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어류 이야기"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로 생선회에서 종종 보이는 무지갯빛에 관해 알아봅니다.

 

 

생선회에 무지갯빛은 왜 생기는 걸까?

 

생선회를 먹다 보면 종종 보이는 이것. 사람들은 이를 "생선회에 뜬 무지갯빛" 혹은 "오로라"라 부릅니다. 왜 생기는 걸까요? 먹어도 되는 걸까요? 생선회 강국인 일본도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으며, 관련 업계의 일부 잘못된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착오를 빚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백질 변성', '지방의 산패', '기름에 의한 빛의 굴절' 등이 있습니다.

 

 

참치회 중에서도 우리가 회로는 잘 먹지 않은 가다랑어 회에서 무지갯빛이 자주 발견되는데 이는 신선도가 좋지 못하다는 증거이니 전량 폐기한다는 안타까운 주장도 있습니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이러한 주장이 업계의 오랜 노하우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생선회의 무지갯빛 현상이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밝혀졌죠.

 

 

홍민어(점성어) 회에서 발견된 무지갯빛 현상

 

그렇다면 생선회에서 종종 보이는 무지갯빛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복굴절' 또는 '회절'에 의한 일종의 광학 현상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스펙트럼 파장은 크게 일곱 가지 가시광선으로 나타나는데 그중 특정 색이 보이는 겁니다. 족발을 비롯한 돼지고기와 가공 육류에서는 주로 녹색 빛이 나고, 어류 중에서도 참치와 같은 종류 또한 녹색 계열이 빛이 날 때가 있으며, 사진과 같이 흰살생선회에서는 주로 붉은빛이 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가 잘 모르는 화학 용어를 공부해야 했습니다만, 여기서는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빛은 담즙색소 즉, 쓸개즙이 가진 여러 빛깔과 관련이 있습니다. 적갈색의 '빌리루빈(bilirubin)'과 청록색의 '빌리베르딘(biliverdine)'이 그것인데요. 이러한 담즙색소는 붉은 피를 구성하는 헤모글로빈의 분해 산물로 도축 및 횟감 손질 시 미처 방혈되지 못한 혈액이 근육에 남음으로써 빛에 산란되어져 보이는 것입니다.

 

※ 담즙색소와 관련된 내용은 두산백과 및 화학용어대사전을 참고하였습니다. 

 

빛이 산란하면서 우리 눈에 특정 색으로 보이는 일명 무지갯빛 현상. 이 같은 빛은 조명에 비추었을 때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횟조각이라도 특정 횟조각에서만 나타나는 등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생선회에서는 볼 수 있고, 어떤 생선회에서는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어회에서 나타나는 무지갯빛 현상

 

생선회에 무지갯빛이 나타나려면 몇 가지 발동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회가 반투명이어야 한다.

회는 신선도에 따라 근육의 불투명도가 변합니다. 갓 잡은 활어회, 그것을 일정 시간 숙성한 숙성회는 근육이 반투명합니다. 과숙성 되었거나 오래된 회는 근육의 탁도가 짙어짐에 따라 복굴절 같은 광학 현상을 저해합니다. 이 말은 즉, 활어회든 숙성회이든 신선한 상태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또한, 탁도가 있는 육가공 종류는 얇게 슬라이스 했을 때 이러한 광학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2) 썬 단면이 매끄러워야 한다

생선회의 무지갯빛은 근육에 일부 남아 있는 헤모글로빈과 거기에 포함된 담즙색소에 의한 것이지만, 이것이 우리 눈에 특정 색으로 나타내는 것은 전적으로 광학 현상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썬 단면이 아주 매끄러워야 나타납니다. 단면이 매끄러우려면 날이 잘 선 칼로 썰어야 합니다. 무지갯빛이 도는 생선회를 통해 그 집의 칼 상태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3) 근섬유 조직을 직각으로 끊어야 한다

2)번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 다발이 직각으로 끊어지는 것. 다시 말해, 날카로운 칼로 썰되 위에서 똑바로 직각으로 썰면 곧잘 나타납니다. 이는 수산시장에서 써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반면에 일식집에서 칼을 뉘어서 써는 방법인 '얇게 썰기(우스쯔쿠리)'에서는 무지갯빛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안 나타날 때가 더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생선회에서 종종 보이는 무지갯빛의 정체는 근육에 일부 남은 혈액(헤모글로빈)과 그 안에 포함된 담즙색소가 빛과 만나 회절현상으로 나타난 것. 그러므로 무지갯빛은 고급 어종, 하급 어종 할 것 없이 나타나며, 활어회 및 숙성회와 상관없이 나타나고, 신선도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각으로 썬 매끄러운 단면에서 곧잘 나타난다는 사실.

 

결론, 먹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무지갯빛이 나타난다고 특별히 더 신선하거나 맛있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 ㅎㅎ 

 

#. 관련글 보기

우리가족이 생선회를 먹는 특별한 방법

버릇이 없는 생선회 맛이란

먹다 남은 생선회 재활용, 도미 오챠즈케 만들기

좋은 생선회와 나쁜 생선회 판별법

식도락가들이 손꼽는 ‘가장 맛있는 생선회’는? <상편>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15:0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