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먼저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 3월의 대마도 낚시

대마도 낚시(1), 대물 낚시 천국에서의 3박 4일(프롤로그)

대마도 낚시(2), 뜻밖의 사고로 낚은 대물 벵에돔

대마도 낚시(3), 잠깐의 해루질에서 잡은 어마무시한 낙지들(동영상)

대마도 선상낚시(4), 꾼의 로망 5짜 벵에돔을 잡다

대마도 도보 포인트 낚시(5), 수심 3m에서 청돔의 습격

 

 

6짜에 가까운 참돔을 한 마리 낚고 그 자리에서 들고 사진 찍으려던 찰나 '철퍼덕'하는 바람에 자연 방생이 돼버립니다. 이후 바늘을 다시 묶고 던졌는데 수초 만에 비슷한 입질을 받았습니다. 대를 세우고 힘을 가늠하니 좀 전에 놓친 녀석보다 조금 더 세네요.

 

수심 3m밖에 안 나오는 얕은 여밭에서도 이 녀석은 제법 떠서 문 것 같습니다. 걸자마자 처박기는 하는데 수심이 얕으니 좌우 빈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적어도 벵에돔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때부터 LB 브레이크를 활용해 녀석과 줄다리기를 시작합니다.

 

 

한편, 저만치에서 낚시하던 승화씨도 비슷한 입질을 받고 힘겹게 파이팅 중인데요. 이날 1.5호대를 부러트려 예비대인 1호대를 사용 중인데 대물을 상대로 분전하고 있습니다. 찌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거로 보아 거의 다 끌어올린 모양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청돔일지.

 

 

60cm를 넘기는 참돔

 

"저 여기 처음인데 이런 거 잡아도 괜찮아요?"

 

난생처음 잡아보는 빅 사이즈 참돔에 어리둥절한 승화씨가 남긴 명언입니다. ^^ 이날 승화씨가 1호대로 50cm 정도의 청돔 두 마리에 참돔까지 잡아내면서 그간 유료 낚시터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유료 낚시터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요. 거기도 요즘 큰 고기를 많이 푸는데 특히, 미터급에 가까운 민어까지 잡아본 승화씨로서는 해볼 만한 승부였을 겁니다.

 

저와 승화씨 파이팅에 바빠진 건 카메라 든 성준씨.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도 파이팅이 막바지에 들면서 녀석을 안전하게 끌고 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날 쓰고 있는 원줄이 1.5호라 신경이 쓰이는데요. 여기에 목줄을 3호로 무리하게 올린 탓에 둘의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거의 다 끌고 왔을 즈음 녀석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어 짧고 강한 충격파를 내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원줄이 절단 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LB 브레이크를 쥔 제 손가락도 녀석의 움직임에 밀착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슬슬 힘이 떨어졌는지 서서히 끌려오는 듯한데, 찌가 팽그르르 돌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상태에서 좀 더 바짝 끌어서 성준씨의 뜰채에 담기도록 합니다.  

 

 

역시 비슷한 씨알의 참돔이다

 

좀 전에 이 포즈를 취하다 자연 방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나서 찍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각도를 잡고 이리저리 찍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습니다.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지는데 초들물이 한창이라 어느새 발판이 잠기고 있습니다. 성준씨가 그만 철수하자니 가이드 말을 들어야겠지요.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가는 길이 물에 잠겨 곤혹스러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 멀리 밝게 빛나는 것은 거제도 대우조선소라고 합니다.

 

 

숙소로 복귀하던 중 도로변에서 사슴 무리를 만났습니다.

 

 

노루 아니고 사슴이라는데요. 여기서는 흔하답니다. 쟤네들이 꼼짝하지 않고 저러고 있는 건 우리가 불빛을 비추어서 그렇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어두 컴컴한 숲속으로 불빛을 비추면 사슴 수십 마리가 눈에서 레이저 쏘고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불을 비추는데 숲속에서 우릴 지켜보는 광선이 한둘이 아니군요.

