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낚시 짐을 챙겨 나왔다

 

올 하반기는 EBS <성난 물고기> 촬영으로 개인 낚시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조행기를 기다리는 독자분들도 아쉬울 것이고, 월간지 조행기 연재에도 빨간 불이 커졌습니다. 벵에돔, 참돔, 감성돔, 볼락 등 하고 싶은 낚시는 많지만, 한 달에 열흘은 해외에 있으니 출조 시간을 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최근에는 세 번째 책 출판을 앞두고 있어 틈틈이 교정지를 붙들고 있어야 했지요.

 

이런 와중에도 티스토리와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고 있음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낚시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가까운 근교에서라도 찌를 담그며 머리를 식히고 싶었는데요.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낚시터가 저의 바다낚시 입문 장소인 시화방조제입니다.

 

 

1.5호 반유동으로 공략

 

흥겨운 음악을 틀고선 여유 있게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안산 시화방조제. 밤이라 사진 촬영은 최소화했습니다. 채비는 낭창낭창한 감성돔 전용 1호대에 2500번 스피닝릴. 1.5호 원줄이 감겨 있습니다. 시화방조제라고 해봐야 우럭밖에 안 나오겠나 싶어서 1.5호 줄을 감아 왔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대물 우럭 걸었다가 터트리는 사고를 냈죠. (아래에 설명)

 

 

첫 캐스팅을 하는데 시화방조제에서 흔한 애럭이 낚입니다.

 

 

두 번째는 챙길 만한 씨알이 올라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입질은 까다로워지는 듯합니다. 입질은 곧잘 들어오는데 다섯 번 중 네 번은 벗겨지기 일쑤였죠. 우럭이 물고만 있으니 찌는 미동이 없습니다. 계속 헛챔질만 하다가 이번에는 뒷줄을 살며시 잡아당기는데 쭉 빨고 들어갑니다. 반사적으로 채니 제법 꾹꾹 해요. 차분히 위로 모시는데 이번에는 제법 괜찮은 씨알이 올라옵니다.

 

뒷줄견제는 제가 하는 낚시 방법이고, 다른 방법으로는 찌를 살살 끌어오면서 오징어 미끼를 살랑살랑 움직여주면 좀 더 시원한 입질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취향 차이죠.  

 

 

함께한 후배도 잔챙이만 릴리즈하다가 이번에는 먹을 만한 우럭을 올립니다.

 

 

방생 씨알 우럭

 

밤이 깊어갈수록 입질은 심심치 않게 들어오지만, 씨알은 대부분 20cm 전후라 모두 귀가 조치합니다.

 

 

26cm급 우럭

 

중간에 큰 우럭을 한 마리 걸었다가 터트렸습니다. 이따금 30cm가 넘어가는 우럭이 입질하는데요. 후배 말로는 큰 우럭은 빨리 제압하지 않으면 석축 사이로 처박는다고 해서 코웃음 쳤죠. 우럭이 벵에돔도 아니데 무슨 돌 속에 처박는지? ㅎㅎ

 

그랬던 제가 그걸 한번 경험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1.5호 원줄에 1.5호 목줄이면 벵에돔 4짜도 제압합니다. 한낱 우럭 따위가 라며 처음에는 미적지근하게 릴링했는데 갑자기 쭈욱 처박더니 그대로 박아버립니다. 못해도 35cm 이상은 됨직한 우럭인데 시화방조제에 이런 우럭이 잡힌다는 말은 가끔씩 들리지만, 직접 겪어보니 좀 황당합니다.

 

사실 지금은 우럭이 월동을 앞두고 살을 찌우는 시기이긴 합니다. 방생한 우럭도 몸길이에 비해 빵이 좋더군요. 처음부터 여유를 주지 않고 당겼다면 시화방조제에서 35~40cm급 우럭을 볼 뻔했는데 아쉽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번 처박힌 녀석은 좀처럼 기어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날 원줄과 목줄을 같은 호수로 썼다가 밑걸림에 애꿎은 전자찌만 두 개 날렸죠.

 

채비는 그냥 1.5호 반유동입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원줄에 반원구슬 끼우고 찌, o형 고무, -1.5호 순강수중찌, v형 고무를 차례대로 끼웁니다. 마지막은 작은 도래로 매듭하고, 목줄도 1.5호를 약 40cm 길이만 잘라서 연결합니다. 고부력 반유동 채비로 할 때 주의할 점은 챔질 시 충격으로 인해 면사매듭이 밀리거나 헐거워질 수도 있으니 면사매듭을 6바퀴 이상 감아서 짱짱하게 조여놔야 합니다.

