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고 따듯했던 수온이 한풀 꺾일 즈음, 방어는 월동을 위한 지방 가두기가 절정을 향해 나아갑니다. 업계에서 대방어라 불리는 8kg 이상 방어는 수 년 동안 축적한 지방으로 맛의 기품을 높입니다. 부위별로 맛을 보는 재미 또한 참치 못지않습니다. 방어하면 비교되는 생선이 부시리입니다.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란 말도 있는데 오늘은 방어와 부시리의 외형적 특징과 함께 생선회를 통한 맛 비교에 관해 알아볼까 합니다.
 
#. 방어
표준명 : 방어(농어목 전갱이과)

방언 : 마래미(함경), 사배기(경북)
영명 : Yellow Tail
일명 : 부리(ブリ)
전장 : 1.5m
분포 : 한국의 전 해역, 훗카이도 북부를 제외한 일본의 전 해역, 동중국해, 북서 태평양
음식 : 회, 초밥, 구이, 조림, 찌개, 맑은탕, 스테이크, 튀김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방어 
 
#. 방어의 생태와 특징
방어는 적서 수온에 따라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회유성 어류입니다. 방어가 좋아하는 적서 수온은 14~17도로 18~20도 이상을 좋아하는 부시리보다 온대성 강하고 찬 수온에 적응력이 좋은 편입니다. 산란은 2~6월로 광범위한데 위도가 높고 수온이 낮은 해역일수록 산란 시기가 늦은 편입니다. 방어의 최대 성장 길이는 약 1.5m, 무게 40kg까지 보고되지만, 5~10kg이 주로 어획됩니다. 일식 업계에서는 무게 8kg을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대방어로 부르는 경향이 있고, 10kg 이상이면 특대급으로 각별히 취급됩니다.


 

등이 어둡고 체고가 넓은 일본산 양식 방어

 

 

#. 방어의 양식
일본에서는 참치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높은 횟감입니다. 한해 수천 톤 이상 양식하고 이미 상용화했죠. 참치와 방어가 전부라 할 만큼 횟감으로 인기가 많은 일본에서는 한 해 소비량이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를 겁니다. 국내에서는 겨울철 자연산 방어의 수급이 달릴 때 일본산 양식 방어로 수요를 충당합니다. 마트와 동네 횟집에서 접하는 5kg 미만의 中방어는 국내 양식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산 양식 방어는 자연산보다 체고가 넓고 등이 어두운 것이 특징입니다.

 

 

방어의 주상악골은 날카롭게 각이 졌다

 

부시리의 주상악골은 둥근 라운드로 되어있다

 

#. 방어와 부시리의 구별
방어와 닮은 사촌인 부시리는 시장에서 ‘히라스’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도 일본의 정식명칭이 아닌(정식명은 히라마사) 방언으로 청산해야 할 일제의 잔재이죠. 방어와 부시리는 계절에 따른 맛도 다르지만, 가격도 천차만별이므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게 방어와 부시리의 주상악골은 이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포인트는 사진에 화살표로 가리킨 부분으로 모서리 각이 뾰족하면 방어이고 둥글면 부시리입니다.

 

방어는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선이 일치한다

 

부시리는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선이 어긋나 있다

 

주상악골 구별법은 근접했을 때가 아니면 관찰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멀찌감치 바라보았을 때 구분할 수 있는 포인트로는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선이 일치하는지 여부입니다. 일치하면 방어이고, 어긋나 있으면 부시리입니다.


 

방어회

 

부시리회

 

#. 방어와 부시리 맛의 차이
방어와 부시리는 모양이 닮은꼴인 만큼 맛도 늘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부시리가 방어보다 약 1.3~1.5배가량 비싸게 거래됩니다. 그러나 겨울철만 되면 역전현상이 일어납니다. 최근 방송을 통해 방어의 맛이 알려지면서 방어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 수도권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물량이 달리고 가격은 부시리보다 더 높게 거래됩니다.

 

그러나 방어는 겨울철을 제외하면 가격이 낮고, 맛도 덜합니다부시리는 봄철을 제외하면 대체로 맛의 기복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로 알려졌지만, 겨울에도 부시리는 지방이 올라 맛이 있는 어류입니다. 예부터 제주도에서는 방어보다 부시리를 더 선호했고, 가격도 높게 쳐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스컴의 영향과 관광객의 급증으로 방어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가격도 겨울 만큼은 부시리보다 조금 더 비싸게 거래됩니다.

 

회를 뜨면 같은 부위로 한정했을 때 방어가 부시리보다 더 붉습니다. 겨울철 방어와 부시리를 각각 맛봤는데 지방의 고소함은 전반적으로 방어가 더 우세합니다. 겨울을 제한 계절에는 부시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봄~여름철 방어는 기생충이 끼고 맛도 떨어져 있어서 횟감으로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 방어와 낚시
방어 낚시는 맛이 오르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겨우내 집중되는데 갯바위로는 잘 붙지 않는 특성상 선상 흘림낚시와 슬러우 지깅으로 공략합니다. 방어가 주로 낚이는 지역은 동해 왕돌초와 제주도, 가파도, 마라도 등이며, 부시리는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남해와 서남해 먼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선상과 갯바위 낚시가 가능합니다.  

 

모슬포 방어 축제 현장

 

방어회


#. 방어의 식용
원래 우리 국민은 방어를 즐겨 먹는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방어가 인기를 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죠. 방어의 대표적인 산지는 제주 모슬포와 동해 거진항으로 방어 먹으러 비행기 타고 오가는 미식가들이 있을 만큼 겨울 방어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 상승 중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 수도권에서는 제주산 방어를 보기 어렵습니다. 제주산 방어가 국내 방어 생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통영의 해상가두리로 옮겨져 약 한 달간 사료를 먹여 몸집을 불리고 출하하기 때문에 통영산이라 붙은 전표가 많은 이유입니다.


 

여러 가지 부위를 모은 대방어 모둠회

 

대방어를 활어회로 얇게 썰어 쌈에 먹는 제주도식 방어회

 

방어는 참치와 마찬가지로 큰 것일수록 맛이 좋고 가격도 비쌉니다. 5kg짜리 중방어와 10kg짜리 대방어는 같은 1kg을 주문하더라도 가격이 달라집니다. 지방의 기품, 회의 두께 감, 숙성이 잘 먹혀드는 정도와 식감, 무엇보다도 부위별로 세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 8kg 이상은 돼야 제맛을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어는 크게 등살과 뱃살로 나뉘며, 대방어는 배꼽살과 중뱃살, 사잇살, 볼살, 날개살, 목살(가마살) 등 더욱 세분화해 부위별 진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라면 사리를 넣은 방어 김치찌개

 

방어구이

 

싱싱한 방어는 생선회가 별미지만, 남은 뼈와 자투리 살로 끓인 방어 김치찌개와 매운탕도 일미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방어 산적과 스테이크, 탕수, 깐풍기 등 많은 음식이 개발되고 있다. 으뜸은 방어회인데 지금은 그날 잡은 방어를 전국 각지로 배송하는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대방어를 맛보기 위해 여러 명이 곗돈을 부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수산시장에서도 숙성해서 2~3인분 단위로도 팔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대방어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방어의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2020년이면 완전한 성체로 키워내 출하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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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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