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남도식 음식점에서나 접할 만한 우럭찜은 식감이 꾸득하고, 속까지 간이 배서 밥과 함께 술술 넘어가는 밥도둑입니다.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 요즘처럼 혼자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꿈의 반찬일 뿐이죠. 사실 말린 우럭 하나만 있으면, 우럭찜은 뚝딱 만들고도 남을 만큼, 조리법이 간단한데도 말입니다. 그놈의 말린 우럭, 그것이 도시인들에겐 언감생심이죠. 하지만 지금은 '말린 우럭'이라 치면 관련 쇼핑몰이 주르르 나오는 시대입니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면 흠.

 

 

생물 우럭을 집에서 말릴 생각이 있으시다면, 관련 링크를 참고하시고 (관련 글 : 집에서 생선 말리는 방법)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겁니다. 사진의 우럭은 제가 낚시로 잡아다 집(아파트)에서 반건조했습니다. 반건조만 해도 잘 부서지던 생우럭이 꾸덕꾸덕해집니다.

 

 

이 우럭은 40cm가 넘는 자연산으로 실은 횟감으로 쓰기 위해 피를 빼놓은 겁니다. 꼬리 쪽 칼침 자국이 보이죠? 씨알이 커서 꼬리 쪽에도 칼침을 찍어놔야 아가미까지 해서 앞뒤로 피가 잘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집으로 가져왔을 땐 변심해서 이걸 말려다 찜을 해 먹기로 했습니다. 아래 재료 소개 나갑니다.

 

 

#. 말린 우럭찜 재료

반건조 혹은 말린 우럭 (大) 1마리 기준(작은 건 2마리), 청주 약간, 대파 파란 부분만 2뿌리

 

#. 우럭찜 양념장

진간장 10스푼, 맛술(또는 청주) 2스푼, 간마늘 1스푼, 다진 파 1큰술, 매실청 1스푼, 설탕 1스푼(매실청 없으면 설탕만 2스푼), 참기름 1스푼,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깨소금 1큰술, 후추 약간

 

※ 제 레시피는 밥숟가락으로 계량합니다. 1스푼은 깎거나 적당히, 1큰술은 수북이.

 

 

그릇에 분량의 양념장을 모두 넣고 잘 섞어 줍니다. 홍고추와 청고추는 위 사진처럼 잘게 썰어 넣습니다.

 

 

찜통에 물을 조금만 담고 청주를 1~2스푼 정도 넣습니다. 끓는 물이 찜기 위로 범람해 주재료를 적시면 찜 요리는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찜 요리를 할 때는 오로지 증기로만 쪄내야 하니, 물양은 20분간 증기만 낼 정도로 최소화합니다. 찜기에는 대파를 올립니다. 대파 흰 부분은 음식 활용도가 높아서 이런 데 쓰기는 아깝죠. 그래서 대파는 파란 부분만 대충 썰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대파를 깔면 나중에 우럭을 건질 때 눌어붙거나 찢길 염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파 향이 스며들게 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파란색 부분이라서 그런지 파 향 같은 건 그리 느껴지지 않습니다. ^^;

 

 

자~ 이제 우럭을 찜기에 넣으려고 하는데.. 음 턱도 없네요. ^^;

 

 

가위로 잘라서 넣습니다. 넣을 때 방향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저는 껍질을 아래로 향하게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살보다는 껍질이 찜기에 덜 눌어붙기 때문이겠지요. 이 상태로 뚜껑을 덮고 20분간 찝니다. 우럭이 커서 20분을 쪘는데 작은 우럭은 15분만 쪄도 됩니다. 찌는 동안에는 뚜껑을 열지 않습니다.

 

 

다 찌면 접시에 올리고 준비한 양념장을 끼얹으면 끝납니다. 너무 간단하죠? 그런데 잘 보면 우럭이 바뀌어 있습니다. 큰 우럭 대신 작은 우럭이 두 마리입니다.

 

지금부터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첫 번째 우럭찜은 실패했습니다. 실패라기보다는 찔 때부터 양념장을 끼얹고 쪄봤는데 제 입에는 별로였습니다. 양념장에는 간마늘이 들어가는데 마늘 특유의 생 맛이 염려돼 처음부터 붓고 찐 건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 찌고 나서 양념장을 부었는데 이쪽이 훨씬 낫더군요. 예전에 간재미 취재를 갔을 때 간재미 찜을 만드는 조리법과 똑같습니다. 백령도에서 맛본 쥐노래미(놀래미) 찜은 찔 때부터 양념장을 붓고 쪄서 간이 속속 뱄는데 그건 생물일 때 이야기고, 이 우럭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말릴 때부터 이미 물간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간간합니다. 그러니 양념장 맛은 가볍고 짜지 않게 해서 마지막에 붓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밥도둑, 우럭찜

 

생선찜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이 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럭은 찌고 나서 양념장만 끼얹으면 끝나는 음식이니까요. 이걸로 식사하면 밥 한 공기쯤은 금방 비울 겁니다. 그리고 물간해서 말린 우럭찜은 양념장을 끼얹지 않아도 맛이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양념장을 끼얹지 말고 살만 발라주세요. 잔가시도 없어 발라먹기가 편하고, 간도 이미 되어 있으니 밥이랑 함께 잘 넘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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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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