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어 모둠회, 노량진 수산시장

 

방어회 좋아하시나요? 방어를 여전히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회를 좋아하는 미식가라면 10명 중 절반은 올겨울에 대방어회 먹방 계획을 세우고 계실 겁니다. 사진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대방어 모둠회입니다. 서울 대방어 맛집 TOP 15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을 이용해 봤는데 때마침 10kg짜리 (활)대방어가 들어와 있길래 모둠 형식으로 구입했습니다. 위 사진은 특대로 4~5인분이며, 10만원입니다. 우선 눈으로 감상부터 하고 설명으로 넘어갑니다.

 

 

입에서 녹는 맛이 백미인 대방어 배꼽살

 

지방이 눈처럼 서려 맛이 구수하면서도 꼬득꼬득 씹히는 식감이 좋은 겨울 대방어의 배꼽살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방어가 맛있고 여름에는 부시리가 맛있어서 유래된 말입니다. 매스컴의 잇따른 보도로 최근 몇 년 사이 겨울 방어회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과거에는 잘 먹지 않았던 방어를 이제는 너도나도 찾으니 수요대비 공급량(어획량)이 달리면서 양식산 방어까지 모조리 끌어다 써도 모자를 지경이 된 것이죠. 지금은 겨울철 공급 부족에 시달리니 방어 값이 예전처럼 편히 사 먹을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방어보다 부시리를 한 수 위로 쳤던 제주도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매년 개최하는 모슬포 방어 축제와 매스컴의 대방어 보도에 힘입어 도민들도 방어를 찾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울에는 아예 대방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횟집이 늘었습니다. '대방어 맛집'이라 불리게 된 기준과 공신력에 관해선 한 번쯤 따져봐야겠습니다만, 현재 대방어 맛집이라고 불리는 TOP 10안에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락동 수산시장이 대거 포함돼 있고, 연남동을 비롯한 수도권의 여러 지역의 일식집에서도 겨울이면 물 좋은 대방어를 앞다투어 공수받기 위해 여념이 없습니다.

 

겨울에 방어가 맛있다고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방어의 사촌격인 '부시리(히라스)'를 방어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도에서 이러한 판매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는데요. 지금(12월)부터는 연말 대방어의 수요 급증에 따라 방어 몸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12월 3일 자 노량진 수산시장 경략 시세에서 확인한 바로는 크기 상관없이 전년 대비 30% 정도 오름폭을 보입니다. 수요는 해마다 오르는데 어획량은 일정치 않고 오히려 떨어지기까지 하니 겨울 방어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유사 어종인 부시리를 방어로 둔갑시켜 파는 상술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방어와 부시리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부터 단박에 이 둘을 구별할 방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 1> 이것은 방어일까? 부시리일까? (정답은 본문 하단에 기제)

 

<사진 2> 이것은 방어일까? 부시리일까? (정답은 본문 하단에 기제)

 

#. 고의성이 아닌 경우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는 것은 다른 어류 구분보다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아직도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해 내지 못하는 상인이 허다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수산시장에 나가보면, 방어를 부시리(또는 히라스)라 부르고 부시리(히라스)를 방어라 부르는 상인을 종종 봅니다. 대부분 고의성이 없는 무지에 의한 것이라 상술과 거리가 멀고, 또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는 방어나 부시리나 가격에서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봄, 여름에는 방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부시리가 방어보다 비쌉니다. 실제로 겨울을 제외하면 부시리가 방어보다 맛에서 한 수 위이며, 일본에서도 부시리가 방어보다 한 단계 더 고급어종으로 봅니다. 그러므로 상인이 부시리를 방어로 파는 것은 단순 착오일 뿐이며, 차익을 내지도 못합니다.

 

둘째, 겨울에 방어 몸값이 오르는 것은 대부분 산지 직송인 자연산 방어에 한해서입니다. 양식 방어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해 가격이 상승하지만, 크기가 작아서 대게 소방어, 중방어, 양식방어를 주로 취급하는 횟집 다시 말해, 대방어 취급점이 아니라면, 방어와 부시리 차이를 모를 수 있습니다.


