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봄 도다리 소식. 도다리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요? 광어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맛은 더 차지고 쫄깃한 식감. 여기에 광어보다 비싼 고급 어종이란 인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음식이 있죠도다리 뼈회(세꼬시)와 도다리쑥국.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도다리를 얼마나 알고 먹어왔을까요? 혹시 내가 먹은 도다리는 진짜 도다리가 맞을까요?

 

 

표준명 넙치(전국 방언 : 광어)

 

사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광어입니다. 보시다시피 광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개체 간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납작하고 입이 큽니다.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양 눈이 왼쪽에 쏠려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쏠리면 도다리라는 좌광우도 법칙이 통용됩니다.

 

 

광어의 배 부분

 

광어를 뒤집으면 이런 형태입니다양식산 광어는 배에 검녹색 이끼가 끼고, 자연산 광어는 그런 것 없이 희고 깨끗합니다. 가끔 예외인 경우도 있으나 광어를 뒤집을 때 보이는 모습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도다리는 어떤 모양일까요?

 

 

표준명 문치가자미(방언 : 도다리, 참도다리)

 

도다리는 광어보다 몸집이 작고, 입도 작으며 이빨이 거의 없습니다. 양 눈은 오른쪽에 몰려있으니 좌광우도 법칙이 적용됩니다. 양 눈이 왼쪽에 몰려 있으면, '왼쪽'은 두 글자니까 광어, 양 눈이 오른쪽에 몰려 있으면 '오른쪽'은 세 글자니까 도다리라는 쉬운 암기법도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도다리는 등에 다양한 구름무늬가 나타납니다. 서해와 동해에도 많이 서식하지만, 진해를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서 가장 많이 잡히죠. 그러나 수요 대비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산지에서 소진되고, 나머지는 각 지역에 있는 고급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사실 도다리란 어종은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수많은 가자미 중 하나입니다. 정식 명칭은 '문치가자미'인데 도다리 산지로 유명한 진해와 통영은 예부터 문치가자미를 도다리 혹은 참도다리로 부릅니다.  

 

 

표준명 도다리(방언 : 담배도다리, 담배쟁이)

 

물론, 정식 명칭이 '도다리'인 종도 있습니다. 도감에는 사진의 어류를 '도다리'로 표기하고 있어 문치가자미와 함께 '진짜 도다리'를 가리기 위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사진의 도다리는 학술적 의미에서 도다리가 분명하지만, 상업적으로는 문치가자미에 제 이름을 빼앗겨 주로 담배도다리나 담배쟁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문치가자미와 도다리를 뒤집으면 이런 모양입니다. 모두 흰 배를 가졌지만, 체형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흔히 봄 도다리로 알고 먹는 문치가자미는 타원형이고, 학술적 명칭으로 기재된 도다리는 마름모꼴에 가깝습니다.

 

두 어종은 어획량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수도권에서는 문치가자미보기 드물 만큼 귀하지만, 산지에서의 하루 위판량은 그래도 수백 수천 마리에 달합니다. 반면, 도다리는 몇십 마리가 고작이죠. 쉽게 말해, 문치가자미 300~400마리 잡힐 때 도다리는 1~2마리꼴로 잡힙니다. 그만큼 개체 수가 적고 귀해 산지에서 전량 소비됩니다. 이 귀한 도다리를 보시려면, 통영 중앙시장으로 달려가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어쩌다 한두 마리 잡히는 도다리는 유통량이 미미하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보았을 때 통상적인 인식으로는 문치가자미가 곧 도다리이고3~4월 별미인 도다리쑥국 재료로 쓰입니다. 진해, 창원, 통영,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봄 도다리 세꼬시'도 어린 문치가자미가 쓰이죠.

