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호텔 아침 식당, 그리스 미코노스

 

2박 3일 자유여행으로 찾은 미코노스. 때문에 호텔도 일일이 발품 팔아서 알아봐야 했는데요.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위치입니다. 미코노스가 자랑하는 랜드마크나 볼거리는 대부분 호라마을(올드 포트)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 구글 지도에서 몇 군데를 선정한 다음, 호텔스 닷컴이나 아고다로 연결되는 링크를 이용했습니다.

 

레토호텔은 호라마을에서도 중심가인 올드포트에서 걸어서 5분, 해수욕장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리틀 베니스까지와 카토밀리 언덕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가 걸리죠. 어지간한 곳은 걸어서 닿기 때문에 좋은 로케이션은 이 호텔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장점입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호텔 조식도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한국인 숙박객의 리뷰는 1건도 검색되지 않아서 외국인들의 한 줄 평이나 간단한 리뷰를 참고해야 했는데 몇몇 숙박객들 사이에서 조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과 위치의 편리성이 호텔 선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진은 2층에 있는 아침 식당입니다. 모든 방이 조식 포함이기 때문에 조식 쿠폰은 따로 없으며, 중간에 직원이 와서 숙박객이 맞는지 정도만 확인합니다.

 

 

조식은 평범해 보이는 뷔페식입니다. 다소 휑해 보이지만, 음식 면면을 뜯어보면 결코 가벼이 지나칠 만한 품질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쪽에 다시 알아보도록 하고요.

 

 

시설을 좀 더 살펴보면, 야외 테라스에도 몇 테이블이 준비되었으며, 식당 내 유아용 의자가 비치돼 있습니다. 

 

 

조식에 대해 알아봅니다. 빵은 크루와상을 비롯해 몇 종류의 식빵과 파운드 케이크 등이 준비된 모습입니다. 사진 가운데와 왼쪽 파이가 흥미로운데요. 그리스 전통 파이로 각각 페타치즈와 시금치 파이입니다. 페타치즈 파이는 치즈의 과밀도로 묵직하고 되직한 느낌인데 양젖 특유의 향이 많이 나서 좀 느끼합니다. 반면에 시금치 파이는 몇 조각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별미였죠. 크루와상도 수준급입니다. 파운드 케익은 아침부터 먹기에 부담스럽지만, 한 조각 먹어보니 허투르게 만들지는 않았더군요.

 

 

이쪽은 주로 디저트류입니다. 뒤쪽에는 연어롤도 보이고요.

 

 

몇 가지 잼이 있는데 뒤에는 먹으라고 둔 과일인가요? 저는 장식용인 줄 알고 손대지 않았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 중국인들이 깎아 먹더군요. (...)

 

 

요거트에 섞어 먹기 좋은 꿀과 건자두, 무화과 같은 말린 과일이 몇 종류 보입니다. 제 눈에는 와인 안주 삼아 먹기에 좋아 보이는데요. 이걸 아침 식사용으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선뜻 감이 오질 않아 그냥 맛만 보려고 몇 개 집어 왔습니다.

 

 

베이컨과 에그 스크램블은 호텔 조식에서 매우 흔한 메뉴지만, 맛은 흔치 않을 듯합니다. 베이컨은 야들야들 짜지 않아서 좋고, 스크램블은 저렇게 대용량으로 만들었는데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함을 머금고 있어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소시지는 특유의 향이나 밀가루 맛이 덜한 퀄리티가 느껴지고, 볶음밥은 가지와 파프리카가 듬뿍 들어가 몸에 좋으면서 기름지지 않아 아침 밥으로 먹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이 볶음밥이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습니다. 뻔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맛을 보면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이죠.

 

 

치즈와 햄 종류는 제법 다양했는데 하나하나 맛을 보니 뭐 하나 허투른 게 없더군요. 아침부터 와인을 당기게 하는 것들입니다.

 

 

샐러드 파트가 부실한 것은 흠입니다. 잎채소와 오이, 토마토, 올리브로 그릭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충분히 가져다 놓았다는 인상은 들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토마토의 나라답게 3가지 품종으로 제공된 토마토입니다. 맛은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요. 맛보다는 식감의 차이가 확연히 도드라집니다. 