 

밤에 홀몸으로 맞닥트리면 조금 무섭겠습니다. 어쨌든 사슴이 이리 많은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대마도에는 사슴 사냥이 합법이라고 합니다. 정해진 법규와 절차를 따른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죠. 낚시하다 보면 뒷산에서 총소리가 나기도 한답니다.  

 

 

이날 아쉬운 점은 장비 때문에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꼭 실력 없는 것들이 장비 탓하는데 ^^;; 그래도 이번에는 핑계 좀 대고 싶습니다. 애초에 참돔과 청돔이 대상어인 줄 알았다면, 채비를 좀 더 튼튼히 해갔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낚싯대를 챙긴다는 것이 거기에 달린 릴과 원줄을 점검하지 못한 건 뼈아픈 실수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냥 선상낚시 채비로 들이밀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어차피 밤이라 장비를 타지 않습니다. 대는 1.7호에 원줄 4호에 목줄 3~4호로 무장해서 빨리빨리 끌어올리는 식으로 속전속결식 낚시를 했더라면(사진은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찍고), 이날은 참돔으로 대박 조황이 났을 겁니다. 지나간 일 이야기해 봐야 뭔 소용이겠냐만. ^^;

 

 

어쨌든 참돔은 몸길이가 60cm 정도이니 3~3.3kg 정도 예상합니다.

 

 

이리 찍어도 녀석들은 라이브웰에다 잘 살려왔기 때문에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빨리 물칸에 넣습니다. 물칸에 들어간 참돔과 청돔은 균형감을 잃고 뒤집어집니다. 저러다 죽을 수도 있지만, 아가미가 들썩이는 걸 보니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이 녀석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삽니다.

 

 

승화씨가 통발을 올려 밤새 얼마나 잡혔는지 확인하는데 에게~ 붕장어 한두 마리가 끝. 씨알도 작년에 잡은 미터급 붕장어에 비하면 초라합니다.

 

 

다른 통발에는 희한하게 꼼장어만 들었군요.

 

 

저녁 8시 30분, 늦은 저녁을 먹는다

 

대충 정리하고 민숙집 식당에 오니 다른 손님은 이미 드셨고, 우리 팀 식사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음식은 일본 아주머니들이 하는데 부침개는 한국의 것과 거의 같네요?

 

 

한국식으로 만든 벵에돔 양념 찜입니다.

 

 

긴꼬리벵에돔 회입니다. 여기서는 벵에돔을 회로 잘 안 먹죠. 정 고기가 없으면 벵에돔을 치겠지만, 주로 선상에서 잡힌 긴꼬리벵에돔을 회로 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활어회만 먹었는데 이건 회를 뜬지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숙성회의 감칠맛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 젓가락이 자주 가는 음식은..

 

 

1인당 하나씩 낸 함박스테이크

 

다름 아닌 이겁니다. ^^;.

 

 

여기만 오면 제 입이 초딩 입맛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실한 함박스테이크에 속으로 물개 박수를 치며 먹었다는 ^^; 밥을 먹고 일어나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쯤이면 씻고 자야 하는데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바로 낙지 해루질이죠. 그런데 이날은 전날처럼 많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늦어서일까요? 얘네들이 활동하는 시간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도 실험 삼아 낙지를 두레박에 넣었습니다. 그 촘촘한 망을 정말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 의심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역시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도망갔더군요. 이로써 낙지 액체 설은 사실에 가까워지고.

 

 

다음 날 아침, 빅마마 선착장

 

미네만

 

한적한 어촌 마을이 보이는 출조길에서 낚시 구상을 다듬어 본다

 

배는 미네만을 빠져나와 포인트에 접근 중입니다. 일출은 이미 시작됐는데 산에 가려져 태양이 보이진 않습니다.

 

 

부산에서 홀로 오신 사장님이 후타마타 나가세에 내리고

 

 

배는 기수를 틀어 외해로 빠져나가면서 근사한 일출을 보게 됩니다.

