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먼저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 3월의 대마도 낚시

대마도 낚시(1), 대물 낚시 천국에서의 3박 4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뜻밖의 사고로 낚은 대물 벵에돔

 

 

선착장에서 뭔가를 발견한 민숙집 스텝이 뜰채로 퍼 올리고 있다

 

대마도 첫날 오후 낚시는 뜻밖의 사고로 대물 벵에돔을 낚으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민숙집 스텝들이 뭔가를 발견하고 뜰채로 퍼 올리는데요. 처음엔 낙지인가 싶었는데 아니군요.

 

"아니 선착장에 이런 것도 살아요?"

"네 요즘 많이 들어옵니다."

"헐~"

 

 

 

"해삼!?"

 

 

아니 너는 수산시장에 있어야지, 왜 이런 누추한 곳(?)으로 들어와 잡히니. 그러자 실장님이 또 다른 해삼이 있다며 보여주는데

 

 

홍해삼

 

이건 무려 홍해삼. 원래 지금 시즌에만 들어오는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난번에는 선착장에서 7~8kg 정도 나가는 다금바리(표준명 자바리)가 잡혔고, 또 작년 이맘때 내린 통발에는 어른 팔뚝만 한 붕장어가 스무 마리가량 잡힌 적도 있었기에 선착장 아래는 무슨 보물 창고라도 되는가 싶습니다.

 

선착장 아래는 8~10m 수심에 온통 진흙과 모랫바닥이지만, 근방에는 석축이 쌓여 있어 감성돔을 비롯해 벵에돔, 다금바리 치어, 능성어, 전갱이, 고등어, 소라, 해삼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듯합니다.  

 

 

홍해삼과 일반 해삼을 도마에 올렸습니다.

 

 

실장님이 곧바로 손질에 들어가니

 

 

싱싱한 해삼 창자(고노와다)가 이만큼 나옵니다. 고노와다는 일본의 3대 진미로 꼽힐 만큼 미식가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죠. 이 상태에서 소금을 적당히 뿌려 숙성해 두면 고노와다 젓갈이 되면서 밥에 올려 먹기도 하고, 참기름과 김 가루, 참깨를 솔솔 뿌리면 생선회를 찍어 먹는 소스가 되지만, 여기선 먹는 사람이 없어서 다 버립니다. 버리면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던 고기들이 몰려와 뜯어먹겠지요.

 

 

해삼 손질을 봤으니 낚시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들어갑니다. 대마도 낚시 첫날 오후 조과는 보시다시피 소박합니다. 잔씨알만 나오다가 막판 철수 직전에 굵직한 손맛을 본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왼쪽 한 마리는 5짜에서 2~3cm 모자랍니다. 아쉽네요. 첫날부터 오짜 구경을 하는가 싶었는데. 어쨌든 사진 오른쪽에는 개인 물칸이 있으니 서둘러 물칸에 넣어 살려둡니다. 이렇게 잡은 고기는 일정 내내 살려두었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날 한꺼번에 잡아다 피를 빼고 얼음 포장으로 가져옵니다.

 

 

정리하고 식당에 가니 저녁밥이 차려져 있습니다. 민숙집에는 자판기 맥주 외에는 주류 판매를 따로 하지 않아서 개인이 챙겨와야 합니다. 항에서 민숙집으로 오는 중간에 대형 마트가 하나 있으니 거기서 필요한 간식과 술을 사 오면, 민숙집 공용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는 방식이죠.

 

 

좀 전에 손질한 해삼도 몇 접시 나왔습니다. 이날은 이례적으로 회가 나오지 않았네요. 회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지난 며칠 동안 기상이 좋지 못해 횟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해삼은 정말 꼬득했고 홍해삼은 꼬득함을 넘어 다소 딱딱합니다. 몇 조각 씹고 있자니 아래턱이 아플 정도였지요. 식감은 좀 질겼지만, 갓 잡은 거라 향이 살아있습니다.

 

 

튀김류인데 저 어묵바처럼 생긴 튀김은 고기와 스지로 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스지를 전골과 튀김에 곧잘 활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료가 아니어서 패스합니다.

 

 

다시마, 스지와 함께 졸인 육수에 어묵, 달걀, 곤약이 담겨 나옵니다. 

 

 

버섯을 구웠는데 위에 덮은 건 치즈가 아니라 마요네즈군요. 일본의 마요네즈 사랑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먹으니 색다르긴 합니다. 대마도의 낚시 민숙은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지만, 요리사는 일본인을 많이 씁니다. 그 바람에 음식은 한식이 섞인 일본풍이죠. 어떤 건 우리 입에 잘 맞는데 어떤 건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며칠 동안 장박하면서 이런 음식만 먹고 있으면, 입에서 단내가 나기도 하지요. 때문에 김치나 고추장을 챙겨오는 손님도 더러 있습니다.

