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미네만

 

오전 7시, 미네만 마루시마

 

3박 4일 대마도 낚시 일정 중 3일 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직 우리 부부에게는 오전 낚시가 남았고, 오후 낚시도 남았으며, 마지막 날 오전 낚시도 남았지만, 이 글이 마지막 회가 되었다는 것은 썩 좋은 징조가 아니겠지요. ㅠㅠ

 

이곳은 미네만의 명포인트 중 하나인 마루시마입니다. 말로만 들었을 뿐,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요. 원래는 외해 갯바위로 나가 이른 아침 피딩타임의 긴꼬리벵에돔을 노리고 싶었으나 기상 악화로 선택한 플랜 B입니다. 보시다시피 약간의 청물기가 있습니다.

 

 

수심도 상당해 보입니다.

 

 

G2찌에 G3 봉돌을 달고 낚시 시작

 

이런 자리는 벵에돔이 상층으로 잘 뜨지 않고 특히, 겨울에 이른 아침에는 더더욱 그런 경향이 있어서 저는 처음부터 중층 이하를 공략할 수 있는 채비로 벵에돔 낚시를 시작합니다.

 

 

산 너머 일출 시작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기분. 실제로는 풍속 10m/s 이상의 강풍이 대마도를 강타 중인데요. 풍향 상 바람막이가 되는 곳이라 정말 고요하고 적막감이 돕니다. 낚시는 이때가 가장 설레고 기분이 좋죠. 지금까지 낚시를 즐기면서 이런저런 마음이 변하고, 서로 간에 생각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며, 낚시 취향도 다르지만..

 

한 가지 변치 않은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시간, 대를 드리울 때의 설렘이 아닌가 싶습니다.

 

 

용치놀래기(술뱅이)

 

첫수로 대물 벵에돔이길 고대했지만, 제게 반응한 것은 수 차례 미끼를 뜯어먹고 훔쳐간 범인. 바로 용치놀래기입니다. 경남에서는 술뱅이라고 부르지요. 부산이나 거제 앞바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담그고 있으면 그냥 막 물어주는 녀석이 바로 술뱅이인데요.  

 

그런 녀석을 대마도까지 와서 잡고 앉았으면, 민숙집으로부터 "팀 술배이"나 "엿재이"같은 험한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술뱅이를 우리 딸 반찬으로 먹이고 싶어도 챙길 용기가 나지 않아 방생합니다. (...)

 

 

이어서 아내가 술뱅이 밭을 뚫고 첫수를 올립니다.

 

 

작지만 벵에돔이네요. ^^

 

 

이어서 제에게도 앙증맞은 씨알의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순간 미니어처인 줄 ^^;

 

1월 중순이었던 이때는 미네만의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청물기에 잡어가 많아서 기상 악화에나 내리는 용도였지요.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지 포인트에는 작은 복어와 놀래기류가 장악한 지 오래입니다. 처음 멋모르고 넣은 밑밥으로 인해 이제는 도저히 미끼를 내릴 수 없는 상황.

 

할 수 없이 우리 부부는 밑밥 품질을 중단하였습니다. 그리곤 발밑에만 집요하게 품질해 잡어를 끌어모으려 애썼죠.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슬슬 포인트에도 밑밥을 뿌리면서 큰 거 한 방을 노리는데..

 

 

이때 먼 곳을 노리던 아내의 낚싯대가 크게 휩니다. 휨새 좋고~

 

 

척 봐도 30cm는 넘을 것 같은 벵에돔. 그냥 들어뽕 하네요.

 

 

딱 30cm 정도 나올 것 같은 벵에돔입니다.

 

 

아내의 한 수에 고무된 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민숙집에서 점심

 

오전 낚시는 그렇게 별다른 조과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영양밥과 고기가 들어간 우동으로 끼니를 때우고.

 

 

 

#. 오랜만에 아내와 낚시 대결, 그러나..

우리 부부는 곧바로 오후 낚시에 돌입합니다. 오전에는 조과가 빈약했지만, 어제까지 위풍당당하던 아내. 그런 아내가 제게 낚시 대결을 신청하는데요. 하이고마 됐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도발하길래 일단은 승낙. 대결은 예전처럼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에 한하여 30cm 이상 마릿수로 승부합니다.