 

위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사람들은 대체로 색이 진하고 붉은 토마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이 옅으면 맛이 덜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데요. 막상 세 가지를 놓고 비교 시식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세 종류 모두 충분히 익은 상태라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당도와 충분한 수분감이 특징입니다.

 

평소 토마토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도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바로 "토마토는 늘 옳았다." 였습니다조식에서 다른 게 부럽다기보다는 이렇게 자신 있는 품목에 한해 품종별로 내놓을 수 있는 섬세함이 부러웠죠. 국내에서는 토마토를 품종별로 내는 뷔페가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참 방울토마토는 색깔별로 내는 곳이 있긴 하겠네요. ^^;

 

 

시리얼도 몇 종류 비치되어 있고

 

 

세 종류의 주스가 제공되는데 특히, 자몽과 복숭아 주스가 맛있어요. 사진에 나오진 않았지만 찬 우유도 있었고, 커피는 서버가 돌아다니면서 서비스합니다.

 

 

한 접시 담아왔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푸짐히 먹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음식을 담을 때는 단지 눈으로만 받아들인 정보만으로 추측하는데, 직접 맛을 보고 내 예감이 틀리지 않을 때 오는 작은 희열이 있습니다.  

 

역시 치즈와 햄은 5성급 고급 뷔페에 쓰여도 손색없는 품질인데요. 입맛에도 무난히 맞아 아침부터 몇 조각 먹어버렸습니다. 베이컨과 소시지만 보더라도 이 호텔이 글로벌한 여행객의 입맛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기껏 바싹하게 굽고선 뚜껑을 닫아 흐느적거리게 만드는 여느 호텔의 베이컨과 달리 알맞게 구워 야들야들한 식감을 살리면서 간이 적당해 몇 조각을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베이컨이라는 원판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전반적으로 조식 메뉴가 가볍고 심플한 구성이면서도 꼭 있어야 할 음식만 가져다 놓은 느낌입니다. 음식 맛이 튀지 않으면서 도 적당해 편안히 넘길 수 있는 음식이었죠

 

 

시금치 파이는 자꾸 가져다 먹게 되는 묘한 맛이 있습니다. 통밀 식빵에 살구잼을 발라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저는 빵에 에그 스크램블과 베이컨, 토마토, 여기에 요거트를 소스 삼아 살짝 올려 먹는 것으로 조합하니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빵 자체가 맛이 좋다는 점이 또 한 번 부럽고.

 

 

다시 한번 느끼지만, 베이컨 품질. 근래에 먹었던 베이컨 중 최고였습니다.

 

 

본의아니게 아침부터 과식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오히려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이었습니다.

 

 

크루와상은 가운데를 갈라 햄과 토마토, 샐러드를 넣어 먹으니 엄지 척.

 

 

커피 맛도 기본 이상은 합니다. 조식 때문에라도 이 호텔을 이용할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이죠. 생각해보면 메뉴가 많지 않습니다. 조식에서 주요리라 할 만한 것이 몇 종류의 빵과 베이컨, 스크램블, 소시지, 감자, 볶음밥 정도가 전부라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가짓수로만 본다면 이렇게 부실한 뷔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부실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좋은 재료를 가져다 쓴다는 느낌과 함께 음식 하하나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소개하겠지만, 산토리니에서 묶었던 호텔과는 너무도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죠. 이것저것 가짓수만 늘어놓았을 뿐, 정작 먹을 건 없는 호텔 조식. 가짓수에 들인 불필요한 노동, 인건비, 식재료 비용을 최대한 집중했다면, 이런 품질의 조식을 선보일 수 있었음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점이라면 그래도 아침 식사인데 과일과 샐러드 파트가 부실합니다. 

 

이것으로 레토 호텔 조식에 대한 이야기는 마칩니다. 미코노스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면서, 계속해서 레토호텔 리뷰와 그리스 여행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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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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