 

1.5호 전자찌가 여부력은 5B 이상입니다. 우럭의 입질이 시원한 날이면 상관없는데 약으면 여부력에 발목 잡힐 수 있어요. 전자찌 안에 2B봉돌 하나 넣고, 목줄에는 바늘 위 30cm 부근에 3B 봉돌을 채워서 속조류에 미끼가 뜨지 않도록 합니다.

 

수심은 바닥에서 1m 이상 띄웁니다. 밤에는 조류가 셀수록 우럭이 떠서 활동하고, 조류가 없으면 바닥층 가까이 가라앉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은 입질이 약고, 아예 입질조차 하지 않으니 낚시가 어렵습니다. 조피볼락을 우럭으로 부르게 된 어원은 200년 전 <임원경제십육지>에 등장하는 '울억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울억어는 바람이 부는 등 기상 여건에 매우 민감한 어종으로 묘사되는데, 바로 이 우럭이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면 하던 입질도 멈추는 변덕을 부리니, 바람과 우럭은 상극인 셈이지요. 그런데 시화방조제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북서풍은 아예 맞바람이죠. 바람 없는 날을 고르되 여기에 물때와 시간도 맞아야 하니 시화방조제에서 우럭 잡기가 어렵습니다. 

 

바늘은 목이 긴 우럭 전용 바늘이 좋고, 없으면 참돔 바늘을 씁니다. 미끼는 오징어가 효과적입니다. 시화방조제는 기본적으로 조류가 셉니다. 수심과 상관없이 찌는 무조건 1.5호 이상. 사리 때는 5호 이상도 씁니다. 이는 만조때 밤낚시 기준이며, 간조때도 석축 끝까지 내려가서 30m 정도 원투해 몇 마리 잡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낮에는 낚시가 좀 어렵습니다. 씨알 굵은 우럭이 방조제 가까이 붙지 않은 관계로 15호 이상 스티로폼 막찌를 달아서 50m 이상 원투 해야 겨우 손맛 보는데 저한테는 맞지 않더군요 

 

 

시간은 어느덧 1시. 좀 더 낚시하고 싶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3~4시간 낚시에 둘이서 40여 수. 25cm 미만은 전부 방생하고 큰 것만 챙깁니다.

 

 

25~26cm급 우럭이라도 낭창낭창한 1호대를 쓰니 손맛이 좋아요.

 

 

살려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밤이 늦어서 기포기를 틀어 점심때까지 살려두었다가 손질에 들어갑니다.

 

 

우럭은 대가리가 워낙 크니 자르고 나면 작아 보이네요. ^^;

 

 

손질하고 난 서덜은 맑은탕을 끓이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잔 기름이 뜨면서 구수한 맛을 냅니다.

 

 

4시간 정도 숙성해서 써는데 칼 들어가는 느낌이 여느 때와 다릅니다. 탱글탱글한 조직감이 느껴집니다

 

 

시화방조제 표 우럭회

 

 

장식이랄 것도 없이 그냥 집에 있는 깻잎이랑 레몬만으로 꾸며봅니다.

 

 

 

4시간 숙성하니 찰랑거리는 차짐 하며, 씹을 때 잘근잘근 씹히는 식감이 정말 최곱니다. 적당한 감칠맛과 단맛도 일품이라 어지간한 대광어보다 낫습니다   

 

 

일부는 인스턴트 비빔면에 넣어서

 

 

같이 비벼 먹는데 솔직히 이 맛있는 회를 비빔면에 비벼 먹는 것은 좀 아까웠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냥 간장에만 찍어먹기로 ^^

 

서해는 지금 시즌 끝물입니다. 길어야 1~2주 남았는데요. 그 사이 한두 번 더 정주행하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네요. 저는 이 글이 발행될 즈음에 적도 부근의 오지에서 남방 참다랑어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며칠 사이 시화방조제 우럭에서 참다랑어 낚시라니. 본의 아니게 극과 극의 낚시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대상어의 크기와 스케일을 떠나, 어종마다 나름대로 잡는 묘미가 있는 것이 낚시라고 봅니다. 이로써 올 한해 제 개인 낚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시화방조제에서 매듭짓게 되었네요. 내년에는 도다리 원투낚시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018년 대마도 낚시, 이루어진 낚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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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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