 

 

그런데 현장 상황은 썩 좋지 못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딱 저만큼의 파도만 쳐주어도 낚시하기 좋고, 대물도 많이 잡힐 것 같은데 문제는 저 파도가 가만히 있지 않고 수시로 넘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도가 덮치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눈여겨보았다가 자리를 선정합니다.

 

 

이런 날은 파도가 높은 만큼 대물 벵에돔이 경계심을 풀고 갯바위 근처로 다가올 확률이 높은데요. 관건은 발판 여건일 것입니다. 우선 먼 곳의 벵에돔을 불러들이기 위해 채비하기 전 밑밥을 조금 부었습니다. 이런 날 갯바위 가장자리에 밑밥을 흘리면, 파도가 쓸고 가버리면서 먼 곳의 벵에돔을 집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금방 쓸고 갈 줄로만 알았던 파도가 좀처럼 들어오질 않네요.

 

 

보다 못한 제가 주걱으로 밑밥을 긁어내는데

 

 

 

아 진짜..

 

 

덕분에 장화 물 새는지는 제대 테스트 했습니다. 현지에서 10만 원 주고 구입한 오래된 장화인데 아직은 물이 안 새네요. ㅎㅎ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닙니다. 오후에 비 예보는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런 날은 왜 그리 칼 같이 정확한지..

 

 

일회용 우비 입고 낚시하는 아내

 

비가 그냥 오는 것이 아니고 옆바람과 함께 소나기로 퍼붓습니다. ㅠㅠ

 

 

그 와중에 제게 잡힌 긴꼬리벵에돔. 이 험한 파도에 놀기에는 너무 여리고 작은데요. 큰 녀석들은 전부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녀석은 30cm는커녕 20cm도 안 되는 관계로 방생.

 

 

아내도 벵에돔 한 마리를 낚았지만, 유효타는 아닙니다. 스코어는 여전히 0 : 0.

 

 

물꽃치

 

한동안 입질이 없자, 던지고 걷기를 반복합니다. 입질이 없어도 채비는 최대 2분 이상 담가놓지 않습니다. 벵에돔 낚시에서는 오래 담가봐야 시간만 낭비. 이 파도 밭에 잡어가 들어왔는지 던지는 족족 미끼가 사라지는데요. 이번에는 이런 물고기가 물고 올라옵니다. (어이 상실) 자기 몸집만 한 크릴을 먹겠다고..

 

 

춥고, 축축한 갯바위에서 아내는 처량하게 쭈구리고 앉아 초콜릿바를 뜯어 먹습니다. 낚시 안 되네요. 파도가 세면 낚시라도 잘 돼야 하는데. 날이 흐리다고 대낮부터 퍽퍽 할 줄 알았던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니 이제는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발 앞에서 4짜급 돌돔이 곧잘 낚인다는 말에 갯바위 벽에 바짝 붙여봅니다. 우리 부부의 찌가 1~2m 간격으로 나란히 흐르는데요. 홈통을 중심으로 물이 돌다가 수중여 쪽으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견제해야 밑걸림도 줄이고 입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렇게 뒷줄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쭉 하고 들어가 버리는 찌. 입질 한 번 시원하네 싶더만..

 

 

33cm급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이로써 스코어는 1 : 0. ㅎㅎ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한 마리 잡으려고 집중하는 아내.

 

 

그리곤 벵에돔 한 마리를 낚아 보입니다. 달려가서 계측했으나 30cm에는 못 미치니 스코어는 여전히 1 : 0.

 

 

오후 3시 30분. 비바람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비야 아무리 강하게 내려도 비옷으로 버티면 되는데 정면에서 맞바람까지 부니 이건 도저히 참기 어렵습니다. 앞쪽에 계신 민숙집 스텝분은 대를 접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저쪽에 꿋꿋이 서서 낚시하는 분은 대단한 겁니다. 잘 보니 한 분은 낚시하시고, 다른 한 분은 우산을 쓰고 계시네요?

 

 

저도 대를 접었으나 아내는 이 와중에 캐스팅하겠다고 몸을 돌립니다.

 

 

3년 5개월 만의 부부 동출이 이렇게 될 줄이야. 모처럼 출조인데 아내에게 들이닥친 낚시 지옥에 마음이 미안해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녁 때까지 노려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 시합이고 뭐고 고만 들어가자 ㅠㅠ 스코어는 1 : 0인 상태에서 시합 중단.

