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전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낚시천국 대마도 미지의 생자리 탐사

 

 

오후 4시를 넘기면서 포인트 내 입질이 활발해집니다. 제법 깊이 들어간 채비에서 입질이 들어와서 기대되는 가운데

 

 

여기까지 와서도 독가시치를 올립니다. 독가시치는 얼마 전 제주도에서 신물이 날 정도로 잡았었죠. 겨울이라 대마도에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허 참.

 

 

이어서 성준씨가 대를 세우지 못할 만큼의 강력한 입질을 받아내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 안에 괴수들이 있는 건 분명한데 얼굴 보기가 까다롭네요. 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녀석은 도무지 올라올 생각을 안 하고, 마치 지 갈 길 가려는 듯 굳건히 들어가 버립니다.  

 

 

결국은 녀석을 올리는 데 실패. 이런 식으로 벗겨지고 터트린 대물이 벌써 몇 마리짼 지. 아무래도 목줄 호수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 철수 시각이 다가옴에 따라 초조함도 더해갑니다. 입질은 대부분 전방 10m 안쪽에서 집중되는데 이곳은 수심이 엄청나게 깊고 조류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꾸준히 밑밥띠를 만들고자 심심하면 습관처럼 한두 주걱씩 뿌리는 상황입니다.

 

 

해가 지면서 씨알이 굵어지는가 싶었는데 이런 벵에돔이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해넘이가 다가오면서 오히려 활성도는 죽어가니 기대했던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져갑니다. 좀 전까지는 g2찌에 g2봉돌 하나만으로 채비를 내렸는데 이번에는 g2봉돌을 하나 더 분납해 좀 더 깊은 곳을 노리기로 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10m가 넘어가는 수심층에서 아주 깔짝거리는 반응이 전해집니다. 물었다 뱉었다 해서 올려보면 크릴이 씹혀 있고. 입질이 약은 이 녀석의 얼굴을 어떻게든 보기 위해 재차 꾀어보는데 찌는 들어가다 말고 구부러진 원줄만 살짝 펴지는 정도의 미약한 어신이 닿습니다.

 

"뭘 그리 쟤냐. 얼굴 좀 보자 이눔아!"

 

챔질했는데 탈탈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독가시치가 잡힐 각인가 봅니다.

 

 

예상과 달리 깊은 수심층에서는 참돔이 물고 올라옵니다. 씨알은 구이나 해 먹을 수준.

 

 

성준씨도 잔씨알급 벵에돔과 실랑이 중입니다. 어째 시간이 갈수록 씨알이 더 작아지고 활성이 저조해지는지. 이럴 때 과감하게 3B 봉돌 하나 물려서 쭉쭉 내려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철수 시각이 다가옵니다. 그 생각은 다음에 다시 이곳에 내리게 되면 실행해 봐야겠네요.

 

 

표준명 줄갈돔

 

채비를 회수하자 미동도 없는 찌에 이런 녀석이 물고 있습니다. 올여름, 아소만의 벵에돔 낚시에서 줄갈돔이 자꾸 물고 늘어졌는데 겨울에도 낚이는 것으로 보아 영등철을 제하면 딱히 계절을 가리지 않는가 봅니다. 이날 줄갈돔만 세 마리째. 어신도 없이 가만히 물고만 있어 시간 잡아먹는 잡어로 낙인 찍혔습니다. 맛은 안 먹어봐서 어떤지 전혀 모릅니다.

 

일본 내에서의 평가로는 잡어 중의 잡어. 갈돔과 어류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소형 어류로 관서지방 시장에는 종종 입고되지만, 가격이 저렴한 천한 생선으로 인식됩니다.  