 

 

울산에서 홀로 오신 사장님은 우녹소우시로에 내리고, 우리 팀은 활주로 포인트에 내립니다.

 

 

활주로 포인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름 그대로 엄청 넓지만, 낚시할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건너편 곳부리에서 낚시했습니다. 돌돔도 나왔고요. 벵에돔이 떼 지어 수면까지 떴지만, 씨알이 잘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 같아선 저곳으로 건너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뒤로 한참을 돌아서 진입해야 하고, 물도 먼저 차니 나올 때도 먼저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더구나 일행 옆에서 사진도 찍어야 하기에 포인트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냥 여기서 하기로 합니다. 이곳은 건너편 간출여를 보고 물골을 공략하는 자리인데 일단 고기가 한 번 붙으면 많이 나오는 자리라고 합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제 왼쪽으로는 승화씨와 엘라님이 차례대로 섰습니다.

 

 

이곳 수심도 3~4m로 낮으니 우선은 제로찌로 던져보는데 던지자마자 찌가 광속으로 가라앉네요?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에잇~! 불량품을 주셨네. 광속으로 가라앉는 제로찌는 선상낚시에서 한 번 써봐야겠습니다.

 

 

낚시복 패션에 새로운 리더인 승화씨가 첫 포문을 여는데 씨알 좋은 쏨뱅이입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구로 비기 g2,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일본선 1.7호

바늘 : 벵에돔 바늘 6호

 

 

한동안 잠잠하더니 엘라님의 낚싯대가 휩니다.

 

 

들어뽕이 좀 불안했는데 다행히 갯가로 안착하고

 

 

40cm가 될까 말까한 벵에돔입니다.

 

 

저는 어랭이에 시달리다가

 

 

35cm 정도 되는 벵에돔 한 마리를 올립니다.

 

 

벵에돔을 멀리서 보면 시커멓기만 하고 그리 예쁘지도 않은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에메랄드 보석 같습니다.

 

 

채비를 g2에서 0c로 바꿉니다. 이유는 입질이 너무 예민해서 찌를 가져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g2찌로 여러 번 입질 받았는데 벵에돔은 죄다 벗겨지거나 미끼만 야금야금 따먹히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산란기라 많이 예민해진 모양입니다. 이러다 산란을 마치면 한동안은 먹이활동을 하지 않으니 낚시 시즌도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0c 찌로 천천히 가라앉히고 뒷줄을 잡으며 줄에 적당한 텐션을 유지합니다. 이어서 톡톡 건드리는 입질을 여러 번 참아가며 받아내니 이런 벵에돔이 다 올라오는군요.

 

 

입질이 없자 바닥층까지 긁은 엘라님에게는 씨알 좋은 쏨뱅이가 물고 올라옵니다.

 

 

좀 전에 제가 놓아 준 어랭이는 아무래도 매의 먹이가 될 운명입니다. 한두 차례 실패를 거듭한 매는

 

 

다시 돌고 돌아서 어랭이를 낚아채는데 성공합니다. 이날 오전 낚시는 이대로 끝났습니다. 승화씨와 엘라님은 이날 대마도를 떠나기로 되어 있어서 10시까지만 낚시하고 철수합니다.

 

오전에 다른 포인트에 내린 두 사람도 이렇다 할 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겨우내 이어진 벵에돔 시즌이 끝난 것 같습니다. 산란 벵에돔이라 갯바위 근처에는 붙어있겠지만, 이제는 미끼를 입 앞에 가져놔도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철수하면 고기를 다듬는 체험 삶의 현장이 기다립니다. 저는 일행과 함께 철수해 피 빼기 작업을 돕기로 합니다. 오후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어떤 낚시를 해야 좋을지 고민이고 민숙집 스텝 분들도 고민일 겁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담그기만 하면 낚이는 즐거운 선상 벵에돔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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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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