이 들지만 ㅎㅎ) 

 

 

다음 날 오전, 보목항

 

아무래도 범섬은 물때도 안 맞고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 어제 가지 못한 가파도나 우도로 향하려 했지만, 날씨는 더욱 나빠져 배가 뜨질 않는다고 합니다. 고기 나오는 곳은 뻔한데 들어가지 못하는 이 심정. 결국, 이번에도 겉도는 낚시일 확률이 높아진 가운데 그나마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섶섬입니다. 오전에 느즈막히 일어나 보목항으로 향합니다. 섶섬은 범섬보다 나아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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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 출조 문의

트윈스호(010-3691-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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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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