 

 

#.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런데 겨울철 방어 몸값이 대폭 상승할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대방어를 취급하는 상인이라면 적어도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할 줄 알며, 또 그래야 합니다. 겨울철 대방어를 취급한다면서 부시리를 가져와 파는 것이면, 이는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소한 겨울에는 부시리와 방어 몸값의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부시리가 방어보다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지만, 12월부터는 역전됩니다.

 

시세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 년 내내 맛의 변화가 적은 부시리는 가격 또한 일 년 내내 변동이 적은 편입니다. 대부시리를 기준으로 kg당 2만원 선이며, 한창 저렴할 때는 15,000원, 가장 비쌀 때는 28,000원까지도 확인했습니다. (소비자가 기준)

 

반면, 대방어는 계절에 따라 맛의 변화가 큽니다. 겨울에만 제맛을 낼 뿐, 그 외 시즌에는 부시리보다 맛에서 열세입니다. 바로 그 점이 겨울에 대방어 수요를 몰리게 한 요인이자, 가격 상승을 부추긴 이유가 됩니다. 평소에는 kg당 2만원도 안 하던 방어가, 겨울만 되면 3만원으로 오르고, 연말과 연초에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렇듯 겨울에는 방어가 부시리보다 30%가량 몸값이 비싸지는 탓에 그 차익을 내고자 둔갑시키기도 하지만, 어획량에 변동이 많다 보니 물량이 부족할 때면 부시리가 방어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12월 초만 해도 수산시장으로 들어오는 대방어는 대부분 동해산이었고 들어오는 물량도 변동폭이 컸습니다.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앞다투어 사가기 때문에 경매에서 좋은 대방어를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에 들어올 때까지는 대방어 판매를 포기해야 합니다.(방어는 소방어나 중방어를 파는 것보다 대방어를 파는 것이 상인 입장에서는 이득입니다.)

 

 

#. 부시리를 방어로 둔갑하는 실태

지난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친구들과 대방어로 회식하고 나오는데 활어 코너에 두 상인이 대방어로 호객을 합니다. 충분히 먹고 나온 터라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다가 하도 커 보이길래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언뜻 보아 10kg는 훌쩍 넘을 성싶은 대방어는 선어 상태로 비닐 포장되었고, 상인은 이 정도 크기는 돼야 부위별로 맛을 볼 수 있다며, 부위별 설명까지 합니다. 그런데 대방어가 어딘가 모르게 좀 이상합니다. 처음에는 상인의 능변에 제 눈을 의심했으나 자세히 본 결과 부시리임을 확신하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이거 방어 맞습니까?"

"그럼 방어지, 이게 방어가 아니면 뭐예요?"

"이게 방어라고요?"

"(두 상인이 서로 눈치 보며 묵묵부답)"

"제 눈에는 히라스(부시리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상인이 있다.)로 보이는데 히라스를 방어로 팔아요?"

"(침묵)"

 

어쩌다 보니 추궁까지 하게 됐지만, 두 상인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더는 이야기해 봐야 시간만 낭비라 뒤돌아섰지만, 이 문제는 노량진 수산시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칭 대방어를 취급한다면서 대방어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부시리를 가져다 놓고 파는 행위. 더군다나 대방어는 4~5명에서 소비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 예약분에 한하여 미리 작업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관상 구별이 어려운 방어 부시리를 회까지 떠 놓으니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 참고

이 이야기는 극히 일부 상인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대방어를 주로 취급하는 상인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대방어에 자부심이 강하고, 다른 식당과도 은근히 경쟁심리가 있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일부 비양심 상인의 판매 실태임을 인지하시고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아래는 방어와 부시리 구별법입니다.

 

 

#. 단박에 알 수 있는 방어 부시리 구별법

말이 나온 김에 방어와 부시리 구별법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 때도 비슷한 글을 올렸기에 오늘은 일반 소비자들도 눈썰미가 생길 수 있도록 좀 더 간결하고 명료하게 쓰겠습니다.

