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바다낚시가 가장 까다로운 달을 꼽으라면, 저는 3~4월이라고 생각합니다. 3월은 년 중 수온이 가장 낮고, 4월은 바닷속 환경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여서 노릴 만한 대상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제주도와 서해도 비시즌이라 저 같은 서울 꾼들은 천상 자가운전으로 남해나 동해로 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은 바쁜 시간을 쪼개 짧고 굵은 출조를 감행하거나, 혹은 가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여서 하루빨리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낚시를 가지 못한 꾼의 손가락에는 이미 가시가 걷잡을 수 없이 돋쳐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방송 스케줄도 펑크 나서 갑자기 시간이 붕 떠버렸습니다.

 

요 때가 기회다 싶어 낚시 장비를 꺼내 들긴 했는데 어부가 그물 손질이나 하는 시기에 과연 어디서 어떤 낚시를 해야 고기 다운 고기를 걸어낼 수 있을지 고민됩니다. 3월이면 대마도도 시즌이 끝나갈 무렵입니다. 저는 진퇴양난에 놓였습니다. 진해만의 '봄 도다리 선상낚시'라도 해볼까 싶어 서둘러 조황을 살피는데 아직은 시기가 이른지 몇 마리 올라오지도 않더군요. 그러다가 대마도 현지 민숙집으로부터 고기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일정을 잡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영등철에는 기승전 대마도가 돼버리긴 했지만, 사실 엄한데 가서 꽝치고 오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 말입니다.

 

 

대마도 낚시 첫날 오후, 철수 직전 받은 대물 입질

 

대마도 낚시 2일 차에는 51cm급 대물 벵에돔이 품에 안겼다


 

 

지금은 겨울 벵에돔 시즌이 끝나갈 무렵입니다. 끝나기 전, 마지막 불꽃을 일으키며 호조황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간 거였죠. 그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마도는 간간이 대물이 물고 늘어지면서 대물 낚시 천국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죠.

 

"이 글(프롤로그)에서 보이는 사진은 상당 부분 절제된 것임을"

 

그리고 대마도에는 대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고기를 낚아채는 수리

 

민숙집 선착장 앞에는 이런 홍해삼이 뒹굴고 있고

 

포장마차 인기 메뉴인 꼼장어를 통발로 잡아 보는 독특한 경험

 

잠깐의 해루질에는 돌낙지가 꽤 많이 잡혔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성질 포악한 매퉁이는 뜰채로 퍼 올렸다

 

호수처럼 잔잔한 미네만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기분이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원할 만큼 낚시하는 것은 대마도에서 평범한 일상이다

 

오전 6시에 기상해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출조합니다. 배를 타고 10분이면 특급 포인트가 지천인 이곳에서 낚시하다가 오전 11시면 철수합니다. 중간에 철수 없이 온종일 낚시만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전 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점심밥이 기다립니다.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1~2시에 다시 출조를 나갑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까지 낚시하다가 철수하면, 저녁밥이 기다립니다.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그날 있었던 낚시 영웅담을 펼치기도 하고, 놓친 고기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밤에는 짬 내어 낙지를 잡기도 하고, 통발에 장어가 몇 마리 들었는지도 확인합니다.

 

대마도에서의 일상은 그렇게 반복됩니다. 세속의 일과 시름을 잠시나마 덜어주는 낚시 여행. 누군가에겐 힐링이 되고, 제게는 낚시가 어려운 영등철에 취재 거리를 안겨주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니 3월에 대마도 낚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이자 벵에돔 시즌 막바지에는 어떤 에피소드가 절 기다리고 있을까요? 대물 낚시 천국에서의 3박 4일 이야기,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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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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