 

 

가라아게 비슷한 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곳 낚시꾼들은 회는 남겨도 치킨이나 육고기 종류는 절대 남기지 않아요. 낚시를 오래 하다 보면 그리됩니다. ^^;

 

 

여러 어묵이 들어간 볶음입니다. 일본간장으로 볶아내니 특유의 일본 맛이 나지만, 밥반찬으로 먹기에 괜찮습니다.

 

 

식사는 밥과 소고기 미역국, 김치, 고추 장아찌가 나오는군요. 일본에서는 해삼과 멍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문화가 없지만, 대마도 여행과 낚시 산업의 주체는 한국이라 김치와 고추장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소고기 미역국은 일본 아주머니(요리사)가 끓여냅니다. 보통은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한 다음 각자 방에서 쉬는데 이날은 자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장비를 챙겨 나왔습니다.

 

 

바로 낙지 해루질입니다. ^^

 

 

숙소 앞 도로변은 석축으로 되어있는데 벽을 살피면 굴 껍데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낙지 포인트를 몰랐는데 하다 보니 굴 껍데기가 붙어야 낙지도 붙어있더군요. 낮에는 이 녀석들이 돌 틈에 숨어 있다가 해가 지고 나면, 슬금슬금 기어 나와 석축에 붙은 굴을 탐하거나 혹은 여기서 다른 먹이활동을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낙지를 잡을 해루질 장비는 다름 아닌 이겁니다. 우선은 긴 장대가 필요한데요. 여기서는 낚시에 쓰는 뜰채를 이용했고 그 끝에는 에기(오징어 따위를 잡는 새우 모양의 인조 루어)를 테이프로 칭칭 감습니다. 보기에는 볼품없지만, 이게 낙지 잡는 귀신이라요.

 

 

하지만 대마도에 소문만 무성한 낙지를 처음으로 잡는 것이다 보니 요령을 모릅니다. 이곳 선장인 쇼지상에게 요령을 묻자 저렇게 낙지가 숨어 있을 만한 돌 틈 사이에 에기를 다소곳이 갖다 대면, 녀석이 덮친다는 건데요.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몇 번 하다가 뜻대로 되질 않자 석축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라? 돌 틈에 숨어 있을 줄 알았던 낙지가 석축에 대놓고 붙어 있습니다.

 

 

뭐죠? 그냥 뜰채로 뜨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잡는 것도 처음이자 마지막. 불빛을 비추자 놀란 낙지가 물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는데 워낙 빨라서 이걸 뜰채로 잡을 방도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에기를 찔러 훌치기를 하는 게 답인 듯. 석축을 따라가며 불빛을 비추자 굴 껍데기에 붙은 낙지가 도망갈 채비를 하길래 재빨리 에기로 훌치니.

 

 

요렇게 낙지가 걸려서 올라옵니다. 어떻게 뻘도 없는 돌바닥에 낙지가 있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대마도 낙지는 기본적으로 돌낙지입니다. 서해에 서식하는 뻘낙지와는 종류가 달라요. 동해에도 돌낙지가 올라오는데 그것과 이것이 같은 종류인지는 두족류 도감을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석축 따라 쭉 걸어가면서 불빛을 비추자 낙지가 10m 거리에 한 마리꼴로 발견됩니다. 발견되면, 물속으로 달아나기 전에 재빨리 에기를 내려 훌칩니다.

 

 

그러면 이렇게 걸쳐서 올라오는데 설 걸리면 올리는 도중 떨어트리기도 해요. 한번 떨군 녀석은 놀라서 달아나므로 잡아내기가 힘들다고 보고요. 그런 일을 미리 방지하고자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 에기로 한 번 찍어서 비트는 것. 그러면 꼼짝없이 걸려듭니다. 이곳에 잡히는 낙지는 평균 씨알이 굵습니다. 언뜻 보면 돌문어 새끼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민숙집 선착장 근처에서 한 마리 올렸습니다. 이렇게 잡은 낙지는 즉석에서 탕탕이 해 먹고, 일부는 데쳐먹기도 합니다. 하루는 민숙집 스텝이 30분 만에 10마리를 잡아왔는데 이날 민숙집 손님이 12명이었다고 합니다. 모두 모여서 낙지로 야식을 즐기는데 사람은 열두 명이고 낙지는 열 마리니 좀 모자랐나 봅니다.