 

 

<사진 3> 방어는 몸통 중앙에 노란 선이 없거나 희미하다

 

인터넷에 방어, 부시리 구별법을 치면 '주상악골'이라는 어려운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수조에 쉼 없이 돌아다니는 방어를 보고 구분하기에는 더욱 어렵죠. 여기서는 멀찌감치 떨어져도 파악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1) 몸통 중앙의 노란 선 여부

<사진 3>은 방어입니다. 방어는 몸통 중앙에 노란 선이 없거나 있어도 희미합니다. 끝.

 

 

<사진 4> 부시리는 몸통 중앙에 노란 선이 제법 또렷하다(사진의 인물은 필자인데 얼굴이 초췌해서 가렸으니 양해를 ㅎㅎ)

 

반면, 부시리(히라스)는 몸통 중앙에 노란 선이 또렷합니다. 부시리의 노란 선은 크기가 클수록 희미해지므로 개체에 따라서는 대방어와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는 것이 두 번째 방법입니다.

 

 

<사진 5> 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선이 거의 일치한다

 

2) 지느러미의 끝선으로 파악(방어, 부시리 구별법의 핵심)

사진에서 1)은 가슴지느러미, 2)는 배지느러미입니다. 방어는 1)과 2)의 끝선이 거의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사진 6> 부시리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선이 일치하지 않는다

 

부시리는 배지느러미가 약간 뒤쪽으로 치우쳐 있어 가슴지느러미와 끝선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사진 7> 방어는 주상악골 모양이 뾰족하다

 

3) 주상악골 모양으로도 판별 가능

여기서부터는 전문가들이 보는 방법입니다. 눈 아래에 주상악골이라 불리는 턱뼈가 있습니다. 이 모서리 끝이 뾰족하면 방어입니다.

 

 

<사진 8> 부시리는 주상악골 모양이 둥글둥글하다

 

부시리는 주상악골에 라운드져서 둥글둥글합니다. 자세히 보면 바깥쪽 라인과 안쪽 라인으로 나뉘는데 둘 다 둥글둥글한 게 특징입니다. 저의 경우 시장에서 방어나 부시리를 대면하면, 전체적인 형태를 봅니다. 머리 모양과 체고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건 방어, 이건 부시리로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를 구분하는 엄마처럼 자주 접해야만 눈에 익습니다.

 

여기서 그런 방법까지 언급하면,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요컨대 이 둘을 구별하는 데 있어 핵심은 등에 노란 선 유무와 지느러미 끝선이 전부인 만큼,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방어와 부시리 구별에 무리가 없겠습니다.

 

 

<사진 9> 대부시리회

 

#. 회를 떴을 때도 차이가 있을까?

방어와 부시리는 회를 떴을 때 색에서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부위별로 색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하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사진 9>는 부시리회입니다. 크게 세 가지 부위로 나누면

 

a : 등살

b : 중뱃살

: 뱃살

 

이라고 보았을 때 뱃살을 제외한 a와 b 위주로만 봅니다. 눈으로 확인하셨다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사진 10> 대방어

 

방어회 역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a : 등살

b : 중뱃살

: 뱃살

 

사진 각도상 b인 중뱃살은 잘 안 보이는데 a만 봐도 부시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낄 것입니다. 결론은 부시리보다 방어 살이 더 붉습니다. 붉은살은 혈합육으로 이것이 겨울 방어에서 맛이 고소한 근간이 됩니다. 방어 등살의 경우는 껍질을 벗길 때 우럭처럼 검은 표피가 묻어나온다는 점에서 부시리와 구별되기도 합니다.

 

사실 방어와 부시리의 구별은 어류 구분에 있어서 고난도 중에 고난도입니다. 그것을 일반 소비자들도 충분히 알 수 있게끔 풀어썼는데 실제로 가서 보면 헷갈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방어 구입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니 아무쪼록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퀴즈에 대한 정답은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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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은 부시리

<사진 2>는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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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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