 

 

오후 5시 40분. 철수 10분 전, 마지막으로 캐스팅하고 혹시나 들어올지 모를 대물의 입질을 기다립니다. 이제는 제법 한기가 느껴지는군요. 이날 바람은 시종일관 약했지만, 북풍이라 살을 에는 듯 차갑습니다. 그 찬 바람에 지속해서 살갗을 대이니 따뜻한 온돌방에 몸을 지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마지막 캐스팅에서 뭔가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항상 대마도에 오면 철수 직전 마지막 캐스팅에서 꼭 뭔가가 물고 늘어졌는데. 지난 2월 출조에서는 8kg짜리 대광어가 올라왔던 적이 있었죠. 이곳은 포인트 여건상 대광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대물 참돔이나 벵에돔 정도는 기대가 되었는데

 

 

그러한 대박은 이날 없었습니다.

 

 

날이 저물었네요. 간간이 이어지던 잡어 입질도 뚝 끊겼습니다. 접어야죠.

 

 

식당에 들어서자 식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최근 기상이 좋지 못해 횟거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몇 접시 뜬 것으로 보아 오늘은 선상에서 몇 마리 나왔나 봅니다. 저 빨간 혈합육에 널찍한 건 부시린가? 하긴 손님상에 푸짐히 올리기에는 부시리나 방어만 한 것도 없겠죠.

 

 

벵에돔과 돌돔 머리가 들어간 맑은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찬 바람에 시달린 몸이라 이런 뜨끈한 국물이 간절하지요.

 

 

우리가 겨울 방어회는 알아도 겨울 부시리(히라스)회는 생소할 겁니다. 방어만큼은 아니지만, 부시리도 꽤 잡히는 겨울이라 지금 철 제주도 재래시장에는 방어와 부시리가 많이 팔리고 있을 겁니다. 같은 크기로 한정했을 때 적어도 겨울만큼은 방어에 손을 들어주지만, 부시리 맛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지요. 다만, 이날 맛 본 부시리는 맹탕입니다. 갓 썰어낸 활어회이고 크기고 크지 않아서인 것도 있지만, 뱃살 맛을 보더라도 지방이 다소 빠진 느낌입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평소였으면 곧장 샤워실로 향했겠지만,

 

 

저는 민숙집 스텝분들과 함께 다금바리를 낚시하러 인근 방파제를 찾았습니다. 최근 이 자리에서 다금바리 낚시가 현지 마을꾼들로부터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크지는 않아도 1~3kg급 다금바리를 마릿수로 올린 것을 목격했다는데요. (마릿수라 봐야 4~5마리) 최근 제주도에도 다금바리 자원이 늘었는지 서너 마리씩 잡아갔다는 목격담이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곤 합니다.

 

시멘트 바닥을 보니 최근 누군가가 무늬오징어를 잡았나 봅니다. 12월이지만, 가끔 에깅하러 오는 꾼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무늬오징어를 미끼로 꿰어 던질낚시를 하면, 다금바리가 잘 문다고 하네요.

 

※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다금바리는 '표준명 자바리(제주방언 다금바리)'를 뜻하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달밤 아래 체조가 아니고 무려 다금바리 낚시를 시도하기로 하는데 스텝분들도 옆에서 보기만 했지 시도는 처음이라 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다금바리가 잡힐 만한 상황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보통 달이 뜨지 않는 밤이 가장 좋다는데 이날은 달이 떴고요. 얼마나 던져야 하는지도 감이 서질 않아 그냥 원투낚시 하듯 시도한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합니다. 

 

 

미끼는 고등어, 전갱이, 오징어. 특히, 고등어 잘라 논 것을 꿰어 던지면 그 냄새에 사냥하러 나온 다금바리가 걸려들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

 

 

그 기대를 갖고 시도합니다. 장비는 돌돔 장비입니다. 이곳에서 잡히는 다금바리가 1m씩 하는 그런 육중한 괴수가 아니고, 따로 다금바리 전용 장비를 갖추지도 않아서 되는대로 해봅니다. 잡히면 대박이고 아니면 말고.

 

 

달밤 아래 힘찬 캐스팅이 이어지지만, 고작 30m 날아가네요. 이것도 안 해본 지 오래됐고, 제 장비도 아니어서 캐스팅이 어색합니다.