 

 

 

 

입질의 추억 표정 보소 ㅋㅋ

 

스텝분이 2인승 용달차를 끌고 왔는데 앞자리는 아내를 태우고 나자 제 자리는 자동으로 뒷자리 VIP석 당첨. ㅎㅎ

 

 

저 목욕하다 온 거 아닙니다. ㅎㅎ

 

 

룰루랄라 즐거운 철수길(?). 조기 철수는 언제나 모 아님 도였죠. 조기에 만쿨이거나 혹은 조기에 포기하거나. 제 낚시 인생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저는 조기 만쿨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더는 고기 채울 공간이 없어 일찌감치 철수할 수밖에 없는 비운을 맛보고 싶은데..

 

 

오후 4시. 지금부터 해가 질 때까지 대물 긴꼬리벵에돔이 퍽퍽할 텐데란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저는 일찌감치 그런 아쉬움을 접었습니다. 철수 후에도 여전히 퍼붓는 폭우에 그럴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 아니 물고기야 들어와서 입질한다 쳐도 사람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그러한 생각조차도 이날은 보기 좋기 빗나가 버렸습니다. 이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샤워를 마치고 밥을 먹는데 우리 앞에 한 부부가 앉아 있는 겁니다. 처음 뵙지만, 건배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여기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까 입질님이 하던 자리에서 여섯 마리 잡았어요."

 

당시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낚시하던 분들이 부부 조사였다는 사실. 우리 부부도 심지어 스텝분도 철수한 상황에서 끝까지 남아 저녁까지 낚시했다는데요. 우리가 철수한 자리에서 사이즈 좋은 벵에돔으로 여섯 마리를 뽑았고, 그보다 큰 한두 마리는 터트렸답니다. 대단하죠?

 

이런 걸 보면 낚시는 근성인가 싶기도 하고요. 마치 예전에 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내가 저보고 변했다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날씨에도 끝까지 낚시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자기보다 먼저 대를 접는다고.

 

그래요. 저도 나이가 드니 좀 불편하거나 힘든 낚시는 안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좀 전의 상황은 사실 위험한 파도는 아니었죠. 멀리서 한 번씩 크게 치는 너울성 파도가 위험한 거지. 계속 찰랑거리며 발판이나 적시는 파도 따위는 그냥 젖으면서 하면 되는 겁니다.

 

제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중간에 맞바람이 불면서 비가 정면에서 얼굴을 때렸는데요. 그때 아내를 보고 마음에 약해졌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풍향이 바뀌고 비가 잦아들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뭐 그러면서 낚시를 알아가는 것이라지만, 결과론적으로 저의 판단은 썩 좋지 않았던 거죠. 한편으로는 끝까지 남아서 고기를 몇 마리 잡아 올 순 있었겠지만, 대신 몸살감기를 얻었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겠지요.

 

 

대마도 낚시 마지막 날 새벽

 

마지막 날은 너울이 죽었다는 예보에 힘입어 선상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확실히 너울은 죽었습니다. 낚시하기는 좋은데 입질이 없습니다.

 

 

그리곤 또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선장인 쇼지상과 민숙집 스텝분까지 가세해보았으나 누구도 입질을 받지 못한 채 조기 철수하기로 합니다.

 

 

왼쪽부터 피 빼기(시메)용 찌르기, 이케시메(小), 이케시메(中), 데바칼, 비늘 치기, 김장봉투

 

2시간의 짧은 낚시를 하고 돌아온 저는 곧바로 고기 손질에 들어갑니다.

 

 

그간 잡은 고기가 많지 않으니 손질은 수월하네요.(...) 저의 손질 순서는 이케시메 → 피 빼기 → 비늘 치기 → 내장 제거 → 세척 순입니다. 이케시메와 피빼기는 순서가 바뀌어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손질이 끝나면 물기를 빼기 위해 잠깐 놓아둡니다. 수건 가져오신 분들은 물고기 표면과 뱃속을 닦아 뽀송뽀송한 상태로 가져가는데요.

 

 

저는 얼음물이 닿지 않게 김장용 봉투로 감싸서 포장합니다. 이렇게 한 다음 얼음은 가능한 한 깨부수어서 고루 넣어 준 뒤 테이핑하면 끝. 이로써 3년 5개월 만에 있었던 아내와의 동출은 다소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겠지요. 이제는 딸도 제법 컸으니 다음에는 딸과 함께할 날을 고대합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요즘 대세인 대마도 낚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 대마도 낚시 문의

빅마마 피싱 리조트(051-518-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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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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