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어에 관한 엉킨 실타래를 조금씩 풀고 있습니다. 좋은 연어는 주로 북미와 유럽, 일본으로 수출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연어가 생각보다 다양하며, 용도 또한 다르다고 시사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글 : 연어 열풍 시대, 알고 먹어야 할 연어 상식)

 

또한,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고 있는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가 과연 슈퍼 푸드에 부합할 만큼 오메가-3 지방산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관련 글 : '슈퍼 푸드' 연어의 수상한 진실, 이젠 알고 먹어야 할 때)

 

지난 10여 년 동안 의혹이 불거졌던 양식산 연어의 농약 사용 실태도 짚고 넘어갔습니다. (관련 글 : 연어의 농약 사용, 오해일까? 사실일까?)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

 

그리고 오늘, 연어의 착색제 이야기를 끝으로 연어와 관련된 내용은 당분간 일단락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생연어로 원산지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입니다. 연어는 그간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생선이 아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의 소비량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치솟았습니다. 서구화된 입맛과 외식 산업의 성장, 여기에 연어가 오메가-3 지방산을 포함해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많다고 알려지면서 각종 뷔페와 연어 무한리필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식재료의 인기가 높아지면 해당 식재료에 대한 심도 높은 고찰과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하는데 연어의 경우는 부쩍 높아진 소비량에 비해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매우 열악합니다. 지금도 마트에 진열된 생연어와 훈제연어에는 '어떤 연어를 사용했는지(어종)'와 '착색제' 사용 여부가 생략되어 있죠. 이미 연어 소비량이 많은 북미와 유럽, 일본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표기법과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연어의 새빨간 착색제 이야기, 아마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한두 개 정도는 나올 것입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도 그런 기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생연어의 99.2%를 오로지 노르웨이산에만 의존해 소비자의 고를 권리가 박탈된 국내 연어 시장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정보가 연어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인식으로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양식)생연어의 뱃살, 선홍색 살코기가 먹음직스럽다

 

#. 연어 살코기 색의 형성 과정

흔히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햄과 소시지의 색깔을 좋게 하려고 발색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에게 환기를 시켰던 내용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식 연어도 살코기 색을 돋보이기 위해 합성염료를 사용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흥미로운 상식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생선은 저마다 껍질과 살코기에 색을 가집니다. 참치는 붉은 살을 가졌고, 참돔은 흰 살을 가졌죠. 그런데 연어와 송어만큼은 붉은 살도 흰 살도 아닌 선홍색(혹은 주황색) 살코기를 가졌습니다. 이 선홍색 살코기는 연어의 먹잇감 중 하나인 갑각류(새우, 크릴 등)로부터 기인합니다. 갑각류가 해조류를 뜯어 먹음으로써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에 많이 함유된 '베타카로틴(β-carotene)'을 흡수하고, 그것이 체내에서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 됩니다. 그것을 연어가 잡아먹으면 주로 갑각류의 껍질에 들어있는 아스타잔틴이 살에 축적돼 우리가 알고 있는 연어의 살코기 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아스타잔틴은 새우나 게 등의 갑각류를 비롯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생동물이라면 대부분 들어 있습니다. 지용성이라 물보다 기름에 잘 섞이는 붉은 색소로 이것이 익으면 본격적으로 붉게 나타납니다. 새우와 게를 끓는 물에 데치면 급격히 붉게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스타잔틴의 실체입니다.

 

다른 생선도 대부분 갑각류를 먹고 살지만, 유독 연어만이 주황색 살코기인 이유는 송어를 비롯한 연어과 어류만이 아스타잔틴을 살에 축적해두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참돔은 아스타잔틴을 주로 껍질에 축적해주기 때문에 자연산 참돔이 양식산 참돔보다 더욱 선홍색을 띠는 이유입니다.)

 

 

 

<사진 1> 양식산 훈제연어의 살코기 색

 

 

<사진 2> 자연훈제연어의 살코기 색

 

#. 양식 연어의 살코기 색은 합성으로 만들어져

아스타잔틴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을 갖고 있어 영양제에도 사용되고 있는 물질입니다. 자연산 연어의 경우 평생 갑각류를 먹으면서 섭취하는 아스타잔틴이 오롯이 살코기로 축적되면서 <사진 2>와 같은 빛깔을 내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하면서 밝은 주황색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양식산 연어는 이러한 아스타잔틴을 천연 먹잇감으로부터 일일이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합성한 아스타잔틴을 사료에 투입합니다. 그 결과 <사진 1>과 같은 빛깔의 살코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은 당연히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문제는 좋은 색을 내기 위한 합성 아스타잔틴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 합성 아스타잔틴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

헤럴드 경제의 '사과와 연어의 배신'이란 기사에는 이러한 합성 아스타잔틴이 석유화학제품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성 아스타잔틴과 천연 아스타잔틴의 화학성분, 분자 모양, 잔여 반응과 용제의 여부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한, 저명한 식품영양 학술지인 '뉴트라 푸드(Nutrafood)'를 근거로 이러한 합성 아스타잔틴이 "사람에게 직접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천연 아스타잔틴보다 항산화능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도 있습니다.

 

- 합성이나 천연이나 아스타잔틴은 다 똑같다.

신라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공학전공의 이한승 교수의 글에 의하면, 천연이든 합성이든 결국에는 같은 물질이라면서, 합성 아스타잔틴을 이용해 연어의 살코기 색을 좋게 하는 것이 정말 부도덕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의 이치를 인간이 잘 활용한 것인지 각자 신념에 맡긴다는 취지의 글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성 아스타잔틴이 우리 인체에 얼마나 해를 주느냐입니다. 이 문제는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GMO(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 논란과도 비슷한 맥락인데 최근 미국과 캐나다 합작으로 일반 연어보다 덩치는 두 배 이상 크면서 사육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GM(유전자재조합) 연어가 출시되었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판매 정지 처분이 내려졌는데 과연 이것이 가져올 결과가 인류에게 축복일지 재앙일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적어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에는 100% 합성 아스타잔틴이 사용됩니다. 칠레 양식 연어에 사용한다는 '칸타크산틴(Canthaxantin)'란 발색제도 아스타잔틴과 마찬가지로 자연계에서 얻거나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색소입니다. 따라서 연어 어종 표기는 물론, 훈제에 사용된 각종 첨가물이나 착색제 성분 표기를 의무화해 소비자로 하여금 양식 연어의 살코기에 합성 착색제가 들어갈 수 있음을 환기시키고, 제품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표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 중요한 건 착색제가 아니다

합성 착색제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장기적이고도 치밀한 임상 시험이 전제돼야만 괄목할 만한 결론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소모적인 논쟁만 있을 뿐이죠. 그나마 위안인 것은 우리는 연어를 주식처럼 먹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양식 연어가 우리 식탁과 외식 산업을 점령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0년 정도 지났습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양식 연어로 인해 우리 국민의 체질과 건강이 악화했다는 어떠한 증거나 조짐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특정 국가와 특정 업체 예를 들면, 노르웨이 최대 수산업체인 마린 하베스트 같은 곳에서 독점적으로 생연어를 수입해 국내 연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연어를 고를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다양한 생산지, 다양한 품질의 연어를 원합니다. 어떻게 길러지는지, 또 어떤 항생제와 약품, 착색제 등을 써서 길러지는지에 대해서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알 권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가 있고 관련 부처가 있으며, 식품 표기법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표기가 충실히 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 또 그런 제품들끼리 자유 경쟁하며 가격을 형성해 나가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연어 시장에 필요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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