 

 

다금바리 낚시는 자정까지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초릿대로부터 어신이 몇 차례 들어와 긴장하고 침을 꿀꺽 삼킨 일이 몇 번 있었지만, 제대로 본신으로 연결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미끼를 물었다 흔들고 만 것이 붕장어의 소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금바리였다면, 초릿대가 박힐 만큼 강력한 어신이 들어왔겠죠. 저는 온종일 찬바람을 맞아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몸에 오한도 오네요. 저는 먼저 들어가 쉬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 새벽. 이날은 일요일입니다. 선상낚시를 해보자는 성준씨의 제안에 일단 나가보기로 하는데요. 아무래도 피로가 덜 풀렸는지 머리는 띵하고 몸은 뻐근합니다. 전날 다금바리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차라리 오전은 쉬고 오후 낚시에 매진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지금은 선상낚시를 하러 나온 만큼, 어느 정도는 가져갈 횟감을 확보해 둘 생각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갯바위 낚시를 하든 다른 어떤 낚시를 해도 마음이 든든할 테니까요.

 

 

여명이 밝아오고

 

 

뱃머리는 북쪽으로 올라가 이나사키라는 선상낚시 포인트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하죠. 입질도 시원시원하게 들어오고요. 예전에 여기서 벵에돔과 벤자리를 꽤 잡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날은 어찌 될 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물때. 이나사키는 전형적인 썰물 포인트인데 오전에는 들물이라 이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입질 하나 없습니다. 이쪽 미네만 일대의 바다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는 소다상도 입질을 받지 못한다면, 말 다했죠. 무엇보다도 조류가 가질 않고 청물끼가 보이는 것이 예감이 좋지 못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선상낚시는 매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해가 산 위로 뜨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듯하지만

 

 

바다는 정체된 채로 침묵합니다. 저는 어제보다 더욱 심한 두통과 오한에 좀처럼 낚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이 몸은 몸살감기에 걸릴 게 뻔하겠죠. 그렇게 된다면 최소 3일을 앓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트릴 것입니다.  

 

 

빅마마에서 온 또 다른 선상 낚싯배도 잠잠합니다. 조류가 가질 않아 포인트를 옮겼고

 

 

표준명 살살치(제주방언 솔치 우럭)

 

거기서 손바닥만 한 벵에돔과 솔치우럭 한 마리가 나왔고 일찌감치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선상낚시에서 바닥층 고기가 잡혔다는 것. 오죽 답답했으면, 없는 입질 받아내려고 봉돌을 추가하고 추가하다가 이게 다 잡혔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단 가장 무거운 봉돌은 B봉돌 하나입니다. 

 

B봉돌 하나로 수심 15m 바닥층의 고기를 걸었다는 것. 조류가 어지간히 안 갔음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이날 선상에서는 총 4~5마리의 벵에돔이 나온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철수 후 방에 눕는데 두통과 오한이 극에 달합니다. 이대로라면 낚시고 뭐고 일정이 통째로 꼬일 위기입니다. 민숙집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일본 감기약을 줬는데 그걸 먹고 일단은 잠이 들었습니다. 오후 출조는 당연히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났는데 그 감기약이 뭔지 몰라도 상당한 효능이 있더군요. 두통과 오한이 말끔히 사라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날 오후 썰물에 이나사키로 들어간 선상낚시는 1인 30마리씩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갯바위에서는 70cm급 참돔을 비롯해 4짜 이상 긴꼬리벵에돔이 무더기로 잡혔다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약간의 혈압이... 왜 제가 쉴 땐 대박이 나는 걸까요? ^^;

 

하여간 그렇다고 해서 오후 출조를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덕분에 지금 몸은 말끔히 나았으니까요. 만약, 오후 출조를 강행했다면, 남은 일정이 통째로 꼬였을지도 모르죠. 꼬인 스텝 내일부터 잘 풀어봐야 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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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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