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남량특집도 울고갈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날, 습도는 70%를 웃도는 가운데 땀에 젖은 티셔츠가 온 몸을 끈적하게 달라붙어
    온다. 아직 대낮인데도 실외 전철역의 실내등이 하나 둘씩 켜졌다.
    밖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을씨년스러운 날에다 대낮인데도 도시가 어두컴컴해서 여기저기 가로등이 켜지고
    있었다. 비는 점점 더 강하게 내리고 전철은 땀 냄새 풀풀 나는 사람들을 가득 싣고 온다.
    문이 열리자 마치 화생방 실습실에서 뛰쳐나오듯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환승역이라 이내
    한산해진 전철에 짐과 함께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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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짐칸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의 정체



    내 옆엔 시골에서 바리바리 싸든 짐 꾸러미가 있었다. 농장을 하시는 고모님께서 라면박스로 포장해 주신건데 짐칸에다 올려놓고 자리가
    날때까지 서서갔다. 지하철이 꽤나 한산해 졌는데도 자리가 없다. 서 있는 사람도 나를 포함에 서너명 정도? 거의 사람 명수데로 앉아있군
    내 바로 앞엔 어느 여대생이 앉아 있다. 그러니깐 내가 짐칸에 올린 바로 그 자리다.
    긴 생머리에 단정한 옷차림, 겉보기에도 청순해보이는 그 여대생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뭘 그리 킥킥 거리면서 재밌게 보는지 나도 모르게
    책 내용이 궁금해서 빼꼼히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
    .
    .
    뚝... 뚝... 뚝...






    본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 없슴


    그 여대생이 보고 있던 책 위로 핏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졌다. 
    한참을 집중해서 읽고있던 책이 알 수 없는 핏방울에 젖자 여대생은 순간적으로 짧은 비명이 나왔다.


    아악~!!!


    새파랗게 질린 여대생은 반사적으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위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 광경을 본 주변 사람들도 
    짐칸에 실려있는 
    내 짐을 주시했다. 여대생은 퉁겨나오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선 나와 짐칸에 있는 박스를 번갈아 쳐다봤다.


    "저 상자 안에 뭐가 들었어요?"


    맞은편에 앉아계신 아저씨가 물어왔다.
    아~..;;; 이거 대답하기가 좀 난감하다. 주변에선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보다못한 승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박스의 한쪽 귀퉁이는 이미 피에 젖어 있었다.


    청년.. 박스안에 뭐가 들었는데 피가 나와요?


    "저기.. 그냥 별거 아녀요.. 친척분께서 먹으라고 싸준거예요"
    그냥 대답하면 될것을 약간 주저하는 바람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뭐가 들었길래 피가 이렇게 나와~ 죄송하지만 좀 열어봐도 될까요?"






    본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 없슴


    순간 나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닐꺼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이 사람들이 나를 파렴치한 살인마나 흉악범으로 보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들이 의심하는게 뭘까하고 생각해보니 나도 순간 당황스럽고 오금이 저려왔다.
    박스를 열어젖히자 무엇가를 감싼 비닐이 나온다. 
    사실 나도 박스 포장이 어떤식으로 되어 있는지 지금에서야 확인하는 중이다. 고모님께서 맛있게 먹으라고 준 건데 '이것'을 말로 하자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여대생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 장면을 주시중이다.
    박스를 열고 둘둘 말린 비닐을 젖히자 내가 좋아하는 '이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걸 확인한 승객은 어안이 벙벙한지 혀를 끌끌 차고선
    이내 실소를 터트린다. 


    "허허허~ 이거였소? "


    "아.. 넵"


    "나도 좋아하는 거지만 댁도 개고기를 어지간히 좋아하시나 봅니다."


    "고모님이 개농장을 하시는데 마침 개 잡는 날이라서요..;"





    이 얘기는 개고기를 좋아하는 제 친구놈의 실제 있었던 얘기였습니다. ㅋㅋ
    이 친구 집 냉동실을 열면 개고기가 한가득 쌓여 있어서 일년 열 두달 내내 끊이질 안아요. 산초가루향이 가득한 보신탕에 수육까지..
    친척분이 직접 개 농장을 하다보니 여름만 되면 한가득 싸가지고 옵니다. 그런데 이 날은 비닐 포장이 삑사리 났는지 핏물이 덜 빠진건지
    박스의 한켠을 적시고 떨어진 핏방울에 여럿 사람들이 기겁을 했다지요.


    친구야 개고기 매니아지만 저는 개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아니 싫어합니다. 오로지 갠적인 취향이니 뭐라 마시길 ^^
    그런데 이 친구네 집에 가면 항상 개고기의 압박을 받습니다. 한번은 육개장이라며 끓여 주신 친구 어머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먹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니 그 고기는 쇠고기가 아닌 개고기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속고 먹었던 개고기 에피소드의 시초일 뿐...






    본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 없슴


    "떡국이 아주 진국이네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 개뼈로 고았는데 국물이 잘 우러났나보네..


    네? 그럼 고기도 설마...;;


    저는 정말 모르고 먹었습니다. (....)
    그렇게 이 친구네 식구들은 '개고기 매니아'라 할 정도로 평소에도 즐겨먹는 단골 식단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누구냐구요?
    바로바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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