 

 

표준명 강도다리

 

그러다가 6월로 넘어가면서 문치가자미는 깊은 바다로 빠집니다. 어획량도 줄고, 유통량 또한 줍니다. 그때부터는 도다리를 대체할 만한 유사 어종이 판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강도다리와 돌가자미(돌도다리)입니다. 강도다리는 앞서 살핀 도다리와 여러 면에서 다르게 생겼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느러미 범무늬와 등에 난 딱딱한 피질인데 더욱이 특이한 점은 양 눈이 몰린 위치가 광어와 같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횟집에서 광어로 오인당하기도 하며, 광어와 도다리를 교잡시킨 '광도다리'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광도다리란 어류는 없음)

 

 

강도다리를 뒤집으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광어와 마찬가지로 양식산은 흰 배에 검녹색 이끼가 꼈는데 광어와 달리 없는 것도 많습니다. 횟감 가격은 광어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애초에 강도다리 양식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광어보다 맛있고 고급 어종이라는 인식에 기대어 양식산 활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죠. 문제가 있다면, 어느 새부턴가 매스컴을 타고 유명해진 '봄 도다리 마케팅'에 유사 어종인 강도다리가 상술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문치가자미 유통량이 적은 수도권 및 서울은 년 중 강도다리가 도다리 행세를 하는 실정입니다문치가자미야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하다 보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대량 양식에 출하량까지 조절 가능한 강도다리는 문치가자미만큼 비쌀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 3~4월이면 도다리를 대신해 강도다리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 강도다리를 사용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연산 도다리처럼 팔았다는 점이 문제.

 

대표적인 사례가 봄 도다리쑥국을 판다면서 강도다리를 넣고 끓여 차익을 보는 . 봄 도다리 뼈회(세꼬시) 또한 이 시기(3~4월)에는 양식산 강도다리가 도다리처럼 행세한 지 오래입니다.  

 

 

표준명 돌가자미(사진은 국산 자연산)

 

돌가자미 역시 도다리 대용으로 사용되는 유사어종입니다. 자연산은 비교적 고가에 거래되고, 맛 또한 훌륭하나 돌가자미를 사용해 차익을 보는 식당은 대부분 중국산 양식을 씁니다. 이 시기 문치가자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때 중국산 돌가자미는 차익을 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쑥국을 끓이거나 회를 뜨면 전문가라도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점. 맛으로도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양식산 강도다리나 돌가자미를 문치가자미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 돌가자미도 돌가자미를 사용해서 문제가 아니라 '자연산 도다리(또는 참도다리)'라 표기하면서 은근슬쩍 돌가자미를 쓴 것이므로 엄연히 어종과 원산지를 둔갑한 사례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는 하나지만, 시중에 파는 도다리는 한 종류가 아니라는 점. 가끔 "강도다리와 돌가자미도 도다리 종류가 맞다." 식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상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인식인즉슨, 도다리 산지(진해, 통영)의 어부와 상인들이 대대로 부르고 취급했던 도다리는 1~2종류로 국한됩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조선의 학자 김려의 <우해이어보>를 살피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거기선 최초로 '도달어'란 말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도다리'입니다. 당시 김려는 도달어(도다리)를 가자밋과의 한 종류로 보면서 그 형태를 묘사한 구절이 있습니다.

 

"눈이 나란하고 등은 짙은 흑색이다. 맛은 달고 좋은데 구워 먹으면 더욱 좋다. 이 물고기는 가을 이후 비로소 비대해지는데 큰 것은 네다섯 자이다."

 

"큰 것은 네다섯 자이다."라고 묘사한 구절만으로는 문치가자미에 가깝습니다. (도다리는 네다섯 자까지 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문치가자미와는 별개로 어류도감에는 도다리란 어종이 따로 기술돼 있습니다. 오늘날 매스컴과 각종 기사에서 언급되는 도다리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통상적인 인식에서의 도다리는 표준명 도다리와 문치가자미 2종뿐입니다.

 

천보만보 양보해 강도다리도 '도다리'란 명칭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다리로 팔아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현재로서는 강도다리를 도다리로 팔아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습니다. 다만, 양식산 강도다리를 자연산 도다리인 것처럼 파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것을 분별하는 것은 판매 상인의 몫이어야 하는데 일부 그렇지 못하니 우리 같은 소비자의 몫이 돼버린 것이겠지요.

 

 

#. 봄도다리 알고 먹자!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의 도다리 설명, MBC <어영차바다야> 中에서

 

광어와 도다리에 관해 쉬운 설명을 첨부했습니다. 앞으로 봄 도다리, 현명하게 소비하고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관련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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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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