 

두 마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 말을 들은 스텝이 몇 발짝 나가더니 곧바로 두 마리를 잡아 옵니다. 부족한 식재료는 현장에서 즉석에서 보충할 수 있는 곳. ^^ 그 이야기를 다음 날 아침이 돼서 들었죠. (날 부르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 먹었다니 어떻게 된 거냐 성준아.)

 

 

중간 조과입니다. 근처에 군소가 어슬렁거려서 한 마리 올리고.

 

 

표준명 매퉁이

 

수면에 처음 보는 물고기가 도망가지도 않고 불빛에 반응하길래 뜰채로 퍼 올려 봅니다. 

 

 

이빨이 날카로운 이 녀석은 주로 서해에 서식하는 매퉁이입니다. 개펄 바닥에 사는 어류인데 대마도에서 제 눈으로 직접 목격한 건 처음입니다. 이곳 선착장도 바닥이 진흙으로 되어 있어서 매퉁이 서식지로 알맞은가 봅니다. 매퉁이는 가시가 많고 살은 많지 않아 주로 어묵 재료로 쓰입니다. 많이 잡히는 고기가 아니라 수산업적 가치는 떨어지는 편이지요. 여기선 사 진만 찍고 방생합니다. 

 

 

대마도의 낙지 해루질 현장1

 

낙지 잡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보았습니다.

 

 

대마도의 낙지 해루질 현장2

 

낙지 해루질은 처음인데 운이 좋았는지 한 시간 만에 열댓 마리 정도 잡은 것 같습니다. 통에는 돼지 군소 2마리에 낙지가 드글드글하던데 제가 정신이 나갔는지 사진도 안 찍어놨습니다. 탕탕이를 해 먹기에는 밤이 깊어서 나중에 셋이서 나누기로 하고 일단은 두레박에 넣어 살려두기로 합니다.

 

 

일행인 승화씨는 잠깐 내려둔 통발을 확인하는데 다른 장어도 아닌 꼼장어가 들어있군요. 

 

 

표준명 먹장어(방언 꼼장어)

 

꼼장어하면 부산 기장이 떠오르는 포장마차 단골 메뉴인데 말입니다. 이곳 대마도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었을 뿐, 부산과 매우 가깝습니다. 꼼장어가 잡히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겠죠.

 

승화씨는 작년 2월에 이곳에서 1m에 달하는 엄청난 붕장어를 20마리나 잡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붕장어를 염두에 두고 통발을 내렸지만, 뜻밖에 꼼장어가 들어있어 살짝 난감하군요. 꼼장어는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는데 그 작업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곤혹일 수 있습니다. 붕장어든 꼼장어든 맛만 좋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니 많이만 들어와다오 하면서.

 

 

본격적으로 통발 미끼를 설치합니다. 미끼는 오징어 내장이 범벅된 오징어살입니다.

 

 

미끼를 이렇게 넣고 통발에 밧줄을 연결해 선착장 아래 10m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으면 기대가 되겠지요. 다음 날 아침에 붕장어가 얼마나 들었는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 밤, 낙지가 모두 도망가고 없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다시 밤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낙지의 어마무시함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밤에 잡아다 넣은 낙지가 무사히 있는지 확인하는데 전부 사라지고 없네요? 이번 대마도 낚시 조행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이자 영구 미제로 남게 된 사건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두레박을 요리조리 살펴 구멍 난 곳을 찾아봤지만, 낙지가 나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두레박은 지퍼로 잠글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양파망만큼은 아니지만, 새끼손가락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촘촘합니다. 낙지 다리야 삐져나올 수 있지만, 몸통은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민숙집 스텝분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저 정도 구멍이면 절대 못 빠져나간다. 아니다 몸통을 엿가락처럼 늘리면 빠져나갈 수 있다.

 

어쩌면 항간에 떠돌던 낙지 액체 설이 사실이었던 셈. 이를 실험하기 위해 다음날 낙지를 잡아다 또다시 두레박에 넣어봤습니다. 다음날 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사라지고 없군요. 이것으로 낙지는 저 좁은 구멍을 어떻게든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그 모습이 가히 상상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낙지를 싱싱하게 가두려면 양파망이 답인 듯하군요.

 

 

대마도 낚시 2일 차 새벽, 민숙집 선착장

 

2일 차 오전은 선상낚시로 가닥을 잡고 미네만을 빠져나왔습니다. 여기서 배는 다시 북쪽을 향해 30분간 달렸습니다. 참돔과 긴꼬리벵에돔의 놀이터인 '이나사키'란 포인트입니다. 선상낚시도 물때 잘못 만나면, 꽝이 있습니다. 그곳이 대마도라도 말이지요. 과연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꾼의 로망 5짜 벵에돔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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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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