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자리돔 알

 

설명 : 해마다 산란 철이면, 제주도에서 자리돔을 싹쓸이 조업해 대놓고 알을 빼다 팔고 있습니다. 알은 젓갈용입니다. 예전에는 규제가 없어 알배기를 대량 포획해도 됐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줄자 금어기를 설정했습니다. 금어기를 설정한 이후에도 알배기 유통은 여전합니다. 제주도 모 수산에서는 금어기가 오기 전에 구입한 알배기 자리돔이 더 맛있다며 판매를 독려하기도 합니다.

 

 

<사진 2> 알배기 가자미

 

설명 : 겨울에서 봄 사이는 가자미가 산란 철입니다. 알 빠진 가자미는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알이 가득 들었을 때 최대한 잡아다 팔아야 어민과 상인의 수익이 보장됩니다. 현재 도다리(문치가자미)를 제외한 가자미 종류는 금어기가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알배기를 잡아도 현행법상 제약이 없습니다. 알배기를 잡아도 개체 수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가 아직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감시 모니터링을 통해 해마다 어획량이 주는 이상 신호가 나오면, 금어기를 설정할 수 있겠죠.

 

 

<사진 3> 봄철 알배기 주꾸미

 

설명 : 알배기 주꾸미는 봄철 대표적인 제철 음식입니다. 하지만 최근 남획에 의한 개체 수 감소로 국산 주꾸미의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주원인으로는 산란철(3~5월)에 촘촘한 저인망 그물과 끌개에 의한 싹쓸이 조업으로 지목됐으며, 주꾸미 낚시 산업의 활성화도 한몫했습니다.

 

주꾸미는 단년생으로 그해 봄에 태어난 주꾸미가 자라 이듬해 알을 낳게 됩니다. 9~11월에 낚시로 잡는 주꾸미도 결국은 이듬해 알을 낳게 될 개체를 미리 잡는 것입니다. 봄철 알배기 어획은 전적으로 알배기를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에 기인합니다. 가을철 주꾸미 낚시도 낚시 수요가 많아서 크게 성행했습니다. 이러한 수요가 없으면 어획도 산업도 없습니다.

 

에는 어민들이 잡아서 돈을 벌어야 하고, 가을에는 주꾸미 낚싯배가 돈을 벌어야 한다(그중 상당수가 낚싯배를 개조한 어민이기도 하다.)는 이해관계가 상충해 결국에는 5월 11일부터 7월 31일까지 금어기를 설정했지만, 사실상 개체 수 보존의 취지와 동떨어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 돼버렸습니다.

 

 

<사진 4> 대구알

 

<사진 5> 대구 이리(수컷의 정소)

 

설명 : 대구는 2월 대보름이 오기 전에 어획한 것을 최고로 칩니다. 이유는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산란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대구 몸값은 수컷의 이리가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보다 가격이 조금 낮은 대구 알은 훌륭한 알탕 재료가 됩니다. 사람들은 어족 자원 보호에 알배기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컷이 하는 비중이 큽니다.

 

암컷이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뿌려 방정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그 알은 수정되지 않습니다. 이런 생태적 특성에서 어떤 어종은 암수 비율이 3:7 혹은 2:8로 크게 벌어져 수컷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개체 수 보호의 키는 수컷이 쥐고 있어도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암컷 알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알배기 대구 유통량이 전국적으로 몇 톤인지 생각해 봅시다. 알탕과 이리(곤이로 잘못 불리지만), 명란젓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알배기 포획을 질타하는 우리입니다.

 

 

<사진 6> 필자가 낚시로 잡은 벵에돔과 알

 

설명 : 낚시로 잡은 벵에돔입니다. 산란기라 일부 알이 좀 나왔습니다. 저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일단 사람들은 이 사진을 불편해합니다.

 

저의 직업은 어류 칼럼니스트입니다.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생선회 및 수산물 상식을 풀어서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다낚시를 취미로 즐기기도 합니다. 결국에는 내가 잡고자 하는 대상어의 습성과 생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낚시가 한층 수월해지므로 어류와 관련한 전문적인 내용을 습득하기 위해서라도 낚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어제 제 조행기를 보신 분들은 알배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관련 글 : 대마도 낚시(9), 낚시로 잡은 고기, 올바른 뒤처리법)

 

사람들은 알배기를 잡는 것을 대체로 불편해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알배기를 잡음으로써 어족자원이 주는 것이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남획을 막고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일반 소비자와 낚시 및 어획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과의 인식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일반 소비자나 네티즌들이 남획의 심각성을 확인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 보도자료입니다. 바다에서 직접 불법 조업을 목격했거나, 혹은 그렇게 잡힌 생선이 헐값에 유통되는 현장을 볼 일은 드뭅니다. 하물며 대형 어선의 저인망 싹쓸이와 삼중망, 뻥치기, 빵게 잡이 같은 불법 조업에 대한 인식은 미미합니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가끔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뉴스와 이처럼 이미지로 드러나는 개인 사진입니다. 사람들은 알배기를 잡았다는 사실을 불편해하지만, 그 불편함의 당위성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한 생물의 어족자원이 유지되는지, 유지되지 못하는지의 문제를 단순히 알배기와 알배기가 아닌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를 적용합니다. 개체 수 보호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알배기와 알배기가 아닌 것으로 나누게 되면, 알배기를 잡는 사람은 어족자원도 생각하지 않는 나쁜 사람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어부가 잡는 알배기는 그 양이 많다 할지라도 거부감이 덜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먹을 음식이 줄거나 비싸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것은 태곳적 때부터 가진 생존 본능입니다. 그래서 생산자가 잡아들이는 것에는 관대한지도 모릅니다. 내가 먹을 음식이니 괜찮은 겁니다. 어제 알배기를 잡았다고 비난해도 오늘은 명란젓을 먹을 것이며, 알탕도 거리낌 없이 먹을 것입니다.   

 

그러한 수요를 생산자가 만들어야 하니 어부가 잡으면 생계형이니 괜찮고, 낚시는 취미라서 안 된다는 이중 잣대가 형성됩니다. 식당에서 알배기 꽃게를 몇백 kg씩 사다 게장을 담가도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습니다. 생업이고 우리가 먹을 양식이니까요. 제가 작년에 알배기 꽃게를 사다 게장을 담가 올려도 어느 누가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수백 kg를 구입해 먹는다 해도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단 한 마리라도 직접 포획했다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어부가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알배기는 괜찮고 개인이 소량으로 잡는 알배기는 왜 잘못된 것인지 논리적인 설명이 돼야 합니다. 정말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제재 앞에서는 생계든 취미이든 우위에 설 수 없습니다. 알배기를 잡는 것에 대한 책임과 잣대를 어부와 낚시 모두 동등히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어종이 어떤 특성과 번식력을 가졌든 개인이 잡으면 보기 불편합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이런 해묵은 논쟁을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종식하거나 전환하는 것입니다. 알배기는 무조건 잡으면 안 돼! 그건 나쁜 짓이야! 라고만 할 것이 아닌, 좀 더 현실적인 내용으로 기존에 편견을 가졌던 인식을 환기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달걀로 바위 치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써온 글이 선한 영향력으로 상식을 전달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것처럼, 이 문제도 앞으로 지속해서 써 나간다면, 언젠가는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알배기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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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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